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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84화 (84/300)

84화_서아프리카(1)

번개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알기로는 없고, 나 또한 절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대장의 뇌전 공격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 모든 게 슬로우 비디오처럼 움직였다.

바라보는 것도, 들려오는 것도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갔다.

하지만,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고 보인다고 해서 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즉, 대장의 뇌전 공격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이 찰나의 순간 죽음을 생각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싫었다.

어떻게 해서든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할 때였다.

찰나의 순간 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스를 몸 밖으로 뿜어냈다.

그렇게 부족하게나마 대비를 했는데, 뇌전이 갑자기 방향을 꺾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격했다.

콰르릉!

뇌전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허공에서 도깨비 아람이 뇌전에 지져진 채 나타났다.

그때 무혁의 새로운 뇌전 공격이 아람에게 뿜어졌다.

검은 불꽃으로 변한 아람은 요리조리 뇌전 공격을 피했다.

아람은 몇 번의 공격을 겨우 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뇌전에 가격당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이런이런 이유도 듣지 않고 절 공격하다니.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쓰러진 아람은 예전처럼 유들유들하게 말했지만, 무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뇌전을 피어올렸다.

“그만하시죠. 전 오늘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배덕자 도깨비의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군.”

“좋습니다. 다 인정하겠습니다.”

무혁이 멈칫했다.

“인정?”

“네. 제가 배덕자인 걸 인정하겠습니다.”

“네가 배덕자인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유신이 뒤에 숨어 있었다는 걸 설명하지는 못하지.”

“제가 숨어 있었던 것은 당신들에게 원하는 게 있어서 그랬···으갸갸걋!”

무혁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뇌전 공격으로 도깨비를 튀겼다.

아람은 뇌전에 튀겨지다가 점점 움직임을 멈추더니,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돌도끼로 변했다.

그렇게 아람이 돌도끼가 돼서야 무혁의 공격은 끝이 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돌도끼를 대장이 주우려고 하자, 돌도끼가 껑충 뛰어올랐다.

“제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니까 이제야 속이 시원합니까?”

“으흠··· 이 상태에서 의식이 유지 된다라···”

무혁이 턱을 쓰다듬으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였다.

돌도끼의 정체인 아람이 불만을 표출하듯 통통 점프하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들에게 원하는 건 단 하나뿐입니다.”

“알프레도한테 보내면 아주 좋아하겠어.”

아무리 반항하더라도 무혁이 마음먹고 아람을 잡으려고 하자, 순식간에 아람이 잡혔다.

아람은 벗어나려고 발악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파악하고는 그대로 멈춰서 무혁에게 따지듯이 애원했다.

“아 좀!! 도깨비 말 좀 믿어주세요. 아니 듣기라도 해줘요.”

“이 상태면 도깨비의 권능은 쓰지 못하겠지?”

“네네 못 씁니다. 도깨비의 아람의 이름을 걸고 말합니다. 절대 못써요!!”

“대체 우리를 왜 쫓아다닌 거지?”

“아까도 말했잖아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다고요!!”

“말하는 본새가 마음에 안드네.”

그렇게 말한 무혁이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람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파요!! 제발 그만 해요.”

“조용!”

“······”

그칠 줄 몰랐던 아람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유신은 그 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약간의 폭력은 사람을 조율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 좀 조용하군. 대체 뭘 알고 싶었던 거지?”

“최초의 배덕자 도깨비 하람이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제발요!! 부탁합니다.”

“대체 그를 왜 궁금해하지?”

“그건···”

아람이 무언가를 숨긴다고 생각한 무혁은 다시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악!! 알았어요. 말할게요. 하람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도깨비들의 원수입니다.”

“하람은 이제 배덕자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이세요? 배덕자가 아니라니!!!”

“너도 알게 될 거다. 다시 눈을 뜨면 너 또한 배덕자에서 벗어날 거야.”

“그···그게 무슨 말··· 으갸갸갸걋!!”

무혁은 아람의 말을 듣지 않고, 뇌전을 일으켜 돌도끼에 주입했다.

돌도끼는 뇌전의 영향으로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뇌전에 휩싸인 돌도끼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검은 연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흩어졌고, 그제야 대장은 돌도끼에 주입하던 뇌전을 멈췄다.

그런데, 돌도끼로 변하고 수다쟁이만큼 말이 많던 아람이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유신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대장에게 다가가 돌도끼를 빤히 바라봤다.

“도깨비가 어떻게 돌도끼가 된 거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유신의 혼잣말이었지만, 무혁은 친절히 그 질문에 답해줬다.

“도깨비는 사람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통해 탄생한다. 이 도깨비의 경우에는 꽤 옛날에 도깨비로 태어났었군.”

“아~ 그래서 계속 도깨비의 원수를 찾았구나.”

“응? 유신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방금 이 도깨비가 말했잖아요. 하람이라고 원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이 들렸어?”

유신은 당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돌도끼가 된 다음에 대장이랑 대화하는 거 전부 다요.”

무혁을 포함한 13기동 타격대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게 깜짝 놀란 일인가?’

그때 무혁이 돌도끼를 유신에게 내밀었다.

“이건 유신이 네가 가지고 있어야겠다.”

“아··· 네···.”

유신은 너무나 찝찝했지만, 마지못해 무혁이 건넨 돌도끼를 받았다.

아무리 지금 조용하다지만, 이 도깨비는 예전 북한에서 무혁과 싸웠던 도깨비였다.

