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_치열한 공성전(2)
-지금이다!
볼뜨의 텔레파시에 성벽에 있던 작은 구멍 사이로 총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쉼 없이 발사됐다.
두두두두두두
한바탕 쏟아진 총격에 성벽을 오르던 오크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오크들의 사체가 쌓여 갈 때 몇몇 인원들이 성벽 밑으로 기름을 부었다.
그다음 화염술사들의 손에 불꽃이 맺히고는 그대로 발사됐다.
콰콰쾅~
화르르륵
오크 사체가 타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인상을 구겼지만, 화염벽이 생겨나 몽골인들은 아주 잠깐 숨 돌릴 틈이 생겨났다.
-마정석. 빨리 마정석!
기마부대에 몇 없는 포스 능력자들이 최하급 마정석 하나에 포스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유신은 홀로 중급 마정석 하나를 붉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기마부대원은 다섯이 모여야 겨우 최하급 마정석 하나를 붉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각성 된 마정석을 마정석이 가득 든 주머니에 넣고는 그대로 화염벽 뒤에 있는 오크들에게 던졌다.
퍼어엉
콰콰쾅
마정석을 활용해, 수류탄을 만드는 방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었다.
당연하게도 볼뜨도 이 방법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네르구이를 통해서 유신이 기습 작전에서 사용했다고 하기에 볼뜨도 시도했고,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하나의 마정석을 각성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포스를 소모해야 했다.
-전군. 정비.
지쳐 앉아 있던 인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마부대원들은 다음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물자를 확인하고, 공격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치이이익
최소 한 시간은 활활 타오를 것 같았던, 화염이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방어를 펼쳐라!!”
-방어 마법!!
네르구이의 사자후와 같은 목소리와 볼뜨의 텔레파시가 동시에 성안을 울렸다.
사자후에 정신을 차린 기마부대원들이 방패를 앞으로 세웠다.
후방에 빠져있던 능력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좋은 방어 능력을 펼쳤다.
쾅쾅
콰아앙
늦지 않게 펼친 방어 능력들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깨져나갔다.
방어 능력이 사라지자, 처음으로 사상자가 생겨났다.
그렇다고 기마부대원들이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두두두두두
쾅 쾅 쾅
콰아아앙
총열이 가열되고, 실탄이 떨어질 때까지 총을 쏘고, 몸속 포스를 쥐어짜고는 마정석을 투척했다.
그렇게 성벽을 사이에 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공성전이 재개됐다.
“이상해.”
“네?”
망루에서 전장의 흐름을 파악하던 볼뜨가 혼잣말을 내뱉자, 부관이 깜짝 놀라 반문했다.
하지만, 볼뜨는 답을 해주지 않고 그저 전장을 살펴볼 뿐이었다.
-네르구이님. 잠깐 망루로 와주십시오.
개인 텔레파시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르구이가 망루로 올라왔다.
“무슨 일인가?”
“좀 걸리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지정해주는 곳으로 발리스타를 발사해주십시오.”
“흠… 알겠네.”
“우선 저쪽입니다.”
볼뜨가 가리킨 곳은 좌측에 있는 공터였다.
왜 공터에 발리스타를 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따로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발리스타.”
발리스타가 공터로 날아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던, 공터에서 불꽃이 날아와 발리스타를 격추했다.
“응? 저게 뭐지?”
“저기에 있는 자들이 우리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킨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누군가 우리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자네는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건가?”
“별거 아닙니다. 지금 밖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오크가 가득한데, 저곳만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간단한 이유였지만, 그걸 또 실행에 옮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
기대감을 품고 네르구이가 물었지만, 볼뜨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저 목숨을 걸고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군.”
“…죄송합니다. 그렇습니다.”
“알겠네. 그럼 잠깐 망루를 빌리도록 하겠네.”
“네.”
네르구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3개의 화살을 시위에 걸고는 그대로 발사했다.
“발리스타.”
하늘 높이 올라간 화살들은 공중에서 거대 발리스타로 변한 후, 오크들에게 떨어졌다.
콰콰쾅
조준이 필요 없었다.
