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107화 (107/300)

107화_거인 프란시스코(2)

아프가니스탄.

마족의 침입 당시 국토의 3분의 1이 마계화된 곳이다.

그런데, 한 모험가가 그곳에 마나석이라는 광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인류가 천문학적인 금액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견대를 파견하고도 실패한 곳이 여기였다.

그만큼 마계화는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어? 마계화가 된 곳이라더니 전혀 마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네요?”

“응 명령서를 안 읽어 봤어?”

“네!”

유신의 단순명쾌한 말에 찰스는 어이가 없었다.

디에고 레비는 말했다.

‘전투 외에는 많이 부족한 아이이니 잘 도와주거라.’

처음에는 그 말이 믿기 힘들었지만, 몇 개월 같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여기도 마계 침략 시 마족이 있던 곳이야.”

“누가 마족을 다 잡았군요.”

찰스는 그나마 유신이 그렇게 멍청한 아이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렇다네. 여기에 거주하고 있는 거인족이 마족과 몬스터를 전멸시켰네.”

“거인족? 와~ 한번 보고 싶다.”

저렇게 해맑은 유신의 말에 찰스는 한숨이 나왔다.

유신이 명령서만 읽었다면, 이 모든 사실을 알 것이었다.

아무리 일어나자마자 이곳에 와서 정신이 없다고 하지만, 유신은 너무 몰랐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거인족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

부족한 유신을 위해 찰스는 임무를 잊지 않고 이번 명령서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다.

“우리의 임무는 거인족에게 붙잡힌 연구원들을 구하는 거네.”

“연구원이요?”

“그렇다네. 거인족의 영역 바깥에도 간혹 마나석이 발견돼서 마나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던 자들이네.”

“거인족이 다른 요구를 하지는 않고요?”

“…자네 정말… 휴~ 거인족은 식인한다네.”

유신은 순간 찰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장 뭘 말한 건지 이해하고는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그럼 빨리 움직여야겠네요. 작전 지역이 어딘가요?”

찰스가 유신의 말에 답하려고 할 때였다.

쾅쾅쾅

콰콰쾅

꽤 먼 거리에서 격한 전투 소리가 들렸다.

유신과 찰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하지만, 곧 유신과 찰스의 거리는 벌어졌다.

“먼저 가도록 하게.”

찰스의 말이 끝나자, 유신은 고개를 살짝 끄떡이고는 속도를 올렸다.

***

거인족이라고 불릴 정도면 그들의 키는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상상력은 빌딩만 한 크기를 거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로 따지면 거인족의 크기는 3~4미터 정도 된다.

그리고 이 크기는 실제로 보면 훨씬 거대하다.

3.5미터 되는 거인이 쟌을 향해 자신의 키만 한 창을 절제된 동작으로 찔러 넣었다.

콰앙

거인의 창을 막은 쟌이 발고랑을 만들며 뒤로 밀려났다.

쟌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끝장을 보려는지 거인이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게 움직였다.

창끝이 쟌의 몸을 꿰뚫으려는 찰나.

성스러운 보호막이 쟌과 거인 사이에 생성됐다.

콰앙

보호막은 잔뜩 금이 갔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

쟌은 그 틈에 거인에게 검을 찔러 넣었지만, 거인의 방패에 허무하게 막혔다.

“보고서랑 다르잖아.”

쟌과 스텔라 남매가 본 명령서에는 거인은 이지가 없다고 되어 있었다.

같은 종족이 아니면 살생부터 하는 게 거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거인은 명령서와 많이 달랐다.

잘 제련된 장창과 방패 그리고 정광이 넘치는 눈빛이었다.

“저게 어떻게 이지가 없는 거야?!”

생각과는 다른 거인 때문에 쟌과 스텔라 남매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거인도 마찬가지였다.

거인은 자신이 상대하는 작은 인간들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다.

겨우 스텔라 남매가 있는 곳으로 몸을 피한 쟌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거인을 바라봤다.

“안 되겠다. 매직 미사일, 윈드 커터.”

쟌 주위로 매직 미사일과 윈드 커터가 생성됐다.

매직 미사일과 윈드 커터는 쟌의 의지로 직선과 곡선의 형태로 시간차를 두고 거인에게 날아갔다.

“크아아앙!”

날아가던 쟌의 마법은 거인의 외침에 흩어지고, 산들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마법이 캔슬 되자, 쟌의 표정은 더욱 구겨졌다.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앤 멀었어?”

