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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99화 (99/300)

99화_굿바이(1)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는 교황청이 존재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교황청 지하에는 다크 프리스트들이 존재했다.

다크 프리스트들은 창설이래 가장 바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작지 않은 지하 감옥이 능력해방단 덕분에 가득 찼다.

그리고 감옥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최고의 고문 전문가가 등웨이를 고문하고 있었다.

“제발 그냥 죽여주십시오. 제발요. 크아아악.”

등웨이의 애원에도 고문가는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고문 전문가는 등웨이가 이 방에 들어온 순간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지만 며칠간 이루어진 고문에 등웨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모든 것을 고해성사했다.

끼이이익

기름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문 전문가의 손길이 멈췄고 입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붉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성녀 마리였다.

“본인들의 수장이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말했어?”

“죄송합니다.”

“할배 솜씨가 많이 죽었나 봐?”

“횰횰 제가 나이를 먹고 나니 손재주가 예전만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이제 은퇴할 때도 됐네.”

“손주 녀석 장난감이라도 사주려면 아직 은퇴하면 안 되지요.”

마리와 고문 전문가의 대화에 등웨이는 미치고 팔짝 뛰고 싶었다.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이들에게 말했다.

능력해방단의 본부와 지부의 위치. 그리고 간부들의 신상과 수장의 인상착의까지 모든 걸 말이다.

“제발… 제가 아는 건 다 말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등웨이의 말에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배 진짜로 은퇴해야 할 것 같네. 살려달라고 하네.”

“으흠…방금까지 죽여달라고 했는데…”

“오늘! 오늘까지 못 하면 진짜로 은퇴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고문 전문가가 인상을 찡그린 채 자신에게 다가오자 겁에 질린 등웨이가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아닙니다. 제발 죽여주십시오.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죽여주세요. 제발요.”

등웨이의 외침은 끝내 마리에게 닿지 못했다.

마리는 이미 고문실을 나와서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무실에 도착한 마리가 자신의 책상 가득 쌓여있는 결재 서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망할 놈의 노인네. 이미 들을 건 다 들었으면서 변태 같은 취미 때문에 보고도 안하고.”

불평불만을 토한 마리가 의자에 앉을 때였다.

삐~

집무실 전화기를 통해 비서의 연락이 들어왔다.

그 소리에 마리가 귀찮다는 표정을 짓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성녀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쁘다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마리가 의자에 깊게 파고들 때였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급하게 비서실로 연락했다.

“네. 성녀님.”

“손님. 손님이 누군가요?”

“김무혁이라고 합니다.”

“빨리 모셔오세요.”“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무혁이 들어왔다.

마리는 무혁이 들어오기 전부터 반듯하게 서서는 무혁을 맞이했다.

“대장 왔어요?”

무혁은 마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집무실을 둘러봤다.

그런 대장을 빤히 바라보던 마리가 웃으며 무혁의 팔을 잡아서는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자리에 앉으세요.”

“그래.”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평소에 잘 오시지도 않으시면서.”

“부탁할 게 있다.”

“부…탁이요?”

마리는 무혁의 말에 서운함을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하지만, 이내 서운함을 걷어내고는 해맑게 웃었다.

“뭔데요?”

“알다시피 우리는 곧 떠나야 한다. 그래서… 유신을 그러니까 하유신을 부탁한다.”

“에이~ 그건 이미 저번에 말 끝낸 거잖아요. 제가 잘 보호해 줄게요.”

“보호가 아니다. 13기동 타격대의 인원으로 키워 달라는 거다.”

“…정말로 그 아이를 키우실 생각이세요?”

무혁이 고개를 끄떡였고, 마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강문의 말대로 지구에서 우리를 대신할 존재를 키울 목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성과를 올리고 있고, 알고 보니 가이아의 지독한 사랑을 받는 것 같더군.”

