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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22화 (122/300)

122화_밥 먹을 때 건들면 안 되는 이유

거대한 평원에서 쟌과 스텔라 남매 그리고 리우가 백여 마리의 오크 라이더 부대와 마주하게 됐다.

“전투 준비!”

쟌의 외침에 그들은 일렬로 쟌의 뒤에 섰다.

검을 내려놓고, 방패를 꽉 쥔 상태에서 모든 준비를 끝낸 쟌이 오크 라이더 부대를 향해 달려갔다.

실드 챠지

쟌의 돌진으로 오크 라이더 대형이 무너지며 길이 뚫렸다.

그 사이로 리우가 오크 라이더들에게 파고들었다.

리우가 움직일 때마다 오크들은 중요 근맥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퍼퍼펑

쟌의 매직 미사일은 오크 라이더를 살상할 수는 없었지만, 균형을 잃고 울프에게서 떨어지게 했다.

오크 라이더들은 자신들이 포위하고 있으면서도 2명의 인간을 어찌하지 못했다.

“취이익 취익 취익!”

대장으로 보이는 오크 라이더의 명령에 약 십여 마리의 오크 라이더가 전장을 벗어나 스텔라 남매에게 달려갔다.

“뭐야? 쟌! 리우! 똑바로 안 할 거야? 후방에 있는 우리한테까지 오게 만들면 어떡해!”

“앤. 그러지 마. 좋게 생각하자. 정말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풀 기회야.”

“휴~ 그렇네.”

무서운 기세로 오크 라이더가 다가오고 있지만, 스텔라 남매는 유유자적이었다.

철컥

앤이 양손에 권총을 꺼내더니 장전했다.

타앙 타앙

그리고, 그대로 오크 라이더를 태우고 있는 울프의 이마를 쏴서 맞췄다.

다가오던 오크 라이더들은 울프가 넘어지면서 목이 꺾여 죽었다.

타앙 타앙 타앙

앤이 쉴새 없이 권총을 난사했지만, 어느새 절반이 넘는 오크 라이더가 가까이 다가왔다.

꽈악

그때 얀이 성직자와 어울리지 않는 징이 박힌 장갑을 착용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앞에 있는 오크 라이더에게 점프해서 주먹을 날렸다.

콰직!

주먹은 오크 라이더의 얼굴을 뭉갰다.

스텔라 남매는 쟌과 리우처럼 한방에 오크 라이더를 처리하지는 못했고, 여러 번 피격에 성공한 후에야 오크 라이더를 저승으로 보냈다.

그 정도만 해도 웬만한 상위 헌터 이상의 물리력이었다.

얀이 오크 라이더의 장검을 피한 후, 깊게 파고들어서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후속타를 날리려고 할 때였다.

타앙

앤의 총알이 오크 라이더가 타고 있는 울프의 이마를 꿰뚫었다.

쓰러지는 울프 때문에 얀의 주먹은 빗나갔다.

“이런!”

균형을 잃어 쓰러지던 오크 라이더가 장검을 위로 올려 쳤다.

까앙

다행히 얀이 반대 손을 아래로 내려 장검을 막은 후 그대로 잡아서 당겼다.

딸려오는 오크 라이더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자, 오크 라이더가 장검을 놓쳤다.

얀은 장검을 빼앗은 후에 그대로 오크 라이더의 몸에 박아넣었다.

“허어 허억.”

거칠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정리하던 얀이 별안간 뒤를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앤!”

“깜짝이야! 갑자기 왜?”

“위험했잖아!!”

“에이~ 다 잘 됐는데 뭐~ 저기 쟌이랑 리우가 온다.”

대부분의 오크 라이더를 생채기 하나 없이 처리한 쟌과 리우를 보며 앤이 투정을 부렸다.

“쟌 그리고 리우 우리한테 오게 만들면 어떻게 해.”

쟌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성녀님이 몬스터의 10프로는 너희한테 보내라고 하던데?”

“정말? 그게 정말이야?”

“응.”

명령 때문에 자신들에게 몬스터가 왔다는 걸 알게 된 앤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 가만히 있던 리우가 주위를 둘러보며 잔에게 말했다.

“형님이시라면 얼마나 걸렸을까요?”

순간 리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응 뭐가?”

“오크 라이더를 잡는 시간이요.”

