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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92화 (92/300)

92화_공항 테러(1)

유신은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예전 아카데미 입학도 턱걸이로 통과했었고, 신무가 유신에게 포스 강화 침술을 시술할 때도 죽기 직전에서야 겨우 벗어났다.

이번에도 유신은 아슬아슬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막내 브로~ 정신이 들어?”

“어? 다리우스 선배.”

“응 그래. 괜찮아 브로?”

“네. 그런데 여긴 어딘가요?”

누워있던 유신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브로~ 그리고 여기 비행기 안이야.”

“비행기요?”

“응. 지금 브로 때문에 가는 거야.”

“네? 저 때문에요.”

“그래. 브로~ 지금 한 달 만에 깨어난 거 알아?”

“한 달이요?”

한 달이라는 말에 유신은 조금 전을 떠올려봤다.

자신의 일격에 스마일이 가루가 되어서 공간 안에 넓게 퍼졌다.

그리고 공간을 더욱 찬란히 빛나게 하고선 사라졌다.

“제가 왜? 한 달 동안 누워있었죠?”

“응 그건 브로가 잠자는 아이를 먹어서 그래.”

“네?”

“잠자는 아이는 잠재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우리 부족의 비약이야. 그런데 브로가 먹어 버려서 이제야 겨우 깨어난 거야.”

설명을 듣다 보니 유신은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하유신!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니까. 너 그러다가 아야 해!’

역시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다고 유신은 생각했다.

“아··· 그러면 결계는요?”

“응 철호 브로와 디에고 브로가 더욱 튼튼하고 강하게 만들었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네요. 그럼 다리우스 선배 일도 잘 해결된 건가요?”

유신의 말에 다리우스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막내 브로~”

“네 선배.”

“내가 막내 브로 데리고 부족에 간 이유가 잠자는 아이 때문이었어.”

“네?”

“원래 그걸 얻어서 막내 브로 먹이고 강하게 해주려고 했거든.”

역시 유신은 선배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잠자는 아이를 먹고 유신은 한 달 만에 깨어났다.

즉, 다른 말로는 영양실조로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정말 마지막에 유신이 스마일을 죽이지 않았다면, 유신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내면세계를 벗어나는 방법은 내면을 이기는 거야.”

“내면이요?”

“응 자신 앞에 나타난 내면과 대화를 통해 이기든, 싸워서 이기든 어떤 식으로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

“원래는 막내 브로에게 이걸 설명해주고 잠자는 아이를 먹여야 하는데, 막시우스도 나도 설명을 안 했는데, 막내 브로가 먹은 거지.”

유신은 다리우스의 말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피 터지게 싸웠는데, 그냥 스마일이 스마일이 되기 전에 처치하면 됐다는 거였다.

‘아··· 스마일이 내 생각을 읽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 다리우스가 유신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시동어를 외쳤다.

“도착하면 밥부터 먹게 지금은 좀 더 자둬. 슬립.”

유신은 다리우스가 시동어를 외치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멀뚱멀뚱하게 떴다.

“다리우스 선배. 저 한 달 동안 잤어요. 잠도 안 와요.”

“응?”

“아 그런데 우리 왜 갑자기 비행기예요? 보통 텔레포트로 왔다 갔다 하잖아요.”

“브로~ 그건 잠자는 아이를 먹은 후에는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해서 혹시 몰라서 비행기를 탔지.”

“아~ 그럼 철호 선배는요? 돌아갈 때 같이 가면 되잖아요.”

“철호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갔다. 더러운 커플들.”

“네?”

순간 다리우스 선배의 표정이 썩은 동태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안 먹히지?”

“뭐가요? 아 엄마가 만들어준 제육볶음 먹고 싶다.”

“막내 브로 그건 다음에 먹어.”

“왜요? 회식 잡혔어요? 저 아직 죽 밖에 못 먹을 텐데.”

“그게 아니라. 우리 지금 중국으로 가고 있거든.”

“네? 중국에는 갑자기 왜요?”

