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95화 (95/300)

95화_공항 테러(4)

“자 정리를 해보면 상황실에는 이 테러를 자행하는 리더격인 남성 A와 참모격인 여성 B가 있어. 관제탑에는 살인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미친 C가 있는데, 거기서 이륙은 막고, 착륙하는 비행기로 인질을 계속 만들고 있다는 거지? 그리고 저기 저 사람이 D고, F는 출국장에서 여기랑 같은 짓을 한다는 거지?”

“네네 그렇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내가 아직 너희 중에서 단 한 명도 죽인 적이 없어.”

모든 정보를 쏟아낸 테러범이 눈물까지 흘렸다.

“제가 오대독자입니다. 제발요.”

“한 번만 더 징징거리면 나도 날 막지 못해.”

“……”

협박이 먹혔는지 사내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좋네. 리우씨 이놈 아혈 막고요. 아직도 밖이랑 연락이 안 돼요?”

유신이 취조하는 동안 리우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시도했었다.

“네. 통화권 이탈도 아닌데, 전화가 먹통이네요.”

“전파 컨트롤이라고 B라는 여자의 능력이라잖아요.”

“능력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사람이 쓰느냐에 따라 능력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한 거죠.”

리우는 유신이 툭 뱉은 말에 생각이 깊어졌다.

그때 갑자기 유신이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이라도?”

한 달이다.

한 달 동안 유신은 내면세계에 있었고, 그로 인해 육신은 나약해졌다.

지금까지 적들을 손쉽게 해치웠다고는 하지만, 포스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현재 유신의 몸 상태는 포스는 가득하지만, 육체가 포스를 버틸 수 없는 상태였다.

“아 괜찮습니다. 잠시 생각 좀 정리하려고요.”

유신은 어색한 미소로 리우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육체의 아픔을 잊기 위해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정리했다.

현재 외부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앞에 있는 리우와 본인이 어떻게 해서든 테러를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몰랐다.

“후우~”

답답함에 길게 한숨을 쉰 유신이 아공간에서 붉은 포션을 하나 꺼냈다.

포션을 먹는다고 근육이 생기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과 활력은 채울 수 있게 된다.

유신은 포션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대검을 어깨에 걸친 사내가 사람의 목을 들고 입국장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적정 거리까지 다가오더니 그 목을 우리에게 던졌다.

데구르르 툭.

목의 주인은 상하이 푸동 공항 사장의 목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리우는 목의 주인을 확인하고 기겁했다.

“장위…사장님…”

장위는 죽기 직전에 극도의 공포를 느낀 건지 아니면 고통을 느끼며, 죽은 건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상대가 적이라는 게 명백해지자, 유신은 포션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대검 사내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A야?”

“그렇게 부르고 있지. 그런데 네가 여길 이렇게 만들었나?”

유신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좋군. 어떻게 우리 능력해방단에 들어오겠어?”

“지금 공무원인 나보고 테러 조직에 가담하라고?”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A가 유신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유신은 백덤블링으로 대검을 피한 후 포스를 양 주먹에 끌어모았다.

대검 사내는 이차 공격은 하지 않고 대검을 다시 어깨에 짊어졌다.

“이건 테러가 아니다. 혁명이지.”

“두 번 혁명이면 사람 몸을 갈라 버리겠네.”

“변화를 위해서 피를 두려워하면 안 되지. 그리고, 가이아에게 받은 능력을 갈고닦지 않는 사람들은 죽어도 싸지.”

“됐고! 하나만 물어보자.”

다행히 대검 사내는 더는 공격하지 않고 유신의 질문을 받아줬다.

“뭐지?”

“널 잡으면 이 테러도 끝나는 거야?”

“하하하핫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이냐?”

“현재는 불가능할 것 같네.”

A는 유신의 말에 한껏 인상을 찡그렸다.

“현재는? 영원히다!”

대화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A가 유신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유신은 대검을 이리저리 피하며 포스 검을 만들었다.

대검이 유신의 얼굴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을 때였다.

쩌릿

포스 검을 쥐고 있던 손이 아파오더니 포스 검이 흩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유신은 양 손바닥에 포스를 모은 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대검을 옆으로 비껴 나가게 했다.