이해할 수 없었다.

리우는 언제나 유신과 자신을 비교했다.

그런데 이게 또 열등감은 아니었다.

뭐라고 할까? 선망의 대상에 대한 비교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쟌의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모르지. 또 가지고 있는 포스 다 써서 전멸시키기 전에 넉다운 됐을 수도.”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유신이 포스가 웬만한 능력자보다 많기는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잖아.”

“형님이요?”

리우는 태극신단을 복용한 후 마르지 않는 포스를 가지게 된 유신을 떠올렸다.

왜 유신은 본인의 능력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을까?

고심하던 리우는 손쉽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형님은 동료들이 자괴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말라고 그러신 거구나.’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거지만, 리우가 생각하는 유신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

“형님. 존경합니다.”

쟌과 스텔라 남매는 갑자기 리우가 이상한 말을 내뱉자, 살짝 거리를 두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생각했다.

‘리우에게서 유신의 향기가 난다.’

***

갑자기 등장한 지미의 모습에 유신은 반가움이 들었다.

아무리 미워도 아카데미 동창이었고, 자신의 검에 죽을 뻔했는데, 저 모습을 보니 그때했던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

하지만, 지미는 몇 년이 지나도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즉, 지미는 지미스러웠다.

“아후~ 어디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여기서 이딴 거나 먹고 있냐?”

“그만해. 여기 계신 분이 누구신지 알아?”

신평의 제지에 지미가 같이 식사하는 사람의 면면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4기동 대원을 보고 흠칫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지금 4기동 대원 보고 이러는 거냐?”

“아니. 실버… 4기동 대원님뿐만 아니라…”

지미가 신평의 말을 가로막으며 한껏 비아냥거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헌터라는 놈이 고작 기동대에 아부하냐? 그리고 4기동 대원이라고 해서 뭐? 난 기동대가 아니라 헌터야! 그래서 어쩌라고!”

그렇게 지미가 지X발X을 할 때에도 유신과 실버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이어갔다.

정확히는 유신은 지미가 아주 잠깐 개미 눈물의 반만큼 반가웠지만, 식사가 우선이었다.

실버는 이미 들은 바 있기에 지미의 패악을 무시했다.

그런데, 그게 지미의 성질을 긁은 모양이었다.

와장창창

지미가 간이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이 새끼들은 사람이 말하는데 밥이나 처먹고 있고! 예의가 없어.”

유신은 엎어져 흙이 묻은 양념깻잎을 바라봤다.

방금 메추리알 장조림을 먹었고, 깔끔하게 양념깻잎에 밥을 싸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한 명이 다 망쳐놨다.

“뭘 꼬나봐? 어휴~ 김치 냄새~ 야 빨리 빨리 치워라.”

밥상을 엎고, 한껏 비아냥거리고 나자, 지미의 기분이 풀렸는지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하지만, 유신은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야.”

유신의 외침에 실버와 신평이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미는 신평과 같이 있던 검은 가면을 쓴 이상한 놈이 자신을 부르자 불쾌감에 사로잡혔다.

그로 인해 실버와 신평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불상사를 일으키고 말았다.

“지금 나 부른 거냐?”

“귀가 먹은 거냐? 아님, 멍청한 거냐?”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지 모르는군.”

평소의 유신이라면, 지미의 말에 코웃음도 치고, 놀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밥과 김치를 지미가 못 먹게 했다.

그래도 아카데미 동기라고 딱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너랑 말장난하기 싫으니까 사과하고 이거 치워.”

“허~ 그래그래 날 모를 수도 있지. 내가 다시 한번 더 날 소개하기. 난…”

“캔 브레이커 그 개자식의 아들이잖아.”

순간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과연 누가 3천의 영웅을 욕하는가?

그건 있을 수도 있어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일어났다.

“방금 뭐라고 했지?”

그래도 욕을 한 번 내뱉고 나자 유신의 기분이 풀려서 평소 유신의 화법이 그대로 나왔다.

“넌 꼭 이비인후과 가봐. 그냥 가지 말고 진짜 좋고 실력 좋은 의사가 있는 곳으로 아! 필요 없나? 아빠한테 귀 아파요~ 힐러 붙여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아들한테 그 귀한 포션까지 줄지 모르잖아.”

“이 개자식!”

흥분한 지미가 등에 있는 대검을 꺼냈다.

