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_화난 선배들(2)
잭은 다리우스를 보고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잔인한 표정을 지었다.
“찾아갈 필요도 없겠군.”
“그러엄~ 내가 이렇게 친절히 찾아왔잖아. 자 다시 물을게. 능력해방단의 제 8장로 잭 드레이크 맞지?”
다리우스의 입에서 능력해방단과 제 8장로라는 말이 나오자, 잭의 표정이 굳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됐고! 참 이상한 놈들이야. 능력의 자유? 능력자들이 우대받는 사회? 다 개소리였군. 그냥 열등감 덩어리였어.”
“이놈 내가 묻지 않냐! 언제부터 따라온 것이야!?”
“닥쳐! 너희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곤란해졌는데!”
앞으로 달려든 다리우스가 잭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콰앙!
잭은 다리우스의 공격을 가드한 후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다.
덜렁
그런데 다리우스의 공격을 막았던 오른손이 부러졌는지 그대로 축 처졌다.
“그 잘난 능력을 써보지? 이대로 싱겁게 끝낼 거야?”
“오늘 이 자리에 온 걸 후회하게 해주지.”
화가 난 잭이 머슬맨 포즈를 취하더니, 몸집이 1.5배 정도 더 커진 근육맨이 되었다.
하지만, 다리우스가 손바닥으로 잭의 얼굴을 감싸 쥐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쿨럭~”
단 한 방에 잭의 근육은 풀렸고, 피를 토했다.
“뭐야? 벌써 끝이야?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지? 난 아직 안 끝났는데?”
잭은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리우스를 보고 있으니 공포감이 밀려왔다.
“사…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살려줘? 그래 살려줄게.”
“가…감사하…큭.”
다리우스는 잭이 더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목을 잡고는 들어 올렸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살려줄 거야. 일단 한 번 죽인 다음에 언데드로.”
우두뚝
손쉽게 잭의 목을 꺾여 죽인 다리우스는 잭의 시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우리 막내 브로가 너희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언데드가 되어서 평생 갚아야 할 거야.”
***
맥시코 북부.
카르텔 때문에 정부도 포기하고, 헌터들도 몸을 사리는 곳이다.
그곳에는 카르텔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건물이 있었다.
그렇다고 건물 경비를 허술하게 하는 건 아니다.
건물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들은 모두 총기 및 마법 도구를 지니고 있었다.
해가 지는 밤 그곳에 그림자 하나가 스며들었다.
건물 안, 심처 손가락마다 반지를 낀 인물이 책상을 치며 분개하고 있었다.
“등웨이 이 멍청한 놈 괜히 세계정부의 심기만 건드려가지고.”
“등웨이? 그게 누군데?”
본인 말고는 아무도 없어야 하는 방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인신매매, 마약 유통 등으로 능력해방단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월리암 디아스 맞지?”
“그래. 내가 월리암 디아스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문 열고.”
상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월리암이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뾰쪽하게 만들어서 라이언을 공격했다.
하지만, 월리암의 공격은 라이언에게 닿지도 못했다.
어느 순간 그림자가 월리암의 사지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냥 죽여 버리고 싶은데, 일단 내가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이놈!!”
“아 그렇게 소리쳐도 소용없어. 이 건물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너와 나뿐이니까.”
월리암은 라이언의 말을 믿지 못하고, 더 크게 소리쳤다.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당연하지. 난 살고, 넌 죽어. 대신에 고통을 느끼면서 죽을지 아니면 깔끔하게 죽을지 그건 네가 선택하는 거야.”
치이이익
대화 중에 월리암의 몸에 뜨거운 열이 피어나더니 온몸이 황금으로 뒤덮였다.
황금 인간이 된 월리암이 라이언의 그림자를 찢어발기려고 힘을 줬다.
“흐읍!!”
“뭐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귀찮게 하지 마.”
라이언이 손을 앞으로 뻗은 후 서서히 주먹을 쥐자, 월리암의 황금 몸이 점점 우그러졌다.
“크아아아악!”
“시끄러워.”
“읍읍읍.”
시끄러운 입을 막은 그림자가 점점 월리암을 옥죄어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황금을 모두 소비한 월리암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 우선. 등웨이가 누구야?”
“내가 그걸 말할 것 같냐?”
