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_공항 테러(2)
테러범들은 자신들의 의지 또는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를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왜 테러범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테러가 한 곳에서 일어나면 세계의 이목은 집중되고, 자신들의 사상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효과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적을 많이 만들수록 테러범들의 행동에는 제약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테러도 정치의 한 일환이라는 거였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상하이 푸동 공항에는 테러범들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프슉~
소음기를 끼운 한 방의 총성에 관제탑 직원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세 명째. 자 계속 떠들어봐.”
테러범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고, 관제탑 직원 중 덩치가 좀 있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 이런다….”
프슉~
“크…”
“오호~ 어떤 능력인지 몰라도 총알이 뚫지 못했네. 아 그리고 왕쟁. 그게 내 이름이야.”
프슉 프슉 프슉
철컥
총알이 떨어지자, 방어막을 사용했던 사람과 주위에 있던 남자 직원들이 왕쟁에게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털썩. 털썩. 털썩.
방어막으로 왕쟁의 총알을 저지했던 사람도 그리고 같이 달려들었던 남자 직원들도 모두 목이 잘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손에서 다른 사람들의 피를 떨어뜨리던 왕쟁이 손에 묻은 피를 입가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좋은 능력도 아니면서. 자 이제 여섯 명째. 더 있나? 그래도 열은 채우고 싶은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써 여러 사람이 죽자, 더는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에이~ 아깝네. 자 그러면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입니다.”
“흐끅…”
한쪽에 있던 여성이 왕쟁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딸꾹질했다.
그러자, 왕쟁은 천천히 그 여성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할 일은 계속 착륙시키는 겁니다. 물론 이륙은 안 됩니다. 아셨죠?”
자신의 앞까지 테러범이 다가오자 여성은 이제 흡사 눈물바다가 되었다.
왕쟁은 그런 여성의 긴 머리카락에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닦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피에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빨리 일하세요. 그럼 살 수 있어요. 아셨죠?”
겁에 질린 여성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계속 끄떡였다.
***
피에 젖은 상황실에서는 테러범들의 리더격인 남성이 자신의 대검을 꺼내놓고 앉아 있고, 다른 여성 테러범이 그에게 다가왔다.
“C가 상황실을 접수했습니다.”
“D와 E는?”
“늦지 않게 형제들이 모여서 현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잘 됐군. 그러면 지금처럼 전파 통제하고, 방송 준비하지.”
“저 그런데…A”
“왜 그러지 B?”
B가 머뭇거리자, A가 살기를 피웠다.
“난 대답 기다리는 게 정말 싫은데.”
“C가 관제탑에서 자신의 본명을 밝혔습니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이 다 죽여야겠군.”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저희의 목적이…”
대검을 짚으며 자리에서 A가 일어나자, B가 말을 멈췄다.
“B.”
“…네.”
대답이 들려오고, A는 거대한 중압감을 뿜어냈다.
그러자, 앞에 있는 B와 아직 쓸모가 있어 살아있는 몇 명의 상황실 직원들이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잘 들어. 쓰레기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쓰레기일 뿐이야. 쓰레기를 치운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 우리의 목표는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드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힘겹게 B가 대답하자, A는 중압감을 거두고는 B에게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겁먹지 말아. 너 또한 대능력시대에 맞게 훌륭한 능력자니까.”
“…네.”
- 지지칙… 여기는 D, A 응답 바란다.
갑작스러운 무전에 B가 성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는 B 무슨 일입니까?”
- 입국장에 노사의 막내 제자로 판별되는 인물과 공항 관리자 장위가 같이 있는 게 포착됐다.
“혹시 노사도 같이 왔나요?”
- 노사는 현재 공항에 없다.
“D. 혹시 모르니 일단 대기하시고, 절대 들키면 안 됩니다.”
B가 경고를 하고 있을 때, A가 무전기를 빼앗더니, 명령을 내렸다.
“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사살해도 좋다. 그래도 임무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 나도 그쪽으로 향하겠다.”
