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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31화 (131/300)

131화_오크 로드 사살 작전(1)

오디오를 통해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는 트레일러 안.

화려한 무복을 입은 노사가 홀로 용정차를 홀짝이며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유유자적하던 노사의 시간이 깨져나갔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노사는 용정차를 바라보며 뒤늦게 입을 열었다.

“문은 언제나 열려있네.”

트레일러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중국 지부 인류화 작업의 총책임자인 마천리였다.

“노사를 뵙습니다.”

“제자한테까지 그렇게 인사를 받고 싶지는 않아.”

“공적인 일로 왔습니다.”

“공이든 사이든 지금 여기에는 우리밖에 없네.”

“……”

마천리는 그저 말없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사는 용정차를 내려놓은 후, 리모컨으로 오케스트라를 잠시 멈췄다.

마천리는 자신의 제자 중 가장 무뚝뚝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분명 무슨 변수가 발생했다는 거다.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온 건가?”

“오크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크?”

“네.”

다른 심각한 문제들도 많을 텐데, 겨우 오크 때문에 자신을 찾은 마천리를 보고 노사는 실망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노사가 오크를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평소에 노사는 오크라는 종족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오크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전사들이고, 전투 능력이 없는 성인은 1마리의 오크도 상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류화 작업을 위해 여기에 모여 있는 인원들만 해도 벌써 20만 명이 넘었다.

다른 말로는 20만 명의 전투 능력자들이 모여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말에 냉기가 흘렀다.

“마천리야.”

“…네. 노사.”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나한테 온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노사는 말없이 마천리를 바라봤다.

한동안 그렇게 침묵이 유지되고 있을 때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이런 보고를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였다.

이내 노사는 몇 개월 만에 마천리가 개인적으로 와서 보고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다는 아닌 게지?”

“…오크 로드가 나타났습니다.”

마천리의 말에 노사의 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벌어졌다.

오크 로드의 무력은 웬만한 3천의 영웅보다 강했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오크 로드가 탄생함으로써 가장 무서운 것은 오크들의 단합력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노사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수는? 오크들의 수는?”

“위성으로 확인해본 결과 100만이 넘었으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흠…”

예전 영국의 악몽이라는 흑색 오크에서 오크 로드가 탄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오크 로드를 통해 뭉친 오크들의 수는 30만이 넘었다.

일반적인 오크보다 흑색 오크가 더욱 강하다고 하지만, 이쪽은 무려 100만이었다.

“천리야.”

“네. 노사.”

“예삿일이 아니로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크 로드를 부탁하고자 합니다.”

마천리의 말에 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크 로드는 나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스승인 노사가 오크 로드를 상대할 수 없다는 말에 마천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오크 로드에게 가는 게 어렵다는 거다. 백만 대군을 뚫고 오크 로드에게 닿기 위해서는 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노사는 마천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긴. 도움을 요청해야지.”

***

백두산 초입에서 실버와 신평이 안절부절하며 유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유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신을 향해 뛰어갔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세요?”

그들의 걱정 어린 말에 유신이 가면 속으로 미소 지었다.

“아니. 제가 못 돌아올 줄 알았어요?”

“아 저…그게…”

“아닙니다.”

역시나 신평은 당황해서 제대로 말도 못 했지만, 실버는 곧바로 대답했다.

실버의 당황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지만, 역시 오늘도 그건 무리였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유신이 앞장서서 작전지역으로 향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실버가 유신을 불러 세웠다.

“작전이 변경됐습니다.”

“변경이요?”

몇 달간 무탈하게 진행되던 작전이 갑자기 변경됐다는 소리에 유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갑자기 왜요?”

“오크 로드가 탄생했습니다.”

“오크 로드요?”

“네. 그래서 중국 지부에서 급하게 지원 요청이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나요?”

“여기 대기하시면 됩니다.”

“응? 급하다면서요.”

“네. 그래서…”

그때였다.

갑자기 공중에서 게이트가 생성되더니 교황청 소속의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칼님. 저는 교황청 소속의 공간이동 마법사 미켈 모르네입니다.”

“안녕하세요. 미켈님. 교황청을 통해 바로 움직이기로 했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게이트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미켈이 새로운 게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신과 실버 그리고 신평은 오랜만에 느긋함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게이트가 생성되었는데, 성인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갈 만큼의 크기였다.

“다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갈까요.”

유신이 미켈의 안내에 따라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실버와 신평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뭐 하세요? 안 오시고.”

“저희는 여기서 대기하라고 명령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 위험한 곳에 있으라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곧 본부에서 복귀할 수 있게 인원을 보내 준다고 했습니다.”

실버의 말에 유신은 잔뜩 인상을 구겼지만, 가면 때문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저기 칼님. 이만 가야 합니다. 게이트가 열려있는 시간은 한정적입니다.”

“미켈님. 혹시 이들을 다 데리고 갈 수 있을까요?”

유신이 이렇게까지 실버와 신평을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는 세계 정부가 지정한 초위험 지역이었다.

아무리 이들의 능력이 좋다고 해도 몬스터들을 만나게 되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백각 때문이었다.

신비한 존재이고, 자신에게 호의적이었지만, 그게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언제 마음이 바뀌어 난동을 피울지 몰랐다.

