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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23화 (123/300)

123화_변질된 영웅과 생사투(1)

야영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압도한 유신이 뚜벅뚜벅 지미에게 걸어갔다.

기동대는 유신을 막을 명분도 힘도 없기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유일하게 허벅지에 칼이 박힌 지미만이 이대로 잡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옆으로 기어서 유신에게 멀어지려고 했다.

“이러면 도피죄도 추가.”

유신의 한마디에 지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때야 헌터 간부가 유신과 지미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잠시만요.”

“뭡니까?”

무감정해 보이는 유신의 눈빛에 헌터 간부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지미를 보내게 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익!! 아무리 교황청이라고 해도 이건 아닙니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헌터 간부는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느끼며 재빨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횡포입니다.”

“헌터들이 기동대에 하는 건 횡포가 아니고?”

순간 멈칫했던 헌터 간부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기에 모른 체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전 절 죽이겠다는 사람 벌했지만, 헌터인 당신들은 기동대 인원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줘서 죽이려고 했잖아.”

“저희는 그런 적 없습니다.”

“그건 조사해보면 알게 되고.”

그때였다.

야영지 중앙에 균열이 일어나며 게이트가 생성됐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사람은 무장된 캔 브레이커와 그의 직속 헌터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캔의 모습에 헌터 간부가 놀라 순간이동 하듯이 뛰어갔다.

“캔님!!”

헌터 간부는 캔이 오자마자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캔은 헌터 간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쓰러져 있는 자신의 아들 지미를 한번 흘겨보더니 인상을 구겼다.

유신은 캔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건지 궁금했지만, 일단 호기심을 접어두기로 했다.

“이야~ 온몸이 강철이라서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는 분이 무슨 일로 이렇게 직접 행차까지 하셨나?”

“자네는 정말 선을 자주 넘는군.”

“선? 그게 뭔데?”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유신을 보고 캔이 손짓했다.

그러자 캔의 뒤에 있던 헌터들이 총을 꺼내며 유신에게 겨눴다.

“이거 교황청을 적대시하겠다는 건가?”

“아니 자네를 적으로 간주하는 거네.”

“그게 그거 아냐?”

“다르지. 그리고 뭐 딱히 상관은 없겠어. 여기 오기 전부터 자네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교황청이 가만히 있을까?”

“한국에 이런 말이 있더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캔의 말을 들어보면 단단히 준비하고 찾아왔다는 거다.

그렇다고 벌벌 떨 필요가 없기에 양손을 벌려 주위를 돌아봤다.

“어떤 방법을 생각한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증인이 많은데 가능하겠어?”

그러자, 캔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게 왜인지 조금은 불안했다.

“아! 이 상황에서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이야기해야겠군.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

확실히 캔은 미쳤다.

고작 날 죽이기 위해 3백 명이 넘는 인간을 죽이려고 한다.

“대체 어떤 수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내가 그런 대비 하나 하지 않았을 것 같나?”

“오호~ 역시 뭔가 있나 보네. 그런데 말이야 총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여기 헌터들 대부분이 총은 그냥 막거나 피할 것 같은데?”

“그래. 일반적으로 총은 그렇게 강한 살상 무기가 되지 못하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괜히 한국 지부의 지부장이 된 게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제낀 놈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많아.”

철컥

헌터들이 총을 장전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기동대가 서둘러 방패를 앞세웠다.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던 캔이 유유자적한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보라색 수정구를 꺼냈다.

“이게 뭔줄 아나?”

“모르지.”

“바로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일 수단이지.”

수정구 안에 있는 보라색 기운이 불길했던 유신은 재빨리 검기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캔의 손에 있는 수정구에 검기를 발사했다.

캔은 수정구를 들고 있는 손을 내리는 걸로 손쉽게 검기를 피했다.

“자네는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때는 내가 무려 ‘방심’을 했었지.”

“두 번 방심하면 사지가 잘려 나가겠네.”