발리스타가 떨어져 빈공간을 만들면, 새로운 오크들이 또 그 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쉴새 없이 발리스타를 발사하고 있을 때, 수상한 공간에서 무언가 날아와 발리스타를 공중에서 격추했다.
“적극적인 공격은 하지 않고, 오크들이 큰 피해를 받지 못하게 하는군. 볼뜨. 내가 저들을 공격해도 되겠나?”
볼뜨는 고개를 가로젓고 싶었다.
지금 저들 때문에 많은 작전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지금은 오크들이 더 문제였다.
그래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저들이 계속 방해한다면, 안 그래도 낮은 승산이 없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탁드립니다.”
“맡겨주게.”
네르구이는 강철로 이루어진 화살을 하나 꺼내고는 공터를 향해 날렸다.
그리고 화살이 공터에 도착하기 직전에야 능력을 사용했다.
“발리스타!”
갑자기 날아온 화살이 발리스타로 변하자, 상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가 있던 곳이 발리스타와 부딪히자, 물결무늬의 파장을 형성했다.
지이이잉
그사이에 새로운 화살을 장전한 네르구이가 연달아 화살을 발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리스타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일반 화살이었다.
그렇게 일반 화살과 발리스타를 섞어가며, 수상한 공간을 공격했다.
상대의 성질을 너무 건들었던 걸까?
수상한 공간에서 거대한 불꽃이 망루를 향해 쏘아졌다.
“발리스타. 발리스타. 발리스타.”
연달아 발리스타로 불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불꽃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피해라.”
네르구이는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망루에서 뛰어내렸다.
그 뒤로 볼뜨와 부관도 망루에서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레이트 울프가 네르구이와 볼뜨 그리고 부관까지 모두 받아내고는 빠르게 성벽으로 뛰었다.
콰콰쾅
불꽃에 적중된 망루가 활활 타올랐다.
그 사이 네르구이는 홀로 다른 망루로 향한 후, 다시 고집스럽게 공간을 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불꽃이 날아왔고, 이번에는 불꽃을 격추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망루를 벗어났다.
“놈들도 이제 슬슬 열이 받는 모양이군.”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의 도움으로 빠르게 다른 망루에 올라왔다.
이번에는 화살을 시위에 걸기 전에 불꽃이 날아왔다.
“너무 성질을 긁었군.”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네르구이는 웃었다.
그리고, 화살 세 개를 시위에 걸고는 오크들을 향해 발사했다.
콰콰쾅
네르구이의 발리스타만 신경 쓰느라 오크들의 방어를 막아주는 게 늦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예전에 한 할머니가 차에 깔린 손주를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차를 들었다는 해외토픽 기사가 있었다.
즉, 인간은 극한의 상황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간혹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오늘 몽골의 기마부대도 한계 이상의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인간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물건까지 그러지는 못했다.
티잉
하루 종일 지속된 싸움에 활줄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활줄이 끊어진 기마부대는 활대와 소지하고 있는 무기로 오크들을 공격했다.
콰직
활대도 부러지고, 검과 도가 부러지자, 그들은 주먹을 쥐고, 또는 죽은 동료의 무기를 들고 싸웠다.
성벽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지만, 수적 열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모두 도심지로 후퇴해라!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볼뜨가 후퇴 명령을 내렸다.
기마부대는 훈련된 방법대로 차근차근 도심지로 후퇴를 거듭했다.
마지막까지 성벽에 남은 사람은 한 명의 천인장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벽에 고립되었다.
“겁먹지 말아라.”
성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우리는 몽골의 자부심이다!”
외침과 함께 성벽이 폭발하며 무너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멀리서 성벽 폭파 스위치를 누른 볼뜨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오크들이 더는 전진하지 못하도록 여기서 게릴라 작전을 시행한다.
명령을 받은 기마부대원들은 건물 안으로 숨어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결사항전을 준비했다.
다그닥 다그닥
그때였다.
도심지 공터에서 약 300명의 인원이 말을 타고는 정렬했다.
선두에는 천인장 바타르가 만곡도를 꺼내 들었다.
“와라! 오크들아!”
