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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35화 (135/300)

135화_만인장 네르구이(2)

푸른 초원 아래 거대한 덩치의 그레이트 울프가 쏜살같이 달렸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레이트 울프의 등 위에는 성인 남성 2명이 타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의 목덜미를 붙잡고 섬세하게 방향을 조절했다.

본래 그레이트 울프는 네르구이에게 태우는 걸 거절했다.

“어허! 그러면 안 돼! 말 잘 들어야지. 그래야 내가 널 데리고 갈 수 있어.”

유신은 사근사근한 말투로 그레이트 울프를 달랬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유신은 네르구이 몰래 살기를 뿜어냈고, 그 이후로 그레이트 울프는 아주 말을 잘 들었다.

“와~ 시원하다.”

뒤에 앉아 있던 유신은 양팔을 벌려 바람을 맞았다.

솔직히 첫 승마 아니 승랑이어서 불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레이트 울프는 승랑감이 너무나 좋았고, 편안했다.

“아저씨! 이대로 달리면 언제쯤 도착하나요?”

“두 시간 안에는 도착할 것 같네.”

“그래요? 좀 아슬아슬하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오크 군단이 도시에 도착하는 시간이랑 저희가 도착하는 시간이 비슷할 것 같아서요.”

“…그걸 어떻게…?”

유신은 대답 대신에 GPS를 불쑥 내밀었다.

그레이트 울프를 조정하고 있던 네르구이도 GPS를 확인했다.

GPS를 통해 오크들의 행군 속도와 자신들의 이동 속도를 계산하니 정말 유신의 말대로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이 다급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끼이잉~”

목덜미의 털을 강하게 움켜쥐자, 그레이트 울프는 아픈지 앓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떨어졌다.

“이런 미안하구나.”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네르구이가 손을 뗀 후, 그레이트 울프의 목덜미를 토닥여줬다.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그레이트 울프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더 빨리 가야겠죠?”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이게 한계네.”

“제가 내리면요?”

“더 빨리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그때부터는 그레이트 울프가 말을 듣지 않을 거야.”

“지금보다 빠를 수 있다고요? 좋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신은 그레이트 울프의 등을 박찼다.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 갑자기 뛰어내리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었다.

이건 액션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너무나 무모했다.

그래서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의 속도를 늦추며, 유신이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

“어?”

유신이 보이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이었다.

“왜 속도를 늦춰요. 빨리 가야죠.”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유신이 그레이트 울프를 탄 자신과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자네 괜찮나?”

“뭐가요?”

유신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네르구이를 더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보세요. 제가 맞출게요.”

“정말 괜찮겠나?”

“괜찮다니까요.”

“알겠네.”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를 다독여서 속도를 높였다.

유신은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잘 쫓아왔다.

그때 저 멀리 이동하는 오크 부족을 발견했다.

“한 2KM 전방에 오크 부족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저게 보이나?”

“앞에 있는 사물이 안 보이면 그건 눈뜬 장님이죠.”

네르구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야 몽골인 특유의 선천적 시력과 궁사의 눈으로 저 앞에 있는 오크 부족을 발견했다.

그런데, 궁사도 아니고, 특유의 말투로 몽골인이 아닌 걸 알게 된 유신이 오크 부족을 먼저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어떻게 할까요? 돌아갈까요?”

“자네가 홀로 저 규모의 부족을 처리한다고 하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음…변수만 없다면 10분 정도요?”

“그럼 잡고 가세.”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오크 부족을 처리하고 가자는 말에 유신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야 상관없지만, 아저씨는 다급해 보였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괜찮네. 아니 무조건 잡고 가야 하네. 저들도 오크 로드에게 합류하는 부족이야. 지금이든 나중이든 언젠가는 처리해야 하지. 차라리 지금이 더 나을 것 같네.”

“뭐 알겠어요. 그럼 먼저 출발하게요.”

“응?”

말이 끝나자마자 유신이 앞으로 쏘아졌다.

지금 그레이트 울프는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신은 그런 그레이트 울프의 속도를 가뿐히 넘어선 것이었다.

“정말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고?”

유신이 먼저 출발한 후, 네르구이는 그레이트 울프와 함께 채 3분도 지나지 않아서 오크 부족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오크의 목숨을 날리자마자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는 유신을 보게 됐다.

“꿀꺽.”

“꿀꺽.”

네르구이가 두 번 침을 삼킨 게 아니었다.

밑에 있던 그레이트 울프도 약간의 인지 능력이 있기에 유신의 모습을 보고 긴장해서는 침을 삼켰다.

그렇게 아주 짧은 시간 유신의 전투와 빠르게 움직이는 손을 보고 있었다.

“끼이이잉”

어느 순간부터 그레이트 울프가 유신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네르구이는 그런 그레이트 울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 조용히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지막 오크의 목을 날린 유신이 아공간 주머니에 사체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겁에 질린 1명의 인간과 1마리의 늑대를 바라봤다.

“겨우 10분 맞췄네요. 그럼 출발할까요?”

“그. 그러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오크 부족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유신과 네르구이가 향하는 곳곳마다 오크 부족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

볼뜨는 지장이자, 덕장이었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부하들도 많았다.

하지만, 볼뜨는 기마부대가 떠난 이후 덕장의 칭호를 버렸다.

그리고 부하들의 능력을 갈아 넣어서 하룻밤 사이에 도시를 요새로 바꿔놨다.

“볼뜨. 내가 너에게 볼 면목이 없다.”

“아닙니다. 바타르. 오크가 들이닥치기 전에 일단 쉬십시오.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 같습니다.”

