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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21화 (121/300)

121화_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는데.

리자드는 늪, 사막, 숲에 서식하며, 언월도와 방패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지형지물 활용에 도가 텄으며, 계급사회를 이루고 있다.

보통 일반 계급인 리자드, 전사 계급인 리자드맨 그리고 그 위로 대전사와 킹이 있다.

보통 20마리 내외로 몰려다니는 리자드는 그 자체로 공포스럽지만, 그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부락을 형성했을 때다.

최소 500마리의 리자드가 지내며 전사인 리자드맨도 300마리가 넘는다.

수도 수지만, 부락의 무서운 점을 리자드 대전사 또는 리자드 킹이 있다는 거다.

“저기 칼님.”

“블랙이요.”

호랑이 스물의 팀장은 이 상황에서도 역할극을 하는 교황청 소속의 칼이 아니꼬았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네 블랙님. 리자드 킹은 물론 대전사도 아직 한국 지부에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뭅니다.”“확실해요?”

“네?”

“확실하냐고요?”

확실하냐?

이 말은 참 대답하기 애매하게 만든다.

확실하다고 하는 순간 그 책임은 답변자가 모두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팀장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유신을 말을 이었다.

“잘 들어요. 리자드가 부락을 형성했다는 것은 최소 구심점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지금 리자드 대전사로 생각하십니까?”

“어떤 일이든 최악을 가정해야죠. 그래야 피해가 최소화되고요. 그리고 운 좋게 대전사나 킹이 없다고 해도 다른 호랑이들이 위험합니다.”

순간 호랑이 스물 팀장은 반박하고 싶었다.

자신들과 동료들은 거친 훈련을 통해 여기까지 올라온 최정예였다.

“저 혼자서도 리자드맨 다섯 마리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유신은 쉼 없이 다리를 움직이면서 어이없는 얼굴로 팀장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홀로 트롤 세 마리를 해치운 사람 앞에서 리자드맨 다섯 마리를 한 번에 해치울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기 때문이다.

“후~ 사람들이 몬스터 대백과사전을 너무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에?”

“자. 잘 들어요. 분명 몬스터 대백과사전에 리자드맨은 지형지물을 잘 활용한다고 적혀있죠?”

“네. 하지만 몬스터가 이용해 봤자…”

“방금 그 몬스터한테 죽을 뻔한 게 당신과 당신 팀원들입니다.”

팀장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다는 건 다시 말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유신의 말에 팀장은 자꾸 의문이 들었다.

‘몬스터가 전략을?’

보통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몬스터는 특성에 맞게 본능으로만 움직인다고.

틀린 말도 아니다.

소수일 때 그리고 전투에서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게 몬스터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그들도 인간 못지않게 전략을 사용한다.

“전략은 억측입니다.”

유신은 끝까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에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고지식한 팀장의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자신을 향해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우리 팀장이 외골수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융통성 없는 사람 밑에서 고생하는 팀원에게 고개를 끄떡여줬다.

“알겠습니다. 믿든 안 믿든 일단 제 시간 안에 도착해야겠죠?”

“네.”

“그럼 조금 더 속도를 올리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팀원들이 지칩니다. 지금 속도도 팀원들은 버겁습니다.”

“팀장님이 지치는 게 아니고요?”

유신은 그냥 한 번 찔러봤다.

하지만, 그 도발이 팀장에게 먹혔다.

여기서 유신이 모르는 게 있었다.

원리원칙을 따지는 그가 동기들보다 빠르게 팀장 자리까지 올라간 이유가 지기 싫어하는 경쟁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챙챙챙

“벌써 전투가 시작됐네요.”

“네?”

팀장은 유신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믿을 생각이 없었다.

현재 목표 지점까지 1km가 넘게 남았다.

콰콰쾅

불신도 잠깐이었다.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먼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붉은 불길이 높게 솟았다.

“저건 호랑이 열다섯 팀장의 기술입니다. 모두 속도를 올린다.”

팀장의 말에 기동대원들은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연합전사 중 블랙과 실버가 이미 저 멀리 앞서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앞서가고 있을 때 실버가 조용히 유신을 불렀다.

“칼님.”

“실버. 전 블랙입니다.”

“이제 그만 하십시오. 자꾸 그러시니까 저들이 힘을 보여줘도 믿지 않는 겁니다.”

