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150화 (150/300)

150화_제이미 레스넌(3)

유신과 로브인들의 대치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 검을 휘둘렀던 로브인이 재차 유신에게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정황상 이들은 테러범과 한편일 것이다.

그래서 유신은 정보를 알기 위해 살수를 자제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퍼억

포스를 가득 담은 주먹이 상대의 검과 부딪혔다.

검은 산산조각이 났고, 조각들이 상대의 전신에 틀어박혔다.

“크어어억.”

동료가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고, 뒤에서 구경만 하던 놈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그때 맨 뒤에 있던 왜소한 체구의 로브인이 유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죽여라!”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흔한 기합도 넣지 않고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아공간에서 검을 빼 들고는 맞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유신을 확실히 죽이고자 하는지, 급소만을 노렸다.

하지만, 실력의 격차가 확연하게 보였다.

유신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로브인들이 한 명씩 쓰러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체구가 작은 로브인만 남게 됐다.

“왜 매번 너처럼 우두머리는 뒤에 있고, 부하들한테 공격 지시만 내리는 거지? 리더가 솔선수범해야지.”

“흥! 기고만장하군. 그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두고 보마. 일어나라!”

우두머리의 외침에 쓰러졌던 적들이 몸을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에게 무기를 겨눴다.

분명 적들이 뼈가 부러진 걸 이 손끝의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뭐야? 좀비도 아니고?”

처음 겪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때, 적들이 유신에게 쇄도했다.

일단 유신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격하기보다는 회피하며 적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정말 적들이 언데드가 되었다면, 더 이상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혹시 몰라 유신은 권풍을 날려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의 머리 부분을 뒤로 날렸다.

“뭐야?”

로브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나머지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들은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얼굴은 울상인데, 몸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유신은 무기를 휘두르는 로브인들을 파리 날리듯 날려서 벽에 부딪히게 했다.

체구가 작은 우두머리와 유신 사이에 길이 생겨났다.

앞으로 뛰어든 유신은 검에 오러를 생성해서는 그대로 휘둘렀다.

서걱

너무나 손쉽게 우두머리의 몸이 갈라졌다.

하지만, 인형이 된 다른 로브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표정을 다시 본 유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죽여달라는 겁니까?”

로브인 중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의 고개가 미미하게 끄떡여졌다.

고통 때문에 움직인 것일 수도 있었다.

“고통 없이 끝내 드리겠습니다.”

유신은 오러를 일으켜서 그대로 날렸다.

그들이 죽기 직전 행복했는지 아니면 죽기 싫어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게 하면서 편하게 눈을 감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죽은 이들에 대해서 짧게 애도하고 있을 때였다.

콰콰쾅

제이미와 소피가 있던 곳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유신은 급하게 창문 턱을 밟고 앞으로 쏘아졌다.

날아가면서 바라보니, 로브인들이 그녀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무작정 오러를 날려 보냈다.

서걱

콰콰콰콰콰쾅

오러가 적들을 절단하고, 땅에 부딪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유신은 그사이에 그녀들 앞에 내려섰다.

“괜찮으세요?”

하지만, 제이미와 소피는 유신을 보자마자 공격부터 퍼부었다.

“흩뜨려지는 안개.”

사복검이 유신의 주위를 감싸더니 그대로 발톱을 드러냈다.

유신은 다가오는 사복검을 쳐내니, 검날과 검끝이 집요하게 쫓아왔다.

이대로는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복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높이 점프했다.

“썬더 스피어!”

공중에 뜬 상태에서 소피의 마법이 날아왔다.

발 디딜 곳이 없기에 회피할 수도 없어서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프스스스

오러가 깃든 검은 썬더 스피어를 소멸시켰다.

그렇게 땅에 내려서자, 언론에서 보던 에메랄드빛 긴 머리의 제이미가 사복검을 뒤로 당겨서는 내지를 준비를 했다.

“아니. 대체 저는 왜 공격하시는 거예요?”

유신의 질문에 제이미는 사복검을 앞으로 내뻗는 걸로 답했다.

“꿰뚫는 장미!”

일직선으로 찔러오는 사복검을 유신은 상체만 옆으로 틀어서 피했다.

그때 유신은 제이미의 뒤로 쌍검을 든 로브인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그곳으로 오러를 날렸다.

“숙여요!”

제이미는 유신의 말을 듣지 않고, 사복검으로 유신의 오러를 막으려고 할 때, 소피가 몸을 날려 제이미를 넘어뜨렸다.

서걱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제이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쌍검을 든 자가 상하체가 양분되어 죽어있었다.

콰앙

유신이 있던 곳에 굉음이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건틀릿을 낀 사내와 유신이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제이미는 그 모습을 보고 유신이 연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유신을 의심했다.

소피의 실드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는데, 유신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거기다가 위기의 순간 타이밍 맞게 나타난 것도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두 번이나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줬다.

“대체 정체가 뭐지? 소피는 어떻게 생각해?”

“난 아직도 의심스러워.”

“뭐가 가장 의심스러운데?”

“나이.”

“나이?”

“응. 고작 우리보다 1살 많을 뿐이야. 그런데, 우리보다 강하다고?”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유신은 한국 지부 소속이 아니라, 교황청 소속이잖아. 교황청에서 키우는 비밀 무기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제이미는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생각하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이, 유신은 건틀릿 사내의 사지를 부러뜨려서 확실히 제압했다.

“대체 너희 정체가 뭐야? 제이미씨와 소피씨는 왜 노린 거고?”

“크크…쿨럭. 내가 그걸 말할 것 같나?”

“말 안 하면 안 될걸?”

유신은 아공간에서 능력억제 수갑을 꺼내서는 건틀릿 사내를 구속한 후, 그녀들을 바라봤다.

