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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02화 (102/300)

102화_임시지만 교황청 소속입니다.(1)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선술집.

헌터와 거친 용병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무용담을 뽐내고 있었다.

“크흑~ 역시 여기 흑맥주가 최고라니까.”

“그러니까 자비 내가 오크 놈들 멱을 따면서 생각한 게 빨리 끝내고 흑맥주를 먹자는 거였어.”

“도널 자네가? 도망만 다닌 건 아니고?”

“무슨 소리! 내가 이번에 흑색 오크를 세 마리나 잡았는걸?”

“오!! 피부가 돌처럼 단단하다는 흑색 오크를 자네의 물렁 검이 잡았다고?”

“이 새끼가!!”

용병들이 허세를 부르며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다행히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최전방이나 다름없는 이 마을에는 영국 왕실기사 3명과 영국 왕실마법기사 2명이 상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술집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 꼬마가 용병들의 테이블에서 기웃거렸다.

“와! 아저씨가 정말 흑색 오크를 잡았아요?”

“응? 꼬마야 넌 누구니?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조금만 더 말해주세요. 정말 흑색 오크를 잡으셨어요?”

“물론이지. 이 검으로 놈들의 멱을 따 버렸는걸.”

그렇게 말한 도널은 옆에 기대어져 있는 자신의 검을 툭 쳤다.

“정말 멋져요.”

“크하하핫 꼬마야. 네가 정말 사람 볼 줄을 아는구나.”

도널은 앞에 있는 꼬마가 마음에 들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팀 거기서 뭐 하니? 손님들께 방해되니까 어서 네 방으로 들어가.”

“엄마! 난 커서 이 아저씨 같은 멋진 용병이 되고 싶어요.”

새벽이슬 선술집의 주인이자, 팀의 엄마인 제이미가 도널을 매섭게 째려봤다.

제이미의 눈빛에 도널은 눈을 돌리며 헛기침했다.

“크흠! 제이미 흑맥주 하나 더…”

도널은 자신의 흑맥주가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도, 추가 주문을 할 때였다.

위이이이잉~

몬스터 경고 사이렌 소리가 조용한 마을에 울려 퍼졌다.

오크와의 접경지역 중 가장 큰 마을인 이곳에서 사이렌은 1년에 한 번 듣기 힘든 곳이었다.

새벽이슬 선술집에 있던 헌터와 용병들이 자신의 무기를 챙겨 들고는 마을 입구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기겁했다.

이 마을에는 자신들이 전부 덤벼도 생채기도 내기 힘든 영국 왕실기사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빌 경! 어떻게 된 겁니까?”

“쿨럭!”

“빌 경!”

왕실기사인 빌이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계속 피를 토했다.

그러자, 푸른 늑대 용병 대장인 월이 자신의 품에서 포션을 꺼내 빌의 입에 넣어주었다.

“제길! 이게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월의 포션은 제대로 효능을 발휘했고, 피를 토해내던 빌은 점점 안정을 찾았다.

그제야 월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빌 경.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하악 빨리 도망쳐야 해.”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리고 같이 나가셨던 다른 기사님들은?”

“톰, 리처드, 마고까지 하악…모두 당했어.”

“네? 기사님들이 당하다니요?”

“지금 흑색…하악 오크 대군이 여기로 향하고 있어. 빨리 도망쳐야 해!!”

거기까지 말한 빌은 갑자기 품에서 붉은 보석을 꺼내더니, 주먹을 쥐어서 으스러뜨렸다.

그리고는 기절하듯 쓰러졌다.

월은 재빨리 빌의 상황을 체크했다.

다행히 빌은 정신을 잃기만 했을 뿐이었다.

“빌 경의 말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빨리 움직이도록.”

“느…늦었습니다.”

포기한 듯한 도널의 말소리에 월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기…저기 보십시오.”

도널이 가리킨 곳에는 흑색 오크가 무리를 넘어선 군단의 형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있는 용병들도 최소 3명의 달라붙어야 가능한 게 흑색 용병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가오는 흑색 오크는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합쳐도 수 배는 넘을 정도로 많았다.

“다 죽었어.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

좌절감에 빠진 도널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말까지 하자, 사람들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빌이 기절하기 전에 부순 붉은 보석이 가루가 되어서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밝게 빛난 후 사라졌다.

“휴~ 그래도 살길은 있군. 한 시간 한 시간만 버티면 지원군이 온다.”

“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빌 경이 쓰러지기 전에 지원을 요청한 거네.”

“네? 언제요?”

“방금 빛난 붉은 빛이 지원 요청이네. 그것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냈지. 우리는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보통 한 시간 안에 지원이 온다고 알고 있어.”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다행이네요.”