“허~ 이거 질투가 생기는데요. 좋아요. 대신에 이거 하나 약속해줘요. 제가 새로운 성녀를 완벽히 키우게 되면, 그때 저도 다시 복귀할 겁니다.”

“……”

“왜 말씀이 없으세요?”

“알았다.”

무혁의 말에 성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속하신 겁니다. 대신에 제가 완벽히 키우도록 할게요. 그런데 지금 막내는 어디 있나요?

“중국.”

***

노사가 유신에게 먹인 태극신단의 효용은 엄청났다.

떨어졌던 유신의 기력을 모두 채우고도 기운이 남았다.

그 남은 기운은 유신의 생명력까지 채웠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기운은 계속 유신을 자극했고, 그 자극 때문에 유신은 사흘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신이 깨어있거나 노사가 개발한 태극신공을 알고 있었다면, 내공이라는 또 다른 기운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만약이라는 계기였다.

태극신단의 남은 기운이 끝내 갈 곳을 차지 못해, 유신의 뼈와 근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은 기운의 9할은 유신의 뼈와 혈맥을 튼튼하게 만들었고, 남은 1할은 있지도 않은 근육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신이 눈을 떴다.

“으음… 여긴 어디지?”

눈을 뜬 유신이 주위를 둘러봤다.

중국 고전에서나 나올 법하게 인테리어가 된 방이었다.

잠깐 방을 둘러본 유신은 기억이 끊기기 전을 돌아봤다.

공항에 도착한 후 테러가 이뤄졌고, 리우와 함께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테러범들과 싸웠다.

마지막은 리우와 호형호제를 했다는 것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문이 열리며 리우가 들어왔다.

“형님!!”

리우가 몸을 던져 유신을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리우의 행동에 유신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몸을 내주었다.

“어어 그. 그래.”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응 리우 네가 날 풀어주면 괜찮을 것 같아.”

“아!!”

뒤늦게 유신의 건강 상태를 떠올린 리우가 재빨리 유신을 풀어줬다.

“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아냐아냐 괜찮아.”

“그런데 테러는 잘 처리됐어?”

“그건 내가 설명하지.”

언제 왔는지 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유신은 노사가 왔다는 걸 알고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균형만 잃고는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리우가 그런 유신의 몸을 부축해줬다.

“죄송합니다. 제가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아니네. 이렇게 눈을 뜬 것만 해도 어디인가.”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답변은 노사가 하지 않고 옆에서 부축하고 있던 리우가 답했다.

“형님. 형님께서는 사흘간 누워 계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염치 불고하고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형님. 부탁이라니요. 그냥 말씀만 하세요.”

“그럼 밥 좀 줘. 배고파 죽겠다.”

그렇게 유신이 열다섯 그릇의 흰죽을 먹는 동안 현재까지의 상황을 듣게 됐다.

“푸하~ 이제야 배가 좀 찼네.”

아까 전까지는 누워만 있어서 빼빼 마른 몸이었던 유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영화에 나온 외계인처럼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그래서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미국에 있다고?”

“네.”

“미국 어디?”

“라스베이거스에 있습니다.”

“환락과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네.”

“데려다줘.”

리우는 유신의 말에 놀랐다.

아직 몸도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디를 데려다 달라는 것인가?

“네? 형님 어디를요?”

“어디긴! 라스베이거스를 가야지. 여권도 챙기고… 아 맞다. 나 여권 없지…”

“형님. 회복이 먼저입니다.”

“아니. 내가 갈 곳은 13기동 타격대가 있는 곳이야. 리우야 나 여권 없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형님!”

유신은 리우의 말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처럼 몸에 힘은 없지만, 처음부터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싫으면 말아. 혼자 갈 테니.”

리우는 유신의 굳센 의지에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

아무도 없는 카지노에서 13기동 타격대의 인원들이 슬롯머신 앞에 주르륵 앉아서 머신을 땡기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슬롯머신을 했지만, 누구도 당첨된 사람이 없었다.

“이야~ 우리도 진짜 재수 없다. 어떻게 한 명도 안 되냐?”