“알아요.”

“네?”

알면서 하고 있다고?

실버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실버 지금 기동대와 헌터의 갈등은 최고조입니다. 그 상황에서 교황청이라는 제 3세력이 끼어든다? 그것도 완벽한 믿음을 주면서?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중재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기동대의 세력만 분산될 겁니다. 제가 기동대 소속이었다면 구심점이 될 수 있겠지만, 전 교황청 소속입니다. 제가 구심점이 되면, 그저 또 다른 세력을 하나 더 만들 뿐입니다. 저는 그저 이벤트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고, 기동대가 다 같이 뭉쳐야 합니다.”

“……”

사려 깊은 유신의 말에 실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은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계속 잘 부탁합니다.”

휘청

앞으로 쏘아지다가 다리가 풀렸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대의를 위해 본인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끼에엑.”

리자드맨의 비명이 여기까지 들렸다.

서둘러 도착해서 보니 다행히 기동대는 리자드맨의 부락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약 백여 마리의 리자드맨과 기동대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칼…블랙님. 서둘러 도와줘야겠습니다.”

실버가 기동대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몸을 날리려고 할 때 유신이 막아섰다.

“아뇨 잠깐만요.”

“네?”

유신은 일단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전장을 살펴봤다.

리자드맨은 자신의 앞마당에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매서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기동대원들의 수적 우세와 능력으로 인해 점차 밀리고 있었다.

아니 밀리는 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리자드맨이 나타난 방향은 저쪽 숲이었군요.”

숲 방향으로 리자드맨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 리자드맨이 물러나는 곳은 호숫가네요.”

“네?”

실버는 유신의 말대로 리자드맨이 후퇴하는 곳을 바라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 호숫가가 보였다.

“설마?”

“네. 아주 간단한 수법이죠. 매복입니다. 아시다시피 리자드라는 종족은 꽤 오랜 시간 물속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동대원들은 리자드맨이 전략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전투의 광기에 빠졌는지 저 많은 기동대원 중 단 한 명도 눈치채지 못했다.

“일단 후퇴 신호탄을 쏘세요.”

“네? 아.알겠습니다.”

실버는 재빨리 품에서 붉은 신호탄을 꺼내서 하늘 위로 쐈다.

피이이잉 펑

공중에 붉은 연기가 피어났다.

리자드맨을 따라 호숫가로 전진하던 기동대원들이 뒤늦게 신호탄을 확인했다.

그들은 리자드맨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크롸롸롸롹.”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두 배는 커보이는 리자드맨이 괴성을 지르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게 신호가 되어서 호숫가에 숨어 있던 리자드맨들까지 나타났다.

그 수가 아무리 적게 봐도 수백이었다.

“블랙님. 리자드 킹입니다.”

실버가 급하게 고개를 돌려 유신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유신은 느긋하게 아공간에서 한 개의 묵색 창을 꺼냈다.

“님은 빼라니까요. 그리고, 리자드 킹까지는 아니네요. 리자드 대전사입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유신은 꺼낸 창을 들어 던질 준비를 했다.

“중요합니다. 리자드 킹과 리자드 대전사의 부락은 일단 숫자부터 차이가 있으니까요.”

말을 끝낸 유신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리자드맨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묵색 창을 마구잡이로 난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최소한으로 기동대 인원들이 리자드를 잡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피해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이들이 분노하고 뭉쳐야 한다.

“그래도 일단 대가리부터.”

최대한 뒤로 당겨진 유신의 오른팔에 있던 창이 리자드 대전사를 향해 쏘아졌다.

쇄애애애액

푸욱

바람을 가리고 날아간 창은 리자드 대전사의 몸에 꽂혔다.

그리고 창은 포스 폭발을 일으키며 수류탄 효과를 냈다.

콰아아아아앙

리자드 대전사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반경 5M가 초토화됐다.

리자드맨의 명령 체계가 사라졌다.

그로 인해 전투는 소강상태로 변했고, 기동대원들은 다행히 그사이에 후퇴했다.

“칼님…대체 얼마나 강하신 겁니까?”

“훗. 전 아직 배고픕니다. 아임 헝그리.”

“네?”

“일단 여기서 대기해주시고요. 기동 대원들을 한곳에 모아주세요. 그럼 한 시간 뒤에 봐요~”

“어디 가십니까?”