콰직!

공항 바닥이 대검에 의해 부서질 때 유신이 다리에 포스를 모아서 A를 걷어찼다.

A는 팔을 들어서 유신의 공격을 막았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묵직한 공격에 뒤로 밀려났다.

“한 수가 있는 놈이었군.”

“나한테 그렇게 말한 놈치고 멀쩡히 돌아간 놈이 없다.”

“그럼 오늘 내가 그걸 바꾸도록 하지.”

A가 다시 유신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잠깐!”

유신이 A를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A는 기다려 주지 않고 대검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대검을 피한 유신은 재빨리 아공간에서 붉은 포션을 꺼내서는 리우에게 던져줬다.

그리고는 시선을 A에게 향하면서 말을 내뱉었다.

“리우씨. 포션입니다.”

“감사합니다.”

벌컥벌컥

“먹으면 고통이 오니까 마음 단단히…”

“크아아아악!!!”

리우는 유신의 뒷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포션을 마셨다.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A는 유신과 대치한 상태에서 그런 리우를 흘끔 쳐다보더니 대검을 내렸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그게 무슨 소리야?”

“포션이라고 하고선 독약을 주다니.”

“이런 개…”

유신은 A에게 한껏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

자신의 호의를 이딴 식으로 매도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그만큼 자신이 소유한 포션은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었다.

본인도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을 정도였고, 이 포션을 이용해 고문까지 했었으니 말이다.

“이미 내게 적의를 보인 순간 너는 여기서 죽는다. 그리고 저렇게 고통받는 아이도 내가 고통을 없애줘야겠군.”

“이런 씨… 오해라고.”

“크아아아악!”

오해당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오해를 정정하고 싶어도 앞에 있는 A는 들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대검을 들고 다가오는 A를 향해 유신은 포스 검을 다시 생성했다.

찌릿!

하지만, 고통과 함께 집중력이 풀리면서 포스 검이 다시 흩어졌다.

‘내게 고통은 친구 같은 존재지.’

“아드득!”

유신은 이를 갈며 다시 한번 포스 검을 만들었다.

쩌릿쩌릿

손뿐만 아니라 팔까지 고통과 함께 저려 왔다.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앞에 있는 남자에게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육체만 멀쩡했다면, 순식간에 A를 처단할 수도 있을 테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후회할 바에는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유신과 A는 리우의 비명을 BGM 삼아 다시 맞붙었다.

쾅 쾅 쾅

대검의 파괴력을 막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같은 파괴력 또는 더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신의 육체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스아아악~ 챙!

유신은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A의 대검에 집중된 힘을 분산시켜서 공격을 막아갔다.

완숙한 이화접목이라면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줬을 거다.

하지만, 아직 이화접목은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상한 수법은 분명 노사의 수법이군.”

“헤~ 어떻게 그건 잘 아네?”

“노사와 연이 있다는 거군. 좋다. 이제부터는 봐주지 않겠다.”

“지금까지 봐준 것처럼 말하네?”

“그 입… 다물게 해주지.”

갑자기 A의 몸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유신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몸을 피했다.

A는 그런 유신을 무시하고 김을 계속 뿜어내더니 육체가 작아졌다.

아니 정확히는 근육이 줄어들었다.

“이제부터 다를 거다.”

팡!

앞에 있던 A가 사라졌다.

유신은 위험하다는 감각이 들었고, 포스 검을 곧추세운 후, 온몸으로 포스 막을 뿜어냈다.

거기다가 마도구까지 사용했다.

그실

반투명한 방어막이 유신의 주위를 돌았다.

다행히 시간 안에 모든 방어적인 행동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곧 A의 대검과 맞닥뜨렸다.

콰앙!!

그실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A의 파워에 놀란 유신이 반격할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뒤늦게 검을 휘둘렀지만, A는 손쉽게 회피하며 멀찍이 떨어졌다.

“방어막이라? 겨우 그거 가지고 내게 덤볐던 거군.”

A는 말을 끝내자마자, 어느새 유신의 뒤로 이동해서 검을 휘둘렀다.

콰앙!

