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_연합전사(2)
서른 명의 기동대원들이 숲을 헤치고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선두에 선 인원이 왼손을 들어서 주먹을 쥐자, 모두가 멈춰 섰다.
“방패 앞으로!”
선두에 선 팀장의 명령에 중간에 있던 다섯 명의 기동대원이 방패를 앞세워 팀장의 앞을 막았다.
그때 갑자기 한 마리의 트롤이 나타났다.
“크아아아앙!”
“원거리 공격!”
팀장이 당황하지 않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기동대원들의 공격이 트롤을 덮쳤다.
“크아아아앙.”
원거리에 공격에 상처 입은 트롤은 화가 났는지 크게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몸을 회복하며, 기동대원에게 달려들었다.
“실드 전개.”
앞으로 나선 다섯 명의 기동대원에 방패에서 실드가 뿜어져 나왔다.
텅텅텅
방패를 든 기동대원들이 사력을 다해서 트롤의 공격을 막았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팀장의 명령이 이어졌다.
“대기! 대기! 지금!!”
틈을 발견한 팀장이 신호하자, 방패를 든 기동대원들이 이를 악물며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트롤을 밀어냈다.
순간적인 공격에 트롤의 균형이 무너지자, 근거리 무기를 든 기동대원들이 앞으로 달려들며 트롤의 몸에 자신의 무기를 박아넣기 시작했다.
푹푹푹
“후퇴!”
트롤의 몸에 무기를 박아넣은 기동대원들이 다시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크아아아앙!!”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트롤이 다시 한번 괴성을 질렀다.
그렇게 기동대원들은 원거리 공격, 방어, 근접 공격을 반복하며, 트롤을 지치게 했다.
나중에는 트롤의 몸에 더 이상 무기를 박아 넣을 곳이 없어졌다.
쿵
그때야 트롤이 쓰러졌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과 회복력 때문에 트롤의 생명은 가늘게 연결됐다.
“마무리하도록.”
팀장의 명령에 가장 덩치가 좋은 기동대원이 대검으로 트롤의 목을 단번에 잘라냈다.
“휴 끝났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팀원들의 말에 팀장이 웃으며 답했다.
“다들 힘든 건 알지만, 여긴 트롤의 영역이다. 우선 무기 회수 후, 재정비하겠다.”
“팀장님 장장 10분을 넘게 싸웠어요. 조금만 쉬면 안 돼요.”
“메뉴얼 상 무기 회수가 먼저다.”
“우우~ 원리원칙!”
한껏 불평불만을 토했지만, 팀원들은 팀장의 명령에 무기를 회수했다.
그렇게 트롤에게서 무기를 회수하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아앙!”
“크아아아앙!”
갑자기 앞에서 들려오는 트롤의 괴성에 기동대원들이 다시 전투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트롤 한 마리를 잡는데,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한 마리도 겨우 상대했다.
그런데 앞에 두 마리가 있다는 걸 파악하자마자, 팀장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일단 후퇴한다.”
아무도 팀장의 명령에 군말하지 않고 빠르게 후퇴하려고 할 때였다.
“크아아앙”
뒤편에서도 트롤의 괴성이 들려왔다.
“이런 방진형으로. 그리고 빨리 본부에 지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통신병이 무전기를 꺼내 지원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본부 응답하라. 여기는 호랑이 스물. 현재 섹터 32구역에서 트롤에게 포위됐다. 지원 요청 바란다.”
-호랑이 스물. 여기는 본부. 현재 지원을 보낼 팀이 없다.
“헌터. 아니 독수리들이 있지 않나.”
-독수리들은 현재 고블린 무리를 처치하고 있어서 지원을 보낼 수 없다.
“고블린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트롤이라고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다수라니까!!”
-무운을 빈다.
상대편에서 일방적으로 무전을 끊어버렸다.
통신병은 다시 본부에 무전을 넣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런 개X끼들!!”
울화가 치민 통신병이 욕설을 퍼붓지만, 그렇다고 무전이 다시 연결되는 건 아니었다.
“팀장님 어떻게 합니까?”
통신병의 말에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기동대와 헌터 길드의 갈등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무 중에 그것도 목숨을 걸고 있는 임무에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갈 줄은 몰랐다.
여기 있는 기동대원들은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하~ 미안하다.”
“팀장님이 뭐가 미안합니까. 다 X같은 헌터놈들 때문이지.”
