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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11화 (111/300)

111화_람의 의식(2)

유신은 평소에 자주 사용하고, 가끔 몬스터에게도 사용하는 상대 놀리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키마엘은 반대로 급속도로 냉정을 찾았다.

“그렇군. 전투 중이었지. 좋다 인간.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키마엘이 접힌 날개를 쫙 펼쳤다.

그리고 공중으로 떴다.

아무리 날개가 크더라도 거인이 하늘에 떠 있으니 그건 그거대로 신기하다고 유신은 생각했다.

그때 위험신호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궁금증은 나중에 해결해도 되지. 그러니까…죽엇!!”

깃털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그대로 쏘아졌다.

광범위하게 날아오는 깃털은 회피하기도 그렇다고 일일이 쳐내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대로는 깃털에 온몸이 난자될 게 뻔했다.

우선 포스막을 최대한으로 뿜어냈다.

“그실”

마도구를 사용해 반투명한 실드를 생성했다.

팅팅팅팅팅

깃털은 그실에 막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그실이라고 해도 물량에는 답이 없었다.

콰직

그실에 깃털이 꽂히기 시작했다.

챙그랑

금이 간 그실은 그대로 깨져버렸다.

그런데, 그실의 최대 충전량은 3번이다.

“그실”

두 번째 그실도 깃털 때문에 이리 저리 금이 갔지만, 키마엘의 깃털 공격은 얼추 다 막았다.

피이잉

하지만, 공격은 깃털이 전부가 아니었다.

깃털 공격이 끝나자마자 그에 맞춰 회색 섬광이 쏘아졌다.

챙그랑

회색 섬광을 막고 마지막 본분을 다한 실드가 깨어졌다.

“뭐냐. 마나가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마법을 쓴 거냐?!”

유신은 자신도 모르게 마도구가 착용된 팔목을 바라봤다.

“마도구?”

“어? 역시 알고 있네?”

말을 끝나고 키마엘의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해졌다.

“감히!! 신성한 의식에서 마도구를 사용해?”

“응 안 되는 거야?”

“당연히 안된다. 우리는 순수한 무력으로 겨루는 거다. 전장의 땅이여. 마도구 사용을 멈춰 주십시오!”

키마엘의 외침이 끝나자 땅이 솟구치더니 유신을 덮쳤다.

“뭐. 뭐야?!!”

이내 전장의 땅은 유신을 집어삼켰다.

“흥~ 이제 마도구도 없는 인간이 감히 내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그래 널 항복하게 만든 다음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실험재료로 써주마. 크하하하.”

키마엘의 웃음이 콜로세움에 울려 퍼질 때였다.

콰르르르릉

콰앙!!

땅이 진동을 일으키다가 터져나갔다.

폭발지점의 중심에는 유신이 서 있었다.

그런데, 유신의 주위로 실체화된 포스가 넘실거렸다.

“우웩~”

키마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유신이 피를 토했다.

자세히 바라보니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안색이 창백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유신은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키마엘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회색 섬광을 쉼 없이 뿜어냈다.

슈슈슈슈슝

수십 발의 회색 섬광은 유신의 가벼운 손짓에 모조리 사라졌다.

튕겨 낸 것도 아니고, 막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짓에 따라 사라졌을 뿐이었다.

키마엘이 놀라서 더 이상 공격을 쏟아내지 않을 때였다.

발을 구른 유신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공중에 떠 있던 키마엘은 유신을 찾으려고 경기장을 샅샅이 훑어봤다.

그때, 소름 돋는 목소리가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일단 거추장스러운 날개부터다.”

서걱

단 일수에 키마엘의 왼쪽 날개가 깔끔하게 잘렸다.

하지만, 유신은 키마엘이 자신의 날개가 잘린 것을 파악하기 전에 그의 등을 밟았다.

슈우웅

키마엘은 한쪽 날개가 없어서 빙글빙글 돌며 땅에 급속도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땅에 꽂힌 키마엘이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유신이 떨어지던 가속도까지 활용해서 그대로 키마엘의 얼굴을 밟았다.

