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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43화 (143/300)

143화_치열한 공성전(1)

수수께끼의 사내 도미니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유롭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오페라를 듣고 있었다.

삐---

도미니크는 아침부터 자신의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통신기의 신호음에 와락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거칠게 음악을 끈 후 핑거 스냅을 했다.

따악

“무슨 일인데, 제 취미 생활을 방해하는 거죠?”

-죄송합니다. 도미니크님.

“빨리 용건만 말하세요.”

-저번에 말했던 실험체 28호가 두 번째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몬스터 주제에 별에 별짓을 다하는군요. 오크 로드 담당 요원은 어떻게 됐죠?”

-사망 확인됐습니다.

“오크 로드에게 죽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 도미니크가 혼잣말하듯 말을 내뱉었다.

“쓸모가 없군요. 쓸모가.”

-죄송합니다.

“그걸 보고하려고 제 취미를 방해하지는 않았겠죠?‘

-네. 보고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몽골이 현재 5일 동안 오크 군단의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도미니크는 이마를 찌푸리며, 에스프레소 잔을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대계에 변수가 많은 걸까요?”

-확인해본 결과 57호 실험체를 폐기하게 만든 교황청 소속의 인물이 나흘 동안 홀로 백만 오크를 막았습니다.

방금까지 짜증이 올라왔던 도미니크는 수하의 보고에 호기심이 올라왔다.

“대체 어떤 전략으로 막았던 거죠?”

-따로 전략은 없었고, 홀로 백만 오크와 싸웠습니다. 오크들 말로는 그 인물을 학살자라고 불렀습니다.

“오호~”

호기심이 동한 얼굴로 변한 도미니크가 턱을 쓰다듬었다.

자신에게 오크 로드를 죽이라고 하면 죽일 수 있었다.

물론 본인이 움직일 필요도 없이 부하들만 동원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백만 오크를 홀로 막으라고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갖고 싶어지는군요. 그에 대한 조사는 끝났나요?”

-네. 칼 제라니로 교황청 심판자 비토 제라니의 동생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칼 제라니도 심판자입니다.

“칼 제라니… 심판자라…”

-지금 바로 섭외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각에 빠진 도미니크는 에스프레소 잔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네요. 가질 수 없다면, 망가뜨려야죠. 제 20전투단과 21전투단을 지원하겠습니다. 중국의 도착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오크들의 진격을 도와주세요.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설마 실패하지는 않겠죠?”

-실망 시키지 않겠습니다.

“제 기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강제로라도 28호에게 투약하세요.”

“알겠습니다.”

통신이 끊기자, 도미니크는 에스프레소 찻잔을 들려다가 생각에 빠졌다.

“칼 제라니?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군. 대체 성녀 그년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

두근

두근 두근

병실에 누워 있는 유신의 심장이 한 번씩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심장을 중심으로 황금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근

두근 두근

이내 황금빛과 푸른빛이 서로 엉키더니, 이내 뒤섞였다.

그리고는 이내 유신의 심장에 다시 흡수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상황에 대해서 꿈에도 모르던 유신이 잠에서 깨어났다.

“으갸~ 아고고.”

유신은 길게 기지개만 했을 뿐인데,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근육통이 장난 아니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유신이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몸으로 바꿔주는 게 환골탈태다.

즉,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웬만큼 무리해도 근육통을 겪지는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 유신의 상태는 매우 좋지 못했다.

촤라라락

그때 커텐이 열리며 한 노인이 들어왔다.

“깨어나셨습니까?”

“누구세요? 여긴 어딘가요?”

“여기는 지하 벙커입니다.”

“네? 벙커요?”

유신이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노인은 품에서 편지를 꺼내 유신에게 건네줬다.

편지를 읽던 유신은 화가 난 듯 편지를 와락 구겨버렸다.

“출구는 어디입니까?”

출구부터 찾았지만, 이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노인이 재빨리 유신을 부축해줬다.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나갈 수도 없습니다.”

“일단 알려주세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신을 침대에 눕히기 위해 힘을 줬다.

하지만, 유신은 방금까지 누워있던 환자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노인의 완력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커텐을 열고 밖으로 났다.

그리고 몸이 굳어버렸다.

벙커 이곳저곳에서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이 도시의 시민들입니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편지의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네르구이님께서 칼님을 보필하라고 했습니다.”

유신은 잠시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일단…일단 출구까지만 알려주세요.”

노인은 말없이 유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는 앞장섰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강철문과 마주했다.

“여기가 유일한 출구입니다. 보시다시피 두께가 1M인 강철이 문 역할을 하고 있고, 안쪽은 손잡이를 부숴서 밖에서만 열 수 있습니다.”

강철문을 노려보던 유신은 그대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부터 절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유신이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노인이 유신에게 무릎을 꿇었다.

“…저희가 도울 일이라도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여기 벙커 안에 가만히 있기보다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잠깐 생각하던 유신은 노인에게 아공간 주머니를 건네줬다.

“그 안에는 몬스터의 사체가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제가 일어나기 전까지 모든 마정석을 찾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도움이 될까요?”

“네. 도움이 될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 말을 끝으로 유신은 눈을 감고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단전과 몸속에 가득했던 포스는 좁쌀만 한 크기만 유지되고 있었다.

유신은 그 작은 포스를 천천히 몸 안에서 돌리기 시작했다.

겨우 한 바퀴 돌리자, 포스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포스 회전에 속도를 가하기 시작했다.