바타르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부대원들도 만곡도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바로 몽골의 전사다!”
사자후를 뿜어내듯 외친 바타르와 그의 천인대는 오크들을 향해 달렸다.
오크들은 아직 성벽이 무너진 것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돌격한 바타르 부대는 한순간 오크들을 돌파한 후,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승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들은 오크들에게 한 명씩 죽어 나갔다.
촤아아악
맨 앞에 있는 바타르의 만곡도에서 검기가 피어올라 오크들을 도륙했지만, 그게 그렇게 길게 가지는 못했다.
하루 종일 오크들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돌격까지 하느라 이미 예전에 능력을 다 써버렸다.
지금 바타르는 눈, 귀, 코, 입에서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나왔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동료가 버티기 위해, 선천진기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거였다.
팅
그렇다가 어느 순간 바타르의 검이 막혔다.
어느새 바타르 주위에는 오크 전사들이 둘러싸고, 부하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크 전사들은 바타르의 검이 멈추자마자, 그대로 자신들의 무기를 바타르의 몸에 쑤셔 넣었다.
푹푹푹푹푹
검이 몸에 박힌 상황에서 바타르는 만곡도를 휘둘러 앞에 있는 오크 전사의 목을 날렸다.
그리고,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오크 전사들을 노려봤다.
그렇게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이 되었다.
오크 전사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한 오크 전사가 용기를 내서는 바타르의 몸에 무기를 박아넣었다.
털썩
바타르는 아무런 힘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이미 마지막 일격을 가했을 때 바타르의 생명은 끝나 있었다.
그렇게 바타르는 명예롭게 그리고 오크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목숨을 잃었다.
볼뜨는 바타르의 죽음을 몰래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다.
-나의 가장 친한 친우이자, 라이벌인 바타르는 명예롭게 죽었다. 하지만, 다른 전사들은 자중해라. 명예롭게 죽는 건 전사로서 최고의 모습이지만, 우리는 오크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 도시의 시민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게 목적이다.
몇몇 전사들이 바타르의 모습에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볼뜨의 텔레파시에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해가 기울어지고 어둠이 몰려올 때, 몽골의 전사들은 도시의 건물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
볼뜨는 검은 야행복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빌딩 천장 속 환풍구에 몸을 숨겼다.
그가 멀리서 오크들을 바라보니, 아직도 전쟁의 흥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취익 취익 취이이익!”
오크들이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더니, 흥분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오크들이 흥분을 손쉽게 가라앉힌 것인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몸을 제대로 숨길 차례였다.
그렇게 달빛도 가려질 정도로 밤이 어두워지자, 오크들도 수색을 포기하고는 대부분 잠에 빠져들었다.
“푸르르 취익 푸르르 취익.”
오크들이 코까지 골아가며 잠이 든 모습을 확인한 볼뜨는 조심히 다가간 후 오크의 목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커컥.”
자신의 목에 단검이 박히자, 잠을 자던 오크가 눈을 뜨고, 난리를 치려고 했지만, 이내 가래 끓는 소리만 내뱉다가 목숨을 잃었다.
“허억 허억.”
볼뜨는 거친 숨을 내뱉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때였다.
피이이이이융 펑!
하늘 위로 불꽃 마법이 펼쳐졌다.
다행히 볼뜨는 그 전에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다른 곳에 있던 동료들이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취이이이이익!!”
분노한 오크들은 발견한 동료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이내 다시 어둠은 찾아왔다.
볼뜨는 동료가 죽은 모습을 보며, 손을 꽉 쥐며, 생각에 빠졌다.
여기서 암살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계속 속행할 것인가?하지만, 오크들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에서 깨어난 오크들이 도시로 퍼져나가며 수색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볼뜨가 이를 악물며 텔레파시로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오크들의 수색이 시작됐다. 지금부터 최후의 작전을 시작하겠다. 모두 벙커 반대편으로 이동 후, 미끼가 되도록……미안하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볼뜨가 제일 먼저 미끼가 되기 위해 건물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였다.
콰콰쾅!!
벙커가 있던 방향에서 하얀빛이 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