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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46화 (146/300)

146화_유신 대 카리취(2)

실험체 28호의 담당자는 무너진 건물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의 상사인 도미니크의 목표는 오크 로드를 통해 아시아를 뒤흔드는 게 목적이었다.

“21전투단 연락 바란다. 21전투단!”

오크 로드에게 투약하러 갔던 21전투단이 연락이 되지 않고, 오크 로드의 생사까지 알 수 없게 됐다.

담당자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쿠르릉 콰앙

그때, 무너졌던 건물의 한 부분이 터져나가며, 이마 정중앙에 거대한 외뿔의 보라색 피부의 괴물이 일어났다.

***

“취이이익! 카리취 아프다! 인간 죽인다!”

건물이 무너져 내릴 때 카리취는 죽음을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은 약했지만, 생존 본능은 그 어떤 오크보다 강했다.

그리고 이내 살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꿀꺽

허리춤에 놔둔 보라색 약을 꺼내서 그대로 삼켰다.

약효는 바로 발휘됐다.

근육이 맥동하듯이 펌핑되면서, 이마 정중앙에 뿔이 솟아나고 어금니는 샤벨 타이거처럼 더욱 거대해졌다.

그렇게 카리취는 한층 진화했다.

“크아아아아앙~!”

괴물이 된 카리취의 괴성에 파장이 일어났고, 그 파장만으로 건물 잔해는 날아갔다.

건물이 무너지고 시끄러운 상황에서 주위에 있던 오크들이 나타났다.

카리취는 주위에 있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난 이제부터 오크 킹이다!”

오크 특유의 콧소리가 없이 말을 내뱉었고, 오크들은 카리취를 보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때 카리취가 한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도미니크의 수하이자, 28호 실험체 카리취의 담당자 인간이 있었다.

‘설마 이 거리에서 날 본 건 아니겠지?’

담당자는 1km나 떨어진 곳에 숨어 있어서 카리취가 자신을 발견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몸을 숨기고, 능력을 사용해 최대한 기척을 숨겼다.

“인간이 여기 있었군.”

서슬 퍼런 목소리가 담당자의 등 뒤에서 들려왔고, 담당자는 등이 축축하게 젖을 만큼 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봤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카리취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어떻…”

퍼억

담당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카리취가 주먹을 내질러 담당자의 얼굴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 죽인다. 크아아앙!”

떨어지는 뇌수를 보며 카리취가 괴성을 지르고 있을 때였다.

무너진 건물이 꿀렁이기 시작하더니 블랙홀처럼 주위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콰다다다당

한참 그렇게 무너진 건물을 흡수하던 블랙홀이 갑자기 멈췄다.

그러더니 황금빛과 푸른빛을 뿜어냈다.

그렇게 빛이 가라앉자, 거기에서 멀쩡한 유신이 서 있었다.

유신은 저 멀리 떨어진 카리취를 보며 오른손을 들어 까딱였다.

“거기서 뭐 해? 덤벼.”

“크아아앙”

도발에 화가 난 카리취는 크게 괴성을 내지르더니 순식간에 유신에게 쏘아졌다.

다가오는 카리취를 본 유신은 피식 웃더니 카리취가 주먹을 내뻗는 타이밍에 맞게 높게 점프했다.

콰앙

카리취가 애꿎은 땅을 가격할 때 공중에 뜬 유신이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결자해지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건물 잔해가 카리취를 덮쳤지만, 살짝 인상을 찡그린 카리취가 가슴을 부풀려서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앙!!”

괴성의 파장은 잔해를 다시 비산하게 만들었다.

사방으로 퍼진 잔해 때문에 다시 한번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주위에 있던 오크들은 잔해를 피하기 위해 놀란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신은 어느새 바닥에 내려선 후, 앞으로 쏘아졌다.

번쩍

먼지구름 사이를 뚫고 유신이 카리취를 향해 오러를 휘둘렀다.

촤아악

건물 잔해에 정신이 팔려있던 카리취의 가슴이 오러에 길게 베어졌다.

유신은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앞으로 달려들며 재차 오러를 휘둘렀다.

카리취는 균형 감각을 잃어 제대로 막지 못했고, 그렇게 잔상처가 쌓여갔다.

하지만, 카리취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본능적으로 땅에 발 하나를 박아넣었다.

