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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97화 (97/300)

97화_화난 선배들(1)

상하이 푸동 공한 단체 세뇌 사건.

누군가 암거래를 통해 마도구를 들여오다가 오작동으로 공항 전체에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 세뇌에 걸린 걸로 결론이 지어졌다.

세계정부에서는 상하이 푸동 공항 테러 사건을 왜곡한 것이었다.

테러 사건이었지만, 테러를 삭제하고, 마도구를 부각시켰다.

사람들은 마도구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고, 세계정부는 마도구를 적극 활용했다.

당연히 테러를 감추기 위한 장치였고, 마법도구를 뛰어넘는 마도구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갑자기 등장한 마도구라는 새로운 아티팩트 때문에 갑론을박도 많았다.

하지만, 세계정부가 마도구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 열기는 곧 사그라들었다.

세계정부와 전설들이 마도구를 부각시키고 테러를 감춘 이유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능력해방군의 정체를 사람들이 알게 되면 분명 불순한 사상에 동조하는 세력과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계정부는 능력해방군을 조용히 지구상에서 말살하기로 결론 지었다.

물론 그 모든 뒤처리의 중심에서 노사가 있었다.

“리우야. 준비됐느냐?”

“네 스승님.”

“그래. 내가 일러준 대로 하면 될 것이다.”

“전 한 것도 없는데, 형님의 공을 가로채는 거 아닙니까?”

“전혀 아니다. 이건 유신을 도와주는 거지. 13기동 타격대는 정체가 밝혀지면 활동하기 더 어렵단다.”

“…알겠습니다.”

리우는 마음 한 켠에 의문점이 들었지만, 이제 연기를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이미 합을 맞춘 기자들은 리우가 어떻게 마도구의 이상을 파악하고 마도구를 찾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모든 시나리오가 잘 맞춘 톱니바퀴처럼 나와 있기에 리우는 너스레까지 떨며 멋지게 대답했다.

노사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음 일 처리를 위해 몸을 돌렸다.

***

뒤늦게 노사가 도착한 곳에는 이자벨, 리암, 벨라가 먼저 자리해 있었다.

이자벨은 그런 노사를 보고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질문을 던졌다.

“노사. 유신이 다친 게 사실입니까?”

“…그렇네. 이 노부의 실수로 그렇게 됐지.”

말이 끝나자 전설들이 침음을 흘렸다.

그때 전설들이 모여 있던 방문이 열리며 연갈색에 흰수도복을 입은 성녀가 들어왔다.

평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성녀의 등장에 리암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뭔 일로 네가 여길 다 왔어?”

“전설로 참여한 게 아니라 13기동 타격대로 참여한 거야.”

“응?”

“노사 사건 경위는 들었어. 자 지금부터 잘 들어.”

성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본 다음 말을 이었다.

“13기동 타격대 대원으로서 협약에 따라 강제할게. 단 하루 줄게. 능력해방군이라고 표방하는 테러 단체 본진과 지부 그리고 인원 등 모든 정보를 준비해.”

“아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성녀의 황당한 요청에 리암이 버럭 화를 내려고 했지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촤악~

어느새 성녀가 자신의 벨트를 풀어 빛의 채찍으로 만들어서 바닥을 후려쳤다.

“리암. 13기동 타격대에서 내가 제일 약하다고 지금 개기는 거니?”

“……”

리암은 성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앞에 있는 성녀는 말이 성녀지 일반적인 성녀가 아니었다.

초대 성녀이자, 13기동 타격대의 대원이며, 13명의 전설 중 한 명이었다.

거기다가 성녀라는 고귀한 타이틀과는 다르게 무지막지하게 터프했다.

예전에 리암이 성녀에게 버릇없이 굴다가 당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난 13기동 타격대야. 너희들의 그 개 같은 협약만 없었다면 나 또한 최전선에서 악마들을 쳐 죽이고 있었겠지.”

“그 협약은…”

“닥쳐 벨라!”

단 한마디에 벨라를 조용히 만든 성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를 믿었는데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더군. 감히 내가 만든 포션을 뒤로 빼돌려?”