“시크릿입니다.”

그렇게 유신은 유신스러운 대답을 하고선 사라졌다.

***

유신이 홀로 간 곳은 어디일까?

바로 후퇴하는 리자드맨들에게 향했다.

“키에에엑”

“조용해.”

서걱

앞으로 뻗어나간 검기가 4~5마리 리자드맨의 몸을 양분했다.

동료가 죽어 나가도 리자드맨은 반항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등을 보이며 그대로 도망쳤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상대는 한 명이었고, 자신들은 다수였다.

그냥 다수도 아니라 수백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리자드맨도 유신의 근처까지 가지도 못했다.

“딱 절반만 줄일게, 그래야 기동대가 너희들을 힘들게 이길 수 있겠어.”

그렇게 유신은 기동대원들이 모르게 리자드맨을 학살했다.

유신의 검이 멈췄을 때에는 호숫가가 리자드맨의 피 때문에 새빨갛게 변했다.

“에휴~ 이건 언제 다 치우지?”

유신은 둥둥 떠다니는 리자드맨의 사체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호숫가를 물들인 피야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고 하지만, 사체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사체를 그냥 두기에도 아까웠다.

분명 리자드맨의 몸에는 일부이지만 마정석도 있을 거다.

마정석도 마정석이지만, 리자드맨의 가죽은 예전 악어가죽보다 더욱 비싸게 팔린다.

“나도 인간이지만 참 대단해. 몬스터의 가죽으로 악세사리를 만들 줄이야.”

휴대폰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30분이 지나있었다.

“아자! 힘내자. 이게 다 돈이다!!”

그렇게 유신은 전투 때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몰래 챙긴 아공간 주머니에 리자드맨의 사체를 집어넣었다.

***

유신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의외로 리자드맨을 너무나 많이 잡았다.

그래서 실버에게 약속했던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호랑이 열하나부터 스물까지 있는 야영지에 뒤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 유신을 먼저 발견한 것은 실버였다.

“오셨습니까?”

“좀 늦었죠?”

“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에이~ 여기서 절 어떻게 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어요.”

“…그렇군요.”

실버는 유신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려서 긍정을 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원이 많네요? 얼추 삼백은 넘는 것 같은데.”

“한 시간 전에 헌터들이 왔습니다.”

“헌터들이요?”

“네. 기동대원들이 큰 피해를 당하면 생색내며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생명보다 권력을 더욱 중시하는 놈이 윗대가리에 있으니, 혹시 깡통도 왔습니까?”

“네?”

실버는 순간적으로 유신이 뭘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누구를 지칭하는지 눈치껏 파악을 끝냈다.

“아…아닙니다. 오지 않았습니다.”

“영웅이라는 놈이 엉덩이가 그리 무거워서야.”

“저…아…아닙니다.”

“싱겁기는, 배고프다. 우리 밥 먹어요.”

“네. 혹시 몰라서 신평이 저기에 준비해놨습니다.”

“오~ 역시 레드!!”

유신은 해맑게 웃으며 신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신평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작은 테이블에 즉석밥과 통조림 반찬이 놓여 있었다.

“칼님 오셨습니까?”

“오~ 레드 이게 다 뭐야? 그리고 블랙이라니까!”

“네. 블랙님. 이것들은 기동 대원들에게 얻었습니다.”

“우와~ 넉살이 좋구나.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네?”

할아버지 같은 말을 내뱉은 유신을 신평이 유심히 바라봤고, 유신도 그 눈길을 느꼈다.

“왜? 난 여자 좋아하는 남자야.”

“아… 그게 아니라, 아까랑 방금 하신 말이 아니 그러니까 말투가 제 친구 같아서요.”

“오~ 그 친구는 센스가 있군. 그리고 잘생기기까지 했을 거고.”

“잘생긴 건 모르겠지만, 센스는 있습니다.”

“…밥 먹자.”

유신은 속으로 다짐했다.

나중에 이 가면을 벗고 친구로서 다시 신평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다짐하면 식사를 이어갈 때였다.

“이야~ 이게 누구야? 아카데미 꼴통 아니야? 너 아직도 헌터하냐? 야 포기해. 능력도 없는 녀석은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니야.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

한껏 시비조의 목소리에 유신과 신평 그리고 실버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캔의 아들이자, 웬수가 있었다.

지미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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