“죄송합니다. 칼님.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왜요?”

“그게…제 능력이 부족해서 장거리 게이트는 최대 3명이 한계입니다.”

미켈의 말에 따르면 최소한 1명은 여기에 남아야 한다는 거였다.

확연한 능력의 차이 때문에 유신은 오늘따라 찰스가 그리웠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찾는다고 그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유신은 마음을 굳히고는 곧바로 미켈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게이트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중국 지부의 노사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요? 실버. 지금 노사는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북서쪽으… 안 됩니다.”

척하면 척이라고 며칠간 같이 지냈다고 실버가 유신의 계획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마음먹은 유신이 가만히 있지 않고 신평을 덮쳤다.

“어어? 블랙님 왜 이러세요?”

유신은 신평의 말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도망가려는 실버의 손목을 붙잡았다.

“칼님. 이러면 안 됩니다. 작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건 내가 정해요.”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며칠 후에 봐요~”

아무렇지도 않게 실버까지 게이트에 집어 던진 유신이 미켈을 바라봤다.

“알아서 들어가시겠어요? 아니면 아시죠?”

미켈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유신에게 건네줬다.

“이게 뭔가요?”

“성녀님께서 분명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배가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만큼 마리 선배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유신은 미켈이 건네준 손바닥 크기의 전자기기를 바라봤다.

“이게 뭔가요?”

“위성 지도입니다. 거기 보시면 빨간색 점은 오크 로드가 있는 곳이고, 파란색 점은 노사가 있는 곳입니다.”

“어? 게이트가 줄어드네요.”

“이런. 빨리 말하겠습니다. 1주일 안에… 으아악~”

미켈의 뒷말은 비명으로 끝났다.

사라지는 게이트를 향해 유신이 미켈을 집어던졌기 때문이었다.

게이트는 미켈을 집어삼키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니까 1주일 안으로 오크 로드를 무찌르면 되는 거네. 그럼 출발해볼까?”

간단히 준비 운동을 끝내고 유신은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졌다.

***

유신에게 오크는 언데드 다음으로 만만하면서 익숙한 몬스터였다.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일루시안으로 떠난 후, 유신이 가장 많이 잡은 몬스터가 오크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오크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몬스터였다.

그리고 오크들에게도 유신은 유명한 존재였다.

“취이이익!!”

약 천 마리의 중소규모 오크가 오크 로드에게 합류하기 위해 북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뭐야? 너희도 북으로 가는 거야?”

“취익 취이익?”

갑자기 등장한 유신 때문에 오크들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인간 혼자라는 걸 알고 입가에 침을 질질 흘렸다.

“이것들 봐라? 입맛 다시네? 안 되겠다. 오늘 살생의 문을 열어야겠네.”

유신은 무협지 같은 대사를 외치고는 검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서 가장 많은 침을 흘리고 있는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촤아아악

오크의 피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유신이 앞으로 쏘아졌다.

“에잇! 궁신탄영!”

궁신탄영.

몸을 활시위를 당기듯 당겨서 그 탄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신법.

하지만, 말만 궁신탄영이었지 그냥 빠르게 앞으로 달리는 거였다.

“악을 무찔러라! 천룡섬!!”

말만 천룡섬이지 그저 앞으로 검기를 발사했을 뿐이었다.

“강룡십팔장, 무적퇴, 뇌룡검…”

유신은 그렇게 의식의 흐름에 맞추어 그럴싸해 보이는 명칭을 마구잡이로 외치며 포스를 뿌려댔다.

무공 능력자가 보기에는 장난의 연속 같았지만, 당하는 오크들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전투가 이어졌다.

오크의 사체는 산처럼 쌓여만 갔고, 유신의 몸은 피에 젖었다.

얼마나 많은 오크의 피를 뒤집어썼는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오크의 피가 튀었다.

“취이익 취익!”

아무리 본인들이 수가 많다고 해도 겁을 집어먹은 오크들은 유신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약간의 틈이 생겨나자 유신은 손으로 가면의 묻은 피를 닦아냈다.

보통은 그렇게만 해도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는데, 너무 많은 핏물 때문에 앞이 빨갛게 보였다.

딸칵

가면을 벗은 유신은 대충 털어낸 후, 아공간에 가면을 집어넣었다.

그 짧은 사이 머리카락 깊이 배어 있던 핏물이 유신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유신은 검을 땅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핏물을 닦아내고, 핏물을 이용해 아예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다.

오크들은 얼굴은 피칠갑을 하고, 머리는 검붉은 빛을 띤 유신을 보고 겁에 질렸다.

“취.취익 취이이익!!”

한 오크의 외침이었고, 그로 인해 다른 오크들도 유신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해석하자면.

“오.오크 학살자가 돌아왔다!”

그 외침과 함께 복수의 대명사인 오크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 아직 안 끝났어!”

유신이 뒤늦게 도망치는 오크들을 쫓아갔다.

하지만, 살아남은 수백의 오크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지자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놈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크들을 뒤쫓다가 다시 돌아온 유신은 멘티스들이 오크들의 사체를 파먹는 걸 보게 됐다.

“에휴~ 이대로 놔두면 저번처럼 멘티스들이 확 늘어나겠지?”

유신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포스와 함께 내뱉었다.

“크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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