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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82화 (82/300)

82화_세계평화 컨퍼런스(3)

13기동 타격대의 본부에서 멀어진 크리스는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빠르게 기동대를 벗어나고 있었다.

뒤늦게 리암과 벨라는 그런 크리스를 쫓아가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의 비서인 엘사가 숨 가쁘게 크리스에게 다가와서는 보고를 시작했다.

“크리스님 큰일 났습니다. 세계평화 컨퍼런스 회의장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간도 크군. 다른 곳도 아니라 그곳을 테러할 생각을 다 하다니. 대체 누가 테러를 자행한 거야?”

“마족. 안드로말리우스라고 백작급이라고 합니다.”

비서의 말에 크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엘사의 말에 가장 빠르게 사태를 파악한 벨라가 리암을 바라봤다.

그러자 리암이 고개를 끄떡이고는 몸에 불을 피우고는 세계평화 컨퍼런스가 열리는 회의장을 향해 날아갔다.

리암이 사라진 걸 확인한 벨라는 조심히 크리스에게 말했다.

“크리스님. 저는 13기동 타격대에 의뢰하러 가겠습니다. 먼저 현장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흥! 어디서 명령이야.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흡!!”

크리스가 하체에 힘을 주자, 대퇴부 근육이 부풀어 오르더니 정장 바지를 찢어버렸다.

바지는 찢어졌지만, 그 안에 크리스 전용 전투복을 입고 있었기에 맨살은 나오지 않았다.

“엘사 피해 있어.”

엘사는 크리스의 말에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충분히 물러난 것을 확인한 크리스는 세계평화 컨퍼런스 회의장을 향해 점프했다.

콰아앙!!

좀 전까지 크리스가 서 있던 바닥은 크레바스가 생기며 무너져 내렸다.

벨라는 크리스가 떠난 걸 확인하자마자, 다시 13기동 타격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13기동 타격대 인원들이 평소처럼 풀어져서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굉음과 함께 컨테이너 사무실 문이 열리며 벨라가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벨라의 등장에 모두가 다시 뚱한 표정을 장착한 채 벨라를 바라봤다.

소파에 누워있던 강문은 벨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13기동 타격대에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안 해!”

강문이 벨라의 말을 싹뚝 잘라버렸다.

몇십 년이 지나도 아직 강문이 무서운 벨라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지금 감정적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세계평화 컨퍼···”

“알아. 마족이 나타났다며, 그것도 백작급으로. 이야~ 이계에서도 보기 힘든 놈을 지구에서 그것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네.”

“오? 진짜 어디 어디?”

유호가 설레발을 치며 강문에게 다가갔고, 강문은 친절하게 손으로 텔레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이자벨과 노사 그리고 영웅들이 안드로말리우스와 싸우고 있었다.

“오~ 저 지팡이 보니까 맞네. 안드로말리우스. 근데 쟤가 왜 지구에 있지?”

“강림 아니면 빙의겠지.”

“여기서 보니까 반갑기는 하네.”

벨라는 13기동 타격대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지구를 침략했던 마왕보다 급이 낮기는 했지만, 안드로말리우스는 네임드 마족이었다.

그것도 전설들이 일 대 일로 상대할 수 없는 마족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너무나 느긋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의 일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생방송으로 전달되는 뉴스를 봐도 다른 영웅들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이자벨과 노사만이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대항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지키면서 싸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협···협약에 따라서 정식 요청 드립니다.”

“싫다니까.”

“그렇게 되면 협약에 따라 지원이···”

“개소리하지 마! 지금도 협약과는 다르게 제대로 지원도 안 해주면서 그놈의 협약 협약 아휴~ 개소리야 개소리.”

강문의 비아냥에 벨라는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화를 내는 순간 강문의 비수가 자신의 심장에 꽂힐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도 한국 지부에 오기 전에 새롭게 안 사실이 있었다.

