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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55화 (155/300)

155화_배틀필드(1)

배틀필드 접수 마지막 날.

첫날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관심은 많이 식었다.

당연하게도 이미 우승 후보자들은 첫날에 접수를 끝냈고, 이틀째부터는 무명의 능력자들이 접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양한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점점 지원자들의 접수가 끝나가자, 그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존 애드리가 전해드립니다. 더 이상의 접수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이 방송을 시청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전체 지원자들이 쉬고, 모레부터 배틀필드 첫 번째 과제가 시작되니,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존이 마무리 멘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PD가 존에게 신호를 보냈다.

“네. 방금 들어 온 소식입니다. 용병왕 로저 시거의 제자이면서 그의 성을 물려받은 앤드류 시거가 이제 막 접수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참가자인 것 같은데, 짧게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재빨리 움직인 존은 접수처로 이동해 무작정 마이크를 앤드류에게 들이밀었다.

“앤드류 시거씨. 잠깐 인터뷰 가능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마이크에 앤드류는 짜증을 낼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답했다.

“네. 가능합니다.”

“마감까지 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뒤늦게 접수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용병으로서 의뢰를 처리하고 이곳에 도착한 지 30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존은 앤드류의 말에 또 다른 화젯거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더욱 마이크를 앞으로 내밀었다.

“오~ 그럼 30분도 안 돼서 크레이지 래빗 열 마리를 사냥하신 거네요?”

“운이 좋았습니다.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해서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대략 얼마나 걸리셨나요?”

“시간은 모르겠고, 일검에 처리하기는 했습니다.”

“대단합니다. 역시 앤드류 시거입니다. 혹시, 앞으로의 경기 각오를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배틀필드가 루키들의 자존심 싸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저는 호주의 몬스터 수를 줄이기 위해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면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오신 것 같은데, 마지막 경기는 토너먼트입니다. 그때도 최선을 다하실 건가요?”

“부족하지만, 제가 거기까지 올라가면….”

그렇게 앤드류의 인터뷰가 매끄럽게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앤드류 뒤로 가면을 쓴 상태의 유신이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는 접수처로 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접수처에 도착한 유신은 직원을 바라보며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네?”

“배틀필드 접수하려고 왔는데요?”

대회 접수처 직원은 오후 6시까지만 받기로 한 접수 시간에서 1분이 지난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시간 오버입니다. 다음 대회를 기약해주세요.”

“그러지 말고 해주시면 안 돼요? 제가 6시 전에 도착했는데, 저기 인터뷰한다고 못 지나가게 해서 이제야 왔어요.”

직원은 유신의 말에 운영진 쪽을 바라봤다.

재빨리 사태를 파악한 운영진은 원리원칙에 맞게 거부를 했을 거다.

하지만, 정말 대회 운영진에서 앤드류 인터뷰를 위해, 유신을 가로막았었다.

그리고 지금 접수하고 있는 유신의 모습이 카메라에 작게나마 찍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기에 접수 시키라고 작게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크레이지 래빗 사체는 어디에 있나요?”

“네. 잠시만요.”

유신은 아공간을 연 후, 크레이지 래빗을 전부 꺼냈다.

수십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에 사체가 접수처 앞에 작은 동산을 만들었다.

너무나 많은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를 보고 직원이 당황한 듯 크게 외쳤다.

“여. 열 마리면 됩니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네? 대회 운영위원에서 열 마리가 넘는 크레이지 래빗은 사준다고 적혀 있던데요?”

“그. 그건 여기가 아니라 저깁니다.”

직원이 가리킨 곳은 접수처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유신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열 마리를 제외하고, 다시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고 그 모든 영상이 전세계에 송출됐고,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

『대애박! 혼자서 첫 번째 미션하고 온 거야?』

『카메라는 앤드류 말고 저기 뒤에 있는 사람을 찍어라.』

『근데, 가면 쓰고 대회 참여 가능한가?』

⤷ 『보증인만 있으면 가능.』

『블랙님 사랑합니다! -신평』

⤷ 『사랑 고백은 직접 하세요!』

⤷ 『어디 가나 관심 종자가 있어.』

『완전 부자인가 봐. 지금 아공간을 쓴 것 같은데?』

『아공간 능력자인가?』

⤷ 『x신아 저건 아공간 마법도구나 마도구겠지.』

『와~ 나도 가지고 싶다.』

『근데 왜 아직 앤 뭐시기 인터뷰만 하냐? 저 사람 잡아서 인터뷰 해야지.』

⤷ 『PD 일 못하네.』

⤷ 『역시 방송국 놈들!!』

전세계에서는 유신의 기행이 그대로 찍혔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던 리우와 쟌 그리고 스텔라 남매도 그 장면을 보게 됐다.

“저거 유신 맞지?”

쟌의 말에 앤이 고개를 끄떡이며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가면을 썼으니. 또, 칼 제라니겠지.”

“역시 형님입니다. 스케일이 다릅니다.”

마지막 리우의 말에 모두가 리우를 한 번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

소피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마법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벌컥

거칠게 방문이 열리며 제이미가 안으로 들어왔다.

“소피. 방금 봤어?”

“제이미. 난 네가 여기 들어올 때까지 조용히 공부하고 있었어.”

“유신이 방금 접수를 끝낸 것 같아.”

“접수를 하면 한 거지. 같아는 또 뭐야?”

“여기 봐봐.”

