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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39화 (139/300)

139화_전략(1)

볼뜨와 네르구이는 유신의 전투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유신이 위험하면 구할 준비를 끝내 났었다.

공중에서 떨어지던 유신은 역중력 마법을 시작으로 공중부양 마법이 펼쳐졌다.

그렇게 공중에 뜬 상황에서 염력의 힘으로 점점 성벽 쪽으로 이동했다.

“취이이익!!”

카리취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신을 끝장낼 수 있었는데, 놓치게 생겼다.

다른 누구보다 유신이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기에 카리취는 오크에게서 글레이브를 빼앗은 후 유신에게 집어 던졌다.

하지만, 카리취의 행동을 눈치챈 존재가 있었다.

“발리스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화살은 점점 거대해지더니, 카리취가 던진 글레이브와 부딪혔다.

콰콰쾅

공중에서 이동하던 유신이 폭발의 여파로 인해 잠깐 흔들렸지만, 그게 다였다.

안전하게 떠나는 유신은 오크 로드를 물리치지 못하고 이렇게 도망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이면 카리취가 기뻐할 것 같기에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그리고, 힘들게 오른손을 들어서 카리취를 향해 주먹 감자를 먹였다.

“다음에 보자.”

카리취는 유신의 주먹 감자가 욕인 것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유신의 말은 똑똑히 들렸다.

‘다음에 보자’ 이 말은 카리취의 피부에 소름이 돋게 했다.

유신을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 카리취는 주위에 있는 오크들의 글레이브를 무작정 계속 뺏으며 유신을 향해 던졌다.

대부분의 글레이브는 유신에게서 크게 빗나갔다.

그리고 간혹 유신를 맞출뻔했던 글레이브는 몽골 성벽에 있는 네르구이가 완벽히 막아주었다.

“취이이이익!!!”

화가 머리끝까지 난 카리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유신이 했던 대로 글레이브에 자신의 기운을 집중해서는 집어던졌다.

정확히 유신에게 날아간 글레이브였기에 이번에도 네르구이의 발리스타가 글레이브와 부딪혔다.

콰콰쾅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글레이브는 폭발을 뚫고, 유신의 마도구 전투 슈트에 구멍을 내며, 복부에 틀어박혔다.

유신은 자신의 복부에 있는 이물질을 한 번 바라보고는 카리취를 노려봤다.

서둘러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려고 했지만, 팔을 들 힘도 없어졌고,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췩췩췩췩췩.”

의식이 끊기기 전 유신이 들은 마지막 소리는 카리취의 방정맞고 불쾌한 웃음소리였다.

***

유신은 나흘하고 반나절 동안 홀로 백만 오크를 막았다.

거기다가 셀 수 없을 정도의 오크를 죽였다.

그 정도만 해도 정말 대단한 업적인데, 1만의 오크 전사 부대와 1만의 오크 궁수 부대를 전멸시켰을 뿐만 아니라, 열이 넘는 오크 대전사까지 죽인 상황이었다.

물론 오크 로드에게 졌지만, 누구도 그걸 탓할 사람은 없었다.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황에서 오크 로드까지 상대하는 건 아무리 전설이라도 무리였을 거다.

몽골 도시에 도착한 유신은 수십 명의 치료사에게 힐을 받았고, 포션까지 먹었다.

하지만, 마지막 카리취에게 당한 상처가 쉽게 낫지 않았다.

혹시 글레이브에 저주가 걸려 있거나, 마도구인지 확인해 봤지만, 그저 조잡한 글레이브일 뿐이었다.

“대체 왜 복부만 낫지 않는 것이냐?”

“네르구이님 진정하십시오.”

볼뜨의 말대로 네르구이는 잔뜩 흥분한 상황이었다.

“칼은 새로운 영웅 아니 전설이 될 사내다. 절대 이대로 죽게 두면 안된다.”

“알고 있습니다.”

유신이 보여준 행위는 몽골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행위였다.

그들은 몬스터를 상대로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상황이 못내 싫었다.

하지만, 유신을 통해 버티는 게 아니라, 반격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희망이 꺼지려고 했다.

네르구이는 유신의 상황을 대충 알고 있으면서도 애꿎은 치료사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야? 포션은?”

“포션도 사용했습니다. 치료사들의 말로는 어떤 기운이 상처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익! 내가 직접 보도록 하마.”

“지금 치료…”

볼뜨의 만류를 무시하고, 네르구이는 치료실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죽은 것처럼 창백한 안색의 유신이 누워있었다.

치료사들은 그런 유신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힐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금보다 비싼 포션을 링거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정녕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방금까지 유신을 살리라고 떼를 쓰던 네르구이는 유신의 치료 상황을 보고는 더욱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글레이브가 박혀 있었던 유신의 복부는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칼은 새로운 전설이 될 아이다. 이대로 새로운 전설을 잃게 생기다니… 이게 다 내가 부덕해서 생긴 일이야.”

네르구이의 한탄에 볼뜨는 애간장이 탔다.

오늘이야 오크가 돌아갔지만, 분명 내일이면 오크들은 이곳으로 진군할 것이다.

이때 히든카드가 되어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네르구이였다.

“네르구이님.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건 네르구이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 또한 이 청년의 능력을 몰라서 제대로 말리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볼뜨가 자신을 낮춰 네르구이를 위로하고 있을 때였다.

굳게 감겨있던 유신의 눈이 살짝 떠졌다.

“…하…”

유신의 신음을 듣게 된 네르구이는 치료사들을 헤치고, 유신에게 다가갔다.

“칼 자네 괜찮나?”

“…아저씨 전설이 왔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갑자기 전설이라니?

네르구이는 유신이 복부만 다친 게 아니라, 그보다 머리가 다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사…”

“응?”