성녀는 채찍을 꽉 쥐고선 벨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벨라의 턱을 잡아서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잘 들어. 너희가 바지사장을 세우든,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13기동 타격대에 가기로 했던 물품을 빼돌린 놈들을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내 앞으로 데리고 와.”

“네? 그건 이미…”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협약은 함부로 할 수 없지만, 내 개인의 힘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전 세계에 포션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싶다면, 내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

“……”

“대장도 이미 마음이 떠났으니까, 마지막 기회야. 우선 나도 한 번도 못 본 우리 막내를 그렇게 만든 그 개X끼들 정보부터 가져와. 이제 23시간 47분 남았어.”

***

성녀가 24시간만 괜히 준 게 아니었다.

전설들은 지구 한정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능력해방단의 7개 지부 정보가 성녀의 손에 떨어졌다.

성녀는 그 정보들을 바로 13기동 타격대에 넘겼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렸던 구원의 예수상이 있고, 해변이 아름다운 미항으로 관광 도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어느 선술집 안.

바닷가여서 그런지 거칠고 호탕한 성격을 가진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곳에서 남성들은 술을 마시며 남성미를 뽐내고 있었다.

“잭 오늘은 도전자가 없는 거야?”

혼자 맥주를 홀짝이던 잭 앞으로 주점 내 팔씨름 대회 주관자 필루가 다가왔다.

“그러니까 맥줏값도 못 벌겠는데.”

“하하하. 좋아 오늘은 내가 쏘지. 잭 덕분에 저번에 뜨내기한테 왕창 뜯었거든.”

“공짜 술은 언제나 마다하지 않지. 주인장 여기 맥주 2잔!”

잭은 곧바로 맥주를 시켰고, 그런 잭의 모습에 필루가 입을 열었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이 작은 몸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대체 팔씨름을 이기는 이유가 뭐야?”

필루는 은근슬쩍 잭에게 팔씨름의 비결을 요청했지만, 잭은 순진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필루는 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잭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술과 안주를 공짜로 원했고, 필루는 그런 순진무구한 잭을 이용해 언제나 꽤 두둑한 부수입을 얻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힘 좀 쓴다는 뜨내기를 잡아서 잭과 팔씨름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어디 뜨내기가 없나 주위를 둘러볼 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벌컥!

주점 문이 열리며 거대한 덩치의 흑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필루는 저 남성이면 충분히 호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어떻게 저 남자를 팔씨름 경기장으로 앉힐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 흑인이 잭에게 다가왔다.

“네가 잭이야?”

“네. 제가 잭입니다.”

“난 다리우스 트찰라.”

잭이 다리우스라는 흑인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자, 필루는 평소처럼 느낌이 왔는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워워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챔피언과 대결하고 싶으면 나를 거쳐야지.”

“챔피언?”

“그래 챔피언. 여기 리우데자네이루의 팔씨름 챔피언 잭과 한 판 붙고 싶다면, 매니저인 나와 이야기해야 해.”

다리우스는 갑자기 끼어든 필루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평범하기까지 한 이 사람들은 잭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겁박하기에는 소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다리우스는 일단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래?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일단 경기 참여비는 10달러. 그리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와야 챔피언과 붙을 수 있지.”

“흠… 귀찮은데.”

다리우스는 그냥 다 엎어버릴까 생각할 때였다.

필루가 조용히 다리우스에게 귓속말했다.

“챔피언이랑 한 번에 붙고 싶다면, 100달러야 이건 내가 다이렉트 연결이야.”

“100달러라…”

“왜? 이렇게 큰 근육을 가지고도 질 것 같아?”

도발 같지 않은 도발에 다리우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기 내기도 하나?”

“내기? 당연하지. 그런데 자네가 지는 걸로 거는 건 안 돼.”

“당연히 내가 이기는 거로 걸어야지.”

다리우스가 품에서 백 달러 10장을 꺼냈다.

“총 천 달러. 100달러는 챔피언과 붙는 금액. 900달러는 내가 이기는 거로 걸지.”