제이미는 소피에게 고화질의 앤드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다.

“자존심 강한 앤드류가 가만히 있지 않겠네?”

“누가 인터뷰 영상을 보라고 했어? 저 가면을 쓴 사람 분명 유신이야.”

“응? 가면을 쓰고 있는데? 잠깐만.”

소피가 몇 가지를 더 확인하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미. 네가 유신을 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이 사람은 칼 제라니야. 여기 봐봐. 교황청 소속의 칼 제라니라는 이름으로 접수했잖아.”

“그러니까 그가 유신이야.”

“대체 뭘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여기. 유신과 같은 마도구잖아.”

“응?”

제이미가 화면에서 가리키는 것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팔찌였다.

가면남이 화면에 작게 잡힌 것도 있지만, 유신이 착용한 팔찌와 같은지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 할 정도였다.

“저게 보여?”

“응.”

“어떻게 저게 보여?”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어?”

“에휴~”

소피는 제이미의 모습을 보고, 겨울에 피는 얼음꽃이 녹는다고 생각했다.

***

스스로 완벽하게 인터뷰를 끝낸 앤드류는 기분 좋게 숙소로 들어갔다.

앤드류가 생각하기에 용병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화제성도 중요했다.

그래서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쇼맨쉽을 위해 아슬아슬하게 접수를 했던 거였다.

“이 정도면 난리가 났겠지?”

휴대폰을 열어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던 앤드류는 이상한 단어가 연관 검색어에 찍히는 걸 보게 됐다.

-앤드류 가면남

-앤드류 인터뷰 배경남

궁금함에 연관 검색어를 클릭한 앤드류는 곧,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뭐야?”

기사에서는 자신의 인터뷰 내용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오직, 가면을 쓴 남성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제길! 감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날 이렇게 만들어?”

화가 난 앤드류는 곧장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네 앤드류님.

“기사 보이지? 지금 당장 저 가면 쓴 놈의 정체를 알아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저 새x를 찢어 죽일 방법도 알아… 후읍 후~”

급하게 말을 쏟아내던 앤드류가 길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가 잠깐 흥분했군. 안 좋은 꼴을 보였어.”

-아닙니다. 칼 제라니에 대해서 알아오면 되겠습니까?

“칼 제라니? 그게 이름인가 보군. 지금부터 누구도 모르게 저 자에 대해서 조사해. 나이, 가족관계, 소속 등 하나도 빠짐없이.”

-저 그러지 마시고, 가면을 가지고 태클을 거는 건 어떨까요? 가면 때문에 정체가 불확실하다. 이렇게 대회 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어떠십니까?

“아니. 그런 간단한 방법은 싫어. 감히 날 배경으로 썼으니,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은 앤드류가 이를 갈며 칼 제라니에 대해 조용히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때였다.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가 울렸고, 앤드류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지.”

-앤드류. 영상은 잘 봤다.

로저는 진정으로 앤드류를 칭찬하기 위해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앤드류 입장에서는 로저가 자신을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이성적으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앤드류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혹시나 뒤에 있는 가면의 남성이라면 신경 쓰지 말아라.

“그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다급하게 본심을 내뱉은 앤드류의 말에 전화 건너편의 로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다시 한번 말하마. 신경 쓰지도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아라. 내가 널 알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제가 뭘….”

-앤드류. 내가 분명 경고했다. 시거의 성을 회수당하기 싫다면, 경거망동하지 마라.

로저의 경고성 발언에 앤드류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만 끊으마. 그리고, 대회에 그렇게 연연하지 말거라.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앤드류는 한동안 말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아버지. 제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전 시거라는 성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조용히 잘 처리할 테니. 당신은 제가 짓밟기 전까지 용병왕의 자리를 잘 지키고 계십시오.”

앤드류는 그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자신의 속내를 내뱉었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에 떠있는 가면을 쓴 칼 제라니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

누군가에게는 감탄을.

어떤 이에게는 애정을.

그러면서 질투 어린 증오까지 받고 있는 유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유신은 일주일간 잠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 않으며 사냥과 이동 때문에 너무나 지쳐 있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휴식이라는 행동이 전 세계인들에게 신비주의가 되어서 관심도를 더욱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존 애드리입니다. 오늘은 저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해설을 도와줄 사람을 초대하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옆에 계신 분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까요?”

“안녕하십니까? 이번 제 1회 배틀필드의 해설을 맡은 빌리 레터입니다.”

“네. 빌리. 오늘 드디어 고대하던 배틀필드의 첫 번째 경기인 크레이지 래빗 사냥이 진행됩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네. 아주 간단합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며, 가장 많은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한 1,000명만이 선발됩니다.”

“그런데, 참가자만 12,073명이라는데, 킬 카운트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네. 참가자들 전원에게 드론이 주어지고요. 드론이 킬 카운트를 집계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부정이나 예상 외의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몬스터의 킬 카운터를 셀 수 있는 능력자 3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9시가 되었습니다. 선수들이 각기 드론을 챙겨서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하러 출발하는군요. 빌리. 혹시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로 누구를 생각하나요?”

“우승 후보가 너무 많아서 딱히 한 명을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기 모두가 출발할 때 가만히 있는 가면의 남자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습니다.”

빌리 덕분에 다크호스가 되고, 카메라 원샷을 받은 유신은 길게 기지개를 폈다.

“아오~ 뻐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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