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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24화 (124/300)

124화_변질된 영웅과의 생사투(2)

유신은 캔이 알약을 삼키는 모습을 봤다.

대체 저 알약이 뭘까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크아아아아악!!”

캔이 괴로운지 괴성을 질렀다.

평소의 유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공격부터 했을 거다.

그런데, 캔의 모습이 특이하게 바뀌자,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온몸의 핏줄이 서더니 침을 질질 흘리고 눈자위가 검게 변했다.

하얗게 빛나던 광택도 보랏빛을 띄웠다.

이내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흰자위에 실핏줄이 터져있었다.

“바득.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게 죽여주마!”

이를 드러낸 캔이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3천의 영웅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능력에 따라 포지션이 있다.

누가 봐도 캔의 포지션은 탱커다.

단단한 몸이 캔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지금 캔의 속도는 유신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였다.

콰콰쾅

오러와 보라색 기운의 충돌은 폭발음의 연속이었다.

그로 인해 주위에 있던 기동대는 죽을 맛이었다.

안에서는 강자들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고, 밖에서는 미친 헌터들의 공격을 저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팀장님 어떻게 합니까?”

호랑이 열둘의 말에 열하나는 고민했다.

이대로 계속 방어만 할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뿔뿔이 흩어져 단 한 명이라도 이 사건을 보고할 것인가?

아직 망설임을 가지고 있던 호랑이 열하나 팀장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팀장들은 나를 따라서 캔을 저지한다.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은 최대한 방어로 목숨을 보존하도록.”

“넵!”

“미안하다. 너희를 사지를 이끌어서.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줄 수 있다. 제일 먼저 죽는 사람은 내가 될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들의 선택입니다. 안 그래?”

“영웅한테 한 방 먹이고 죽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기동대 팀장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선 유신과 캔의 싸움 장소로 다가갔다.

하지만, 다가가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실버가 팀장들 곁으로 다가왔다.

“도울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헌터들부터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캔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상황이 끝납니다.”

“블랙…그러니까 칼님을 믿으세요.”

콰콰쾅

전투는 점점 거칠어졌고, 캔은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신이 점점 밀리는 형상이었다.

호랑이 열하나 팀장은 전투를 지켜보며 짧게 고민을 하다가 실버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당장 헌터들을 막는다.”

“팀장님!”

“반문은 나중에 듣겠다. 일단 우리 팀원들을 살려야지!!”

팀원들이라는 말에 다른 팀장들이 헌터들에게서 분투하고 있는 자신들의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지려고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고동락한 팀원들을 계속 저렇게 놔둘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자! 헌터 따위 빨리 처리하자고 저들이 몬스터 잡는 건 우리보다 선수지만, 인간 대 인간은 우리를 따를 수 없지.”

“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힘찬 대답과 함께 팀장급들이 헌터들과의 싸움 현장으로 떠났다.

실버는 기동대를 돕기 전에 잠시 유신을 바라봤다.

“믿겠습니다.”

***

캔과 검을 맞대면서 유신의 인상은 점점 구겨졌다.

그건 다름 아니라, 불쾌한 냄새 때문이었다.

정확히 뭐인지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디서 맡아봤던 냄새였다.

그리고 그 냄새의 근원은 캔 브레이커였다.

“크크크크크”

침을 질질 흘리며 공격하는 캔의 공격은 점점 단순해졌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나쁜 건 아니었다.

그만큼 파괴력은 올라갔다.

일직선으로 뻗어오는 캔의 검을 몸을 비틀어 피한 후 균형이 무너진 캔의 등에 검을 휘둘렀다.

카앙!

역시나 오러가 튕겨 났다.

그러다 별안간 이 불쾌한 냄새를 어디서 맡았는지 기억났다.

“마족?”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겨우 알약 하나 먹었다고, 마족으로 변하는 게 현대 의학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했다.

“크크크”

음침하게 웃는 캔의 모습을 보니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확신을 가질 수도 없었다.

