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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18화 (118/300)

118화_캔 브레이커(2)

예전부터 미친개에게는 만병통치약이 존재했다.

바로 매가 약이었다.

그래서 유신은 캔을 노려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다들 뭣들 하는 겁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거기에는 회의를 총괄했던 한국 지부 인류화 작전이 총책임자가 서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굽니까? 강찬성 대장님 아니십니까?”

“캔 브레이커씨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 별거 아닙니다. 교황청에서 오신 저기 저 그러니까.”

강찬성은 캔의 손이 향하는 곳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칼님 말씀하는 겁니까?”

“네. 칼님과 약간의 오해가 있었습니다.”

“오해라고요? 건물이 흔들리고 서로가 서로를 언제든지 공격하려고 하는 이 상황이 오해입니까?”

“네. 오햅니다.”

캔이 웃으면서 대답했고, 강찬성은 더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끙끙댔다.

아무리 자신이 이곳의 총책임자라고 하지만, 캔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3천의 영웅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레면 마계화를 이루는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만하시고 그만 숙소로 돌아가는 건 어떠십니까?”

보통 이렇게 중재를 하게 되면 그냥 넘어가 주는 게 도리였다.

그래서 유신도 다음을 기약하려고 했다.

하지만, 캔은 유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싫다면요?”

“네?”

“강찬성 장군. 왜 말투가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것 같지?”

강찬성은 캔이 자신을 추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물러날 수도 없기에 캔의 말투를 흉내내며 답했다.

“네. 오햅니다.”

캔은 화가 났다.

교황청에서 온 칼이라는 놈도 그리고 앞에 있는 강찬성도 말이다.

한국 지부는 이미 자신의 손에 떨어진 거와 다를 바 없는데, 아직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버릇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오해를 풀어야겠군요.”

뚜벅뚜벅 강찬성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금속으로 변한 자신의 팔을 들어 강찬성을 치려고 했다.

그때 유신이 재빨리 손을 움직였고, 주위에 있던 다른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

“뭐. 뭐지?”

주위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가장 황당하고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크.크아아아악!! 내 팔!!!”

유신이 오러로 치켜든 캔의 팔을 깔끔하게 잘라버린 거였다.

“으흠… 속까지 강철로 변해 있네. 좋다. 피 한 방울 안 나와서.”

“이…이 새끼! 죽여 버리겠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유신의 말에 캔이 분노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말했지만, 겨우 말뿐이었다.

그는 방금 이 한수로 실력 차를 확실히 느꼈다.

“강철의 기사? 이명을 다시 지어야지 깡통이라고.”

비아냥거려도 그저 매섭게 노려만 볼 뿐이었다.

“뭐 이걸로 서로 귀찮은 오해는 푼 걸로 하지.”

“크…”

“싫어? 싫으면 계속하던가.”

자존심에 상처 입은 캔을 뒤로하고 유신은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유신이 떠나면 캔은 자신의 위상에 금이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황청이고, 체면이고 생각하지 않고 몸을 돌린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캔의 마저 남은 왼팔도 땅에 떨어졌다.

양손을 잃은 캔이 정신적 충격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강철에서 다시 인간으로 변신이 풀렸다.

이내 양손에서 분수처럼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의무팀!”

“뭐해? 빨리 의무팀 불러!”

“지혈부터 해.”

사람들이 캔에게 응급처치를 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유신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과다출혈로 캔이 죽는다?

전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분명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벌컥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람은 아직도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다.

미안한 감정도 들기에 바로 제재를 풀었다.

“아람 그만!”

드디어 고통에서 벗어난 아람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끅끅끅 주…주…죽여 버리겠다!”

아람이 달려들어서는 작은 주먹으로 유신의 몸을 빠르게 강타했다.

하지만, 대도깨비도 아니고 고작 아기 도깨비의 물리력은 갓난아이 수준도 되지 않았다.

뿅뿅뿅

“인간! 한때 대도깨비였던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줄 알다니 후회하게 해주마!”

뿅뿅뿅

전혀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귀찮기는 했다.

“적당히 해. 그리고 내기는 그냥 없던 일로 할게.”

“누가 내기를 한다고 했어? 그냥 좀 죽어!”

뿅뿅뿅

“그러지 말지 나 좀 도와줘.”