“뚫린 입이라고 쉽게 말하는군. 그럼 어디 지옥을 맛보게.”

유신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상황을 지켜보던 기동대원들이 한껏 긴장했다.

그런데, 캔은 자신의 발밑으로 수정구를 던졌다.

콰직!

순식간에 부서지는 수정구는 보라색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파동 형태로 퍼져나갔다.

유신은 기겁하며 몸을 포스로 보호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유신뿐만이 아니었다.

기동대들도 긴장했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방금 뭐한 거냐?”

“크크크 크하하하핫! 역시 모르는군. 이래서 경험이 부족한 것들은 안 돼. 자! 이제 지옥으로 떨어져라!”

캔의 손짓에 헌터들이 총을 기동대와 유신에게 겨눴다.

다행히 방어 준비를 했던 헌터들이 방패를 앞세웠다.

“어?”

“뭐.뭐야?”

“5대력이 5대력…이 사라졌어.”

“능력이 사용 안돼.”

“어? 내 마나!”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기동대가 혼란에 빠졌을 때 유신은 자신의 포스를 움직여봤다.

평소와는 다르게 포스의 움직임이 더뎠다.

거기다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포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유신은 놀랐다.

완전 최악의 상황에서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캔을 바라봤다.

“이게 네가 준비한 수냐?”

“크크 아직 자신만만하군. 뭐 시간이 없군. 더 궁금한 것은 지옥에 가서 물어봐라!”

캔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 헌터들이 기동대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두두두두두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사람들의 비명이 야영지를 덮어갔다.

그렇게 한차례 총격이 끝난 후 캔과 헌터들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자신들의 총격이 반투명한 막에 막혀서 유신과 기동대에 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총격을 막아낸 반투명한 막은 이리저리 금이 가 있었다.

챙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반투명한 막이 깨져나갔다.

“휴~ 이게 되네.”

유신이 힘들지도 않으면서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캔은 이 상황을 만든 사람이 유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반투명한 막은 유신의 마도구에 저장되어 있던 그레이트 실드였다.

평소에는 원형 방패 모양이었던 그레이트 실드가 유신의 의지에 따라서 넓게 퍼져서 헌터들의 총격을 막은 거였다.

“총격에 부서 지지는 않는데, 역시 범위가 넓어지니까 내구도가 떨어지네.”

캔의 회심의 수를 손쉽게 막아낸 유신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캔은 악에 받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뭣들 해!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다시 발사해!!”

유신은 캔의 말을 듣고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능력 억제 기술은 시간제한이 짧다는 거다.

두 번째로 아까 그 수정구는 지금 또 없다.

‘그러니까 이번만 잘 막으면 된다는 거네.’

손쉽게 상대를 예측한 유신은 헌터들이 재빨리 장전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실’

다시 한번 ‘그레이트 실드’가 헌터들의 주위에 생성되며 총격을 막았다.

팅팅팅팅팅

총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헌터들의 주위에 퍼져나갔다.

슬쩍 바라보니 기동대는 확실하게 방어대형을 갖추고는 실드가 깨질 때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신은 손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검을 소환한 후에 그대로 캔을 향해 휘둘렀다.

콰앙!

포스가 실려있지는 않지만, 노력한 근력으로 캔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발고랑을 만들며 물러난 캔이 이를 부드득 갈며 노려봤다.

“바드득! 네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죽인다!”

캔이 자신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강철로 변하지 않는 걸 보니 본인도 능력을 억제당해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순수 육체 능력과 검술로 상대해야 한다는 거였다.

챙챙챙

검격을 서로 교환하면서 느낀 게 있었다.

괜히 3천의 영웅이 아니었다.

더러운 방법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 같았지만, 순수 무력은 또 만만치 않았다.

그때였다.

“제기랄!”

캔이 욕설과 함께 몸이 강철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충 계산해보니 능력이 억제된 시간은 약 30초였다.

