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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17화 (117/300)

117화_캔 브레이커(1)

서류에는 괴롭힌 사람과 괴롭힘을 당하는 신평에 대한 호구조사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4기동대를 그렇게 무서워하는구나.”

반나절.

겨우 그 시간에 이렇게 철저히 조사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유신이 분개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충분히 그만둬도 되는 놈이었는데… 이러니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었구나.”

신평이 처음에 라이징 길드에 들어갈 때 길드에서 신평을 밀어줬다.

조건은 약간 까다로운 편이지만, 신평의 관통 능력은 꽤 유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평이 라이징 길드에 적응이 끝났을 때였다.

어느 순간 신평의 아버지 사업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부도가 났다.

한순간에 신평은 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평은 길드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이거 냄새가 나.”

당연히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충분히 망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따돌림이라는 게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나 공교로웠다.

“지미가 나와 대련에서 진 이후였군.”

레전드 길드에 들어간 지미와 13기동 타격대의 유신이 대련이라는 명목하에 생사투를 했을 때였다.

그때 지미는 패배와 동시에 죽을 뻔했다.

거기다 그날은 레전드 길드가 선배들에게 덤비다가 완전 박살이 난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렇게 됐다는 거네?”

추론이지만, 이건 확실했다.

좀생이 지미는 확실히 아버지 캔에게서 좀생이 짓을 배웠다.

그리고 캔은 왕 좀생이다.

좀생이들을 박멸하고 싶은 감정이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왜냐?

해충은 나쁜 거니까.

“30분 남았네. 그 안에… 뭐 가능하겠지.”

아공간에서 돌도끼를 꺼냈다.

뽕~

“나는 대도깨……”

미니어쳐 아람이 나오자마자 또 실수하려고 했다.

“아람 조용!!”

“(뻐금뻐금)”

더 이상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는 아람이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람은 자신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온몸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유신은 그런 아람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너 저번에도 그러다가 소멸할 뻔했던 거 기억 안 나?”

그제야 아람의 발광은 멈추고 조용해졌다.

“이제 이상한 소개 안 할거지?”

뒤늦게 자신이 한 행동을 파악한 아람이 이제야 교양 있는 척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아람!.”

그저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아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인간 네가 뭔데 날 조종하는 것이냐!”

“가람이라고 알아?”

“가람님?”

“그래 가람이. 널 나한테 부탁하던데.”

“그게 무슨…”

유신은 어쩔 수 없이 짧고 간결하게 그날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러자 미니어처 아람이 침대 위로 떨어지더니 이불보를 치기 시작했다.

뿅뿅뿅

주먹에서 귀여운 소리가 났지만, 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애써 무시했다.

“내가 인간의 펫이라니! 펫이라니!!”

“왜? 그래도 네가 개과천선하면 다시 대도깨비로 돌아갈 수 있어.”

아람이 공중에 뜨더니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작아진 아람의 눈매는 무섭기보다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

“이익! 아니 다른 방법이 있지. 바로 네가 죽는… 으갸갸걋…사.살려줘! 으갸갸걋!!”

고통에 시달리는 아람을 보자 유신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주 잠깐 이렇게 해도 되나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스스로 수긍했다.

“아람 그만!”

유신의 외침에 아람의 고통은 끝났다.

축 처져 있는 아람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줬다.

“도깨비는 내기 좋아하지?”

먼저 내기라는 말을 꺼내서 그런가?

아람이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다 인간. 우리는 내기를 좋아한다.”

“그럼 나랑 내기하자.”

아무리 미심쩍어도 아람은 도깨비였다.

내기라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내기는…”

이미 생각해 둔 게 있기에 아람의 말을 싹뚝 끊어 버렸다.

“아니 내기는 내가 정해.”

“…그래 뭐냐?”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내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다.

그래서 아까 보던 서류를 아람에게 넘겼다.

“이걸 조사해줘. 아주 샅샅이 구석구석.”

“이런이런 그건 내기가 아니다. 명령이다.”

