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_임시지만 교황청 소속입니다.(2)
수호기사단의 실드 차지는 전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안드로말리우스 사건 이후 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이후 쟌은 특훈에 들어갔다.
그렇게 쟌의 실드 차지는 더욱 강맹해졌다.
거기다가 지금 6급 성직자 앤에게 버프까지 받았다.
쇄애애액
유성우가 된 쟌이 유신에게 돌진했다.
처음에는 유신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 행동을 후회했다.
실드 차지가 지나간 곳에서 흑색 오크가 스치기만 했는데, 곤죽이 되어 나가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쟌은 버프의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햇!!”
마지막에 쟌이 외친 덕분일까?
쟌이 흑색 오크를 뚫고 유신과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유신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콰콰쾅
실드 차지 한 방에 그 무서운 흑색 오크 군단에 뻥하니 길이 뚫렸다.
하지만 아직도 죽은 흑색 오크보다 살아있는 흑색 오크가 더 많았다.
살아남은 흑색 오크들은 쟌에게 달려들었다.
쟌은 자신의 방패를 땅에 강하게 내리쳤다.
콰앙!
타격점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며, 지진이 일어났다.
마법이 아닌, 오직 힘으로 어스퀘이크가 일어났고, 흑색 오크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때 이제야 하늘에서 떨어지던 유신이 머리를 땅으로 향하며 오크들을 향해 블레이드 샷을 날렸다.
쿠콰쾅
쟌과 유신은 서로 처음 맞춰보는 호흡이 꽤 잘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흑색 오크 진형에서 쟌과 유신이 서로 싸우는 걸로 착각했다.
물론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죽을 뻔했잖아!”
흙먼지를 헤치고 쟌이 일어나며 투정을 부렸다.
쟌의 방패는 유신의 블레이드 샷의 여파에 이리저리 파이고 부서져 있었다.
이미 방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쟌도 알고 있었다.
전투 중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유신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하지만, 저 맹한 인간은 어떤 수법을 쓰는 건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할만했는데…”
혼잣말을 내뱉은 쟌이 양손에 손방패를 착용했다.
그리고 마나를 방패에 덧씌워서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쟌은 유신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방패와 마법으로 흑색 오크를 공격했다.
유신은 반대편으로 가는 쟌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도 쟌을 구하기 위해 겨우 힘 조절을 했다.
그런데 계속 같이 싸우면 그게 어려울 것 같았다.
생각하느라 아주 잠깐의 틈을 보일 때, 흑색 오크들이 글레이브를 찔러 넣었다.
깡깡깡
하지만 유신이 둥글게 검을 움직이자,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재차 검을 휘두르자, 흑색 오크들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요놈들 봐라. 전투적 지능도 있네. 아님 본능인가?”
유신이 흑색 오크의 특이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흑색 오크들이 홍해 갈라지듯 자리를 양보하자, 윗통을 벗은 여러 마리의 흑색 오크들이 다가왔다.
“뭐야 흑색 오크는 노출증도 있어?”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유신에게 분노를 했는지 노출증 흑색 오크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쿠우욱!!”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흑색 오크들이 호응하는 소리를 냈다.
“취이이이이익!!”
유신은 다가오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괴성을 지르는 노출증 흑색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얇고 길게 뻗어나갔다.
툭
툭두두툭
자신만만했던 노출증 흑색 오크들이 유신의 일검에 상체와 하체가 나뉘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호응하던 다른 흑색 오크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제 다 끝났어요?”
유신의 혼잣말에 찰스에게 메시지 마법이 날아왔다.
-기본적인 상황은 다 녹화가 끝났네.
“그럼 이제 빠르게 가겠습니다.”
-돕도록 하지.
“아뇨. 괜찮습니다. 혹시 몰래 마을로 다가오는 오크만 처리해 주세요.”
-…알겠네.
대화를 끝낸 유신이 흑색 오크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팀이 기념품을 다 고른 것 같으니까. 이제 서둘러 돌아가 볼까?”
유신은 말을 끝내고 발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검을 뽑아 흑색 오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 휘둘렀다.
서걱
흑색 오크들은 신체가 양분된 채 죽었다.
하지만, 흑색 오크들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더욱 흉흉한 기운을 퍼트렸다.