“그럴 일이 있어. 환자는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주무세요. 슬립”

다리우스의 손에서 마나가 쏟아져서 유신을 덮쳤다.

하지만, 유신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다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국에는 왜 가는데요? 또 임무예요?”

아무리 유신이 질문을 해도 다리우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 다리우스에게 중요한 것은 유신의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슬립 마법이 두 번이나 통하지 않는 거였다.

“안 되겠다. 이러면 양으로 승부한다. 슬립! 슬립! 슬립! 슬립! 슬립!”

“저한테 지금 슬립 마아버업을···”

연달아 사용한 슬립 마법 때문에 겨우 잠이 든 유신을 바라보며 다리우스는 괜스레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휴~ 7번 만에 겨우 잠들었네. 그런데 막내 브로 항마력이 언제 이렇게 높아졌지?”

다리우스의 의문을 뒤로 하고 유신은 깨어난 지 10분 만에 다시 잠이 들었다.

***

다리우스와 유신이 비행기를 타고 아직 하늘 위에 있을 때.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에 전용기 한 대가 조용히 착륙했다.

전용기에서는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다섯 사람이 내렸다.

그들은 내리자마자 공항 직원들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잠시 후, 전용기 문에서 피를 뒤집어쓴 승무원이 기어서 도망치려고 할 때였다.

“에헤이~ 예쁜 누님 이러면 안 되지.”

“제··· 제발 살려주세요.”

“말만 잘 들으면 살려준다니까.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쓰나.”

“죄···죄송합니다.”

“그래? 그럼 생각해 볼게.”

겁에 질린 승무원에게 미소를 지어준 사내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는 다시 전용기 안으로 들어갔다.

전용기의 문이 닫히고, 남성은 승무원에게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을 겨눴다.

“사···살려주신다고···”

“내가 언제? 생각해 본다고 했지. 그리고 죄송할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사내는 승무원의 이마와 심장에 총을 발사했다.

프슉~ 프슉~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의 피로 인해 전용기 바닥은 흥건해졌고, 사내는 좌석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

공항 안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리무진 한 대가 공항 입구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비싼 차량의 등장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우와~ 저 차 뭐야?”

“무슨 귀빈이라도 왔나?”

그때 리무진의 문이 열렸고, 노사의 막내 제자인 리우가 내렸다.

사람들은 이제 고등학생이나 될 법한 어린 학생이 리무진에서 내리자 다들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뒤늦게 공항 관계자 중에서 꽤 높아 보이는 사람이 서둘러 리우에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여기 상하이 푸동 공항의 책임자인 장위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리우입니다.”

리우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장위가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하셨다면, 제가 진즉에 마중 나왔을 텐데···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하시게 해서···”

장위의 굽신거림에 리우가 괜찮다는 표정으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스승님의 손님이 오시기로 해서, 제가 마중을 나가야 해서요.”

대화를 통해 노사의 손님이 온다는 좋은 정보를 들은 장위의 귀가 번뜩였다.

“그러십니까?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바쁘실 텐데 볼일 보세요.”

“아니 그래도···”

“정말로 괜찮습니다.”

계속 사양하는 리우 때문에 장위의 머리가 빨리 돌아갔다.

그리고 리우가 아무리 노사의 제자라고 해도 아직 십 대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이대로 리우님을 보내면 노사께 면목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장위는 리우에 대해서 정말 잘 파악했다.

천성이 착한 리우였기에 장위가 자신 때문에 곤란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계속 사양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아직 도착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았으니 그동안 신세지도록 하겠습니다.”

“신세라니요. 제가 영광이죠. 일단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네.”

장위는 오늘 리우에게 좋은 점수를 딸 생각이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인연을 맺게 되면, 차후에 중국 주석보다 더욱 영향력이 강한 노사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위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출세욕에 정신 팔려있는 동안 공항은 조금씩 테러범들에게 점령당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

“막내 브로~ 일어나 봐~”

“음냐~ 5분만요.”

