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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06화 (106/300)

106화_거인 프란시스코(1)

지금까지 구출 임무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마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에 쟌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특이사항이라도 있나요?”

그에 마리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휴~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적은 마계의 몬스터가 아니라 지구의 설화야.”

마리가 말을 끝내자, 유신을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

그런 동료들을 바라보던 유신이 홀로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찰스 아저씨 지구의 설화가 뭐예요?”

“자네 설화 속 몬스터를 모르는가?”

“설화 속 몬스터요? 그건 또 뭐예요?”

유신이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고, 전세계의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게 설화 속 몬스터였다.

찰스는 최대한 쉽게 유신에게 설화 속 몬스터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설명을 들은 유신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니까 설화 속 몬스터는 마족들이 지구를 침략할 때 데리고 온 몬스터나, 변이를 일으킨 것들이 아니라, 원래 지구에 있던 몬스터라는 거죠?”

간단히 정리한 유신의 말에 마리가 부연 설명을 해줬다.

“정확히는 몬스터가 아니지. 그저 인류를 제외한 종족이라고 보면 된다.”

“종족이요?”

유신은 종족이라는 말에 아공간 한 편에 조용히 있는 돌도끼가 떠올랐다.

그리고 돌도끼를 꺼냈다.

갑자기 유신이 돌도끼를 꺼내자, 마리가 흠칫했다.

“그건… 도깨비군.”

“어? 이것만 보고 어떻게 바로 아세요?”

“도깨비 특유의 냄새가 나니까?”

마리의 말에 유신은 돌도끼에 코를 박고는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당연하게도 마리가 말한 냄새와 유신이 생각한 냄새는 달랐다.

유신이 아무리 환골탈태하고, 급속도로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기운 특유의 향을 맡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기운 특유의 향을 맡게 된다면 그건 다른 말로 최소 전설급이 됐다는 소리였다.

위이이잉

가만히 있던 돌도끼가 갑자기 진동을 일으켰다.

“어? 이게 왜 이러지?”

그때였다.

유신의 주위로 찰스, 쟌, 스텔라 남매가 둥글게 포위했다.

그리고 마리는 자신의 허리춤에 묶여 있던 채찍을 풀어서는 신성력을 주입했다.

“다들 왜 그러세요?”

당황한 유신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돌도끼의 진동이 심해지더니 유신의 손바닥에 있던 돌도끼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밝은 빛을 뿜어냈다.

솨아아아

빛이 사그라졌다.

돌도끼는 사라지고 거기에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아람의 미니어쳐 버전이라고 봐도 좋았다.

아람이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유신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대도깨비 아람이다. 인간. 나와 내기하자.”

“응 내기?”

“그래. 내기! 계속 그 괴물 같은 인간들 때문에 못 했는데,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유신이 주위를 둘러봤다.

모든 게 멈춰 있었다.

마리가 아람에게 휘두른 채찍도, 찰스의 마력도, 쟌과 스텔라 남매도 말이다.

“이건 우리 도깨비 일족이 평생 살면서 딱 세 번만 쓸 수 있는 비기야.”

“아…비기?”

아람은 유신이 계속 확답은 하지 않고 어리둥절해하자, 답답해졌다.

이 비기는 그렇게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빨리 유신을 속여서 내기해야 했다.

그렇게 내기에 이겨서 하람이 있는 곳을 파악해야 했다.

“더는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내기하자. 아니 정확히는 거래라고 보는 게 맞겠지.”

“거래?”

“그래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

“…내가 널 뭘 믿고?”

아람은 유신의 말에 기가 찼다.

자신이 누구인가? 도깨비 일족 중에서 단 셋뿐인 대도깨비 아람이었다.

거기다가 도깨비 일족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앞에 있는 인간이 거기까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아람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도깨비 일족은 율법에 따라서 거짓말을 하면 안 돼. 그러니까 믿어도 된다는 말이야.”

“거짓말이라…”

“빨리 하자!”

아람의 재촉에 유신이 다시 한번 의문을 표했다.