“내가 인간 따위를 도와줄 성싶으냐!”

뿅뿅뿅

처음에는 아람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가람의 말대로 선행을 쌓게 도움을 주려고만 했었다.

어떤 형식으로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는데, 오늘 확실히 잡혔다.

“너 도력 쌓아야 하잖아. 그리고 가람의 말로는 착한 일을 해야 다시 대도깨비가 된다던데?”

“……”

가람의 이름이 나오자 아람의 꾹꾹이는 멈췄다.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노려보기만 했다.

‘여기서 아람이 날 도와주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를 줘야겠지?’

“그리고 착한 일의 기준 심사관이 나야.”

“…정말?”

조금 혹했는지 아람이 치켜뜬 눈매를 수그러뜨렸다.

“응 내가 잠시지만 네 주인이잖아. 그리고 내기보다는 선행 점수를 받는 걸로 하자. 어때?”

“흠…”

대도깨비였을 때의 아람이라면 턱도 없을 거였다.

하지만, 몸이 어려지자 정신도 어려진 것 같았다.

이제 아람의 답변은 정해졌다.

“아냐 싫어.”

“응?”

다 넘어온 줄 알았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좋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하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하람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람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유신의 멱살을 잡아챘다.

“하람!! 그놈 어디 있어?”

“좀 진정해.”

“진정하게 생겼어? 빨리 말해!! 하람. 어디 있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것이다.

대략 원수지간인 것은 확실한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궁금했다.

“대체 하람을 만나면 뭘 하려고?”

“뭘 하기는!! 복수해야지!!”

“복수?”

“그래!! 만나면 하람의 %#&$*※……”

거친 욕설은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는 동안 유신은 순수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래. 복수 좋은 거지. 근데 그 몸으로?”

“……”

유신의 말이 끝나서야 아람은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됐다.

자신은 지금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해봤자, 어마어마한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모습을 들키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주라. 내가 2년 6개월 안에 엄청 강해져야 하거든? 그래야 일루시안에 갈 수 있어.”

“흥!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네가 저번에 만났던 우리 선배들 기억나?”

아람은 무슨 기억을 떠올렸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배들이라면 하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동안 너도 내 일 도와주면서 다시 대도깨비가 돼야지.”

“…좋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람이 수긍했다.

역시 뭐든지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지?”

의욕 넘치는 아람의 말에 유신은 서류를 건네줬다.

서류를 훑어보던 아람이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인간은 돈 때문에 움직이는군.”

“뭐 틀린 말은 아니라서 변명은 못 하겠다.”

“그런데 이거랑 선행이랑 무슨 연관이 있지?”

“응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유신은 자신과 캔의 관계와 악행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자신이 의심하는 것을 아람에게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아람이 고개를 끄떡였다.

“어때? 조사해줄 수 있어?”

“뭐 간단하다. 금방 해결해주겠다.”

“금방? 어떻게?”

“인간들은 기록하는 걸 좋아하지. 보통 이렇게 뒤가 구린 놈들은 따로 장부를 만들었을 게 뻔하다. 그러니 그 장부만 구하면 된다. 자. 인간 잘 봐라. 이게 바로 도깨비의 능력이다.”

아람이 자신의 지팡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지팡이로 침대를 내리찍었다.

“금 나와라 뚝딱!”

“……”

“어? 이게 왜 안 되지? 금 나와라 뚝딱!! 뚝딱!!! 뚜우따악!!”

한동안 아람은 계속 같은 말을 내뱉었고, 기다리다 지친 유신이 아람을 제지했다.

“보통 그렇게 능력을 사용하려면 무언가 사용조건이 있어야 하지 않아?”

“아 그렇군. 내기다. 내기! 인간 내기를 하자.”

“대체 뭔 내기?”

“내가 장부를 구해오겠다. 그러니 날 풀어줘라.”

“되겠냐?”

“응?”

유신은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아람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너한테 풀려나면 소멸한다고?”

“응 아무리 내기라고 해도, 풀려나는 순간 다시 소멸의식이 진행된다는데?”

“대체 도깨비도 아닌 인간이 어떻게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지?”

충분히 궁금할 수 있는 의문이기에 유신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가람이 내 머릿속에 그 모든 정보를 다 알려주던데.”