“내기 맞아. 내가 만족하면 아까 그 고통을 다시는 겪게 하지 않을게. 만족하지 못하면 지금 고통의 2배. 어때? 콜?”

“그런 불공정 내기를 내가 할 것 같으냐? 그리고 만족이라는 추상적인 것은 해주지 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이냐!!”

역시 어려졌다고, 뇌까지 어려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아람은 이 내기를 거부할 수 없을 거다.

“싫어?”

“당연한 거 아니냐? 그러지 말고 다른 내기를 하자.”

“에휴~ 어쩔 수 없네.”

딱!

유신의 핑거 스냅과 함께 아람에게 다시 고통이 부여됐다.

“으갸갸갸걋!!”

다시 침대에 쓰러져서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아람을 보자, 뭔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몹쓸 짓이 맞았다.

그런데, 가람이 내 머리에 박아 넣은 지식에는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아람이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다른 방법을 알려줬다.

“참고로 네가 날 향한 적개심을 버려야 고통이 멈출 거야.”

“으갸갸걋!!!”

장장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람은 고통에 시달렸다.

더 대단한 것은 점점 고통이 심해지고 있었다는 거였다.

“와~ 너 진짜 독하구나. 그런데 그러다가 돌도끼로 다시 돌아갈 것 같지? 내가 너의 선택을 응원하면서 조금 도와줄게.”

돌도끼로 변하려고 하는 아람을 주워들어서 포스를 주입했다.

그러자 아람이 다시 또렷히 도깨비의 모습을 찾았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노크했다.

“아람 조용!”

“(뻐어금)”

이제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아람을 이불보로 가린 후 문을 열었다.

노크를 한 사람은 역시나 4기동 대원이었다.

“칼님. 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내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을 다시 닫은 후, 이불보를 걷었다.

그리고 무협지에서 보던 방법을 택해서, 포스로 공간을 감싸서 방음 공간을 만들었다.

“아람.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올 때까지 잘 생각해봐. 그리고 이건 선물이야.”

유신은 선물로 아람에게 포스를 주입했다.

꽤 많은 양을 줬다.

“최소 3시간은 돌도끼가 될 일이 없을 거야.”

아람은 그 말을 듣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역시 고통을 느끼면서 하는 말은 다 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통이 참을만하다는 거였다.

다행히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밀지는 않았다.

아람의 성격상 아직 친하지도 않으면서 저런 소리까지 들었다면, 그냥 소멸을 택했을 것이다.

***

사람들은 약속 시간을 잘 지킬까?

유신은 잘 지키는 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강제로 변경한 시간에서 5분 일찍 로비로 내려왔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고.곧 내려오실 겁니다.”

“누가 뭐래요? 그리고 제가 일찍 온 것도 있잖아요.”

“아…네…”

만나기로 한 시간은 다가왔다.

그동안 캔은 나오지 않았고, 4기동 대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은 어느새 약속 시간보다 1분이 더 지났다.

그리고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약속 시간도 안 지키는 사람과 만나기가 싫군요.”

“저. 저 5분만 제발 5분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4기동 대원이 된 줄 모르겠다.

이렇게 나약하고, 바깥 권력에 쉽게 흔들리다니…

“순진한 거세요? 아님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요?”

“네?”

“지금 캔 브레이커는 저에게 기 싸움을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걸 일일이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럼 이만.”

4기동 대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캔이 몇 명의 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오늘따라 늦게 끝나서요.”

다르게 말하면, 너와의 약속보다는 드라마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하지만, 그건 권력에 미친개나, 지능이 떨어지는 고릴라한테나 통할 거다.

“사리 분별도 못하는 새끼.”

사람 좋게 웃는 캔을 무시하고 그가 내렸던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도중에 중지를 들어줬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는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면 완벽하면서 조용하게 끝났을 거다.

하지만, 캔이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야. 대우해주니까 좋냐? 뭐해? 내려.”