퍼억

키마엘의 얼굴은 형상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이 터져 죽었다.

300여 년간 네피림족의 대표이자, 거인족들을 대표하는 전사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콜로세움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인간이 이긴 거야?”

“키마엘이 죽은 거라고? 이렇게 쉽게?”

웅성거림은 타이탄과 티탄에게서 들렸다.

그러다가 네피림 쪽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

“우와와아아아아!!”

“해방이다! 드디어 키마엘에게서 해방이다!!”

“인간 네가 최고다!!”

갑작스러운 환호에 당혹스러운 것은 유신이었다.

거기다가 타이탄과 티탄은 네피림의 환호를 긍정하는지 고개를 끄떡였다.

“뭐…뭐지?”

점점 커져가는 환호에 정신을 못 차리던 유신이 빛에 휩싸이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두 개의 빛이 경기장에 솟구치며 프란시스코와 타르가 등장했다.

하지만 환호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환호하는 쪽이 네피림이어서 프란시스코의 표정은 안 좋았고, 타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키마엘이 얼마나 잔인하게 했으면 저 미X놈들이 저렇게 좋아할까. 크크크.”

더는 감상에 빠져있을 수 없는 프란시스코였다.

자신은 부족의 안녕과 하말리우스를 위해 싸워야 한다.

덤으로 인간 하유신의 복수까지 해야 하고 말이다.

콰쾅!

타르가 자신의 대검을 내리쳐서 아직 환호하는 관중들을 조용히 시켰다.

“이제야 조용해졌군. 그럼 프란시스코 이제 시작해볼까?”

“좋다 타르!”

텅텅

프란시스코가 자신의 창으로 방패를 두드렸다.

그걸 시작으로 두 거인의 격돌이 시작했다.

사방이 흙으로 막힌 수수께끼의 공간 중앙에 흙이 솟아나더니 유신을 뱉어냈다.

“우웩~”

유신은 수수께끼의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한번 한움큼의 피를 쏟아냈다.

봉쇄의 목걸이가 사라지자, 억제되지 않는 포스가 유신에게는 독으로 작용했다.

“후읍~ 파!”

재빨리 포스 호흡법을 사용해 포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속이 진정됐다.

그리고 그제야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생겼다.

공간은 어두웠다.

하지만,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들지 않았다.

그저 친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긴 어디지?”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사리 분별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휑한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뭐야? 선수대기실이라도 돼? 아니면, 람 후보 대기실인가?”

혼자 쓸쓸히 농담을 던지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간질간질하면서 상쾌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유신은 이 상황을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포스 호흡법을 다시 운용했다.

그러자, 이 공간 자체에서 상처를 치료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읍~ 파!”

포스가 압축되면서 정순해졌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됐다.

태극신단 때문에 불순물이 가득한 포스는 유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하지만, 정순해진 포스는 순수하게 유신의 부하가 되어서 잘 따라왔다.

그렇기에 유신은 이 기회를 살려서 모든 포스를 아니 시간이 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포스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후읍~ 파!”

호흡을 뱉어내자, 검은 가루 같은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실체화된 포스는 점점 유신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몇 시간? 아니 며칠?

캄캄한 공간에서 포스 호흡법만 운용하니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집중하던 유신의 몸이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파사사사삿

피부가 검은 재가 되어 휘날렸다.

공중에 떠 있던 유신이 다시 땅에 내려서고, 눈을 떴다.

그러자, 동굴 가득 정광이 뿜어졌다가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후 유신은 몸을 점검해 봤다.

“포스양이 줄었구나.”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모든 포스를 수족처럼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정순해졌다.

자신이 느끼기에는 포스의 순도가 많이 올라갔다.

그렇게 포스에 대해서 파악이 끝나자 슬금슬금 역겨운 냄새가 올라왔다.

“이게 뭐지? 킁킁 으악 나한테 나는 거잖아.”

환골탈태를 통해서 몸에 불순물이 빠지면서 역한 냄새를 풍겼다.

유신은 여기에 아무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 아공간을 열려고 했지만, 마도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내 마도구는 어떻게 됐지?”