“그래!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유신이 검에 포스를 집중해 포스 대검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그 어떤 포스 대검보다 수 배는 크고 거대했다.
그 상태에서 유신이 좌에서 우로 검을 휘두르자 수십의 오크가 한 번에 날아갔다.
푸다다다닥
그다음 우에서 좌로 검을 휘두르자 흑색 오크들이 짓뭉개졌다.
쿠콰콰콰쾅
그렇게 유신이 양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흑색 오크를 쓰러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신의 주위로는 흑색 오크 시체들이 쌓였다.
유신은 검에 남은 기운을 저 멀리 흑색 오크들이 몰려 있는 곳을 향해 검과 함께 집어 던졌다.
후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앙!!!
잔여 포스와 함께 먼지 구름이 솟아올랐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전투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유신이 공격했던 곳이 보였다.
미사일을 쏘며 저리될까?
아니면 6써클 이상의 대마법을 사용하면 저리될까?
검이 땅에 꽂힌 채 크레이터를 만들었고, 그 주위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라라락
크레이터에 꽂힌 검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이곳저곳에 퍼져 있어서 살아남은 흑색 오크들은 더는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크레이터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살점 하나, 피 한 방울 흘리지도 못하고 흑색 오크들이 삭제되어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오직 유신의 검 한 자루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취익 취이익…”
전투의 흥분에 도취된 흑색 오크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유신이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들고는 한 발 움직였다.
저벅
움찔
단 한걸음에 천 마리가 넘는 흑색 오크들이 기겁했다.
저벅
챙그랑
두 번째 걸음에 흑색 오크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렸다.
저벅
“취.취익…”
세 번째 걸음에 겁을 먹기 시작한 흑색 오크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인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혼비백산해서 사방팔방으로 도망갔다.
유신은 제자리에 서서 흑색 오크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쟌은 온몸에 오크의 체액을 묻힌 채 홀로 서 있는 유신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혼자 똥폼이냐?”
“……”
“이제는 내 말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거냐?”
쟌이 유신의 어깨를 치려고 할 때, 닫혀 있던 유신이 입을 열었다.
“…거.건들지마.”
“응?”
그때야 쟌은 유신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너 왜 그래?”
“너무 무리한 것 같아. 우웩~”
유신이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쟌은 쓰러지려고 하는 유신을 부축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없애면 되는데 왜 그렇게 무식한 방법을 쓴 거야?”
걱정 어린 쟌의 말에 유신이 엄지를 척하니 들며 말했다.
“어때? 내 새로운 기술 포스 미사일.”
“…설마 방금 신기술 시험한 거야?”
“당연하지.”
유신을 부축하고 있던 쟌이 손을 놓았다.
그러자, 포스 탈력감에 힘이 없던 유신이 그대로 쓰러졌다.
땅과 진하게 포옹을 한 유신이 고개를 들며 쟌에게 외쳤다.
“야~ 나도 데리고 가 기운 없어.”
쟌은 유신을 무시하고 홀로 마을로 향했다.
방금까지 자신이 유신을 걱정했다는 것에 한심함을 느꼈다.
언제나 그랬다.
매사 진지하지 않은 유신의 모습에 가슴 깊이 화가 끓어 올랐다.
“알아서 와! 그 잘난 포션을 먹던가!”
“야 그 포션이 얼마나 아픈 줄 알아?”
쟌은 더는 유신의 말을 듣지 않고는 사라졌다.
유신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에 강제로 힘을 줘서는 일어났다.
그리고 마을과 여기까지의 거리를 대충 측정한 다음에 깊게 한숨을 쉬었다.
“찰스 아저씨. 죄송한데 저 좀 데리러 오시면 안 돼요?”
-왜? 무슨 일 있나? 갑자기 쓰러지고.
“아저씨도 보셨죠? 제가 이번에 개발한 포스 미사일?”
-대단하더군.
“그래서 지금 힘이 없어요. 죽겠어요.”
-…알겠네.
메시지 마법을 끝낸 유신은 그대로 땅에 드러누운 다음 하늘을 바라봤다.
맑고 고운 파란 하늘이 전투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찰스가 텔레포트로 나타나서는 유신을 공중에 띄웠다.