그리고 사람들도 능력 억제가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능력이 돌아왔다. 자 선두 실드!”

“실드!!”

방패를 들고 있던 기동대원들이 실드를 전개했다.

그러자, 헌터들을 압박하는 포지션이 갖춰졌다.

“범법자들에게 죄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원거리. 하체를 향해 발사!”

수적 우세는 역시 무시하기 힘들었다.

순식간에 안에 있던 헌터들이 넝마가 되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캔 한 명뿐이었다.

콰아앙

유신의 포스가 담긴 검격에 캔이 꽤 멀리 밀려났다.

“이만 포기하지?”

“크크크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냐?”

“주위를 둘러봐. 널 도와줄 헌터는 저렇게 망가졌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3백 명이 넘어. 봐봐. 독기가 넘쳐흐르잖아.”

“내가 저딴 오합지졸 3백 명을 죽이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난 말이야. 널 죽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고.”

“응?”

갑자기 뒤쪽에서 소란스러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기동대 인원만큼의 사람들이 이번에는 기동대를 포위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죽은 자는 말이 없어. 뭐하냐 시체가 움직인다. 빨리빨리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헌터들이 왜 이렇게까지 캔을 따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이 격돌을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놔두면 헌터와 기동대에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길 게 뻔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널 빨리 처리하면 되는 거네?”

“자신만만한 것은 여전하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왜 3천의 영웅이 됐는지 이제부터 알아봐라!”

강철로 변해 있던 캔의 신체 위로 투명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캔의 몸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반짝임은 캔이 착용한 무기와 방어구까지 전체적으로 광택이 나게 했다.

“사장님 왁스라도 바르셨어요? 광택이 장난이 아니네요~”

유신의 말대로 캔의 몸은 비싼 시공비를 들여 광택이 나는 자동차 같았다.

얼마나 반질반질하면,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하지만, 캔은 유신의 도발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네가 내 양팔을 한 번 잘랐다고 여유만만한 것 같은데, 내게 시간을 주고, 이것들을 착용한 상황에서 계속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캔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격돌했다.

유신은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오러를 생성했다.

‘속전속결’

유신의 오러와 캔의 무기가 맞닿았다.

에너지의 집합체인 오러는 아무리 명검이라고 해도 잘라냈을 거다.

채앵

하지만, 캔의 무기를 잘라내지 못했다.

요즘 오러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무슨 파괴력의 집합체인가?

그저 좀 강한 검기 수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은 후회되기도 했다.

‘제길. 괜히 시간을 줬나? 아냐 내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새로운 필살기를 만들 때가 됐어.’

캔과 검격을 나누면서 유신은 한편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캔은 유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아니 인식할 틈이 없었다.

“제길!!”

육성으로 터져 나오는 욕설은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유신이 오러를 사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교황청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검술이 괴랄했다.

상대를 제압한다는 느낌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죽일 수 있는지 고심해서 만든 검술 같았다.

쾅 쾅 콰아앙

유신은 상대와 싸우면서 오랜만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격을 캔이 막아내기는 했다.

그렇다고 아예 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콰앙

방금도 자신의 공격이 캔의 가슴을 가격했다.

하지만, 가슴 보호대에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게 벌써 몇 번째였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어였다.

“제길! 제길! 제에길!!”

답답함은 유신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캔이 더 느끼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을 조금씩 공략하고 있는데, 자신의 검격은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피격당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콰아앙

무리해서라도 유신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유신은 자신의 검격을 물 흐르듯 피하더니, 이내 복부에 찌르기를 당하고, 한참을 뒤로 날아갔다.

“그만 포기하지?”

“포기?”

유신의 말에 캔은 울화가 치밀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한 번 무너지는 순간 모든 걸 잃을 게 뻔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검은 알약을 꺼냈다.

“이제부터 다를 거다. 꿀꺽”

그렇게 캔은 물도 없이 알약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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