“도깨비 지식…”

“응?”

“아니다. 그럼 내기를…”

“이건 어때? 네가 장부를 가져오면 선행 점수를 주는 거야.”

“그딴 게…”

“네가 선행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도력이 많이 쌓인다고 하네. 그리고 도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대도깨비에 가까워지고.”

아람은 유신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다.

도력을 쌓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선행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도력을 쌓는 방법이기는 했다.

자신이 아기 도깨비에서 대도깨비가 되기까지 2천 년이 걸렸다.

그런데, 선행으로 도력을 쌓는다면, 더 빨리 대도깨비가 될 것이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아람이 고개를 끄떡였다.

“좋다. 그럼. 내기에 맞게. 금 나와라 뚝딱!”

이번에는 아까와 달랐다.

무언가 특수 효과 같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새끼 손톱 크기의 종이 쪼가리였다.

유신은 종이 쪼가리를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봤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작은 종이였다.

“내가…내가…3천 년을 대도깨비로 살아왔던 대도깨비 아람인 내가…”

아람에게 무언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패닉에 빠져 있었다.

“에휴~”

유신은 깊게 한숨을 쉰 후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아람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장부가 있기는 있다는 거잖아. 소환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종이 끄트머리지만, 뭐 어떻게 하겠어. 넌 아직 아기 도깨비인데.”

“인간 다시 한번 내기하자!”

“그러지 말고 발로 뛰어서 구해와.”

“흥! 그건 인간 네가 하면 될 거 아니냐.”

“미안한데, 난 장부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럼 나는 알 것 같으냐?”

“응! 난 못하지만, 넌 아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아람은 도깨비의 지식을 알려준 가람이 원망스러웠다.

***

어제 유혈이 낭자한 소란이 있는 것 치고 파견대는 조용했고, 또다시 지루한 회의가 지속됐다.

유신의 예상대로 캔은 양팔이 붙어 있는 멀쩡한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포션이 좋은 거야? 아니면 힐러가 좋은 거야?”

“네? 칼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주 작게 속삭인 혼잣말이었지만, 모두가 유신의 말에 반응했다.

3천의 영웅 중 한 명인 캔 브레이커의 양손을 손쉽게 잘라낸 사람의 말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계속 지금처럼 서로 이득을 위해 싸우세요.”

“크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캔의 주위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헛기침했다.

“칼님. 아무리 교황청 소속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일 텐데, 너무 그러신 거 아닙니까?”

“제가 뭘요? 그리고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요?”

“유창한 한국어를 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오햅니다.”

유신이 어제 문제가 됐던, 캔과 강찬성의 말투를 따라 하듯 대답했다.

그러자, 몇몇은 웃음을 참으려고 했고, 몇몇은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특히, 캔의 구겨진 표정은 가관이었다.

각양각색의 반응을 무시한 유신은 쿨하게 그들에게 마도구 팔찌를 보여줬다.

“이 팔찌는 마도구로, 통역 팔찌입니다. 그래서 제 말이 한국어로 들릴 겁니다.”

마도구라는 말에 캔과 몇몇의 인간이 욕망 가득한 눈빛으로 변했다.

“왜요? 욕심나시나요?”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사람들은 일단 부정을 하고 볼 거다.

하지만, 부정보다는 딴지를 거는 사람이 존재했다.

바로 좀생이들의 왕 캔이었다.

“마도구는 세계 정부에서 규제하는 걸로 아는데, 교황청이 세계 정부에 반하는 건가요? 아님 개인의 일탈?”

캔은 지금 어떤 식으로든 유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교황청이라는 단체 아니 정확히는 마리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유신은 웃으며 품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마도구 보유 권한 및 사용 허가서입니다. 명품은 품질 보증서가 중요하다고 하더니, 제가 이 서류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득달같이 절 물어뜯을 사람들이 몇 명 보이네요.”

유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나가려다가 잠시 멈추고는 뒤를 돌아 캔과 강찬성을 돌아봤다.

“당신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건 관심 없고요. 한국 지부의 기동대와 헌터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제가 맡겠습니다. 알아서 정리해서 제 방으로 가져다주세요. 그럼 이만.”

그렇게 유신하게 쿨하게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사람이 입을 조심해야지!! 아오!”

유신은 오늘도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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