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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86화 (86/300)

86화_서아프리카(3)

다리우스와 막시우스가 급하게 결계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자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늙은 주술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결계를 지키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마을을 지키고 있던 결계는 주술사들의 노력에도 점점 금이 뻗어나갔다.

막시우스는 이 상황을 만든 자신의 아들 다리우스를 노려봤다.

“대체 누구를 데리고 온 것이냐?”

“제 후배입니다. 잠자는 아이가 필요한 녀석이기도 하고요.”

“결계를 부숴 버릴 정도로 강한데 잠자는 아이가 필요하다고?”

“저 녀석이 아직 정신력이 부족하거든요.”

“그 이야기는 이따가 하도록 하마.”

고개를 홱 돌린 막시우스가 주술사들을 다독이며 결계를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쩌어억

잔금만 있던 결계에 커다란 상흔이 생겨났고.

챙그랑.

그대로 깨져나갔다.

늙은 주술사들은 결계가 깨지면서 그 반동으로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막시우스는 자신이 손 쓰기 전에 결계가 깨져나가자, 안 그래도 무서운 얼굴을 더욱 구겼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을 바라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신이 피워냈던 오러를 성급히 거두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다리우스가 유신에게 다가갔다.

“막내 브로~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헤헤~ 저 그냥 가만히 검만 휘둘렀어요.”

“검만 휘둘렀는데, 오러가 솟아나?”

“아 그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제가 잘못했나요?”

“응. 그것도 매우 많이.”

다리우스의 말에 유신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죄송해요.”

“됐어. 이미 저지른 일. 그리고 나보다 여기 사람들한테 사과해야 할 거야.”

유신은 다리우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검붉어진 얼굴의 막스우스가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막시우스는 깊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유신을 당장이라도 쳐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저놈을 쳐 죽인다고 이미 부서져 버린 결계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이냐?”

“네?”

“얼마나 강한 결계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결계를 파훼한 것이지?”

“아니 저···”

유신은 막시우스의 말에 당황했다.

자신은 그저 가만히 서서 검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검기였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검기는 오러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높은 사람은 날 결계 능력자로 오해했다.

다행히 막시우스의 오해를 다리우스가 풀어줬다.

“저놈 저거 결계 능력은 없습니다.”

“다리우스 나의 아들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뭐가 말이 안 됩니까?”

“그럼 저 젊은 아이가 힘으로 결계를 부쉈다는 것이냐?”

“네. 쟤가 좀 특이하거든요.”

다리우스의 확고한 말에 막시우스는 주위를 둘러봤다.

마을을 지키는 결계를 다시 생성하려면 최소 보름이 걸린다.

그런데, 그 결계를 만들어야 할 주술사들이 모두 한동안 요양해야 할 정도로 쓰러져 있었다.

이곳은 서아프리카다.

서아프리카는 세계협회와 헌터협회에서도 포기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결계가 없다면, 마을은 한 달도 되지 않고 처참히 짓밟힐 게 뻔했다.

“막시우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다리우스 네가 여기에 남는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

막시우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다리우스가 여기에 계속 남아있다면 주술사들이 회복하고, 결계를 다시 만들 때까지 마을은 안전할 거다.

“저는 곧 다시 떠나야 합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다리우스가 화를 내는 막시우스를 향해 빙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가 결계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너는 마을을 지켜왔던 결계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줄 아느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더욱 튼튼한 결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일주일 안에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럼 네가 없는 그 일주일 동안 마을이 받을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

“그동안 유신이 마을을 지킬 겁니다.”

그 말에 마을 사람들과 막시우스가 유신을 돌아봤다.

유신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막시우스는 유신이 고개를 숙이자, 자신감이 없다는 걸로 파악했다.

“저 젊은 애가 뭘 지킨다는 것이냐?”

“결계를 부순 놈입니다. 그리고 겨우 일주일입니다. 아버지.”

“좋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믿어 보겠다. 대신에 일주일 안에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 저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리우스는 유신을 마을에 두고 홀로 떠났다.

***

사람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몬스터에게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돌담을 쌓기 시작했다.

나는 뻘줌하게 가만히 있기 뭐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제가 뭐 좀 도와 드릴까요?”

“······”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말을 걸어오면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무시했다.

그러니까 날 투명인간 취급했다.

물론 이 모든 사단이 내가 결계를 부숴서 생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평불만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돌을 날랐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가 돌을 나르는 것까지 제재하지는 않았다.

그때 다리우스 선배의 아버지인 막시우스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와 외쳤다.

“그만!”

“네?”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어? 그냥 돌만 나르는 건데요?”

“네가 할 일은 몬스터가 오면 목숨 바쳐 이 마을을 지키는 거다.”

“아···네.”

나는 막시우스의 말에 마을 입구로 돌아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말도 걸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서 있었다.

평소처럼 포스 호흡법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였다.

역시 사람은 잘못하고 지내면 안 된다.

‘하~ 그때 다리우스 선배 말처럼 가만히 있을걸.’

내가 속으로 아까의 내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쿵쿵쿵

땅을 흔들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몬스터화 된 코끼리가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코끼리라는 게 원래 크다.

그런데 몬스터화 된 코끼리는 크다고 할 수가 없었다.

거대했다.

