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_배틀필드 참가전(1)
마나석.
가이아의 축복을 받은 돌로 불리고 있으며, 마정석보다 더욱 높은 효율을 자랑했다.
여기까지만 하면 전설들이 마나석에 열광할 일은 없었을 거다.
마나석의 진정한 효용 가치는 마도구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거기다가 마나석을 가루로 만들면, 마정석 가루보다 마법 시약, 마법진을 만들 때 훨씬 용이했다.
“정말 그렇게 많이 있다고?”
조쉬의 말에 마리는 고개를 끄떡였다.
마정석도 저 정도 양이면 작은 나라의 1년 예산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 마정석도 아니고, 마나석이라면 금액은 천정부지로 뛰게 될 것이다.
“마리. 내게 팔아라.”
“아니. 내가 다 사겠다. 인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설들의 정기회의는 경매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너도나도 서로 마나석을 사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마리는 유신이 만들어준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자자. 그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한 곳에 모두 팔 수는 없어. 그리고, 13기동 타격대의 지지자들에게는 일부 팔도록 하지.”
유치하지만, 이 전략은 먹혔고, 그 이후로 회의는 손쉽게 진행됐다.
전설들은 회의는 뒷전이 되어서 서로가 조금이라도 지분을 가지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회의가 마무리될 때쯤에 마리는 정기회의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여러분. 내년 회의에도 마나석을 판매하겠습니다. 대신에 양은 저도 얼만큼 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도 판매권은 교황청의 저 마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마리는 마무리로 마나석 공급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13기동 타격대에 걸려 있는 제재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럼 이제 정기회의를 마무리하도록 하겠……”
“회의를 마치기 전에 내가 할 말이 있어.”
갑자기 아스본의 말에 다른 전설들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뭔데?”
조쉬가 대표로 귀찮은 듯한 듯 질문을 던졌고, 아스본은 말을 이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칠성검을 넘기려고 한다.”
회의실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아스본을 바라봤고, 그들을 대표해서 조쉬가 궁금증을 표했다.
“그래서 주인은 누군데?”
“13기동 타격대의 새로운 대원 하유신이다.”
“그놈의 13기동 타격대!! 대체 그들을 얼마나 밀어주려고 하는 거야!!”
악에 바친 조쉬의 목소리에 마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스본은 방긋 미소까지 지으며 조쉬를 바라봤다.
“칠성검의 원주인은 김무혁이었지. 그래서 그의 부하에게 주겠다는데 내키지 않나 봐? 그리고, 무혁의 성격으로는 유신한테서 검을 뺏지 않을 거고, 안 그래 마리?”
아스본의 생각을 눈치챈 마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난 찬성이다. 어떤 식으로든 13기동 타격대에 돌아가면 되는 물건이니. 그리고 반대하면 아주 불쾌할 것 같군.”
“제길!!”
조쉬는 울분을 토했지만,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까지 지은 아스본이 투표를 진행했다.
“자! 마리가 아끼는 녀석이자,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 대원에게 칠성검을 주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있나?”
대부분의 전설이 아스본의 안건에 반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순간 내년에 있을 마나석 구매권이 위험하기에 함부로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럼 없는 걸로 하고, 칠성검을 하유신에게 주도록 하지.”
마리는 주위를 둘러본 다음에 회의를 마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크리스가 손을 들고는, 외치듯이 말했다.
“잠깐! 나중에 따로 요청하려고 했는데, 유신이 녀석의 이름을 들으니 확실히 지금 말해야 할 것 같다.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 대원의 지원을 요청한다.”
크리스가 지원을 마리에게 요청했지만, 질문은 이자벨에게 나왔다.
“무슨 일 때문이지?”
“현재 호주에서 크레이지 래빗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거든.”
“크레이지 래빗? 대규모 토벌을 진행하려고 하는가?”
“그래.”
“그렇다면, 검사보다, 마법사들이 더 낫지 않아?”
이자벨의 말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떡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호주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우리는 지금 토끼 굴에 들어갈 사람을 찾는 거야.”
크레이지 래빗.
말 그대로 미친 토끼로 보통 크기는 1.5M인데, 최대 2M까지 커지는 놈들도 있었다.
거기다가 1:1로 오크와 싸워도 밀리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거기다가 가장 무서운 것은 이들의 번식력은 정말 끝이 없을 정도라는 거였다.
“물론 하유신 혼자 보낼 생각은 없어. 아스본. 세계 헌터 협회에도 지원을 요청하지. 로저가 운영하는 용병단에도 지원이 필요하고, 그리고…….”
크리스가 일일이 한 명씩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이름을 부를 때 회의 내내 가만히 있던(물론 마나석 지분 싸움 때를 제외하고) 노사가 입을 열었다.
“허허. 이 노친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네. 이참에 전세계에 있는 후기지수를 데리고 호주에서 대회를 여는 건 어떤가?”
노사의 말에 전설들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내 마리와 이자벨. 그리고 아스본이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하유신과 몇 명을 더 보내지.”
“수호기사단의 저력을 보여주겠다.”
“사냥은 역시 헌터들이다.”
그렇게 회의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고는 끝났다.
***
능력의 시대.
이 시대에 가장 쇠퇴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스포츠였다.
그렇다고 모든 스포츠가 쇠퇴한 것은 아니었다.
구기 종목을 시작으로 몇 가지 스포츠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과 다르게 열광하지 않았다.
그때 호주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새로운 즐길 거리가 알려졌다.
배틀필드
직관적이면서 명확한 이 명칭이 하루 만에 전세계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배틀필드는 전설들의 주관하에 열렸다.