하지만, 어디에든 트롤짓하는 놈이 존재했다.

“난 몰라. 그냥 도망갈 거야!!”

도널이 마을을 떠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도널 앞으로 팀이 울먹이며 서 있었다.

“아저씨…”

잠깐 멈칫한 도널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꼬마야. 내 애기는 다 뻥이야. 그리고 넌 절대로 용병 따위는 되지 말아라. 용병은 사람을 지키는 게 아니라, 돈을 쫓으니까.”

빠르게 할 말을 다 내뱉은 도널이 팀을 지나쳤다.

그렇게 도널은 몇몇의 마음이 맞는 용병들과 함께 마을을 빠져나갈 때였다.

어딘가에서 손도끼가 날아와 도널과 그 무리의 머리를 일격에 부숴버렸다.

“취익 취이이익!”

마을 뒤편에서 흑색 오크들이 나타났다.

그렇다.

빌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부터 마을은 포위되어 있었다.

그렇게 흑색 오크들이 마을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완벽한 포위망을 갖출 때였다.

콰르르릉

마을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다섯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우와!! 지원군이 왔다. 이제 우리는 살았어!!”

사람들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지원군이 왔다는 것에 환호했다.

하지만, 이내 환호는 점점 줄어들었다.

다섯 명의 사람 중 마법사로 보이는 한 사람만 나이가 들어 보였고, 나머지는 젊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너무 어려 보였다.

“설마 지원군은 이게 다입니까?”

월이 중년 마법사에게 물었다.

“질문을 제게 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곳에 텔레포트 마법을 쓰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리더는 따로 있죠.”

그렇게 말한 중년 마법사가 옆에 있는 젊은 여성을 바라봤다.

“리더를 맡고 있는 쟌입니다. 지원군은 이게 다입니다.”

“흑색 오크가 수천 단위입니다. 그런데 겨우…”

“겨우라니요. 전 수호기사단의 제 9 수호 기사입니다.”

쟌의 말이 끝나자, 월과 주위 사람들의 굳었던 표정이 펴졌다.

수호 기사가 누구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사단으로 앞에 있는 쟌은 싱글 넘버였다.

소문에 싱글 넘버의 무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했다.

월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뒤에 있는 다른 젊은이를 바라봤다.

“뒤에 분들도 수호 기사신가요?”

“아뇨.”

“네? 그럼?”

“아! 그렇군요. 자~ 다들 빨리 자기소개부터 해.”

수호 기사가 아니라고 해서 실망했던 월은 곧 그 마음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전 교단 소속의 5급 성직자 얀 스텔라입니다.”

“교단 소속의 6급 성직자 앤 스텔라입니다.”

“오. 오급 그리고 육급 성직자요?”

월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힐링을 사용할 수 있는 1급 성직자도 보기 힘들다.

헌터 생활을 해오면서 봤던 성직자 중 가장 높은 등급도 3급이었다.

그런데, 교단에도 많지 않다는 5급 성직자와 6급 성직자까지 나타났다.

이제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월이 마지막 남은 동양인 남성을 바라봤다.

“아 저는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이라고 합니다.”

“13기동 타격대요?”

처음 듣는 부대명에 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자신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특수 부대명을 모른다고 하지만, 웬만큼 유명한 곳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동 타격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흑색 오크는 어디 있습니까?”

월이 상념을 날려 버리고는 유신의 말에 대답했다.

“지금 마을 밖에서 여기를 포위한 상태입니다.”

“아 그렇군요.”

유신은 홀로 광장을 벗어나 마을 밖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쟌이 악을 지르듯 외쳤다.

“야! 어디가?!”

“어디 가긴 후딱 해치우고 집에 가야지.”

“야 지금 이 파티의 리더는 나야.”

“응 알았어.”

“아 짜증 나!! 같이 가!!”

“빨리 와.”

월은 쟌과 유신의 대화를 들으면서 솔직히 피어나던 희망이 사라져만 갔다.

그리고 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그렇게 유신의 뒤를 따라 사람들은 마을 경계로 향했다.

“우와~ 진짜 많다.”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유신의 말에 쟌이 인상을 구길 때였다.

팀이 사람들을 헤치고 빠르게 쟌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우리 다 죽는 거예요?”

“응? 꼬마야 그게 무슨 말이니?”

“팀이에요. 제 이름은 팀이에요.”

“팀! 뭐 하는 거니?”

뒤늦게 제이미가 나타나 팀을 뒤로 끌었다.

“죄송합니다. 기사님들. 제 아들이 아직 어려서요. 죄송합니다.”