- 그러면 오시기 전에 처리해도 된다는 겁니까?
“물론 능력만 된다며.”
- 후후~ 알겠습니다.
A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실을 벗어나려고 할 때, 걱정 가득한 B의 음성이 들려왔다.
“리우는 노사의 막내 제자입니다. 노사와 엮이면 대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노사? 전설? 그건 다 허명이야. 그리고 대능력시대는 약육강식이지. 내가 능력이 안 되면 죽는 거고, 능력이 되면 지배하는.”
***
리우가 입국장 앞에서 어설픈 한국어로 [13기동 타격대 하유신]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장위는 그런 리우를 보면 안절부절못할 뿐이었다.
“리우님 그런 피켓은 리우님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건 제 비서에게 시키시고 저기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라도 한잔하시지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게 제 일인 걸요.”
“하지만…”
“그리고 리우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냥 리우라고 해주세요. 나이도 많으신 분께 님 소리를 듣기가 조금 민망해서요.”
장위는 리우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중국에는 따거 문화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형제라는 것인데, 장위는 본인이 리우의 따거가 되면, 여러 가지로 많은 혜택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 그러면 그럴까 리우.”
너무 편하게 말하는 장위를 리우는 슬쩍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입국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다고 그렇게 편하게 하시지는 말고요.”
“아…네 죄송합니다.”
장위는 앞에 있는 리우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정치력이 강한 노사의 제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장위님.”
“네. 리우…님”
“혹시 여기 대피소 같은 곳이 있나요?”
“대피소요?”
“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거기로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주위를 둘러보세요.”
리우의 말에 장위는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들의 주위로만 사람이 많고, 그 외에는 한산하다는 것 말고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뭐가 있나요?”
“네. 여기에 있는 한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 같네요. 제가 지금 당장 확인해 보겠습니다.”
장위는 비서를 바라봤고, 비서는 고개를 끄떡이더니 뒤로 물러나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은 울렸지만, 상황실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서는 표정을 굳히며 조심히 장위에게 다가갔다.
“대표님.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제가 잠깐 들어가 보겠습니다.”
“중요한 손님이 오셨는데…빨리 해결해.”
“알겠습니다.”
사원증을 통해 재빨리 입국장으로 비서가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본 리우가 가볍게 말을 던졌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아…아닙니다. 별거 아닐 겁니다.”
“보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뭐 장위 대표님께서 잘하시겠죠.”
리우가 방긋 웃으며 장위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식은땀이 난 장위는 어리다고 쉽게 보면 안 되겠다. 생각하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입국장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한 번에 우르르 몰려나왔다.
“제 비서가 일 처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이제 좀 물러나셔야겠어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사람들의 눈이 풀려 있어요.”
장위는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모두 동공이 풀려 있는 채 어기적거리며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빨리 대피소로 피하세요.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네요.”
순간 장위는 리우의 말을 듣고 대피소로 도망가려다가 멈춰 섰다.
“리우님은 안 가세요?”
“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입국장을 나온 사람들이 장위와 리우의 주위를 둘러쌌다.
다행스러운 것은 상하이 푸동 공항의 대표인 장위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였다.
일단 그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은 사람들이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능력을 써서 막았다.
“다가오는 족족 베어 버려.”
장위의 명령에 경호원들이 소지한 무기를 빼려고 했다.
“장위 대표님 안 됩니다.”
“네? 리우님 지금 상황을 인지 못 하신 것 같은데 우선 인파를 헤치고 피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럼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리우가 자세를 낮추고 태극신공의 자세를 잡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우수수 쓰러졌다.
“지금입니다.”
장위와 경호원들은 리우가 만든 길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한참을 달리다가 장위는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리우가 원흉을 찾기 위해 입국장으로 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장위는 갈등했다.
지금 위험을 감수하고 리우에게 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대피소로 피할 것인가?
“제길!”
“대표님 어떻게 합니까?”
경호원의 질문에 장위는 재빠르게 계산을 끝냈다.
“…일단 피한다.”