협약과는 다르게 13기동 타격대에 약속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 없기에 벨라는 눈을 돌려 무혁을 바라봤다.

“제발···”

무혁은 벨라의 눈빛과 간절함을 느끼고 있었고, 실제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호구가 될 수 없기에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그때였다.

유일무이한 13기동 타격대의 막내인 유신이 헐레벌떡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오면 외쳤다.

“선배님들 큰일 났습니다!! 아? 아까 가신 줄 알았는데 아직 계셨네요. 아 이게 아니지. 마족이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알어.”

“네 그러니까요. 강문 선배 지금 당···네? 어떻게 아세요?”

“저거 안 보이냐?”

나는 강문 선배의 검지가 가리키는 곳. 그러니까 텔레비전을 바라봤다.

거기서는 지금 이자벨과 노사가 마족이라는 존재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군요. 전 준비 됐습니다. 언제 출발하면 될까요?”

“유신아.”

“네. 강문 선배.”

“우린 안 갈 거야.”

“네? 왜요?”

내 질문에 강문 선배가 매번 날 곤란하게 하기 전에 하던 예의 그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저건 우리 같은 이단아가 해야 할 게 아니라. 지구의 사람들이 해결할 일이야.”

“그게 무슨 소리세요?”

더 이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내 옆에 서 있던 물의 여신 벨라의 표정이 구겨졌다.

나는 인상을 쓰고 있는 벨라도 예쁘다고 생각할 때였다.

생각 정리를 끝내 벨라가 입을 열었다.

“혀···협약은 리암과 저 그리고 크리스가 어떻게 해서든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다야?”

“···제대로 지원이 가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한 후에 최대한 빨리 조치 취하겠습니다.”

“애매하게 최대한 빨리 이런 말은 하지 말지.”

“다음 지원부터 제가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 후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가지 못한 지원도 확인 후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강문 선배와 벨라가 서로 무슨 대화를 하는지 나만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강문 선배가 눈을 감고 있는 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장 어때요?”

대장의 눈꺼풀이 열리자, 무심하면서 무거운 듯한 눈빛이 보였다.

그렇게 눈을 뜬 대장은 벨라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라.”

“······”

저런 눈빛을 한 대장은 본 적이 없는 나는 대장의 다른 면목에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나보다 미국의 전설이자, 물의 여신인 벨라가 더욱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벨라.”

“···네.”

“마지막 기회라는 걸 상기하도록.”

“···알겠습니다. 대···대장.”

대장? 의문이 들었다.

왜? 벨라는 우리 대장한테 대장이라고 했지? 하지만 의문은 다음으로 미뤄둬야 했다.

곧바로 대장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출동한다. 다리우스 준비하도록.”

“오브코스. 대장 브로 1분이면 됩니다.”

다리우스 선배가 밖으로 나가더니 훈련장 중앙에서 자신의 마나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철호는 가자마자 결계부터 전개하도록.”

“넵!”

철호 선배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장의 명령에 대답했다.

지금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에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설마 이자벨 로메 때문에 그런 건가?

“라이언. 철호가 결계를 만들면 다···다크 그러니까 그 기술로 결계 안의 모습을 가리도록.”

대장은 라이언 선배의 기술명을 말할 때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 멋진 기술명을 왜 민망해하지?

“대장! 그 기술이 아니라 다크니스 쉐도우입니다.”

라이언 선배는 다시 한번 대장에게 자신의 기술명을 주지시키고는 훈련장으로 나갔다.

“벨라.”

“네 대장.”

“아니. 나는 너의 대장이 아니다. 너는 지금 당장 언론을 막도록. 아니 최소한 저기를 더는 촬영하지 못하도록 해라.”

“···네···.”

벨라는 대장의 말에 시무룩해 하며 고개를 끄떡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1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나를 포함한 13기동 타격대와 벨라가 마법진 위에 올라갔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다리우스 선배가 대장을 바라봤고, 대장이 고개를 끄떡이자, 다리우스 선배가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

이자벨과 노사는 안드로말리우스를 상대하면서 죽을 맛이었다.

