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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83화 (83/300)

83화_세계평화 컨퍼런스(4)

안드로말리우스가 대중을 향해 비웃듯 말하며 뱀 지팡이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그때 리암이 불새가 되어서 안드로말리우스를 덮쳤다.

콰앙!

이번에는 정말 안드로말리우스에게 타격을 가했다고 생각했지만, 리암의 불새 공격은 안드로말리우스의 뱀 지팡이에 간단히 막혔다.

뱀 지팡이는 불새를 막아내다가 사이한 두 눈에 빛이 나더니 파괴 광선을 뿜어냈다.

절체절명의 순간.

언제 다가왔는지 노사와 이자벨이 리암 대신에 파괴 광선을 방어해냈다.

하지만, 그 결과 리암과 이자벨 그리고 노사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심하게 다친 크리스를 제외하고 이자벨, 노사, 리암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겨우 일어서서 안드로말리우스 앞에 섰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인간들의 발악이 너무나 재밌는지 히죽 웃음을 지었다.

“정말 좋군요 하지만, 벌레는 발악해봤자, 벌레일 뿐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끝을 내볼까요?”

뱀 지팡이가 다시 한번 요사스러운 보라색으로 물들더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 에너지를 쏘아냈다.

이자벨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리암과 아직도 입에서 피를 흘리는 노사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수호 기사로서 마지막 임무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방패를 꺼내든 이자벨은 수호기사단의 전매특허 기술을 떠올리며 파괴 광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실드 차지!!”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달려들던 이자벨이 파괴 광선과 부딪히기 직전에 자신과 파괴 광선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콰콰쾅!!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카이드 실드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굳건한 성벽!”

한참을 올라가던 카이드 실드가 어느 순간 공중에 멈추더니 점점 커졌다.

그렇게 커진 카이드 실드가 반구형 모양으로 일대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닥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차오르더니 카이드 실드를 검게 물들여서 안에서 밖을 볼 수도, 밖에서 안을 볼 수도 없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일련의 과정이 끝났고, 이 모든 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던 이자벨은 방패가 날아왔던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익숙하고, 친근하며, 언제나 그리워하던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철호가 단단히 서 있었다.

“오호~ 이걸 막아내다니···그런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사람 같군요. 이 방패도···?”

안드로말리우스가 철호와 그의 방패를 보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13기동 타격대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무혁 옆으로 그림자가 생기더니 라이언이 등장했다.

“대장 끝났습니다.”

무혁은 라이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더니 아직 공중에 있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이 아프군.”

초월자인 무혁이 단지 고개만 들었다고 목이 아플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신무가 등에 있는 무기 중 봉을 꺼내 들어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무가 다시 모습을 보인 곳은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 위였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뒤늦게 머리 위에 신무가 있는 걸 파악하고는 뱀 지팡이를 들었지만, 신무의 봉이 조금 더 빨랐다.

탕~

콰아앙!

머리통을 얻어맞은 안드로말리우스는 단 한 방에 땅에 내리꽂혔고, 뒤늦게 파괴 광선을 신무에게 쏘았다.

하지만, 신무는 어느새 무혁 옆에 서서는 봉을 등에 다시 착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을 놀려야 하는데, 인간들이 자신을 놀리자 화가 머리끝까지 찼지만, 이내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너···너희가 여긴 무슨 일이지?”

강문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안드로말리우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무슨 일은? 여기가 우리 고향인데.”

“나···난 알지 못했다. 그···그러니 이만 돌아가도록 하마.”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오만했던 안드로말리우스가 말까지 더듬으며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에게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뭐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계약해서 여기 왔을 거 아니야? 계약 조건이 뭐야?”

“별거 아니다.”

“으흠 별거 아니라고? 악마는 계약을 어길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침묵을 유지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에 강문이 한기 넘치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좋은 말 할 때 말하는 게 어때?”

“···정말 별거 아니다. 여기서 전설이라고 불리는 인간 13명만 죽이면 되는···”

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철호가 자신의 손방패를 이용해 안드로말리우스를 저 멀리 튕겨냈다.