부귀영화도 목숨이 붙어있어야 쓸 수 있기에 일단은 자리를 피하기로 하고, 대피소로 달렸다.
그때 리우를 어떻게 할지, 본인의 처신은 어떻게 할지 장위가 고민하는 사이.
넘어졌던 사람들이 일어나 장위 무리의 지척에 다가왔다.
“달려드는 놈들은 그냥 베어버려!”
장위의 말에 경호원들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장 무기를 꺼내 사람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위는 리우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것을 후회하게 됐다.
“비켜주십시오.”
리우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최대한 다치지 않게 쓰러뜨리며 전진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몰려들자,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대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생각한 리우는 몸을 공중으로 띄운 후 사람들의 어깨를 밟고는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프슉~
조용하면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고, 리우는 균형을 잃고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땅에 떨어지면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큭!”
일반적인 총알이 아니었는지 내공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총상을 입고 말았다.
리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공을 이용해 어깨에 박힌 총알을 빼냈지만, 총상 부위에서 울컥하고 피가 쏟아졌다.
급하게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점혈해서 출혈은 멈췄지만, 한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직 적은 발견하지도 못했고, 태극신공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크크큭.”
쇠를 긁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옆으로 비켜섰다.
그곳에는 낡은 로브 차림의 키가 작은 남자가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
“당신이 사람들을 이렇게 했습니까?”
“크크큭. 꼴에 노사의 제자라고 허세를 부리네.”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 주십시오.”
키가 작은 남자는 리우의 말을 따라하며 비꼬듯 말했다.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 주십시오. 아이고 도련님 납셨네.”
“손속의 사정을 두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프슉~
리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가 작은 남자가 총을 발사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리우도 대비를 하고 있어서 총알을 막을 수 있었다.
털썩.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에 리우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정신을 조정 당하던 여행객이 총에 맞아 쓰러져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련님 피하면 다른 사람이 다쳐. 뭐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고 크크큭.”
“지금 일반인을 데리고 협박을 하겠다는 겁니까?!”
“크크큭 이런 순진한 도련님을 봤나? 여기에 일반인이 어디 있어? 모두 가이아 신께 능력을 받은 사람들뿐인데. 그리고 나도 인간인데 15살 미만의 일반인은 안 건드려. 그들은 저기에 모여서 조용히 있게 해놨지.”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내 이름을 알면 죽어야 할 텐데? 뭐 좋아 사살 명령도 떨어졌으니 내 이름은 고르하다.”
“고르하씨 빨리 이들을 풀어주세요.”
고르하는 배까지 잡으며 한껏 웃었다.
“그만 좀 웃기도록 해. 아니지. 이거 설마 노사가 새롭게 만든 무공인가? 사람을 웃겨 죽이는 무공? 크크큭”
리우는 화가 나 얼굴까지 빨개졌다.
“이놈!!!”
프슉 프슉 프슉
아무리 리우가 화가 났지만, 고르하의 총알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겨우 왼손에 태극의 힘을 담아서 총알들을 천장으로 튕겨내게 했다.
철컥.
총알을 모두 소비한 걸 확인한 리우는 고르하에게 달려들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리우의 앞을 가로막았고, 고르하는 그 사이에 탄창을 갈아 끼웠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리우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프슉~ 프슉~ 프슉~
아이러니하게도 리우를 둘러싼 사람들이 리우를 보호하는 형식으로 대신 총알에 맞았다.
리우는 사람들이 쓰러질 때마다 자신이 약해서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게 눈에 띄게 리우의 정신이 피폐해질수록 고르하의 눈이 더욱 빛이 났다.
그리고는 자신이 능력을 사용해 리우에게 매혹을 걸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다 왜 이러고?”
고르하는 기겁했다.
분명 마도구의 도움으로 여기에 들어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매혹에 걸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놀란 고르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비쩍 마른 몸에 배만 볼록 튀어나온 남성이 서 있었다.
“넌 누구지?”
한껏 긴장한 채 질문을 던지는 고르하에게 남성이 엄지로 자신을 척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 하유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