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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10화 (110/300)

110화_람의 의식(1)

봉쇄의 목걸이는 대상자의 능력을 억제하는 목걸이로, 13기동 타격대를 상징하고, 정식 대원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왜?

정식 대원이 아닌 유신이 이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나?

다락다르락

목걸이를 매만지고 있는 유신 본인이 원해서였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연을 얻었던 유신이었다.

특히, 태극신단을 먹은 후에 몸이 회복되면서 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포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포스 컨트롤이 타고난 유신이라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는 포스 때문에 언제나 골치였다.

후읍~

지금도 목걸이의 봉인이 뚫릴 뻔했다.

유신은 호흡법과 의지로 겨우 포스를 잠재시켰다.

그래도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유신이 착용한 것은 가품이었다.

아무리 가품이 뛰어나도 진품의 발끝도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봉쇄의 힘은 약했다.

그렇게 목걸이를 생각하던 중 어느새 프란시스코와 유신은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티탄족이다. 왼쪽은 네피림의 영역이고, 혹시나 위험하면 여기 가운데 타이탄족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라. 그러면 그들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기 잠깐만요.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인간은 궁금증이 많군.”

프란시스코의 말에 유신은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좀 심하기는 합니다.”

“그렇군. 그래 전사 하유신 물어볼 게 뭔가?”

“저기…제 오러를 어떻게 막으셨습니까?”

“오러?”

유신은 프란시스코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오러라는 기술명을 만든 건 인간이었다.

“이겁니다.”

순식간에 오러를 생성해 보여줬다.

“이건 처음에 보여줬던 그 기술이군.”

“네. 오러는 제가 가진 기술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합니다. 그런데 프란시스코씨는 그걸 너무나 손쉽게 막으셨습니다.”

“그렇군. 호기심이 생길 만도 해. 오러라는 기술을 막은 방법은…”

“방법은?”

“내 능력이다.”

해답을 알려줬지만, 오히려 유신이 어리둥절했다.

“능…력이요?”

“그래 가이아께서 주신 내 능력은 이 두 손에 쥔 무기의 온전성이다. 그 능력에 맞게 백 년간 육체를 갈고 닦으니 아무리 강한 공격에도 내 무기와 육체는 부러지지 않게 됐다.”

“백…년이요?”

“그렇다.”

이 대답으로 유신은 한 가지 새로운 사실과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우선 프란시스코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면, 거인의 수명은 인간을 훨씬 초월한다는 거다.

그리고 다른 의문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인류가 가이아에게 능력을 받은 게 4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프란시스코의 말대로라면 거인들은 최소 백 년 전에 능력을 부여받았다는 뜻이다.

“대체 가이아에게 능력을 받는 기준이 뭔가요?”

쉽게 대답을 듣지 못할 줄 알았는데, 프란시스코는 손쉽게 답했다.

“평화다. 가이아께서는 같은 종족들이 싸우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투닥임도 없이 하루를 보내면 능력을 내려주신다.”

이로써 가이아가 주신 능력은 인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쿵쿵쿵

거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가운데 통로에 수십의 거인들이 나타났다.

“프랭? 갑자기 무슨 일이냐?”

“프란시스코 대장 지금 급한 일이 생겼다. 안드리우스의 아들인 하드리우스가 실수로 티탄족의 영역에 들어갔다.”

“그게 무슨 소리지?”

“티탄족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요구 조건이 있으니 전장의 땅에서 보자고 해서 이렇게 가는 거다.”

“나도 같이 가지.”

프란시스코는 고개를 주억인 후 유신을 바라봤다.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부족의 문제다. 이건 우리 거인들의 규칙이기도 하고.”

“뭐 전 인간이라서 그 규칙을 꼭 지킬 필요는 없지 않나요?”

유신의 말에 프란시스코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무언가 생각이 있는지 유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 인간은 겉으로 어리숙해 보이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이다.

분명 동료들도 다 같이 초대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본인만 여기로 오게 부탁한 사람이 유신이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꽤나 잘 맞는 자신의 감이 인간과 같이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냈다.

“좋다. 하지만 지켜줄 수도 그리고 도움도 바라면 안 된다.”

“감사합니다.”

“프란시스코 부대장 저 인간을 어찌 믿고…”

“그만! 급하다. 빨리 움직이도록.”

프랭이라는 거인의 말을 단숨에 일축한 프란시스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거인들도 그 뒤를 따랐다.

유신은 그렇게 거인들이 지나가는 걸 지켜보다가 후미에 따라붙었다.