쟌이 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앤 또한 한가롭지 않았다.

앤은 쟌의 공격이 거인에게 먹히지 않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땀까지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기도를 끝낸 앤이 쟌에게 양손을 뻗었다.

“신의 의지.”

신의 의지.

힘, 속도, 체력, 상태 이상, 저항력 등 모든 능력치를 끌어 올려주는 최강의 버프 스킬이었다.

성스로운 노란빛이 쟌에게 뿌려졌다.

쟌은 지금까지 받아왔던 그 어떤 버프보다 더욱 힘이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앤 다음에는 얀이었다.

“신의 보호막.”

쟌의 주위로 보호막이 펼쳐졌다.

“딱 한 번이지만 어떤 공격이든 막을 겁니다.”

“오케이 수고들 했어.”

들고 있던 검을 땅에 박아넣은 쟌이 방패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 상태에서 유성우가 되어서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거인은 쟌의 실드 차지가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오른쪽으로 몸을 꺾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쟌의 실드 차지가 직각으로 꺾였다.

쟌이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 거인이 연거푸 세 번 창을 찔러넣었다.

쾅쾅쾅

그렇게 하더라도 쟌의 실드 차지는 힘을 잃지 않고 그대로 거인에게 다가갔다.

거인은 더 이상 피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다가오는 실드 차지를 방패로 막았다.

콰아앙

얀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보호막은 손쉽게 깨졌다.

쟌은 물수제비가 되어서 스텔라 남매가 있는 곳까지 튕겨 나갔다.

“괜찮아요?”

입가에 피를 흘리는 쟌의 모습에 얀이 걱정이 됐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쟌은 대답하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우웩~”

“신의 보호막, 힐.”

갑자기 앤이 그 어떤 성직자도 할 수 없는 더블 캐스팅으로 거인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쟌을 치유했다.

“얀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

“으.응 알았어.”

앤의 호통에 뒤늦게 얀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신의 보호막”

얀은 앤과는 다르게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세 명을 감싼 안을 정도의 보호막을 펼쳤다.

그렇게 거인의 공격을 방어할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거인은 앤과 얀이 신성력을 사용해서 자신들을 보호한 후에는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던 거인이 손가락을 들어 앤을 가리켰다.

앤은 거인이 자신을 가리키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거인은 그 어떤 공격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떠나는 거인을 보고 앤과 얀이 어리둥절할 때였다.

“애들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쿠아왕

유신이 쟌과 스텔라 남매 앞에 떨어지면서 그 충격파로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모래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유신은 거인이 있는 방향으로 쏘아졌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앤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안돼!!”

앤의 비명이 끝나기 전 거인과 유신이 부딪혔다.

콰아앙!

유신의 검은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거인의 창과 방패에 막혀 유효타를 주지 못했다.

모든 공격이 막히자, 오기가 생겼다.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순식간에 오러를 만들어서 거인에게 휘둘렀다.

오러가 거인의 창과 방패를 깔끔하게 베어낼 줄 알았다.

컁!

믿음은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거인의 창을 오러가 베어내지 못했다.

오러가 막히자, 정말 오랜만에 당황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 없기에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고 다음 공격을 하려 했다.

하지만, 거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쾅쾅쾅

연거푸 찔려오는 거인의 창을 막은 유신이 뒤로 밀려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거인의 파워에 검을 쥔 손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렇다고 방어를 도외시 할 수 없었다.

겨우겨우 모든 공격을 막으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너무 오만했었다.

선배들과 전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적수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다.

피식

거인의 공격을 방어하기 급급했지만, 웃음이 났다.

창을 막다 보니 어느새 쟌과 스텔라 남매가 있는 곳까지 밀려났다.

“그래. 오랜만에 끝까지 가보자!”

유신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듯 외쳤다.

그런데, 거인이 멈칫하더니 창을 치웠다.

“인간! 위대한 타이탄의 말을 할 수 있나?”

“응? 몬스터랑 말이 통하네?”

쾅!

거인이 갑자기 자신의 창으로 땅을 내리찍었다.

“몬스터라니 나를 그딴 조잡한 창조물과 비교하지 마라!”

유신은 거인과 말이 통하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놀란 것은 거인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몬스터와 비교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직 경계심을 버리지 않고, 살짝 고개를 숙여 거인에게 사과했다.

“아… 방금 말은 죄송합니다.”