유신은 노인이 건네준 편지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우리의 영웅이여. 미안하지만 그들을 지켜주게. 그리고 모든 전쟁이 끝나면 내 무덤에 술 한잔 부어주게. -네르구이]

결사의 각오를 한 네르구이의 편지에 유신은 최대한 빨리 포스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그렇게 유신이 포스 호흡법에 집중하고 있을 때, 노인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모두가 말없이 아공간에서 나온 몬스터 사체에서 마정석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

유신이 벙커에서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을 때, 네르구이는 성벽 위에서 오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크 대군의 수적 위용은 사람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가 시민들을 지켜줄 거라 믿어야겠네요.”

어느새 네르구이 옆에는 볼뜨가 다가와 말을 걸고 있었다.

네르구이는 볼뜨를 바라본 후, 다시 오크들의 동태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거야.”

“전쟁은 변수의 연속이니까요.”

“그래. 우리는 죽겠지만, 시민들은 목숨을 구하겠지.”

“우리가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그 확률은 올라가겠죠.”

“허허. 맞아.”

허탈한 듯 짧게 웃어 보인 네르구이가 다시 볼뜨를 바라봤다.

“전우들에게 내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나?”

볼뜨는 미소를 지으며 네르구이의 손을 잡았다.

“직접 하십시오. 우리의 지휘관은 언제나 네르구이님 뿐이니까요.”

“…고맙네.”

잠시 눈을 감은 네르구이는 생각을 정리한 후 눈을 떴다.

그에 맞춰 볼뜨가 능력을 사용했다.

-몽골의 자랑이자. 나의 자랑인 대기마부대여. 적들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우선 너희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 미안하다. 그런데, 말이다. 예전부터 너희들은 궁금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특별한 부대명이 없느냐고?

네르구이는 잠시 말을 멈춘 후, 전우들이자, 부하들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볼뜨의 손을 꽉 쥐고는 말을 이었다.

-바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예전 대몽골 제국을 세운 칸의 의지는 우리 자신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못난 지휘관을 만나 죽게 생겼지만, 웃으며 죽자.

-우리의 명예와 자부심을 챙기자!

-우리는 대몽골의 의지이자.

-칸의 후예다!

연설을 끝낸 네르구이가 볼뜨의 손을 놓고는 활을 꺼냈다.

그리고 그제야 기마부대원들은 하늘 높이 손을 들며 함성을 질렀다.

“우와와아아아아아~!!!”

성벽이 떠나가라 외치고 있을 때, 드디어 오크들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볼뜨! 망루로 올라가 지휘를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볼뜨가 재빨리 망루로 향했다.

그렇게 몽골의 기마부대가 심적으로 수성전 준비를 끝냈을 때, 오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진군하기 시작했다.

-쏴라!!

텔레파시를 통한 명령에 기마부대원들이 활을 들고는 오크들에게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기마부대원들은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다가오는 오크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처음에는 확실히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함을 느끼게 됐다.

“볼뜨님. 오크들이 이상합니다.”

부관이 궁사의 눈으로 오크들이 평소와 다르게 비척비척 걸어오자 볼뜨에게 말했다.

볼뜨는 궁사의 눈이 없어도, 오크들의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을 파악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크들은 다가오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제 1 작전지역으로 오크들이 들어왔습니다.”

부관에 말에 볼뜨는 순간적으로 갈등했다.

대규모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는 그 작전은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금만 대기한다.”

“…알겠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볼뜨가 명확한 작전을 주지 못했지만, 부관은 토를 달지는 않았다.

그만큼 볼뜨를 믿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오크들이 드디어 성벽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오크들이 왜 그렇게 힘없이 다가온 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크들이 중독되었군.”

“네. 칼 제라니님의 기습이 통한 것 같습니다.”

부관의 희망적인 말에도 볼뜨는 인상을 구길 뿐이었다.

“취이이이이익!!!!”

그때 오크 대군 후방에서 멀쩡한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볼뜨는 성벽을 기어오르는 오크들을 무시하고는 저 멀리에 있는 오크들이 작전지역에 들어오는 것만 유심히 바라봤다.

-지금이다!! 화염술사들은 작전을 개시하도록!

화염술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 트랩을 향해 불의 구체를 발사했다.

화르르륵

불의 구체가 오크들이 있는 곳에 작열하기 전이었다.

갑자기 공중에 방어막이 생성되며, 대부분의 불 공격을 막아냈다.

“볼뜨님. 시.실패입니다.”

부관의 호들갑에도 볼뜨는 흥분하지 않고, 재차 명령을 내렸다.

-화염술사들은 최대 출력으로 모든 원소력을 쏟아부어 주기 바란다.

명령이 있기 전부터 자신들의 능력이 오크들에게 막히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화염술사들은 준비된 능력을 사용했다.

처음보다 더욱 화려하고 강한 공격들이 오크가 있는 작전지역으로 날아갔다.

팡팡팡

대부분이 공중에 있는 방어막에 막혔지만, 몇몇 기술이 드디어 작전지역에 있는 마법 트랩을 맞췄다.

하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작 오크들에게 약간의 화염 타격만 줄 뿐이었다.

-대지술사 우선 토벽을 세워라.

볼뜨의 명령에 대지술사들이 능력을 사용했다.

잠깐 땅이 꿀렁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네르구이님. 뇌전술사!

네르구이의 발리스타는 목표지점에 꽂히기는 했다.

하지만, 뇌전술사의 번개의 힘이 사방으로 분산되어 사라질 뿐이었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볼뜨와 몽골인들이 대규모 타격을 주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동안 오크들은 동료의 시체를 밟고 성벽 위로 올라서기 직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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