콰직

그렇게 균형 감각을 찾은 후에 다가오는 유신을 향해 박아넣은 발을 앞차기 하듯 들어 올렸다.

그렇게 카리취는 파편에 기운을 담아 유신에게 쏘아 보냈다.

유신은 피할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앞으로 다가갔다.

‘그실’

빠르게 다가오던 파편은 그레이트 실드에 막혀, 부서졌다.

그 상태에서 유신은 오른쪽 하단에서 상단으로 오러를 휘둘렀고, 카리취는 유신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동귀어진이 될 상황에서 유신은 그레이트 실드를 믿었다.

촤아악

콰아앙 파칭

퍼억

유신의 오러가 카리취의 상체를 베어냈지만, 그레이트 실드는 카리취의 주먹을 온전히 막지 못했다.

“우웩~”

가슴을 적중당한 유신이 한차례 피를 뿜어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본인이 휘두른 오러 때문에 카리취의 공격이 한차례 꺾였고, 그레이트 실드가 위력을 감소시켰다.

그래도 카리취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찢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전투 슈트가 마지막 빛을 발하며, 카리취의 기운을 상쇄했다.

이 모든 것 중에 단 하나라도 없었다면, 유신의 가슴에는 크게 구멍이 뚫려 있었을 거다.

“크윽…”

“아드득…”

유신과 카리취는 이를 갈며, 서로를 노려봤다.

경지가 일정 이상에 오르게 되면 승부는 길게 가지 않고 단 한 수에 결정 지어진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신도 카리취도 결판을 짓지 못했다.

유신의 몸속에서는 카리취의 기운이 요동쳤고, 카리취의 몸속에서는 유신의 포스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으드득! 인간! 쉽게 죽이지 않겠다.”

이를 갈던 카리취의 살심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자, 마기가 들끓더니 몸속에서 난동을 부리던 포스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유신도 마찬가지였다.

성녀의 축복이 깃든 포션의 신성력과 람의 의지. 그리고 도깨비의 축복이 마기를 순식간에 밀어냈다.

콰앙

어느새 일부 회복한 유신과 카리취가 다시 맞붙었다.

유신의 오러와 카리취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서로 맞붙고, 떨어지기를 수차례.

“크윽…”

유신은 저절로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애써 아닌 척 노력해왔지만, 힘이 부족했다.

정확히는 일격 일격을 부딪칠 때마다, 그 여파가 몸에 쌓여갔다.

그에 반해 카리취는 내장이 보일 정도의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게 보였다.

‘장기전은 내가 불리하다.’

다가오는 카리취를 대각선으로 피하며 유신이 오러를 넓게 뿌렸다.

카리취는 유신의 오러를 일일이 부수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까지 계속 공격적으로 나왔던 카리취의 패턴이 바뀌었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손쉽게 유신을 이길 수 있다고 카리취가 판단한 것이다.

“인간! 내가 말했지. 쉽게 죽이지 않겠다고.”

“그래. 나는 고통 없이 죽여줄게. 그런데, 이거 하나는 기억해. 하유신. 바로 널 죽일 사람의 이름이야!”

검을 상단세로 올린 유신이 카리취를 쏘아보며 곱씹듯 말했다.

카리취는 그 모습에 한껏 비아냥거리려다가 말았다.

자신은 인간이 준 약을 먹고 급속하게 강해졌다.

하지만, 자신의 본질은 형제 중 가장 약하게 태어났고, 한 명의 오크로 대우받지 못했을 때도 전사를 꿈꿨었다.

지금 하유신은 그때의 그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나는 오크킹 카리취다. 모든 인간을 죽일 오크다!”

호기롭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유신을 쏘아봤다.

그러자, 유신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이다. 오크 킹을 죽일 사내지.”

말을 끝낸, 유신은 검을 더욱 꽉 쥐었다.

사실 유신 입장에서는 카리취에게 이름을 밝히며 대화를 이어 갈 필요가 없었다.

이미 마기에 오염된 카리취를 오크 킹. 아니, 오크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마지막 한 수를 위해 기운을 모을 시간이 필요했다.

‘유성 찌르기의 극점에 일점술의 묘리를 섞자.’

유신은 피부에 포스가 아닌 오러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발바닥에 한계 이상의 오러를 모았다.

이 모든 과정은 카리취에게 격식을 차리면서 준비했다.

솔직히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기술이라서 불안감도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착을 짓자. 카리취.”