***

전장의 땅

거인들의 왕이 탄생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부족끼리 문제가 생기면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그곳에 가죽옷을 입고 뿔투구를 쓴 수십의 티탄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아직 2.5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거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쿵쿵쿵

“타르님 온 것 같습니다.”

한 티탄족의 말에 키가 4미터나 되는 타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맞춰 타이탄 부족이 도착했다.

“오호~ 역시 엉덩이가 가벼운 프란시스코도 왔군.”

“타르! 하드리우스를 풀어줘라.”

“우리 거인족의 규칙에는 허가 없이 타 부족에 들어오면 사살해도 무방하지 않나?”

타르의 말에 프란시스코의 표정이 굳었다.

“원하는 게 뭐냐? 식량이냐?”

성급하게 요구 조건을 꺼내는 프란시스코를 보며 타르가 미소를 지을 때였다.

기절해 있던 하드리우스가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프란시스코님. 이들은 가만히 있는 절 억지로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고 갔습니…컥!”

하드리우스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때 타르가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그래서? 들어온 것은 사실이잖아. 안 그래 프란시스코?”

반박하고 싶은 프란시스코였지만, 그저 무기를 꽉 쥐고는 참을 뿐이었다.

“그래 그렇게 참으라고.”

“빨리 요구 조건이나 말해라. 얼마큼의 식량이면 되냐!”

“성격이 너무 급하군. 조금만 참으라고, 저기 오는군. 아 그리고 이번에는 식량이 아니야. ”

전장의 땅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우우우우웅

공명 소리가 들리더니 천사의 깃털을 단 거인들이 나타났다.

“하하하 오랜만에 다 모였군.”

“정확히. 37년 만이다. 타르.”

“키마엘 그런 것까지 계산하다니. 역시 네피림은 이상한 놈들이야.”

선두에 선 금발의 네피림 키마엘이 타르를 흘겨본 후 주위를 둘러봤다.

“그래서 우리까지 왜 불렀지?”

“좋아. 모두 모였으니 우리 티탄족이 원하는 것을 말하겠다. 우리의 조건은 람의 의식을 거행하는 거다.”

호기롭게 외친 타르의 말에 키마엘이 냉소 지었다.

“그딴 거는 관심 없어. 한 번만 더 이런 쓸데없는 걸로 부르면 그땐 모든 티탄을 다 찢어 죽여 버릴 거야.”

“하하핫. 역시 키마엘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선물을 준비했지. 애들아!”

타르의 말에 다른 티탄족이 나무로 된 우리를 끌고 나타났다.

거기에는 유신이 그렇게 찾던 연구원들과 용병 호위들이 있었다.

“람의 의식을 허락하면 여기 실험체로 쓸 수 있는 인간들을 주지.”

그 말에 키마엘의 두 눈이 빛났다.

“오호~ 타르 네가 람이 되면 뭘 할 거지?”

“이딴 구석에 박혀 있지 않고, 우리의 위업을 모든 종족에게 보여주겠다. 거기다가 더 이상 배곯는 일도 없게 할 것이고.”

“겨우 그딴…”

어처구니 발언에 프란시스코가 이를 갈았다.

그러자 타르가 대검을 들어 땅을 내리쳤다.

콰아앙

“겨우 그딴 이유라니! 배고픔이 부족한 타이탄이 알까.”

“모든 거인이 똑같이 배고프다. 그런데 겨우 약간의 괴로움 때문에 전대 람의 뜻을 어기는 것이냐!”

“이미 그 람은 마족과 함께 죽었다. 자 확실히 내 의견을 말하겠다. 이곳 전장의 땅에서 우리를 이끌 새로운 람을 뽑겠다. 하드리우스는 너희가 람의 의식을 긍정하면 바로 풀어주지. 네피림은?”

이 상황이 즐거운지 키마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겠네. 나는 람 따위 귀찮으니 싫고, 타르가 람이 되면 실험체를 많이 보내줘. 그것만 약속하면 동의할게.”

“좋다. 자 타이탄 선택해라.”

타이탄족의 프란시스코가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맨 뒤에 거인들의 키에 가려진 유신이 다른 거인을 살짝 건드렸다.

“응? 뭐냐 인간?”

“저 람의 의식이 뭐예요?”

“이 땅의 람을 정하는 거다.”

“람이요?”

“그렇다. 람이 되면 이 땅의 모든 것의 통솔권을 얻지.”

“그러니까 왕 같은 거네요?”

“왕? 그게 뭐지?”

“람이랑 비슷한 거요. 그런데 혹시 거인만 참여 가능한가요?”