그러고는 검기를 피워 올리며 유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는 빌어도 소용없다.”

지미가 앞에 있는 유신을 일도양단하려고 검을 휘둘렀다.

그때 대검을 바라보던 유신이 오른손을 들었다.

무협지에서 경지의 차이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유명한 게 있다.

바로 검지와 중지로 상대의 무기를 잡는 방식이다.

물론 유신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전력으로 다가오는 대검을 손가락으로 잡는 게 솔직히 쫄렸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잡았다.

“이익!!”

지미가 잡힌 대검을 빼내려고 힘을 줬지만, 모두 허사였다.

5대력으로도, 힘으로도 유신보다 부족했다.

거기다가 별의별 수를 다 써보지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

“네 아버지의 후광만 믿고 망나니짓 좀 그만해라. 그리고 검으로 흥한 자, 검이 부러지리라.”

챙강

유신이 손에 힘을 주자, 두꺼운 대검이 너무나 손쉽게 부러졌다.

대검이 부러지자, 지미는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이를 갈았다.

“내가 널 가만두지 않겠다.”

지미의 협박에 유신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 바보냐?”

“뭐?”

“복수하겠다고 하는 놈을 내가 그냥 보내 줄 것 같아?”

“흥! 안 보내 주면 어떻게 할 건데? 난 헌터 협회 한국 지부 지부장인 캔 브레이커의 아들 지미 브레이커야.”

유신은 지미의 말을 더는 들어주기 힘들어서 벌을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부러진 검을 지미의 허벅지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지미는 황급히 육체 강화를 사용해서 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유신은 검의 부러진 면을 망치질하듯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자, 지미의 허벅지에 부러진 검신이 박혔다.

퍼억

“크아아아악!!”

지미가 야영지가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유신은 아무렇지 않게 발로 지미의 입을 뭉갰다.

“내가 말했지. 후광 팔지 말라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거기다가 지미의 비명에 회의하던 기동대 팀장과 헌터 간부가 서둘러 현장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지미가 허벅지에 칼이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기겁했다.

헌터들이 지미를 데리고 갈 때 유신은 아무렇지 않게 보내줬다.

그렇게 지미가 풀려나자, 기동대가 유신을 포위하며 무기를 겨눴다.

“당신을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현재 야영지에 있는 기동대 최선임인 호랑이 열하나 팀장이 유신에게 외쳤다.

유신은 그런 팀장의 말에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져줬다.

“이게 내 혐의를 벗겨줄 거다.”

“영상기?”

영상기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니, 유신의 가면에 저장되어 있던 지미의 행패가 낱낱이 나왔다.

지미가 먼저 시비를 걸고, 검을 휘두른 것까지 상세히 나왔다.

하지만, 같이 영상기를 보고도 헌터 간부는 분노를 토했다.

“자네 이분이 누군 줄 알고. 허억!”

헌터 간부는 뒤늦게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리고는 놀랐다.

유신의 소속과 직책은 파견대의 최상위층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헌터 간부는 캔이 깨지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었다.

갑자기 놀란 헌터 간부의 모습에 기동대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대를 상하게 한 것은 당신입니다. 소속을 밝혀 주십시오.”

지금까지 유신이 만난 기동대 팀장들은 모두 원리원칙에 움직였다.

그리고 앞에 있는 팀장도 마찬가지였기에 유신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치사한 것 같아서 안 밝히려고 했는데…”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유신은 어쩔 수 없이 품을 뒤지는 척하며 아공간에서 교황청 소속 신분패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걸 기동대 팀장에게 던져줬다.

신분패를 받아든 팀장이 깜짝 놀랐다.

“화…황금패?”

호랑이 열하나 팀장이 놀라든 말든 유신은 말을 이었다.

“증거 영상을 보시면 지미는 교황청에 복수한다고 했습니다.”

아니다.

지미는 유신 개인에게 복수한다고 했다.

“거기다가 무고한 저에게 매우 날카롭고 위험한 검을 휘둘렀고요.”

무고한 것은 모르겠지만, 유신에게 지미의 검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뿐인가요? 말하는 걸 들어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네요.”

유일하게 이 말만이 진실이었다.

“그러니 지미 브레이커를 교황청으로 압송하겠습니다.”

유신의 말에 모두 벙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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