“그렇게 예의가 없는 인간은 아니었군. 그런데 어떻게 우리 타이탄의 언어를 알고 있지?”

“어…그건…”

순간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예전 무혁이 준 팔찌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마도구라는 건데 통역 마법이 들어 있거든요.”

“그렇군. 마도구였군.”

“응? 마도구를 알아요?”

“흥!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다니, 마도구의 시초는 너희가 아니다. 우리 타이탄들이지.”

“아…”

거인의 말대로라면 이들의 문명은 인류보다 더욱 발전했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거인의 복장을 보면 딱 로마 시대의 복장이었다.

쾅!

유신이 자신과의 대화 중에 홀로 생각에 잠기자, 거인은 다시 한번 창으로 땅을 내리찍었다.

“대화 중에 딴생각하다니 그건 예의에 어긋난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이렇게 당신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들고 있던 검을 아공간에 다시 집어넣은 유신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앤과 얀이 다시 한번 놀랐다.

유신의 말은 이해가 됐지만, 거인의 말은 못 알아먹는데 서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기를 치우더니 거인에게 고개까지 숙여 인사까지 했다.

그렇게 유신은 스텔라 남매가 놀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는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이라고 합니다.”

거인도 자신의 창을 땅에 박아넣더니, 살짝 몸을 굽히며 인사했다.

“나는 타이탄 부족의 용맹한 전사이자 타이탄 제 1부대 부대장인 프란시스코다. 그런데 인간. 왜? 우리 부족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냐?”

“영역?”

“그렇다. 지금 네 동료들이 서 있는 곳 앞으로가 우리의 영역이다.”

“아…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겠다. 이만…”

말을 끝낸 거인이 몸을 돌려서 가려고 하자, 유신이 재빨리 말을 꺼냈다.

“저기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좋다.”

“혹시 여기에 우리 말고 다른 인간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없다.”

“아… 사실은 저희가 여기에서 마나석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당신과 같은 거인족에게 잡혀갔다고 들어서 구하러 온 것입니다.”

“흠…”

프란시스코는 유신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들은 포기해라.”

“네? 포기…하라니요?”

“인간들을 납치한 자들은 티탄 또는 네피림 족인 것 같다.”

“티탄? 네피림이요?”

“그렇다. 우리 거인족은 타이탄, 티탄 그리고 네피림으로 나뉜다. 나와 같은 용맹한 전사가 있는 부족이 타이탄 족이다. 그리고 전투에 미치고 살육광들이 있는 곳이 티탄 족이다. 그리고 네피림 족은…그냥 미친놈들이 있는 곳이다.”

거인들이 세 부족으로 나뉘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기에 유신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을 때, 뒤늦게 찰스가 나타났다.

“잠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좋다. 대신에 우리 영역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라. 물론 하유신 너도 말이다.”

“알겠습니다.”

유신은 뒤로 세 걸음 물러나자 그제야 프란시스코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유신은 동료들에게 거인과의 대화 내용을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끝낸 동료들은 유신을 대표에서 프란시스코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희 연구원을 구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불가능하다.”

“왜 불가능하다는 거죠?”

“티탄과 네피림과 싸우기에는 넌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유신은 오랜만에 화가 났다.

13기동 타격대와 전설 그리고 몇몇의 영웅을 제외한다면 지구상에서 자신을 상대할 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가 약하다고요?”

“그렇다.”

“그럼…”

말을 이으려고 했는데, 프란시스코가 손을 들어서 막았다.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질문만을 받겠다. 그게 내 마지막 호의다.”

“……”

프란시스코의 말에 유신은 동료들을 한 번 흘끔 바라봤다.

이미 말을 맞춰놓은 질문은 있었다.

마지막 질문이라면 임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싶어졌다.

애써 맞춰놓은 질문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질문을 바꿨다.

“저와 그들을 비교했을 때 티탄과 네피림은 얼마나 강합니까?”

“하하하하하”

프란시스코의 웃음소리가 산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찰스, 쟌 그리고 스텔라 남매가 그 소리에 귀를 막을 정도였다.

유신은 귀가 먹먹하게 울리는 와중에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프란시스코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을까?

곧, 프란시스코의 답변이 들려왔다.

“날 이길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그러면 너와 같은 인간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유신은 아공간에서 검을 빼서는 꽉 쥐었다.

그 모습에 프란시스코가 미소를 짓더니 창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프란시스코씨. 그럼 2차전을 시작할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