일단 이 전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카앙 캉 캉 카앙

촤악

두드리면 열리고, 열 번 베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드디어 캔의 육신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강철이 베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곧이곧대로 다가오는 캔의 검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튕겨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오러를 휘둘렀다.

서걱

검을 쥐고 있던 캔의 오른손이 땅에 떨어졌다.

“크아아아악!!”

캔은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헷갈리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 상황에서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 위해 캔의 남은 팔도 자르기 위해 오러를 휘둘렀다.

그러자 캔이 오러를 피하면 뒤로 물러섰다.

치이이익

잘린 팔의 단면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아났다.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난 캔을 보며 유신이 멈칫했다.

“크크크 크아아아아악!!”

자신의 팔을 보며 웃던 캔이 갑자기 괴성을 내질렀다.

두툭뚝투뚝

캔의 몸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크에에엑!!”

지금은 누가 봐도 고통의 괴성을 지르던 캔이 끝내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상태에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 온몸이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점점 보라색 광채가 캔을 덮어나갔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에는 잘린 오른팔이 생겨난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아…”

만족한 듯 감탄사를 내뱉는 캔의 모습은 누가 봐도 인간이 아니었다.

우람했던 근육은 마른 체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키는 약 2미터 정도로 커졌다.

눈동자와 눈자위는 온통 검정 색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산양의 뿔과 비슷한 뿔이 머리 위에 달려 있었다.

“이제 인간이기를 포기했구나.”

“하하 이렇게 좋았으면 진작에 인간의 탈을 벗을 걸 그랬어.”

“X친놈.”

“인간 따위가 이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끝까지 깐죽대는 군. 그래도 날 이렇게 초월자로 만들어줬으니…잔인하게 죽여줄게!”

유신은 캔과 쓸데없는 대화를 하면서도 경계심을 지우지 않았다.

아니 한층 더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겨우 느낄 수 있었다.

곧장 검을 세워서 오른쪽으로 치켜들어오는 캔의 손톱을 막았다.

뻐억

바사삭

겨우 캔의 공격은 막았지만, 그로 인해 검이 부서졌다.

아무리 방어하는 사람이 불리하다고 하지만, 오러로 보호가 되던 검이 일격에 부러진 것도 아니고, 과자처럼 부서졌다.

그렇다고 계속 놀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이격이 들어올지 모르기에 재빨리 아공간에서 새로운 검을 꺼내 들었다.

“감이 좋은 인간이었군.”

“……”

“왜 말이 없지? 아니면 이제야 위기감을 느낀 건가? 그런데 이미 늦었어. 넌 오늘 여기서 죽을 거야.”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이번에는 왼쪽이었다.

채앵

이번에는 방어만 한 게 아니었다.

아까보다 오러에 더욱 많은 포스를 집어넣고는 공격이 오는 지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충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대로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났다.

“마족을 만나 본 적 있나?”

“……”

“뭐 대답을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난 말이야. 그 만나기 힘든 마족을 대전쟁 당시 수십 번도 넘게 만났지.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게 있었어. 바로 저들은 타고난 전투 종족이라는 거지.”

캔의 괴변을 들어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대로 오러를 날렸다.

콰르릉

콰콰쾅

강맹한 기운을 가진 오러였지만, 캔이 순식간에 피해서 뒤편에 있는 애꿎은 숲을 파괴했다.

변신 전만 해도 유신이 보기에는 느렸던 캔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눈으로 쫓을 수도 없는 상대가 되었다.

“저번에도 그렇지만 성질이 참 급해.”

“닥쳐!!”

뒤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오자, 그대로 몸을 회전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 걸리는 게 없었다.

위험신호가 뇌를 자극했다.

몸을 더욱 빨리 회전하며 사방으로 오러를 뿌렸다.

콰콰콰콰쾅

사방팔방으로 날아간 오러가 캔을 떨어뜨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약간이지만 검에 걸리는 게 있었다.

서둘러 캔을 찾아봤다.