“근데 대도깨비라고 했는데… 넌 대도깨비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 나는 우리 일족의 두 번째로 대도깨비가 된 아람이야.”

“너처럼 귀여운 애가 대도깨비라고?”

“아! 진짜 말 너무 많네. 우리 대도깨비가 되는 기준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 가장 큰게 이 넘쳐나는 도력…응? 넘쳐나는 도…력? 뭐지?”

아람은 그때야 알게 됐다.

대도깨비의 상징이자, 자신의 근원이 되는 도력이 이제 막 태어난 도깨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쩌정

유신과 아람이 있던 공간이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새빨갛게 변했다.

그러더니 아람의 존재감이 흩어졌다.

“내가 대도깨비가 아니라고?! 아냐! 난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없다고!”

존재감이 흩어지는 아람을 향해 유신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 네가 소개했잖아. 나는 대도깨비 아람이다. 라고, 지금 대도깨비가 아니면 대도깨비였던 아람이라고 소개를 했어야지. 근데 너 투명 인간처럼 몸이 흐릿해졌어.”

“사.살려줘~ 으아아악!”

아람의 비명과 함께 비기가 깨져나갔다.

휘리릭

그 순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마리가 채찍으로 아람을 감아서는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응?”

마리는 아람의 존재감이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제 막 태어난 도깨비가 벌써 소멸한다고?”

어리둥절해하는 마리에게 유신이 상황을 설명했다.

유신의 말을 다 들은 마리가 아람을 감고 있던 채찍을 풀었다.

“곧 소멸하겠군.”

“소멸이요?”

“그래. 도깨비의 율법 중 가장 큰 죄가 거짓말이야. 거짓말을 하는 순간 도깨비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소멸하게 되지.”

그 말에 유신은 아람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응. 없어.”

측은지심이라고 해야 할까?

유신이 바닥에서 떨고 있는 아람을 양손으로 조심히 안아 들었다.

그리고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스를 아람에게 주입했다.

희미해져 가는 아람이 유신의 포스 때문에 약간의 존재감을 띠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람 위에 있던 새빨갛게 물든 공간이 더욱 색을 빨갛게 물들었다.

“소용없어. 임시 방편일 뿐이야. 네가 포스를 주입하는 만큼 율법이 더 강한 힘을 쓸 거야.”

마리가 유신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고, 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불쌍하잖아요. 대장 덕분에 이제야 마기에서 벗어났는데…”

유신은 더욱 강하게 포스를 아람에게 집어넣었다.

“으갸갸갸걋!”

하지만 아람은 포스 주입에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하람에 대한 복수도 다 잊고는 그냥 이대로 소멸하고 싶었다.

그렇게 새빨갛게 변한 공간과 유신이 아람을 사이에 두고 힘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파칭!

다시 한번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새빨갛던 공간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그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유신은 몸속에 있는 마지막 포스까지 아람에게 주입했다.

“으갸갸갸걋걋(그만해 미X놈아!!)”

같은 언어를 쓰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에 아람은 고통에 허덕이다가 다시 돌도끼로 변했다.

유신은 돌도끼로 변한 아람을 다시 주워 들었다.

이 돌도끼는 도깨비 아람이었고, 도깨비 아람의 원초적인 모습이었다.

“실패한 건가?”

자신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유신 옆으로 마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대체 포스를 얼마나 집어넣은 거야?”

“헤헤~ 가지고 있는 포스를 다 넣었는데, 결국 실패했네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유신은 기절했다.

마리는 그런 유신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패가 아니라, 정말로 율법을 벗어나게 했어.”

방 안에 있는 모두가 세상의 규칙을 바꿔버리고 기절한 유신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유신은 많이 발전했다.

순식간에 포스를 다 사용하더라도 탈력감이 들지언정 기절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신이 아람을 살리고 기절했다?

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은 누군가의 개입이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으음…5분만 더요.”

“벌써 그 말만 10번은 넘게 했어요.”

“네?”

유신은 자꾸 자신을 깨우는 누군가 때문에 힘들게 눈을 떴다.

거기에는 하얀 한복과 함께 접이식 전통 부채를 들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부채로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리고 있었다.