방금까지 사람 좋아 보이던 웃음을 짓던 캔이 이제는 동네 양아치나 할 법한 말투로 말했다.

내릴까? 아니면 이대로 올라갈까?

그냥 올라가면 피하는 것 같아서 내리기도 했다.

그러자, 캔이 친한 척 내게 어깨동무했다.

“잘 생각했어. 내가 누구냐? 영웅이야. 영웅. 마왕에게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던 영웅이라고. 그런데 어디서 듣보잡이 교황청에서 왔다고 대우해줬더니, 하늘 높은 줄 몰라.”

말을 계속 들어주기가 너무 역겨웠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심한 것은 따로 있었다.

“팔 좀 치우지? 암내가 장난 아니네.”

순간 로비는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움직이지도 그리고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캔이 아직도 더러운 손으로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불쾌감 수치를 최고 100으로 따지면 지금 90은 넘었을 거다.

그래서 가볍게 뿌리쳤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야? 아니면 지능 수치가 떨어지는 건가?”

“하. 하. 하. 크하하하하핫.”

한껏 무시당한 캔이 벼락같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동영상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웃음을 멈췄다.

저벅저벅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라는 속담이 있다.

엉뚱한 데 가서 화풀이한다는 뜻이다.

지금 캔은 유신에게 당한 것을 4기동 대원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고개 들어.”

“네가 어떻게 했길래 칼님이 나한테 저따구로 말해? 고개 들어”

짜악

이상한 상황이었다.

캔이 아무리 한국지부 헌터 협회 이사라고는 하지만, 4기동대는 한국지부 그러니까 국가 소속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당하기만 한다?

역시 모종의 일이 있다는 거다.

“적당히 하지?”

유신의 말에 캔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이내 다시 휘둘러서 4기동대를 때렸다.

아니 때리려고 했다.

휘둘러지는 손을 유신이 잡아서 저지했다.

“교황청이라고 자꾸 내 일에 간섭하는데, 이 손 놓지?”

이번에는 캔이 유신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별안간 손을 뿌리치려는 캔과 유신의 악력 싸움이 일어났다.

건물 로비는 유신과 캔의 힘 싸움에 파동이 생겨나면서 흔들렸다.

캔은 유신을 교황청이라는 뒷배 때문에 건들지 않았었다.

“먼저 선을 넘은 건 너다.”

그렇게 말한 캔의 몸이 금속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소리였다.

“선은 내가 넘은 게 아니라 네가 넘은 거야.”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털썩

4기동 대원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제발 그만해주십시오. 모두 제 불찰입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유신이 어리벙벙한 사이, 캔이 드디어 내 손목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유신을 바라봤다.

“잘 봤지? 이게 한국 지부야. 권력과 돈만 있으면 그 무섭다는 4기동대도 무릎을 꿇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 한국의 가장 큰 실수가 뭔지 알아? 마왕전 때 목숨을 걸고 싸워서 다 죽은 거야. 그래서 영웅 한 명 없잖아?”

이로써 확실히 알게 됐다.

캔은 아무것도 몰랐다.

진정한 강자들만 남아 아직도 마족들과 싸우는 13기동 타격대의 존재를 말이다.

그리고 그 13기동 타격대의 대장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말릴 때 내가 왜 한국에 있는 줄 알아? 바로 이렇게 손쉽게 권력을 취할 수 있어서야. 안 그래?”

마지막 질문은 유신에게 한 게 아니었다.

바로 캔 주위에 있는 동료들에게 한 말이었고, 그들은 캔의 말에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교황청이라고 해서 고개를 빳빳이 들지 말고, 수그리라고! 아니 이놈처럼 무릎이라도 꿇어. 한국 지부에 있고 싶다면.”

캔의 말은 잘 들었다.

그리고 더는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확실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겠군.’

“캔 브레이커.”

“뭐냐? 교황청의 강아지야.”

“오늘부로 한국은 바뀔 거다. 내가 적폐 청산을 할 거거든. 그러니까. 온몸의 힘 꽉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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