한쪽에 피해 있던 캔의 옆구리에서 얇은 검상이 보였다.

그렇게 깨기 힘들었던 캔의 방어가 깨진 거였다.

‘마족으로 변한 후에 속도가 오르고, 방어력이 약해졌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추론이었고, 얼추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

캔의 공략법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됐다.

그동안 캔은 자신의 옆구리에 배어 나온 피를 슥 닦았다.

“설마 그런 식으로 공격할 줄은 몰랐군.”

“저도 당신이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

“더 이상의 장난은 그만둬야겠어.”

사라졌다.

어디서 공격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본능이 시키는 데로 움직였다.

하지만, 속도의 차이는 쉽게 메꾸기 어려웠다.

피피핏

허벅지, 어깨, 등, 볼에 쓰라린 감각이 느껴졌다.

한 박자 늦기는 했지만, 다행히 공격을 회피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자상은 점점 늘어만 갔다.

피피핏

옆구리, 팔, 정강이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반응하기 전에 먼저 공격당했다.

이로써 확실하다.

캔은 지금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다.

휘리리릭

콰콰콰쾅

다시 몸을 회전하며 사방으로 오러를 뿌렸다.

아까처럼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비하고 있던 캔에게 닿은 오러는 없었다.

피피핏

회전이 끝나자 다시 나타난 캔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큰 타격보다는 자잘한 생채기 위주로 타격을 가했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이잉

몸 안에 남아있는 포스 절반을 몸 밖으로 뿜어냈다.

이건 확실한 포스 낭비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여유를 주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역시나 캔은 실체화된 포스를 보고는 공격을 멈췄다.

“뭐야? 왜 갑자기 공격을 멈췄을까?”

“흥 그게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그래 맞아. 이건 시간 제약이 있지. 그런데 그동안 너도 날 공격하지 못하잖아.”

말을 끝낸 유신이 먼저 공격하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속도에서 확실히 캔에게 뒤처졌다.

그렇다고 포스 실체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방법을 사용해볼 차례였다.

‘실체화된 포스가 날 보호하고 있다. 그 포스를 압축해서 내 육신에 깃들게 해야 해.’

유신은 지금까지 수백 번이 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 포스를 쌓았다.

거기다가 태극신단과 두 번의 환골탈태로 인해 지구에서 본인보다 많은 포스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포스는 유례없는 속도로 소모되고 있었다.

‘기술을 완성하거나, 포스가 다 소모돼서 죽거나.’

그렇게 유신은 실체화된 포스를 점점 몸에 축적 시켜나갔다.

정확히는 근육과 뼈에 포스를 구겨 넣고 있었다.

지금 유신이 하는 방법은 오러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이었다.

검에 포스를 집어넣고 압축과 깨달음을 통해 오러를 발출하는 방식이었다.

그걸 지금 몸으로 행하고 있었다.

유신은 평소에도 손을 통해 오러를 발출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발출해야 하고, 평소 오러를 만드는 압축률을 뛰어넘어야 했다.

‘조금만 더…’

약 10분 동안 캔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실체화된 포스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

캔에게는 포스의 소모가 많다고 했다.

유신도 그렇게 알았다.

하지만, 분출되는 포스를 다시 잡아서 몸에 압축하니 의외로 효율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 시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우뚝

유신이 멈춰 섰다.

더는 실체화된 포스가 보이지 않았다.

비릿하게 웃던 캔이 자신이 손톱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이제야 포스가 다 소모된 것 같군.”

“……”

“그럼 어디 잘 버텨보라고.”

카앙

검으로 손톱을 손쉽게 막았다.

마족으로 변한 후 처음으로 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운이 좋았나 보군. 그럼 어디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까.”

그렇게 유신과 캔이 다시 맞붙었다.

카앙 카앙 카앙

촤악

어깨를 부여잡은 캔이 두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거지? 아니 분명 속도는 아직 내가 위인데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유신은 화를 내는 캔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 또 전투 중에 영업 비밀을 알려달라는 멍청한 놈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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