제이미의 사과에 유신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와서는 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팀이라고?”

“네에…”

“목소리가 왜 이렇게 죽어가? 팀 내가 하나 부탁해도 될까?”

“부탁이요?”

“응 혹시 여기 기념품 파는 가게가 있니?”

“네 있어요. 광장 옆에 노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요.”

유신은 품에서 100달러를 꺼내서 팀에게 건네줬다.

“여기까지 왔는데, 기념품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돈으로 기념품 사다 줄래?”

“기념품요?”

“응. 딱 100달러어치 사야 해. 그 정도 계산은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요.”

“좋아. 그럼 먼저 갈래?”

“네!”

팀은 유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을 안으로 사라졌다.

쟌은 그런 유신과 팀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저렇게 세심할 때도 있네?”

“뭔 소리야?”

“팀이 잔인한 광경 못 보게 하려고 저런 거 아냐?”

“아니. 진짜로 기념품 사려고 그런 건데?”

쟌은 역시 유신은 X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자 그럼 일할까?”

유신은 아공간에서 수십 자루의 묵색 창을 꺼냈다.

그리고는 중년의 마법사를 바라봤다.

“찰스씨. 녹화 잘하세요.”

“알겠네.”

준비를 끝낸 유신이 묵색 창을 집어들 때였다.

쟌이 그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같이 할까?”

“아니 몇 가지 실험을 해야 해서. 마을을 지켜줘.”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

유신이 묵색 창을 흑색 오크 군대가 있는 곳으로 던졌다.

월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흑색 오크와 이곳까지의 거리는 500미터가 넘는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창을 던지면 저기까지 창이 닿지도 못한다.

설마 창이 거리를 격하고 날아가더라도 살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창이 도착한 곳의 주위가 초토화되어 있었다.

“차.창이 특수 무기입니까?”

월의 물음에 유신이 새로운 창을 꺼내 들고는 조준했다.

“아뇨. 그냥 일반 창인데요. 으챠!”

쇄애액~

콰콰쾅!

그렇게 몇 번 더 창을 던지자, 흑색 오크 군대는 마을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취이이이익~!!”

유신은 흑색 오크가 다가오자, 투창 속도를 높였다.

쾅쾅쾅

콰아앙

콰콰쾅

순식간에 유신 앞에 놓여 있던 창은 다 사라졌다.

“흑색 오크는 폭발력에 그렇게 큰 피해를 받지는 않네요.”

“그렇군. 다음은 뭔가?”

“검기로 인한 절단입니다.”

“영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네.”

“네. 그럼 잘 부탁해요.”

월은 유신과 찰스의 대화에 정신이 없었다.

순식간에 수백의 흑색 오크를 없앤 투창이 그렇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검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검기가 뭔가?

선택받은 능력자들도 평생을 갈고 닦아도 사용할 수 없는 게 검기였다.

‘투창은 능력이 아니라고? 대체 무슨 능력이지?’

유신은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모를 검을 꺼냈다.

그리고 홀로 흑색 오크에게 뛰어들며 스텔라 남매를 향해 외쳤다.

“식충이들아. 놀지만 말고 막아!”

“아휴~ 귀찮은데… 얀 네가 해.”

“앤.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죽으면 마리님께 혼날 거야.”

“그러니까 네가 해야지. 방어는 네가 특화잖아. 아니면 너도 유신이랑 같이 나가서 싸울래?”

“절대 싫어. 내가 할게. 신의 보호막.”

얀이 시동어를 외치자, 마을에 거대한 보호막이 생겨났다.

“앤. 근데 넌 뭘 할 거야?”

“나? 그냥 있을 건데?”

“유신이가 고자질하면…”

“하~ 나쁜 x끼. 버프나 줘야지.”

“버프? 유신이한테? 싫어할 텐데?”

“내가 유신이한테 왜줘? 아직 식충이 한 명 있잖아.”

앤은 그렇게 말하면서 쟌을 바라봤다.

쟌은 앤의 눈빛에 유신이 뛰어들며 외쳤던 ‘식충이’라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알았어. 빨리 버프 줘. 지금 당장 갈게!”

“좋아~ 체력, 힘, 민첩…에이~ 그냥 다 쎄져라!”

이상한 주문과 함께 앤의 버프가 쟌의 몸에 깃들었다.

넘치는 힘에 한껏 고양감에 취한 쟌이 앞에서 홀로 흑색 오크를 도륙하는 유신에게 방패를 겨냥했다.

‘유신이 네가 이것도 못 피하지는 않겠지. 근데… 피하지 못하고 그냥 한 대 맞았으면 좋겠다.’

“실드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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