경기 자격은 20세 이상 30세 미만으로 제한되었고, 그거 외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그리고 경기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개인당 크레이지 래빗 사체를 열 마리씩 가져오면 됐다.
그렇게 예선이 끝나면 본선 경기가 열리게 된다.
첫 번째 경기, 크레이지 래빗 사냥.
주어진 시간 안에 가장 많은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하면 되는 거였다.
여기서 상위 1,000명만이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두 번째 경기, 생존 게임.
몬스터가 우글거리지만, 방송으로 관람이 가능한 숲에서 참가자들이 하루 동안 생존하는 거였다.
세 번째 경기, 미로 찾기 및 보스전.
하루 안에 크레이지 래빗의 토끼굴에 들어가 보스를 잡고 무사히 돌아와야 하는 미션이었다.
이 경기를 통해 상위 128명만 뽑게 된다.
마지막은 배틀필드의 꽃이 될 토너먼트 경기였다.
128명의 참가자가 대진표에 맞게 싸워서 위로 올라가야 했다.
배틀필드의 경기 방식이 나오자, 언론에선 사람들의 목숨을 너무나 경시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세계의 사람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배틀필드를 참가 또는 구경하기 위해 기다렸다.
지구에서 전설들의 영향력은 너무나 막강했고, 한 달도 되지 않고, 배틀필드 대회 준비가 끝났다.
“자! 기대해 주신 전세계 여러분에게 배틀필드의 시작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제 1회 배틀필드의 진행을 맡은 존 애드리입니다.”
배틀필드는 진행자의 외침과 함께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지금부터 일주일간 대회 접수가 진행됩니다. 과연 대회 접수처에 누가 제일 먼저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해서 가져올지 기대가 되는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수호기사단의 솔로 넘버이자, 제 9 수호기사인 쟌 아르켄시스가 크레이지 래빗의 머리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접수처에 크레이지 래빗의 머리를 제출하고 있을 때였다.
“네. 쟌이 제출하자마자, 세계헌터협회의 제이미 레스넌과 소피 애니스톤이 각자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세계 3대 미녀가 제일 먼저 접수를 끝냈습니다.”
존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뒤로 리우와 스텔라 남매가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를 제출했다.
거기다가 각 지부 또는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차근차근 사체를 가지고 접수했다.
하지만, 꼭 일이 원만하게만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전세계 여러분. 오늘 이 대회를 진행하면서 좋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섹터 B-34에서 응급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진행요원들이 현장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우리 모두 가이아께 참가자들이 안전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명예와 상품에 눈이 멀어 크레이지 래빗을 잡으려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아무리 진행 측에서 보호하려고 했지만, 모든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접수 첫날이 지나갔다.
접수가 끝난 인원들은 지정된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리우가 바깥을 바라봤다.
“근데, 형님은 왜 이렇게 안 오시지?”
리우의 말에 얀이 마시던 아이스 코코아를 내려놓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유신 걱정하는 거야?”
“걱정이라니. 내가 뭐라고 형님을 걱정해. 그저 왜 이렇게 늦으시나 고민될 뿐이지.”
“그걸 걱정이라고 하는 거야.”
그렇게 리우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신은 홀로 숲을 헤매고 있었다.
***
접수 첫날 아침.
유신은 오늘따라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스본 레스넌이 오해했다면, 자신에게 한 자루의 검을 보내줬다.
보내준 검은 양날검이면서 환도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검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검게 빛나는 검신이었다.
“이름이 칠성검이라고? 와~ 이름까지 간지 작살이구만!”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홀로 자축하며 좋아하고 있을 때였다.
크레이지 래빗이 굴에서 나오더니 유신을 발견하고는 붉은 눈을 빛내며 뛰어왔다.
“우와~ 직접 보니까 정말 크네.”
거대한 크기의 크레이지 래빗을 보고는 유신은 그대로 검을 뽑았다.
촤라랑
검이 검집에서 나오자, 맑고 고운 소리를 냈다.
유신은 다시 한번 검을 바라보며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다고 검만 구경하고 있을 순 없었다.
어느새 크레이지 래빗이 다가와 거대한 앞니를 들이밀고 있었다.
촤아아악
아무런 기운도 담지 않고, 그저 휘두른 검은 크레이지 래빗의 목을 손쉽게 갈랐다.
탁
크레이지 래빗의 목을 취한 유신은 그대로 아공간에 사체를 집어넣고는 토끼굴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깊고, 어두운 크레이지 래빗의 굴에 그대로 뛰어들었다.
유신은 더도 말고 딱 열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의 목만 취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누이. 지금 뭐 하는 거네?”
“귀찮게 언제 찾아서 잡아. 잠깐만 기다려봐.”
북한의 생존자 리수진과 리진수 남매도 이번 배틀필드에 참여 했던 것이다.
리수진은 순식간에 캐스팅을 끝내고는 시동어를 외쳤다.
“어스퀘이크!”
6서클 어스퀘이크는 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주위에 있는 토끼굴들을 무너뜨렸다.
그 상태에서 딱 스무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이 몸은 땅에 묻히고, 얼굴만 밖으로 나온 상태가 되었다.
“뭐해? 빨리 끝내.”
“힘들고 귀찮은 건, 나만 시키누.”
“발음 신경 써. 우리는 이제 한국 지부 사람들이야.”
“알았다.”
그렇게 리진수가 리수진 덕분에 아주 편하게 크레이지 래빗을 잡는 동안 토끼 굴에 들어갔던 유신은 매몰되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크아아악!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