보통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자는 대부분 꿍꿍이가 있기에 경계심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존재에게는 아무런 위험이 느껴지지 않았다.

“누구세요?”

“네 저는 최초의 도깨비이자, 대도깨비 가람입니다.”

“대도깨비? 최초의 도깨비요?”

“우선 하유신님께서 너무 늦게 일어나셔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람은 부채로 계속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네? 뭐가요?”

“아람을 구해주신 걸 말하는 겁니다.”

“아…! 그럼 아람은 살아남은 건가요?”

“네. 덕분에 가이아께서 한 번의 유예를 주시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래서 하유신씨게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네. 아람은 배덕자에서 벗어났지만, 예전부터 많은 말썽을 피웠습니다. 하유신씨께서 데리고 있으면서 교화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람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유신은 당황스러웠다.

“교화요?”

“네. 그리고 맨입으로 해드리는 건 아닙니다. 아람이 교화가 되어서 다시 대도깨비의 직위를 되찾는다면, 제가 하유신씨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 드리겠습니다.”

“으흠…이거 내기인가요? 선배들이 도깨비랑 내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유신의 말에 가람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내기는 아닙니다. 그저 부탁이지요. 실패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물론 성공하시면 대도깨비에게 빌 수 있는 소원이 생기는 거고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깨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금 아람만 해도 거짓말을 했다가 존재 자체가 소멸할 뻔하지 않았나?

그래서 유신은 가람의 말을 믿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선물입니다.”

가람은 하얀 빛 알갱이를 뿌렸고, 유신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눈을 뜬 유신이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배경이 보였다.

“일어났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리가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예요?”

“꼬박 하루.”

“와~”

대도깨비 가람과의 만남.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벌써 하루가 지났다고 한다.

솔직히 가람과의 만남이 꿈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확인차 아공간에 넣어둔 아람의 본체인 돌도끼를 꺼냈다.

위이이잉

돌도끼는 곧장 빛에 휩싸이더니 손바닥만 한 아람으로 변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살아났지?”

주위를 둘러보던 아람은 곧장 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넌!!”

아람이 화들짝 놀라고 있을 때, 마리가 어느새 채찍을 꺼내서는 아람을 꽁꽁 묶었다.

“으아악!! 인간! 이걸 풀어라.”

묶인 채 발악하는 아람을 마리는 상큼하게 무시하고는 유신을 바라봤다.

“도깨비를 다시 꺼낼 거면 말이라도 하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뭐 좀 실험하려고요.”

“뭘 실험해? 도깨비가 얼마나 괴팍한지 알아?”

유신은 마리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손바닥을 하늘 위로 향하게 하고 내밀었다.

“아람.”

순간 묶여 있던 아람이 뿅하고 사라지더니, 유신의 손 위에 나타났다.

“응?”

“으응?”

그 모습에 마리와 아람이 동시에 놀랐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인간! 네가 뭔데 날 소환할 수 있는 건데!!”

손바닥 위에서 꽥꽥 소리 지르는 아람을 살짝 쥔 유신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지식이 머리 안에 자리 잡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지식은 가람이 자신에게 준 지식이며, 이걸 통해 아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기절한 사이 가람이라는 도깨비를 만났어요. 그 도깨비를 통해 아람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고요.”

“으아아아아악!!”

아람이 비명을 지르더니 다시 돌도끼가 되었다.

유신은 아람이 기운이 다 돼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도끼를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 녀석은 이제 제 펫이나 다름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살짝 미심쩍어하던 마리는 채찍을 치우는 것으로 유신의 말에 수긍했다.

“그러면 지금 유신이 네 상태는 어떤데?”

“저요? 완전 멀쩡한데요?”

“그래? 그러면 빨리 가.”

“네? 어딜요?”

“어디긴 아프가니스탄이지. 빨리 가서 쟌과 스텔라 남매를 도와줘. 게이트로 가면 찰스가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유신은 후다닥 마리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마리는 그런 유신을 바라보며 조심히 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가이아 여신이시여, 저 아이를 너무 시험에 들게 하지는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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