필루는 다리우스가 이곳이 처음이거나 자신의 육체를 너무 믿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불쌍한 중생이 잭에게 처참히 깨지면, 약간의 여비라도 챙겨주려고 마음먹었다.

“화끈한 친구군. 좋아~ 바로 시작하지.”

각자의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필루의 말에 재빠르게 셋팅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인 이후는 이 선술집에서 유일한 구경거리 중 하나가 팔씨름과 내기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외부인이 챔피언에게 다이렉트로 도전했다는 건 대단한 가십거리로 통했다.

그렇게 작은 철제 테이블 사이로 다리우스와 잭이 마주 앉아서 팔을 맞잡았다.

“살살할 테니 조심하세요.”

“잭 맞지? 이게 은퇴 경기가 될 거야.”

“하하~ 이 친구 챔피언에게 벌써 신경전인가? 자자 이제 준비들 하라고.”

필루가 다리우스와 잭이 맞잡은 손을 감싸 쥐었다.

“능력을 쓰면 반칙이야. 오직 힘으로만 진행하는 거지. 그럼 준비.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다리우스와 잭의 손이 미동이 없었다.

하지만, 평행선은 잠깐이었다. 다리우스의 단단하고 거대한 팔이 꺾이기 시작했다.

잭의 우세에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다리우스가 고개를 돌려 필루를 바라봤다.

“900달러를 걸었는데, 내가 이기면 배당금이 어떻게 되나?”

“배당금? 지금 자네가 질 것 같은데 이렇게 신경 쓸 시간이 있나?”

“배당금부터 말해줘.”

필루가 이것저것 따져보며 곧 계산을 끝냈다.

“딱 4배야. 이기면 3600달러를 갖게 되지.”

“용돈벌이로 좋군.”

그 말을 하고선 다리우스와 잭의 팔이 다시 균형을 이뤘다.

이 상황에 주위 사람들이 놀랐지만, 가장 놀란 건 잭이었다.

힘이라고 하면 어디서 꿀리지 않는 자신이었다.

그래서 유희를 즐기기 위해 가끔 이렇게 한 번씩 마을로 내려와 힘자랑했었는데, 오늘은 도통 쉽지 않았다.

“그럼 이제 제대로 시작해볼까?”

다리우스가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팔뚝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리우스의 오른팔에 힘줄이 돋아났다.

“어‥ 어?”

“뭐…뭐야?”

팔씨름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잭의 손등은 테이블에 닿아있었다.

순식간에 챔피언이 바뀌었다.

선술집의 구경꾼들은 3년간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 온 잭이 내려오는 모습에 다들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호탕한 성격의 바닷가 사람들은 이내 돈을 잃었다는 것도 잊고 떠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챔피언이다!”

“드디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어!”

“주인장 빨리 맥주 갖다줘!! 돈은 챔피언이 쏠 거야!”

마지막 말에 다리우스가 피식 웃더니 선술집 사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 오늘 돈도 땄는데 내가 쏘지. 다들 마음껏 먹으라고!”

“우오오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할 때 유일하게 필루만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다리우스는 그런 필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정산해야지?”

“크…알았어.”

필루는 구겨진 표정을 최대한 펴며 3,600달러를 다리우스에게 건넸다.

다리우스는 그 중 브라질 통화를 전부 따로 분리해서 필루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걸로 대신 계산도 해주고 남은 건 중개비라고 생각하고 챙겨~”

“너…좋은 놈이구나 하하핫.”

그렇게 모든 사람이 선술집에서 웃고 떠들며 기뻐할 때, 잭은 아무도 모르게 선술집을 빠져나왔다.

잭은 표정을 굳히며 집으로 향하는 내내 조용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X끼들. 지금까지 누구 때문에 공짜 맥주를 마셨는데! 역시 능력도 약한 머저리들을 상대하면 안 됐어.”

그때 잭이 우뚝 멈춰 섰다.

“그래. 기분도 꿀꿀한데 그놈들이나 다 찢어 죽여야겠네. 이제 이딴 유희도 때려치우고 말이야.”

서슴없이 잔인한 생각을 한 잭이 섬뜩한 표정으로 선술집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자신을 팔씨름으로 이긴 다리우스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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