유신은 그때 비해 자신이 강해졌다고 해도 이 돌도끼 도깨비가 다시 부활해서 폭주하면 막을 자신도 실력도 되지 않았다.

“정말 제가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죠?”

다행히 무혁은 그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유신이 뭘 걱정하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뇌전으로 정화했으니, 예전과는 다를 거다.”

“그래도···”

“그리고 다시 도깨비가 될지도 미지수니 가지고 있어도 된다.”

“네···”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지만, 유신은 어쩔 수 없이 도깨비 아람의 돌도끼를 보관하게 됐다.

유신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성급히 아공간에 돌도끼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제야 불안감이 조금 가셨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안드로말리우스에 도깨비 아람의 사건까지 모든 사건이 일단락됐다.

뉴스에서는 전설들과 영웅들이 힘을 합쳐 안드로말리우스를 처치했다고 보도가 되었다.

유신은 본부로 복귀한 후, 선배들의 호의로 인해 일찍 퇴근했다.

평소의 유신은 아무리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꼭 저녁은 먹었지만, 오늘따라 피곤하고 힘들어서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유신이 꿈나라에 빠져있는 동안, 13기동 타격대의 전 인원이 컨테이너 사무실에 모였다.

평소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사무실은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약간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긴 원목 테이블에 앉아 있는 13기동 타격대가 진중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고, 무혁은 대원들의 시선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 알프레도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놈들의 반격이 거세졌다고 하는군.”

“하아~”

“제길!”

대원들이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을 때, 강문이 무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합니까?”

“이 상태를 유지하면 고작 3개월 남짓이라더군.”

“후~ 지금이라도 당장 출발해야겠군요.”

“다음 보급이 있는 한 달 뒤에 출발할 예정이다. 그래도 그나마 여기에 온 목적은 대부분 달성했으니 다행이야.”

“그럼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브로~ 막내는 어떻게 할 거야?”

갑작스러운 다리우스의 질문에 강문은 아차 싶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은 1년 3개월 동안 유신의 훈련을 마무리 짓고 같이 이계로 넘어가려고 했다.

예상보다 유신이 빨리 강해졌지만, 지금 유신을 데리고 간다면 백프로 죽게 될 것이다.

이계는 지구와는 다르게 언제나 위험이 도사렸고, 자신들이 계속 지켜 줄 수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강문은 안타깝지만, 유신의 처후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두고 가야지.”

“대장 브로도 같은 생각입니까?”

“그렇다. 유신은 아직 그 환경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다 떠나면 막내는 어떻게 합니까?”

“1년 동안 노사 밑에서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차후에 우리가 다시 돌아왔을 때 유신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성장했다면, 그때는 13기동 타격대의 정식 대원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그럼 우리가 돌아왔을 때도 지금처럼 약하면요?”

“그때는 유신과 우리의 관계가 끝나는 거지.”

무혁의 단호한 말에 다리우스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지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으흠~ 그럼 대장 브로~ 한 달은 시간이 있다는 거죠?”

“그래. 정확히 한 달 보름 남았다. 그동안 마지막 휴가를 즐기도록.”

“아뇨~ 대장 브로~ 이대로 떠나기가 뭐해서 막내한테 마지막으로 뭘 좀 해주려고요.”

“응? 뭘 하겠다는 거지?”

다리우스의 말에 무혁과 강문은 의문을 표했고, 다른 이들은 호기심을 느꼈다.

***

아프리카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예전이었다면, 드넓은 초원과 야생 동물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드넓은 초원은 밤만 되면 언데드들이 돌아다녔고, 야생 동물들은 몬스터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또 이게 잘못된 편견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그럴 뿐이지, 세계 정부에서 조사한 바로는 서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피해가 없었다는 거였다.

즉! 사람들이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생각하는 곳은 서아프리카만 해당한다는 거였다.

“다리우스 선배. 여긴 어디예요?”

나는 이 늦은 저녁 드넓은 초원에서 지프차를 거칠게 운전하는 다리우스 선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리우스 선배는 엑셀을 밟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서아프리카.”

“아 그렇구나. 서아프리···네?!! 다른 곳도 아니라 서아프리카라고요?!”

“왜 브로~ 오면 안 되는 곳이라도 왔어?”

“당연히 안되죠. 여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데요. 갑자기 드라이브 가자고 하고선 여기로 텔레포트 할 줄이야. 선배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세계 정부에서 여기가 얼마나 위험하다고 했는데요. 방송국에서 여기 다큐멘터리 찍다가 실종된 사람도 엄청 많고요.”

“브로~ 여기가 그렇게 무서운 동네야?”

“네.”

단호하면서 확고한 내 대답에 다리우스 선배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다리우스 선배 빨리 돌아가요. 드라이브는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해도 되잖아요. 여긴 너무 무섭고, 으스스한 게 갑자기 뼈다귀라도 나타날 것 같아요.”

“여기 내 고향이야.”

다리우스 선배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다리우스 선배의 고향에 대해서 탈룰라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서아프리카의 좋은 점에 대해서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와~ 경치 죽이네요.”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이는데 무슨 경치.”

“하하하~ 밤의 낭만이 있는 거죠.”

그때 스켈레톤이 지나가다가 우리 차에 치여서 조각났다.

그 모습과 내 모습이 조금은 겹쳐 보였지만, 그저 빠르게 서아프리카에 대해서 생각하기로만 했다.

“와~”

“······”

“와.”

“······”

“와···”

“막내 브로~”

“넵.”

“됐어. 그만해.”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다리우스 선배가 운전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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