저 멀리 날아가는 안드로말리우스를 철호는 실드차지로 쫓아가서 연계를 퍼붓기 시작했다.

쾅쾅쾅

철호의 방패는 ‘제로 차지’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안드로말리우스에게는 한방 한방이 일격필살이었다.

그렇게 안드로말리우스가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철호에게 얻어터지고 있을 때였다.

세계 대통령을 지키고 있던 쟌이 이자벨의 곁으로 다가와 부축하려 했다.

이자벨은 쟌에게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난 괜찮아. 세계 대통령은?”

“비실···유신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스승님 많이 다치셨습니다. 세계 대통령이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쪽으로 가시죠.”

“아냐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네?”

쟌의 의문에 이자벨이 싱긋 웃으며 철호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수호기사단의 창설 멤버이자, 가장 강한 수호 기사가 나섰으니까.”

확신에 찬 이자벨의 말에 쟌은 철호와 안드로말리우스가 싸우는 곳을 바라봤다.

철호가 양손에 낀 손방패를 번갈아 가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후드려 패고 있었다.

누가 봐도 철호가 우세하지만, 쟌은 아직 불안했다.

크리스와 리암이 안드로말리우스가 움직이지도 못하게 공격했을 때도 안드로말리우스는 멀쩡히 걸어 나왔다.

그때 안드로말리우스의 지팡이가 빛나더니 파괴 광선을 뿜어냈다.

철호는 파괴 광선을 회피하지 못하고 양손을 엑스자로 만들어서 파괴 광선을 막아갔다.

쿠아앙!

파괴 광선의 힘에 철호는 길게 도랑을 만들며 미끄러졌다.

안드로말리우스는 그 기회를 틈타 쉴 틈 없이 파괴 광선을 철호에게 쏟아부었다.

철호는 밀리고 밀려서 세계 대통령이 있는 곳까지 밀려났고, 파괴 광선의 공격이 끝났을 때는 입가에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으흠? 당신들 내가 알고 그 사람들이 맞나요? 왜 이렇게 약하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괜히 겁을 먹었네요.”

“이젠 다를 거다.”

“역시 인간은 말만 앞서군요. 오늘 그때의 치욕을 갚아 드리겠습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뱀 지팡이를 바닥에 찧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중압감이 일대를 뒤덮었다.

중압감에 사람들이 점점 힘들어하더니,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본 유신이 앞으로 나섰다.

유신은 검을 뽑아 든 채 하늘 위로 높이 들고는 그대로 내리그었다.

“이게 아닌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유신은 검기를 일으킨 후 다시 검을 들어서 내리그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모두가 놀라 유신을 바라보는데, 유신은 아직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뚱한 표정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유신이 다시 한번 검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기가 아닌 오러를 만들었다.

순백의 오러가 피어나자, 유신은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허공을 향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검이 한 번씩 휘둘러질 때마다 주위에 있던 영웅들과 협회 사람들의 중압감은 사라져만 갔다.

“뭐···뭐지? 방금까지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저 아이의 오러 때문인가?”

사람들은 놀랐다.

누가 봐도 저 어린 나이의 동양인이 오러를 피워낸 것도 대단한데,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오러를 내리그을 때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중압감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욱 대단한 것은 철호였다.

무기라고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두 개의 손 방패로 지금까지 안드로말리우스를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때 등장한 후 두 손 놓고 있던 강문이 철호에게 외쳤다.

“몇 단계야?”

“지금 3단계다.”

“그럴 줄 알았어. 빨리 끝내자.”

“알았다.”

철호는 강문의 말에 답하면서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숫자를 5로 맞췄다.

그러자, 순간 13기동 타격대와 유신 그리고 전설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선배 이거 베어내도 돼요?”

유신이 난처한 표정으로 철호를 바라봤고, 그제야 철호는 자신의 실수를 파악하고는 숨을 들이마셨다.

“후읍~”

압박감에 짓눌리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때 안드로말리우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철호에게 파괴 광선을 뿜어냈다.