“유호 브로~ 액땜했다고 생각해.”

“다리우스 액땜은 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냐?”

“누구한테 배우긴 공부했으니까 아는 거지.”

유호와 다리우스가 시시덕거리며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미국의 전설이자, 물의 여신 벨라가 한 뭉치의 서류를 들고는 강문과 무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아직 이틀 남았는데 벌써 끝났다고?”

“네. 이런 일은 빨리할수록 좋으니까요.”

“우리를 얼마나 빨리 보내고 싶은 거야?”

“…아닙니다.”

벨라가 더는 아무런 말도 못 하자, 강문이 피식 웃었다.

“됐어. 농담이야. 능력해방단이라는 놈들은 다 처리됐어?”

“그게…”

“뭐가 문젠데? 우리가 웬만한 놈들은 직접 다 조져 놨잖아.”

“수장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에휴~ 너희들 일 처리가 그러면 그렇지.”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터지지 않던 강문의 슬롯머신이 777을 찍어내며 잭팟이 터졌다.

“에휴~ 터지라고 할 때는 안 터지고 지금 터지냐.”

강문의 핀잔에 뒤에 있던 벨라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강문이 터트린 잭팟은 한화로 140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돈에 초연한 건지 아니면 감흥이 없는지 강문은 뚱할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 막내 마지막 가는 선물로는 괜찮겠네. 벨라.”

“네? 네!”

갑자기 강문이 자신을 부르자 벨라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이거 상금 우리 막내한테 줄 수 있지?”

“아…”

“‘아’가 아니라 부.탁.하는 거야.”

“네. 조치해 놓겠습니다. 저 그리고…”

“뭔데?”

“13기동 타격대의 막내인 하유신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다고 합니다.”

강문이 인상을 쓰자, 벨라가 눈치를 보며 조심히 말을 꺼냈다.

“하유신 대원이 다시 돌아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벨라의 말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강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혁에게 다가갔다.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응 강문 브로 무슨 생각?”

“떠나기 전에 막내를 위한 선물?”

“잭팟 상금 준다메~”

“아니 의미 있는 걸로 해줘야지. 다들 모여봐.”

그렇게 13기동 타격대가 작당 모의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벨라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

노사의 전용기를 타고 유신과 리우가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고 있었다.

유신은 전용기 안에서 쉼 없이 운동하며 땀을 흘렸다.

“형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아냐 괜찮아.”

“그렇게 무리하면 근육이 생길 틈도 없이 상태가 악화합니다.”

“이렇게 하고 포스 호흡법으로 회복하면 돼.”

“네? 그래도 그게 한계가…”

“그래서 열심히 먹잖아.”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유신이 승무원을 불렀다.

“저 기내식 좀 주세요.”

유신의 말에 승무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30인분을 준비한 기내식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요? 어쩔 수 없네요.”

승무원은 유신이 30인분의 기내식을 홀로 다 먹고 지금 어딘가에서 꺼낸 에너지 바를 먹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다른 간식이라도 갖다 드릴까요?”

“쩝쩝. 뭐가 있나요?”

“견과류 종류가 좀 있습니다.”

“오~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승무원이 견과류를 박스 채로 가져오는 잠깐 사이에 유신은 벌써 10개가 넘는 에너지 바를 다 먹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유신의 살이 많이 붙었다.

처음 비행기에 올라탈 때는 뼈만 있었는데, 지금은 마른 체형이 되어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승무원은 세상에 특이한 능력도 많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리우야 이제 얼마나 남았지?”

“대략 3시간 정도만 더 비행하면 됩니다.”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떡인 유신이 자리에 앉아 포스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리우는 그 모습이 조금 걱정됐다.

내공 심법에 비해 포스 호흡이 안정적이라지만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비행기가 착륙하자 유신이 드디어 눈을 떴다.

“가자!”

“네 형님.”

유신과 리우가 전용기에서 내리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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