“좋다. 하유신.”

유신이 오러를 한계까지 압축했다.

카리취가 온몸으로 이글이글 불타는 거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저건 무의미한 기운의 낭비다.’

기운이 불타오르는 카리취를 최대한 무시하며, 유신은 마음을 다잡았다.

콰직

파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각을 밟고는 앞으로 쏘아졌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지나쳤다.

유신의 검은 오러와 함께 빛이 되어 산화했고, 카리취는 주먹을 내뻗은 상태에서 굳었다.

그리고 한동안 정적은 계속됐다.

“우웩~”

끊임없는 정적을 유신이 피를 토하며 깨뜨렸다.

내상으로 인해 피를 토한 유신이 카리취를 바라봤다.

카리취의 가슴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ㅊ…취이…익……”

힘들게 콧소리를 내뱉은 카리취는 그 상태에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무리 마기의 힘을 빌었지만, 지구상에 두 번째로 등장한 오크 로드이자, 처음 탄생한 오크 킹은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후우 후욱 우에엑~”

카리취가 쓰러진 모습을 보고, 긴장이 풀린 유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한번 피를 쏟아냈다.

마지막에 자신의 검이 조금 더 빨라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지금 몸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것은 카리취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거다.

그렇다고 자신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덜덜덜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고, 근육은 비명을 질렀다.

차고 넘치던 포스는 방금 한 번의 공격으로 텅텅 비었다.

탈력감까지 느껴졌지만, 카리취를 이겼다는 성취감이 더욱 컸다.

“취익. 취이익.”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카리취는 죽였지만, 아직 주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오크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로드이자, 킹이 죽었는데도, 두려운 얼굴보다는 흉흉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그래. 날 죽이면 그게 차기 오크 로드이고, 학살자를 죽였다는 명예까지 얻겠지.”

떨리는 몸을 최대한 붙잡으며, 유신이 아공간에서 검을 소환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아공간 주머니와 팔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리취에게 한순간의 틈을 만들기 위해 건물 파편을 쏟아부을 때, 다른 물건들도 함께 떨어뜨린 거였다.

혹시나 파편이 있는 곳을 바라봤지만, 보이는 것은 구부러진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뿐이었다.

“제길…정말 여기가 무덤이 될 수도 있겠군.”

유신은 오크들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다가갔다.

아무리 유신이 지쳤다고 하지만, 오크들에게 유신은 로드를 죽이고, 학살자로 불리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오크들은 매서운 기세와 다르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오크의 팔목을 잡은 유신은 지렛대 원리와 몸무게를 실어서 팔목을 그대로 꺾었다.

우드득

그렇게 팔을 부러뜨려서 오크가 쥐고 있던 글레이브를 빼앗았다.

유신은 글레이브를 오크들에게 휘둘렀다.

촤아아악

자신의 글레이브에 목이 베인 오크는 분수처럼 피를 뿜어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유신이 온몸으로 다시 한번 오크의 피를 받았다.

그 상태에서 글레이브를 돌려서 주위에 있던 오크들을 상처 주고 물러나게 했다.

“하아 하악 날 죽이고 싶다면, 하악… 똑같이 목숨을 걸어라.”

오직 기세 하나로 오크들을 제압했던 유신의 말에 오크들은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유신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슬금슬금 기회를 엿보던 오크들이 갑자기 괴성을 내 질렀다.

“취이이이익!!”

그러더니 한 번에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죽더라도, 한 마리의 오크를 더 죽이기 위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오크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지만, 포스가 담기지 않는 공격은 파괴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다친 오크는 있지만, 죽은 오크들의 수가 적었다.

그 모습에 오크들이 더욱 활개 치며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하아 하악…”

얼마나 오크를 베었는지 모를 정도로 유신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때 유신의 사각에 있던 오크가 유신에게 글레이브를 찔러넣었다.

유신은 글레이브에 찔릴 위기에 놓였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콰쾅

화르륵~

푸른 불꽃과 함께 유신을 공격하던 오크가 뒤로 튕기며 불타올랐다.

“하악…아람이야?”

“유신. 이 대도깨비 출신 아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헤…진짜 고마워 그런데…미안… 나 조금만 쉴 게 잠깐만 오크들 좀 막….”

유신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글레이브를 놓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아람은 탈진해서 기절한 유신을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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