“이제 공격 안 하실 거죠?”

“상황 봐서요.”

“아니. 대체 왜요? 제가 뭘 잘못이라도 했어요? 혹시…제가 이놈들이랑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차차 밝혀지겠죠.”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에 유신이 뚱한 표정을 짓고는 제이미를 바라봤다.

그렇게 유신이 뚫어져라 바라보자, 제이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시죠?”

“예뼈서요.”

“네?”

“아까도 예뻤지만, 지금이 더 예뻐서요.”

유신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제이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평소에도 사람들에게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기는 한다.

그렇지만, 자신 또래의 남성에게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스본 레스넌이다.

그의 외동딸인 자신에게 함부로 작업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담이 큰 남자는 없었다.

“그런데 기동대는 왜 이렇게 안 올까요? 일단 제가 선 신고부터 할게요. 그렇게 해도 되죠?”

유신의 질문에 제이미가 의문을 표했다.

“그걸 꼭 물어봐야 해요?”

“네. 한국에 몰래 들어왔잖아요.”

“제 신분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랍니다. 그냥 신고하세요.”

“그렇군요. 그럼 잠시.”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려던 유신은 다시 집어넣고는 내려놨던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적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제이미와 소피는 전투의 흔적만 남은 교차로에서 갑자기 유신의 외침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잿빛의 로브인 백여 명이 그들을 포위했다.

유신은 바닥에 누워 있는 건틀릿의 사내를 뻥 차서 멀리 날려버리고는 로브인들을 바라보며 제이미와 소피에게 말했다.

“잠깐만 눈을 감고 있을 수 있으세요?”

“전투 중에 눈을 감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잔인할 수 있습니다.”

“흥! 저 또한 한 명의 헌터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이미는 품에서 보라색 보석을 꺼내더니, 부숴버렸다.

이내 보석은 가루가 되더니, 환하게 빛나고는 사라졌다.

“지원군을 불렀어요.”

유신은 제이미가 뭘한 건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미가 활동하는 미국과 한국의 거리는 지구 반대편이었다.

지원군이 언제 올지 모르기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그실.”

그녀들 주위로 반투명한 방어막이 생성됐다.

“1분간 유지되는 방어막입니다. 딱 그 시간만 눈을 감아주세요. 그럼.”

그렇게 말한 유신은 잿빛의 로브인들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그녀들은 재빠르게 달려가는 유신을 바라보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소피는 상대들을 노려보며 캐스팅에 들어갔고, 제이미는 사복검을 최대한 길게 풀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행동이 이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금방 알게 됐다.

콰르르릉

유신이 들고 있는 검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환한 빛을 뿜어내는 오러가 생성됐다.

눈이 부신 정도로 밝게 빛나는 오러는 이내 잿빛의 로브인들에게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폭발과 전투로 인해 부서졌던 교차로에 이내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여파로 주위에 있던 절반에 달하는 로브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이미와 소피를 방어해주던 유신의 그레이트 실드도 그 여파에 흔들리고 금이 갔을 정도였다.

“소피…저게 검 한 자루로 가능해? 마…마법은 아니겠지?”

“마…마법이라고 저렇게 쉽게 저 정도의 파괴력은 나오는 게 아니야. 최소 6서클은 돼야 가능해.”

소피도 어느 순간부터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진행하던 캐스팅도 멈춘 채 유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두 여성이 유신에게 놀라고 있을 때였다.

여파만으로 피해 입은 로브인들에게 유신이 재차 달려들었다.

서걱

오러를 사용해, 살아남은 적들의 사지를 잘라버리는 과감함에 제이미와 소피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고개를 돌리거나, 유신이 말한 대로 눈을 감지는 않았다.

지금 앞에서 진행되는 전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들에게 많은 공부가 되기 때문이었다.

솨아아아악

어느새 1분이 지났는지, 금이 잔뜩 간 그레이트 실드가 사라졌다.

그러자, 기회를 엿보던 로브인들이 그녀들에게 달려들었다.

뒤늦게 깨달은 제이미와 소피가 방어를 준비할 때였다.

“그실.”

유신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그레이트 실드가 그녀들을 보호했다.

그리고는 주위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서는 그녀들에게 다가간 로브인들에게 던졌다.

콰아앙

고작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였다.

그런데, 돌멩이에 얻어맞은 로브인들은 가슴에 크게 구멍이 뚫렸다.

유신의 손을 거치자, 돌멩이가 대포의 위력을 냈다.

그렇게 유신은 제이미와 소피를 보호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격을 귀신처럼 움직여 회피하고는 상대의 목숨을 취했다.

그렇게 유신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소피가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제이미. 저 남자 그러니까 유신을 의심하는 건 버려야 할 것 같아.”

“응? 소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의심스럽다고 했잖아.”

“응 맞아. 솔직히 지금도 의심스럽기는 해. 그런데, 저렇게 강한 무력을 가진 사람이 고작 첩자 노릇을 한다고? 그건 아닌 것 같아.”

어떤 식으로든 해명하기 힘든 소피의 의심을 오직 무력 하나로 해결한 유신은 대검을 든 잿빛의 로브인과 대치하고 있었다.

백여 명의 로브인 중 아직 살아있는 유일한 로브인이었지만, 유신은 무심히 오러를 휘둘렀다.

서걱

시원하게 사내의 목을 날려버린 유신이 길게 숨을 내쉬고는 제이미와 소피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녀들에게 다가갈 때였다.

챙그랑

하늘 위에 금이 가더니 깨져나가면서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거대한 덩치에 중무장한 사자머리의 아스본 레스너가 나타났다.

아스본은 주위를 한 번 훑어보더니, 자신의 딸과 소피에게 다가오는 유신을 보고는 이를 드러냈다.

“네놈이 하유신이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