키마엘이 전장의 땅에 요청하자, 봉쇄의 목걸이, 팔찌 그리고 전신 타이즈 전투복이 사라졌다.

유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마도구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때 키마엘이 이렇게 말했지?”

목소리를 가다듬은 유신이 조심히 주위를 둘러보면 외쳤다.

“전장의 땅이여. 내 마도구를 돌려다오.”

바람 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전장의 땅님.”

“……”

“전장의 땅이시여. 제발 마도구를 돌려두세요.”

“……”

어떤 말을 해도 전장의 땅은 조용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내 마도구를 돌려주는 거지?”

그때였다.

유신이 붉은빛에 휩싸였다.

***

유신이 환골탈태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하는 동안 프란시스코와 타르는 격한 전투를 긴 시간 동안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결투는 쉽게 결판나지 않았다.

우선 타르의 공격력은 무지막지해서 게임으로 치면 최강의 딜러였다.

하지만, 프란시스코의 방어를 깨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프란시스코는 최강의 탱커였기 때문이다.

쾅쾅쾅

타르가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하며 공격했지만, 하나같이 프란시스코의 방패에 막혔다.

그리고 가끔 뻗어오는 삼연격 창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루 종일 검을 휘두르던 타르가 창을 피하더니 뒤로 훌쩍 물러난 후 입을 열었다.

“프란시스코! 거북이 마냥 숨어만 있을 거냐?”

“하아 하악…”

프란시스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타르의 공격을 막기에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이 정도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람의 의식을 하기 전에 유신과의 싸움이 그의 정신력을 갉아먹었다.

전장의 휴게실이 육체적 피로도와 상처를 돌봐준다.

그렇다고 정신력까지 회복시켜주지는 않는다.

“이만 포기해라. 타이탄족 최강의 전사를 이 검으로 썰어버리기에는 네가 너무 아깝다.”

“하악…타르…”

“그래. 프란시스코.”

“네가 올바른 사상으로 람이 되겠다고 했다면, 나 또한 찬성했을 거다. 하지만, 네 사상은 거인족을 멸망으로 이끌게 뻔하다.”

“흥! 그런 겁쟁이 같은 말이나 하다니. 내 너를 중히 쓰려고 했지만, 안 되겠다.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

그리고 다시 타르와 프란시스코의 지겨운 전투가 계속됐다.

그들의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신에게는 행운이었다.

현재 유신은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누구의 터치도 없이 환골탈태를 할 수 있었다.

사흘.

타르와 프란시스코가 전투를 벌인 시간이었다.

“하아…하악…”

멀쩡했던 타르도 지쳤는지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프란시스코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프란시스코는 창을 어디다 뒀는지 보이지 않았고, 두 손으로 방패를 들고 방어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아… 이제 이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어주마!”

타르가 높게 점프한 후 온몸의 힘을 쏟아부어 대검을 프란시스코에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아앙

챙그랑

지금까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타르의 대검이 반토막 났다.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끝까지 굳건한 프란시스코 때문에 타르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부러진 대검을 뒤로 집어 던지고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단단한 방패가 보이자, 옆으로 몸을 틀어서는 프란시스코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슈에에엑

주먹이 프란시스코의 얼굴에 닿기 전에 멈췄다.

“프란시스코 넌 진정한 전사군.”

타르가 한 발 뒤로 물러나서 프란시스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프란시스코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사실 프란시스코는 의식을 잃은 채 지금까지 버틴 상태였다.

그리고 그 끝이 찾아온 것이다.

이내 프란시스코가 빛에 휩싸여서 사라졌다.

타르는 그 상태에서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우와아아아아~!!!”

티탄족의 거대한 함성이 콜로세움에 울려 퍼졌다.

그와 반대로 타이탄족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전장의 땅이여. 바로 다음 경기를 시작하겠다.”

타르가 노란빛에 휩싸였다.

빛은 지쳤던 육체를 경기 전과 동일하게 회복시켰다.

그리고 이내 타르 앞에 붉은빛이 뿜어졌다.

다음 경기 상대인 유신이 소환됐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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