그때 돌을 나르던 청년이 나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흥! 저놈 때문에 마을이 쑥대밭이 될 거야. 혹여나 마을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죽으면 내가 저놈을 돌로 쳐 죽일 거야.”

“야야 약해 보이는 애한테 뭐 하는 거야. 일단 코끼리를 유인하게 빨리 소환부터 하자.”

저들은 내게 들으라고 한 말일까? 아니면 내가 자신들의 언어를 못 알아먹어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솔직히 내가 이런 말을 듣는 게 기분 나쁘지만, 결자해지라고 내가 만든 문제를 해결부터 해야겠다.

나는 어깨를 풀며 다가오는 코끼리를 바라봤다.

‘내 검이 과연 저 코끼리를 뚫을 수 있을까?’

고민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코끼리가 돌아가거나 죽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검을 뽑아 들고, 포스를 다듬어서 코끼리를 향해 블레이드 샷을 뿜어냈다.

콰콰쾅

코끼리의 발울림 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블레이드 샷만을 믿을 순 없었다.

블레이드 샷의 파괴력은 알고 있지만, 거대 코끼리다.

나는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는 코끼리를 향해 달려갔다.

“엥?”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도착한 곳에는 코끼리였던 형체만이 남아있었다.

“나 많이 강해졌구나.”

확실히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오기 전과 후의 내 전투력의 차이는 컸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자 아까 전까지 나를 가지고 떠들던 청년들이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알아서 다 해결할 테니 본인 일이나 잘하세요.”

“히힉!!”

청년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마을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들을 보고 어깨를 으쓱인 다음, 마을 입구에 앉아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일주일 중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만전을 기해야겠다.’

그렇게 마을 앞에서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으니 북한에서 만난 리수진, 리진수 남매와 라령이가 생각났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뭘 하고 있을까?

잘 지내고는 있을까?

몇 개월 전인데도, 벌써 몇 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딴생각을 하면서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고 있으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꼬르륵~

진짜 해도 해도 너무했다.

각 집에서 저녁을 만드는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가 사라지고, 음식 냄새가 마을을 가득 채웠지만, 아무도 내게 저녁을 권하지 않았다.

나는 씁쓸함을 느끼고는 아공간을 뒤져서 에너지 바를 찾았다.

그렇게 에너지 바를 몇 개 까먹고 있을 때였다.

부스럭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는 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먹고 있는 에너지 바를 보고 있었다.

나는 손짓으로 그 아이를 불렀다.

“이리와봐.”

아이는 내가 부르자 후다닥 도망쳤다.

그 모습이 라령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자 옛날에 라령이가 내게 준 레몬 사탕이 생각나서 아공간에서 꺼냈다.

포장지는 이미 약간 색이 바랬다.

이대로 계속 두면 이제 먹지도 못할 것 같아서 까서 입에 넣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맴돌 때였다.

불쾌한 감각이 마을 밖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언데드들이 땅에서 일어나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 잠자기는 글렀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끝도 없이 밀려오는 언데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검을 소환해서 곧바로 언데드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많은 언데드가 마을로 가지 않고, 나만 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최대한 빨리 몰살시키면 된다.

하지만 나는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 같은 무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연달아 블레이드 샷을 날려서 최대한 언데드들의 숫자를 줄였다.

다음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쾅 쾅 쾅

내가 지금 언데드를 베고 있는 건지 땅을 베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대부분의 언데드가 나를 에워싸다.

몇 마리의 언데드가 마을로 향했지만, 나는 틈틈이 검기를 날려서 마을로 향하는 놈들까지 모조리 잡았다.

그렇게 나는 밤새도록 언데드와의 사투를 벌였다.

“헉~ 헉~”

아침이 밝아왔고, 내가 처치하지 못한 또는 뒤늦게 나타난 언데드들이 다시 깊은 땅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환골탈태를 한 이후에 비약적으로 늘어난 포스가 텅텅 비었다.

탈력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

저기 마을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밤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놓친 몇 마리의 언데드를 처치하며 나와 함께 밤을 새웠다.

그렇다고 딱히 전우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했던 말이 있어서 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손을 흔들어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들은 내가 다가가자, 그만큼 뒤로 물러나다가 자신들의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솔직하게 말하면 서운했다.

그렇지만 나는 서운함을 표출하지 않고, 그냥 마을 입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은 그런 감정보다 또 언제 나타날 줄 모르는 몬스터에 대비해야 했다.

“후읍~ 파~”

바닥 난 포스를 채우기 위해 포스 호흡법을 운용했다.

눈을 뜨자, 해는 중천에 도달해 있었다.

다행히 포스 호흡법을 끝내기 전까지 다른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에서 아공간에서 에너지 바를 꺼내 까먹었다.

그리고 아공간을 정리해 봤다.

트롤을 잡고 나온 최상급 마정석 1개와 중급 마정석 5개.

37자루의 훈련용 검.

북한에서 리수진에게 받은 검 한 자루.

몇 개의 자질구레한 물건들과 에너지 바 2박스.

“다음부터는 꼭 음식을 넣어놔야지.”

나 홀로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앙”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들고 있던 에너지 바를 입에 욱여넣었다.

“자~ 이번에는 사자인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사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두두두두두두

집채만 한 수백 마리의 물소가 이곳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거대 사자는 그런 물소를 사냥하기 위해 온 부수적인 몬스터였을 뿐이었다.

“와~ 저건 어떻게 막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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