“찰스 아저씨 감사합니다.”
“아니네. 덕분에 이사님께 좋은 자료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옆에서 유신을 공중에 띄워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이름은 찰스였다.
성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저 찰스라고만 불러주면 된다고 했다.
찰스는 몬스터 대백과사전을 만든 디에고 레비가 붙여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찰스 아저씨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뭔가? 내 알려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알려주도록 하지.”
“아저씨는 텔레포트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대마법사잖아요.”
“대마법사까지는 아니지만, 텔레포트 마법도 가능하지.”
“대체 몇 서클이세요?”
“7서클이네.”
“네에?!”
유신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놀랐다.
7서클.
충분히 대마법사로 불릴 수 있는 존재였다.
거기다가 방금 유신이 학살한 흑색 오크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전멸시킬 수 있는 게 7서클 마법사였다.
“근데 왜…?”
“아? 왜 자네 보조를 하면서 영상을 찍냐고?”
“네. 찰스 아저씨 능력이면 어디서나 대우를 받을 수 있잖아요.”
“세상에는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재능이 넘치고 강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으흠…”
남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신에게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유신은 13기동 타격대 선배들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런데 세상을 넓게 봐도 선배들이 제일 강했다.
“에휴~ 그러니까요. 세상에는 강한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응?”
유신의 넋두리에 찰스는 어이가 없었다.
재능은 둘째치더라도, 자신의 옆에 있는 유신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자신이 속한 다크 연합만 해도 유신의 나이대에서 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자네는… 본인이 약하다고 생각하나?”
“당연하죠.”
어이없는 확답에 찰스의 입은 다물어졌다.
그래도 대화를 하면서 이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제 두 발로 갈게요.”
“그렇게 하세.”
찰스가 유신을 내려줬다.
유신은 그나마 여기까지 이동하면서 조금이라도 모인 포스로 인해 걷는 건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유신이 마을 입구로 향할 때,
문이 열렸다.
“와아아아아~!!”
귀청이 떠내려가도록 마을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유신은 넘어질 뻔했지만, 뒤에서 찰스가 몸을 받쳐주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넘어지는 추태를 부리면 쓰나.”
찰스의 말에 유신이 더욱 기운을 내며 마을로 들어섰다.
그리고 오른손을 하늘 위로 쭉 뻗었다.
유신의 행동에 마을 사람들은 더욱 크게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하유신! 하유신!”
누군가의 선창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이 하유신을 연호했다.
그에 기분이 좋아진 유신은 활짝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한쪽에서 팀이 이런저런 쇼핑백을 들고 유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신은 팀을 발견하고는 팀에게 다가갔다.
“좋은 걸로 골라줬니?”
“……”
팀은 유신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사실은 백 달러를 맞추지 못했어요.”
“그래? 그럼 이건 다해서 얼마야?”
“97달러 27센트요.”
말을 끝낸 팀이 쇼핑백과 함께 남은 돈을 유신에게 건넸다.
유신은 팀에게서 쇼핑백만 받아 들고 남은 돈을 다시 돌려줬다.
“그건 심부름 값이야.”
“하지만…”
“원래 심부름하면 약간의 용돈도 생기는 거야. 그리고 아주 좋은 걸로 사왔는 걸 고마워!”
방금까지 시무룩했던 팀은 유신의 칭찬에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유신은 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였다.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빨리와!”
쟌과 앤 그리고 얀이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언제 갔는지 찰스도 그 옆에 있었다.
“너만 오면 가는 거야.”
“알았어. 금방 갈게!”
유신은 마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그대로 게이트 앞에 섰다.
그때 팀이 게이트 근처로 달려와서는 유신에게 외치듯이 말했다.
“저도 아저씨처럼 될 수 있나요?”
“형이라고 불러!”
“네? 아!”
팀은 이런 험한 곳에 살면서 눈치가 발달했다.
그래서 곧장 대답했다.
“네. 형.”
형이라는 말에 유신이 그제야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좋아. 자. 팀 잘 들어. 넌 이 형보다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어.”
유신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팀이 손을 잡고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한다.
“이 가슴 안에 있는 열정과 꿈. 그리고 노력만 있다면 말이야.”
“네!!”
활기차게 대답하는 팀을 보며 유신은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