“5분은 무슨 빨리 일어나 봐!”

“응?”

다라우스의 재촉에 유신이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떴다.

“어? 다리우스 선배?”

“이제 일어났네. 왜 이렇게 오래 자?”

유신은 어이가 없었다.

잠들기 싫다는 사람에게 쉴 틈 없이 ‘슬립’ 마법을 건 사람이 이제는 왜 그렇게 오래 자냐고 타박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무시하고 더 자고 싶었지만, 다시 잠들면 이번에는 슬립 마법이 아니라 공격 마법을 맞을 것 같았다.

“저 일어났어요. 그러니까 캐스팅하지 마세요.”

“그래?”

캐스팅을 취소하며 다리우스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더 밍기적거리면 다리우스의 공격 마법에 맞을 거라는 걸 파악한 유신이 고개를 흔들어서 남은 잠을 쫓아냈다.

“벌써 도착했어요?”

“아? 이제 두 시간 정도 남았어.”

“그래요? 그런데 무슨 일로요?”

“아 공항에 도착하면 노사가 마중 나와 있을 테니까, 따라가면 돼.”

평소와 다르게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하는 다리우스의 모습에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런데 왜 이걸 제게 설명하세요? 선배도 같이 가는 거 아니에요?”

“응 난 지금 볼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네? 어딜요? 아직 비행기잖아요. 어딜 어떻게 가시게요?”

유신의 질문에 다리우스가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브로~ 남자에게는 비밀이 많은 거야. 더는 궁금해하지 마.”

“네?”

당황하는 유신의 모습에 다리우스가 조울증 환자처럼 갑자기 껄껄 웃었다.

“하하하 장난이야. 사실은 한국에 택배로 시킨 김치가 왔다고 해서 가보려고.”

다리우스의 답변이 더 장난스럽다고 들린 유신이었다.

그리고 그게 장난이기를 바랬다.

현재 환자이자, 팀의 사랑스러움을 담당하는 막내를 두고, 고작 김치 택배 때문에 가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다리우스답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따가 노사 집에서 보자고!”

13기동 타격대의 행동력은 언제나 빠르다고 느꼈다.

승무원이 말릴 틈도 없이 다리우스가 비행기의 문을 열었다.

엄청난 바람이 비행기 안을 몰아쳤고, 다리우스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까아아아악!!”

당연히 낙하산도 매지 않고 뛰어내리자, 승무원은 다리우스가 자살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신은 승무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벌써 골이 아팠다.

설명도 설명이지만, 우선 비행기 안으로 몰아치는 바람부터 해결해야 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포스를 돌려서 억지로 몸을 일으킨 유신은 바람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리고는 겨우 비행기 문으로 다가간 후, 문을 닫았다.

유신은 아주 잠깐 움직였지만, 벌써 지쳐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털썩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눕고 싶었다.

하지만, 하얗게 질려서 아직 비명을 지르는 승무원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까아아아악~!!”

“저기요!”

“까아아아아악!!”

“아니 저기요!!!”

몇 번을 크게 부르고 나서야 승무원이 비명을 멈추고 유신을 돌아봤다.

“저···저 다른 승객께서 방금···”

“괜찮아요. 자살 아니에요. 여기서 뛰어내려도 충분히 웃으면서 집에 갈 양반입니다.”

“네?”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승무원은 유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조용히 넘기고 싶은 유신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좀 부축해 주시겠어요?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서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승무원이 유신을 부축하며, 힐끔힐끔 다리우스가 뛰어내린 비행기 문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세요. 능력이에요. 능력.”

“아···능력이요?”

“네. 사람들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 선배 능력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런 일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아···네.”

승무원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유신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것보다는 본인의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원 상태로 돌리는 게 유신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저기 그런데요.”

“네. 네?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기내식은 언제 주나요?”

“네?”

당황스러워하는 승무원에게 유신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제가 오랫동안 굶어서 그러는데, 속이 편한 걸로 부탁드릴게요.”

“···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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