“이 상황에서도 동료를 지키겠다는 거지?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내가 최근에 아주 재밌는 걸 배웠거든. 기대해.”
라이언은 월리암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시작했다.
반죽음 상태가 된 월리암이 라이언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겨우 이딴 폭력으로 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냐?”
“뭔 소리야? 이제 준비 단계가 끝난 건데.”
그렇게 말한 라이언이 붉은 포션을 꺼냈다.
퐁!
“고통이 오는 10분 동안 잘 생각하고 대답해.”
벌컥벌컥
월리암에게 강제로 붉은 포션을 먹인 라이언이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의 귀를 막았다.
“크아아아아악!”
그렇게 멕시코 북부의 한 건물에서 끊임없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인도는 참 웃긴 곳이다.
근현대에 들어서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점점 사라져만 갔다.
그런데, 가이아의 축복이 내려오자, 사람들끼리 다시 새로운 카스트 제도를 정립한 곳이 인도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카스트 제도 덕분에 낙후된 인도는 단합할 수 있었고, 몬스터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인도의 구르가온.
산업과 경제가 발전한 도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도와는 막연히 다른 곳이다.
이곳 고층 건물의 주인인 란초 히라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하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헬기! 헬기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란초의 말에 부하들은 재빨리 무전으로 현 상황을 파악했다.
“란초님 5분 뒤에 헬기가 도착한다고 합니다.”
“이런 무능한 것들. 이번 일이 끝나면 싹 물갈이해야지. 이렇게 능력이 없다니.”
솔직히 란초의 부하들은 유능했다.
하지만, 상대는 1층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모든 사람을 베었다.
그렇다고 재빨리 란초를 대피시킬 수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
처음부터 대피하자는 말을 했지만, 란초가 듣지 않아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였다.
“죄송합니다. 일단 움직이시죠.”
“흥!”
어린아이처럼 토라진 란초가 옥상으로 향했다.
두두두두두두
옥상에 도착하자, 헬기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때였다.
부하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악!”
유호가 상대의 몸을 양분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히힉!”
란초의 놀란 목소리는 유호가 나타나서가 아니었다.
검이 방금 죽은 부하의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아! 막으라고! 어떻게 해서든 막으라고!!!”
부하들을 사지로 밀어 넣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부하들은 항명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유호에게 달려들었다.
“컥!”
“큭!”
유호가 검을 한 번 휘두르면 한 명의 부하가 죽어 나갔다.
부하들의 희생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헬기는 옥상에 내려서게 됐다.
지금까지 말없이 상대를 베어내던 유호는 란초가 헬기에 타는 것을 보고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미안. 이번에는 고철을 베야 할 것 같아.”
“부르르르”
“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이해해 줘서 고마워.”
자신의 검과 대화한 유호가 헬기의 프로펠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길게 뻗어나간 검기가 헬기의 프로펠러를 잘라버렸다.
쿠웅
약간 떠 있던 헬기는 옥상이 무너질 듯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재앙은 회전하던 프로펠러였다.
쿠콰콰쾅
텅 터텅
프로펠러는 옥상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서야 멈춰 섰다.
원체 겁이 많던 란초는 헬기가 옥상에 내려앉을 때부터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우지끈 쾅!
헬기의 문짝을 뜯어낸 유호가 란초의 목덜미를 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팽개쳤다.
“네가 란초 히라니 맞지?”
“아…아닙니다. 전 란초 히라니가 아닙니다.”
란초의 거짓말에 유호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란초가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죽어야지.”
유호가 검을 머리 위로 들자, 란초가 유호의 바지가랑이를 잡으며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란초가 맞습니다.”
“아니라며.”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전 란초 히라니가 맞습…컥.”
애원하는 란초를 무시하고 유호는 그의 등에 검을 꽂아 넣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세뇌술사 란초 히라니라는 걸. 그래도 바로 옆에 있는 부하들까지 세뇌하다니 넌 참 나쁜 놈이야.”
“대체 왜…? 우웩~”
란초가 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 우리 애가 지금 네 피 먹고 있어. 맛은 별로 없다고 하네. 그러니까 다음 생에는 능력해방단 같은 이상한 곳에 들어가서 나쁜 짓 하지 말고, 차라리 소로 태어나 소. 인도에서는 소가 신성시되잖아.”
그 이후로도 유호가 란초에게 계속 잔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몸속의 피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던 란초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신을 잃고, 목숨을 잃었다.