철호는 파괴 광선을 피해 앞으로 달려들어서 안드로말리우스의 몸을 가격했다.

텅텅텅텅텅

방패가 안드로말리우스의 몸을 가격할 때마다 타격받은 부위가 뭉텅이로 삭제되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삭제였다.

하지만, 철호의 공격이 끝나자, 언제 공격을 받았냐는 듯이 안드로말리우스의 몸이 재생했다.

재생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을 본 철호는 미간에 내 천자를 그리며 다시 달려들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철호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는 걸 파악하고는 방어하려고 했다.

철호는 안드로말리우스가 방어하는 손을 삭제시키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삭제시켰다.

그런 다음 양손을 뻗어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를 삭제시켰다.

털썩

땡그랑~

안드로말리우스의 사체와 뱀 지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

협회 관계자와 영웅들은 철호의 활약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우와아아아아~~!!!”

누군가의 환호성이 들리자, 사람들은 이제 진짜로 안드로말리우스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얼싸안으며 자축하고 있을 때였다.

안드로말리우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재생했다.

그리고 자신의 뱀 지팡이를 잡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자축하시면 안 되죠.”

자축하던 사람들은 다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람은 좌절감에 눈물까지 흘렸다.

그동안 안드로말리우스의 뱀 지팡이가 뱀이 되더니, 안드로말리우스의 오른팔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철호가 아닌 사람들을 향해 뱀이 감겨 있는 오른손을 뻗었다.

뱀은 점점 길어지고 커지더니 사람들을 삼키려고 했다.

그때 유신이 뱀 머리 앞으로 달려들더니 오러를 휘둘렀다.

촤아악~

유신의 오러는 뱀의 입을 찢어버렸다.

“크아아아악!!”

지금까지 어떤 타격에도 신음 한번 낸 적 없던 안드로말리우스가 비명을 질렀다.

철호는 두 눈을 빛내며, 인간 형태의 안드로말리우스가 아닌 뱀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크악! 이···이놈!!···”

순식간이었다.

살점 하나,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고, 안드로말리우스는 사라져만 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거대 뱀은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의 숙주는 다시 흰 백발에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노인으로 변했다.

“안드로말리우스님이 실패할 줄이야··· 저주 받···”

노인은 끝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노인이 사라진 곳에는 듬성듬성 파여있는 뱀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나자 강문은 성큼성큼 걸어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인 뱀 지팡이를 들었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뱀 지팡이가 뱀으로 변해서는 강문을 물려고 했다.

모두가 놀랐지만, 강문은 차분하게 왼손으로 뱀의 얼굴을 잡았다.

“너희 마족이라는 것들이 그러면 그렇지.”

부르르

안드로말리우스는 말할 힘도 없는지 몸을 떨었다.

강문은 그런 뱀을 들어서 무혁에게 건네줬고, 무혁은 뇌전을 기운을 일으켜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주입했다.

감전이라도 된 모양인지 안드로말리우스는 한동안 발광을 하다가 지팡이가 되었다.

무혁은 지팡이가 된 안드로말리우스를 무심히 바라보더니 그대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13기동 타격대가 등장한 이후 안드로말리우스가 처치될 때까지 일련의 과정을 본 사람들은 이 모든 사건이 믿기 힘들었다.

특히, 쟌의 경우에는 더했다.

아무리 자신이 속한 수호기사단 최강의 기사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지만, 전설들도 하지 못한 일을 저 사람이 해냈다.

“저분은 대체···? 누군가요?”

쟌의 말에 이자벨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 기사 부단장. 내가 왜 부단장 자리를 공석으로 놔뒀는지 이제 알겠어? ”

이자벨의 말에 쟌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짝!

그때 강문이 박수를 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럼 벨라 마무리 잘 부탁하고, 우리는 여기에 없었던 거다.”

“아···알겠습니다.”

“아까 말한 것도 꼭 지키고~”

“네 당연하죠.”

“그럼 대장 볼일도 끝났는데 이만 갈까요?”

무혁이 고개를 끄떡이다가 갑자기 유신을 향해 번개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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