쿵쿵쿵
트롤의 발걸음 소리가 기동대원들에게는 죽음의 카운터 다운처럼 들려왔다.
“크아아아앙!!”
모습을 드러낸 트롤들은 총 다섯 마리로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팀장은 혹시나 길을 뚫을 수 있는 곳이 있나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사방이 트롤에게 막혀 있었다.
“여기서 살아나면 아주 거하게 한턱 쏠테니까 모두 꼭 살아남아라.”
“메뉴가 뭡니까?”
“냉삼 어떠냐?”
“우와~ 역시 팀장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돈 안 쓸려고 하네.”
“그러게 말이야.”
기동대원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공포심을 이겨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자 레드 출동~!!”
“알겠습니다. 블랙!”
누군가 어린이 애니메이션 같은 대사와 함께 트롤에게 덤벼들었다.
레드라고 불리는 남성은 창을 들었고, 거지꼴이었다.
그런데, 그 남성이 체고가 3미터 가까이 되는 트롤의 얼굴까지 점프했다.
“과완토옹~!!”
알아먹기 힘든 말과 함께 트롤의 얼굴을 향해 창을 찔러넣었다.
그 모습에 팀장은 자신들을 도와주는 것에 감사했지만, 송장이 하나 더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푸욱
퍼어엉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창이 트롤의 얼굴에 꽂히더니 그대로 회전해서 풍선처럼 터트렸다.
“레드 잘했다. 이제 실버!!”
검은 가면의 외침에 실버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누가 봐도 4기동 대원이 양손에 단검을 들고는 트롤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앙!!”
심장이 찔린 트롤은 특유의 재생력으로 죽지 않았다.
그리고는 주먹을 들어서 실버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실버는 어느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실버가 자리 깔아줬으니까 레드 마무리!”
“넵!”
레드라 불린 인물이 검은 가면의 몸을 딛고 높게 점프했다.
그 상태에서 이번에는 아까보다 괜찮은 발음으로 트롤을 공격했다.
“관토옹!”
푸욱
언제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창은 트롤의 손에 막혔다.
“레드. 실버~”
호칭만 말했는데, 레드가 창을 버리고 뒤로 빠졌다.
그와 동시에 실버가 소리소문없이 트롤의 뒤로 다가가 목을 베었다.
후두두둑
트롤의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렇다고 트롤이 죽은 건 아니었다.
단검의 특성상 트롤의 두꺼운 목을 잘라내지는 못했다.
실버는 무기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욕심부리지 않았다.
다시 은신을 펼쳐서 트롤에게서 도망쳤다.
“이놈까지는 이 블랙이 손 쓸 필요는 없겠네요. 실버랑 레드가 이놈은 마무리 지으세요.”
검은 가면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서 꺼냈는지 커다란 창을 레드에게 던져줬다.
그리고 검은 가면은 한 자루의 검을 쥐고선 남은 트롤 세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일어났다.
그래서 팀장이 넋이 나가 있을 때였다.
“팀장. 어떻게 합니까?”
부팀장의 목소리에 팀장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우.우리도 공격대형으로 한 마리의 트롤을 맡는다.”
정신을 차리면서 희망이 샘솟았다.
다섯 마리의 트롤 중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빈사 상태였다.
아직 세 마리가 남았지만, 최소한 자신들이 죽을 각오를 하면 두 마리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걱
서어걱
콰앙
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검은 가면을 쓴 그러니까 블랙이라는 사람이 검기를 일으키더니 트롤들을 향해 뿜어냈다.
일 검에 한 마리 트롤의 목이 날아갔다.
이 검에 남은 두 마리의 목이 날아갔다.
마지막 폭발 소리는 레드라는 인물이 트롤의 얼굴에 창을 박아 넣는 소리였다.
“휴~ 끝났다.”
유신의 한마디에 기동대원들의 표정이 모호해졌다.
정확히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본 사람의 모습이었다.
“어?”
“트…트롤 맞았지?”
“내 볼 좀 꼬집어봐.”
“우리 살아남은 거야?”
“구두쇠 팀장님의 냉삼을 얻어먹을 수 있는 거야?”
통신병의 마지막 말에 팀장이 남몰래 째려봤다.
그리고 기동대원들은 현실로 돌아왔다.
“살았다!”
“만세!”
서로 얼싸안으며 지금 이 분위기를 자축했다.
“포메이션 A”
갑자기 유신의 외침에 실버가 살짝 기겁하면 되물었다.