“미안하다.”

치료실로 돌아가는 바타르를 보며 볼뜨의 한숨은 깊어졌다.

패전해서 돌아온 기마부대는 3천이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성벽을 지지대 삼아 방어만 했다면, 한 달은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생사가 불분명한 만인장 네르구이의 폭발형 발리스타 능력이었다.

“네르구이님이 없으니 버티는 기간이 일주일이 빠져버린다. 그리고 6천의 기마부대가 사라져서 또 보름이 빠졌어. 고작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일주일인가?”

일주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게이트를 이용해 소수의 강자는 올 수 있는 시간이지만, 대규모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백만 대군이 걸리는구나.”

볼뜨의 말대로 다른 것보다 오크의 숫자가 문제였다.

일반적인 전투였다면, 소수의 강자만 있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만이라는 숫자는 그 모든 걸 무시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렇게 볼뜨가 패배를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더 버틸 수 있을까? 생각에 빠져있을 때 부관이 다가왔다.

“볼뜨님 지시하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계산 밖이야…일단 부딪혀 봐야겠어.”

“네?”

부관의 보고에도 백만이라는 숫자가 걱정되던 볼뜨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뭐 더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아니. 아니네.”

다행히 부관은 볼뜨의 혼잣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자신의 실수가 조용히 무마되자, 볼뜨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전쟁에서 지휘관이 패배를 확정시하고 아군에게 싸우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볼뜨는 약간이라도 사기를 올리기 위해 특단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 끝났다고?”

“네 그렇습니다.”

“전군에게 오크들이 오기 전까지 충분히 먹고 쉬라고 전달하도록. 그리고 원한다면 맥주 한 잔 정도는 허용한다고도 전해주게.”

“맥주 말입니까?”

“괜찮네. 약간의 알콜은 진정 효과가 있으니.”

“알겠습니다.”

자신의 지시를 받고 떠나는 부관을 보며 볼뜨는 죄책감이 들었다.

알콜은 사기를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볼뜨가 베푸는 마지막 만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아~ 볼뜨. 너는 지옥에 갈 것이야.”

자괴감에 스스로를 비난하던 볼뜨의 곁으로 떠났던 부관이 허둥지둥 다시 돌아왔다.

“볼뜨님. 볼뜨님!”

“뭔가? 무슨 일이 생겼나? 아니면 벌써 오크가 왔나?”

“아닙니다. 네르구이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네르구이님이? 어디인가? 어디에 계시는 건가?”

“남쪽 성벽 밑에 계십니다.”

볼뜨는 부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남쪽 성벽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남쪽 성벽에 도착해서 아래를 바라보니 그레이트 울프를 타고 있는 네르구이와 가면을 쓰고 있는 수상한 남자가 있었다.

“정말 네르구이님 이십니까?”

“볼뜨구나. 이 죄 많은 노인이 어찌어찌 살아서 돌아오게 됐네.”

“네르구이님.”

잠시 감상에 빠져있던 볼뜨가 주위에 있는 부하들에게 외쳤다.

“빨리 대지술사들을 불러라. 네르구이님이 오셨다.”

볼뜨는 재빨리 명령을 내린 후 네르구이에게 외쳤다.

“네르구이님 죄송하지만, 대지술사가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네.”

성벽 위와 아래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유신은 성벽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입을 열었다.

“아저씨 성함이 네르구이였구나.”

“생각해보니 내 이름을 말해준 적이 없었군. 생명의 은인인데, 미안하네.”

“뭐 이제라도 알았으면 된 거죠. 그런데 왜 성벽에 문이 없어요?”

유신의 말에 네르구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볼뜨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거네.”

“성격이요?”

“그렇다네. 그러니까 신중한 성격 때문에 그런 거지.”

볼뜨가 성문을 만들지 않고 성벽을 만든 이유는 이곳에서 결사항쟁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이제 막 천인장이 된 네르구이가 위험 신호를 캐치하고는 출동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작은 마을이었고, 수백의 몬스터들에게서 약 한 달간 마을을 지켜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마을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전투 능력자가 없었다는 거였다.

“누가 이 방어 작전을 생각했지?”

그때 이제 막 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앞으로 나섰다.

“접니다.”

“네가 이 모든 걸 계획해서 방어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럼 왜 문을 없애고 담을 두른 것이냐?”

“그건…”

소년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네르구이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벌을 내리고자 하는 게 아니니, 편히 말해보려무나.”

“…저를 포함해 마을 사람 중에서 전투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겁니다.”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부탁할 수 있을까?”

달래듯 말하는 네르구이의 말에 소년이 용기를 내서 말을 이었다.

“문이라는 것은 들어오고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없앴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는 전투 능력이 없습니다. 다른 말로는 저 몬스터들에게서 살아서 도망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몬스터들이 들어오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다 없앴습니다. 그리고 담에 구멍을 내서 화살을 발사하고, 창을 찔러 넣어서 몬스터들을 저지했습니다.”

“겨우 그걸로 한 달은 버텼다고?”

“아닙니다. 그걸 기본으로 해서…”

모든 대답을 들은 네르구이는 그날로 소년을 스카웃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볼뜨로 자신의 든든한 지낭이자, 막내 사위였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럼 대지술사가 여기에 문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다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

“그럴 필요 있나요? 어디 보자… 대략 10미터 정도 되네요.”

대충 거리와 각도를 재던 유신이 네르구이의 팔을 붙잡았다.

“롤러 코스터보다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성벽을 향해 네르구이를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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