다행히 아직 그실은 멀쩡하게 A의 공격을 막았다.

“그 방어막 너와 함께 꿰뚫어주지.”

쾅 쾅 쾅

유신의 상하좌우에서 굉음이 터져나갔다.

그실은 한 번 발동하면 1분 동안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어를 해준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힘껏 공격해도 3번은 막아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의 공격력이 트윈 헤드 오우거에 미치지 못했다는 거다.

쾅 쾅 쾅

이제 곧 1분이 끝나간다.

유신은 이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아무리 A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다 보였다.

A의 공격이 그실을 두들길 때 유신은 검을 휘둘러 반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제길!”

그실이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3, 2, 1

드디어 그실이 사라졌고, 유신은 A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걸 보았다.

유신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온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고스도치를 떠올리며, 포스 막 위에 날카로운 송곳을 생성했다.

콰아앙!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회심의 한 수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A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 모양의 포스를 가격해서 그나마 피해를 덜 받았지만, 상대 또한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서 대검을 어깨에 걸친 A가 비릿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걸 노림수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별 효용은 없었군.”

순간 유신은 A와 지미가 겹쳐 보였다.

언제나 본인이 남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을 깔보는 지미.

A 또한 지미와 하등 다를 게 없었다.

능력 위주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다 개소리다.

“세계 정부 제 1원칙,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유신은 아직 붉은 포션의 치료 때문에 고통에 몸부림치는 리우를 바라봤다.

리우가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도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거다.

“세계 정부 제 2원칙, 모든 사람은 능력에 맞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나 지껄이려고…”

퐁!

언제 꺼내 들었는지 유신은 붉은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들이켰다.

“하~ 자살이라도 하려고 하는 거냐?”

“아드득!”

드넓은 입국장이 울리도록 유신은 강하게 이를 갈았다.

붉은 포션의 약빨은 언제나 죽여준다.

이미 지쳐버린 유신의 몸에 체력과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역시나 죽도록 아팠다.

유신은 주먹이 으스러지도록 꽉 쥔 후, 온몸으로 포스를 내뿜었다.

“제 3원칙, 몬스터와의 싸움은 인류의 의무이다. 넌 몬스터보다 못난 쓰레기야!!”

“그래. 잘난 공무원 양반 죽기 전에 어디 한 번 발악해봐.”

A가 도움닫기를 하며 유신에게 재빠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무리 유신의 몸이 치료 중이라고 해도, 부족한 근력으로는 제 속도에 맞게 A를 저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유신은 포스 검을 만든 후,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360도로 진한 블레이드 샷을 뿜어냈다.

파아악!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던 A가 유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상체와 하체가 나뉘었다.

쓰러진 상태에서 A는 팔에 힘을 주어서 유신을 바라봤다.

유신의 눈동자는 잔혹할 정도로 무심해 보였다.

그리고 그게 A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파파팟!

유신의 오른팔 이곳저곳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하지만, 이내 포션의 약효로 피가 멈춰나가다가 다시 솟구쳤다.

그렇게 몇 차례 파괴되고, 치료되기를 반복하던 오른팔은 끝내 포션의 승리로 안정을 되찾았다.

“허억 허억.”

리우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유신의 온몸은 피에 젖어있었고, A는 분리된 채 죽어 있었다.

순간 흠칫했지만, 리우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유신씨 괜찮으세요?”

유신이 고개를 돌려 리우를 바라봤다.

흉신악살처럼 구겨진 유신의 얼굴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출국… 아드득 출국장이 어디입니까? 바드득…”

“네?”

“출국장!”

방금까지 대화할 때 장난끼가 있던 유신이 아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다급해 보였다.

“이… 이쪽입니다.”

그렇게 유신과 리우는 출국장으로 향했고, 출국장도 입국장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유신은 리우를 잠시 돌아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귀 막으세요.”

“네?”

“힘드니까 자꾸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

“네…”

리우가 내공으로 자신의 귀에 기막을 펼쳐 소리를 차단했다.

그리고는 준비가 됐다고 유신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유신은 그 모습을 보고 포스를 실은 사자후를 전방을 향해 뿜어냈다.

“크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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