“정말 합니까?”
“응. 포메이션 A”
레드라는 인물이 센터에 서서 양손을 들어 큰 브이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양옆으로 블랙과 4기동…실버가 서서는 바깥쪽으로 양손을 쭉 뻗어서 날개 모양을 만들었다.
“우리는 연합전사!!”
4기동 대원이자 실버는 부끄러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 사실을 4기동대에서 알게 된다면, 분명 사유서로 끝나지 않을 거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앞에 선 신평은 가면도 쓰지 않았다는 거였다.
잠깐 자세를 취한 후, 유신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 괜찮으세요?”
방금까지 전대물을 찍어대던 사람이 목소리를 깔며 안부를 물었다.
솔직히,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트롤을 물리친 사람이었다.
그만큼 강자 앞에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이 중에 없었다.
엄숙한 이때 팀장이 조심히 앞으로 나왔다.
“저희는 호랑이 스물입니다. 소속을 물어봐도 될까요?”
“아 소속이요. 그러니까…”
검은 가면은 자신이 소속이 어디인지 몰라 4기동 대원을 바라봤다.
4기동 대원은 재빨리 검은 가면에게 귓속말했다.
“뭐? 하루살이?!”
“죄송합니다. 위에서 그렇게 정해서…”
“이거 작명 센스 깡통이지?”
“네?”
실버는 유신이 누굴 말하는지 몰랐다.
그건 당연했다.
누가 3천의 영웅 중 한 명인 캔 브레이커를 깡통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놈 있잖아. 캔. 나한테 혼난 놈.”
“아… 캔 브레이커님 말씀하시…”
“내 앞에서 님이라고 하지 마!”
“네? 네.”
캔 브레이커의 양팔이 잘린 찌라시로만 돌았던 그 사건.
모두가 쉬쉬하지만, 실버는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3천의 영웅이라고 하지만, 앞에 있는 유신에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팀명은 위에서 그냥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호랑이라고 하는데?”
“기동대는 호랑이로, 헌터는 독수리로 본부는 와이번입니다.”
“그러니까 지들은 멋있고 쎈 걸로 하고 우리는 왜 하루살이야. 그냥 하루 살고 콱 뒤지라는 소리야?”
“아…아닐 겁니다.”
“정말이지?”
실버는 오늘따라 가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일단 그건 뒤로 넘기고, 기동대 여러분.”
유신의 말에 팀장이 앞으로 나서면 말했다.
“네.”
“겨우 이 전력으로 이곳으로 왔나요?”
“그게… 휴~”
팀장은 내부적인 문제를 여기에 말해도 되나 생각했다.
생각은 짧았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기에 그냥 속 시원히 말하기로 했다.
“지금 기동대와 헌터들의 갈등이 최고조입니다.”
“갈등이요? 무슨 갈등이요?”
“캔 브레이커님이…”
순간 유신이 팀장을 매섭게 째려봤다.
그나마 팀장은 눈치가 빨라서 재빨리 말을 바꿨다.
“캔 브레이커가 전과를 기동대에게 몰아주겠다고 하면서 위험한 임무를 전부 기동대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럼 지들은 뭐 하고 있는데요?”
“그…고블린이랑 코볼트 그리고 놀의 영역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도 지원을 요청했는데, 거부…당했습니다.”
팀장의 말을 듣고 유신은 캔이 좀생이가 맞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이 일의 발단이 자신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 복귀하나요?”
“아닙니다. 호랑이 열하나부터 스물까지 현재 리자드맨 부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리자드맨이요? 그 늪지에 산다는 도마뱀 전사들?”
“네.”
유신은 머릿속으로 리자드맨에 대한 정보를 불러왔다.
그렇게 잠깐 리자드맨에 대해서 복습한 다음 앞에 있는 기동대원들을 바라봤다.
“흠…보통 한 팀은 몇 명으로 구성이 되나요?”“서른 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니까 총 10개 팀으로 300명이 리자드맨 부락으로 가서 사냥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약속 장소는 어디이고, 언제 집결하기로 했습니까?”
“북동쪽으로 3.7km 정도 더 가면 나옵니다. 그리고 대략 30분 후에 작전 개시입니다.”
“앞장서세요.”
“네? 트롤에게서 마정석을 먼저 채취해야…”
느긋한 팀장의 말에 유신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요! 지금 다른 호랑이들이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