***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늦은 밤까지 관광객이 넘쳐야 하는 이곳은 오늘 밤 적막만 감돌았다.
그때, 이곳에 한 남성이 헐레벌떡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남성은 구엘 공원에 있는 조각상 뒤로 몸을 피하며 숨을 골랐다.
“제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왜 수호기사단이 날 쫓냐고?!”
산체스 고메스.
수호기사단에 쫓기고 있는 인물로 구엘 공원의 관리자이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들킨 거지.”
그는 공원 관리자라는 직책을 이용해 지금까지 인신매매를 자행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는 이곳에 한두 명의 관광객이 사라지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체스가 착각한 게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임무인 인신매매가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여기다!!”
수호기사에게 발각된 산체스가 수호기사의 목에 단검을 휘둘렀다.
팅.
산체스의 단검이 튕겨 나갔다.
일반인에게는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전세계에 선택된 몇 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게 수호기사였고, 그들의 방어력은 세계 최강이었다.
“젠장!”
산체스가 자신의 단검을 수호기사에게 던진 후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몸을 피해왔기에 이번에도 통할 줄 알았다.
몸을 돌렸을 때 어느새 방패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방패에 부딪혔다.
콰앙
“크헉~”
산체스가 바닥과 키스하자마자, 다른 수호기사들이 재빨리 능력억제 수갑을 채웠다.
그러자, 4명의 수호기사들이 3미터 길이의 철봉을 산체스 주위에 꽂아 넣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간이감옥까지 만든 수호기사들이 몸을 뒤로 뺐다.
“대체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이러는 거야! 나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세계정부에 민원도 넣고, SNS에도 이 사실을 알릴 거야. 두고 봐! 수호 기사라면 언론에서 아주 좋은 먹잇감일 테니!”
산체스의 외침에도 수호기사단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쟌과 철호가 나타났다.
“부단장님 어떠세요? 이 정도면 수호기사단들의 솜씨가 괜찮지 않나요?”
쟌의 말에 철호가 조각상에 꽂혀 있는 단검을 조심히 빼냈다.
“여기가 전장이었다면, 자신의 방어력 때문에 주위에 있던 동료가 단검에 찔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훈련이다.”
“알겠습니다. 훈련 스케줄을 새롭게 짜겠습니다.”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대화를 일단락한 철호는 산체스가 갇혀 있는 간이 감옥에 다가갔다.
그리고 간이 감옥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수호 기사 중 한 명이 서둘러 철호에게 말했다.
“위험합니다. 간이감옥에 자기장이…”
하지만, 수호기사는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철호의 손에 간이감옥이 손쉽게 찢겨나갔다.
그렇게 간이감옥 안으로 들어온 철호가 산체스를 바라봤다.
“당신 날 풀어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버지가…”
쾅!
산체스가 말을 내뱉을 때 철호가 발을 들어 산체스의 허리뼈를 뭉개버렸다.
뒤늦은 통증에 온 산체스가 구엘 공원이 떠내려가라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퍼억!
철호의 발길질이 이번에는 산체스의 주둥이에 틀어박혔다.
입에 틀어박힌 발을 철호가 빼내자, 피와 함께 산체스의 치아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산체스 고메스. 능력해방단의 유럽지부장이자, 능력은 괴식. 자신이 먹은 것의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지. 그래서 지금까지 잡아먹은 사람의 수가 기백이 넘는다. 인정하는가?”
“인정 못 해. 난 그런 적 없어!!”
“마지막까지 뻔뻔하군. 즉결처분하겠다. 사형.”
콰아앙!
철호는 발을 들어 산체스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간이감옥을 무력화시키고는 밖으로 나온 다음 수호기사단을 바라보며 외쳤다.
“수호기사단은 잘 들어라. 우리는 이딴 장비가 아니라 본신의 힘을 길러 세계를 수호해야 한다.”
“……”
수호기사단은 본인들이 생각하던 무력 이상을 보여준 철호의 모습에 놀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철호가 거칠게 땅을 찼다.
쿠아아앙
“대답이 없다.”
“네 알겠습니다. 부단장님.”
철호는 이제야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쟌을 바라봤다.
“다음은 어디지?”
“포르투갈의 리스본입니다.”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쟌의 대답과 함께 수호기사단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