“…사인받아야 해요. …어떤 전설인가요?”

“이 상황에서 농담까지…”

분명한 오해였다.

제대로 유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유신이 진담을 내뱉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르구이는 유신이 자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농담했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감동은 깊어졌다.

“자네는 내가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꼭 고쳐주도록 하겠네. 그러니 빨리 힘을 차리게.”

유신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상처를 바라봤다.

흉측하게 파인 상처는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그리고 상처에서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몇 번 본 적 없지만, 확실히 마기였다.

마기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포스 호흡법을 운용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말을 하는 것도 기적이었다.

“제길…”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게. 이 네르구이가 칼 자네를 꼭 고치도록 하겠네.”

유신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욕짓거리를 내뱉은 게 아니었다.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 체력이라도 찾아야 했다.

아무리 포션과 힐을 공기 마시듯 마시고 있지만, 그 모든 걸 저 마기가 막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누구도 유신이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는 걸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유신은 힘들게 마개를 열고 포션을 마셨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유신을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아악!”

약해진 육신, 커다란 상처.

치료법은 간단했다.

상처가 깊을수록 고통이 배가 되는 포션.

바로 13기동 타격대의 붉은 포션을 마시는 거였다.

치료사들은 유신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자, 더욱 힐을 퍼붓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유신은 잠깐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고통을 참으며 이를 갈았다.

10분.

단 10분만 참으면 고통은 사라진다고 유신은 믿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사실 치료사들의 힐 때문에 포션의 효능이 더욱 올라갔다.

즉, 약빨이 떨어질 틈 없이 포션은 꾸준히 힐의 에너지를 받아서 유신의 몸을 치료하고 있었다.

“사…상처가 낫고 있습니다.”

한 치료사의 말에 수많은 사람이 유신의 복부 상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지글지글 끓고 있던 상처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치료되고 있었다.

“바드득…”

그때 유신의 이가는 소리에 네르구이가 다급히 유신을 바라봤다.

“칼 자네 괜찮나?”

제대로 대답할 힘도 없는 유신이 고개만 끄떡였다.

그렇게 장장 30분간 유신의 고통은 지속됐다.

하지만, 고통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모든 상처가 치료되었고, 몸속에 남아 있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복부에는 아직 약간의 마기가 남아 있었다.

지금 유신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엉망이었다.

“이.이제 괜찮나?”

걱정스러운 네르구이가 재차 유신에게 물었고, 유신은 빙긋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피곤해서 그러는데 좀 잘게요. 일어나면 맛있는 것 좀 많이 주세요…”

그렇게 말한 유신은 정말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네르구이는 유신이 죽은 줄 알고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며, 치료사들에게 역정을 냈다.

“네그루이님 그만하십시오.”

“볼뜨! 내가 그만하게 생겼나. 내 은인이자 우리의 은인이 이렇게 죽게 되었는데, 이놈들은 단 하나도 쓸모가 없는데!!”

“진정하시고 칼이라는 청년을 보십시오.”

이미 흥분할 때로 흥분한 네르구이는 볼뜨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치료사들을 혼내기만 했다.

치료사들은 억울할 뿐이었다.

몇 시간 동안 모든 걸 동원해 치료했던 청년이 이상한 포션을 마셨다.

그러더니 한동안 비명을 내지르다가 이제는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억울하지만, 네르구이가 무서워 모두가 함부로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할 때였다.

“푸르르~”

네르구이의 뒤편에서 유신이 입술까지 부르르 떨면서 잠을 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네르구이는 유신을 바라보고는 확실히 잠에 빠진 걸 확인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한 행위들에 대해서 떠올랐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기 조용히 헛기침을 내뱉기도 했다.

“크흠…역시 늙으면 은퇴해야 해……미안들 하네.”

“…아닙니다.”

가장 직책이 높은 치료사가 다른 치료사들을 대신해서 네르구이의 사과를 받아줬다.

그래도 민망함이 가시지 않은 네르구이는 치료실을 나가며 조용히 읊조렸다.

“칼이 깨어나기 전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야겠군.”

***

볼뜨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오크들은 겨우 반나절 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자, 몽골 도시가 있는 성벽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패장으로서 모든 걸 내려놨네. 그러니 볼뜨 자네가 날 장기말처럼 사용하게.”

“하지만…”

“그리고 수성전은 전세계에서 자네를 따라올 사람이 없어.”

“아닙니다. 제가 네르구이님께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데요.”

“…더이상 날 부끄럽게 하지 말게. 그러니 부탁하네.”

네르구이의 간절한 부탁에 볼뜨는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오크들은 성으로 다가왔다.

그때, 푹 잠을 자고 일어나 어마어마한 아침 식사를 끝낸 유신이 성벽 위로 올라와 네르구이 옆에 섰다.

“더 쉬지 그래?”

“아닙니다. 충분히 쉬고,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부탁하네. 제발 혼자 이 성벽을 벗어나지 말게.”

“…알겠습니다.”

유신은 대답했지만, 여차하면 성벽을 뛰어내릴 생각이었다.

그런 유신의 생각을 알았을까? 네르구이가 말을 이었다.

“내 말 좀 들어보겠나?”

“네? 뭐…알겠습니다.”

경청할 준비가 된 유신이 네르구이를 바라봤다.

“자네가 강한 건 알고 있네.”

뜬금없는 칭찬에 유신은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과찬이십니다.”

“아니. 자네는 정말 강하네. 남들이 뭉쳐야 하는 걸 자네는 홀로 해낼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홀로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네.”

“……”

진중한 표정을 짓는 네르구이의 말에 유신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르구이도 유신의 답변을 원한 거도 아니기에 말을 이었다.

“오늘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붙어 있으면서 전장을 보도록 하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테지만, 지금부터 싸움이 아닌, 전쟁을 보여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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