거인은 유신의 말에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뭐 인간이라면 모를 수 있지. 람의 의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장의 땅에 선택받은 자만이 의식에 참여할 수 있지.”

“땅의 선택이요?”

유신이 이름 모를 거인과 대화하는 동안 프란시스코가 결단을 내렸다.

“좋다! 타이탄족을 대표해서 람의 의식을 허락하겠다.”

프란시스코는 말과 함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러자 키마엘과 타르의 몸에서도 빛이 흘러나왔다.

빛이 사라지고, 전장의 땅은 거대한 콜로세움으로 변했다.

관객석에는 광장에 모여 있던 거인들 외에 더 많은 수의 거인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경기장에는 타이탄 족의 대표 프란시스코.

티탄의 대표 타르.

네피림의 대표 키마엘이 서 있었다.

“어? 뭐지?”

“저 인간은 왜 저기에?”

“인간이 신성한 람의 의식에…”

거인들의 웅성거림에 각 대표는 이 일의 원흉을 바라봤다.

그곳엔 유신이 있었다.

콰앙!

“감히 인간 주제에 람의 의식에 끼어들다니. 대체 어떤 수를 쓴 것이냐!!”

타르가 도끼를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고, 금방이라도 유신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그때 키마엘이 그런 타르를 말렸다.

“신성한 람의 의식에 인간이 끼어들다니 정말 재밌는 상황이잖아. 그리고 알다시피 이건 거인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선택만 받으면 누구든지 출전할 수 있어.”

“비켜! 내가 당장 저 인간 놈을 쳐 죽일 테니.”

키마엘은 분노한 타르를 다시 한번 말렸다.

“그러지 말고 저 인간 나한테 맡겨. 내가 찢어 죽여 줄게. 나 그러고 싶은데? 람의 의식에 손쉽게 긍정을 표했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아? 아니면 내가 인간을 잡아서 요리라도 해줄까?”

“우리 티탄족은 인간을 먹지 않는다.”

“농담이야. 농담. 어때? 그렇게 해줄 거야?”

“좋다.”

그렇게 키마엘과 타르가 서로 협상하는 동안 프란시스코가 유신에게 다가갔다.

“프란시스코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당장 항복해라.”

“네? 항복이라니요?”

“넌 지금 람의 의식 대표가 되었다. 곧 우리와 싸워야 한다.”

“제가요? 아니 왜요?”

유신의 의문은 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짚이지 않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널 전사로 인정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

“그러니까 저도 이 람을 정하는 그 의식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아니 참여한 거네요?”

“그렇다. 그러니 빨리 항복해라.”

“아뇨. 이래죽나 저래죽나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죽을 수도 있다. 아니 무조건 죽을 거다.”

프란시스코의 말림에 유신이 미소를 짓더니 타르와 키마엘을 향해 외쳤다.

“인간 대표 하유신! 전장의 땅이 선택한 것에 따라 람의 의식에 참가하겠습니다.”

그렇게 선언하자, 유신, 프란시스코, 타르 그리고 키마엘의 몸에 강한 빛이 뿜어졌다.

유신과 키마엘은 붉은 빛이 타르와 프란시스코는 푸른 빛에 휩싸였다.

그러자 경기장에는 유신과 키마엘만이 남았다.

“와 진짜 신기하네.”

“인간. 오늘 내 좋은 재료가 되어라.”

키마엘은 다짜고짜 손가락을 들어 유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회색 섬광이 쏘아졌다.

언제 소환했는지 유신이 검으로 회색 섬광을 튕겨냈다.

“오호~ 그렇게 약하지는 않네~ 아주 좋아. 그렇게 발악해야지 더 재미있지.”

잔인한 웃음을 지은 키마엘이 양손을 들었다.

그러자, 열 손가락이 회색빛으로 물들더니 그대로 쏘아졌다.

유신은 키마엘의 공격이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계속 받을 만하다는 것도 아니었다.

쉼 없이 다가오는 섬광을 모두 쳐내는 것은 까다로웠다.

거기다가 굳이 계속 방어를 할 필요가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여서 섬광을 피해냈다.

“이익!!”

자신의 회색 섬광은 타르도 프란시스코도 쉽게 피하지도, 막기도 힘든 공격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너무나 손쉽게 피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슬슬 열이 받았다.

“인간!! 대체 어떻게 피한 거냐!!”

잠시 공격을 멈춘 키마엘이 물었고, 유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가락 끝에 모이는 에너지의 한계.

손가락 방향.

그리고 키마엘의 공격 패턴 때문에 피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해줄 수 없기에 씽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지금 전투 중에 그런 질문을 한다고요? 네피림은 그렇게 생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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