몇몇 영웅들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그들 때문에 점점 더 열세가 되어갔다.

확실하게 안드로말리우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과 노사가 자유로워야 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허공에 뱀 지팡이를 휘두르자, 마기로 이루어진 마법이 비처럼 쏟아졌다.

쏴아아악!

말이 비이지. 이건 비가 아니었다.

콰앙 콰앙 콰앙

한 방 한 방이 콘크리트와 철근을 지워 버렸다.

그때 이자벨이 자신의 방패를 하늘 위로 던지며 외쳤다.

“비글리 실드!”

공중에 뜬 방패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실드가 생성되면서 안드로말리우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자벨은 안드로말리우스 공격이 힘겨운지 인상을 쓰며 사람들에게 외쳤다.

“빨리들 도망가세요. 언제까지 버티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영웅들은 이자벨의 말에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한 손 거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아무리 백작이라고 하지만, 마왕이라는 존재를 우습게 알고 있었고, 안드로말리우스를 처치하고 얻을 달콤한 명예 때문에 도망가지 않았다.

이자벨과 노사는 이들의 욕심에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방패에 금이 가더니 비글리 실드가 깨어졌다.

대부분의 공격은 실드에 막혀 사라졌지만, 비라는 건 우산으로 잠시 막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몇 방울의 비가 사람들에게 떨어졌다.

파악~

그들은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제야 영웅들과 사람들은 자신들의 호승심이 허황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다.

그때 노사가 어쩔 수 없이 안드로말리우스에게 한 방 먹이려고 준비했던 태극을 방어용으로 돌렸다.

노사의 손짓에 떨어지던 비는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고, 다른 비와 부딪혔다.

콰콰콰콰쾅!!!!

노사와 이자벨은 생각했다.

이 멍청한 놈들을 지키면서 싸우는 건 정말 최악이라고.

“오호~ 이 공격을 막다니. 안드라스가 죽은 이유가 있었군요. 그럼 출력을 좀 더 올려볼까요?”

안드로말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뱀 지팡이를 노사와 이자벨을 향해 겨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보라색 빛의 파괴 광선을 쏟아냈다.

파괴 광선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노사와 이자벨이 최대한 피해 없이 막아내기 위해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몇몇 영웅들이 호기롭게 파괴 광선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쿠아앙!

안드로말리우스의 비 공격은 당하더라도, 시체 파편이라도 남겼다.

하지만, 파괴 광선은 말 그대로 그들을 지워버렸다.

“흐읍!”

영웅들과 사람들은 위기감과 함께 좌절감을 느꼈다.

그때 안드로말리우스가 세계 대통령을 향해 두 줄기의 파괴 광선을 뿜어냈다.

세계 대통령은 다가오는 파괴 광선을 보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였다.

이자벨이 자신의 서브 방패를 꺼내 한 줄기의 파괴 광선을 막아냈다.

노사는 태극의 원리를 이용해 다른 한 줄기의 파괴 광선을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돌아가게 했다.

푸스슥~

안드로말리우스에게 파괴 광선이 닿기 전에 파괴 광선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것도 막았군요. 하지만 죄를 지은 여러분. 희망을 갖지 마세요. 여러분 모두 오늘 죽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단지, 시간만 조금 더 걸릴 뿐이죠.”

그렇게 말한 안드로말리우스가 다시 한번 파괴 광선을 쏘기 위해 사람들에게 지팡이를 겨눌 때였다.

화르륵~

거대한 불이 안드로말리우스를 덮쳤다.

“리암! 불의 용사 리암이다!!”

사람들은 리암의 등장에 환호했다.

이제는 저 마족을 이길 수 있고,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거대한 덩치의 크리스가 엄청난 속도로 이곳으로 다가오는 게 보일 정도였다.

“거인 크리스도 오고 있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어.”

영웅들과 사람들이 희망에 부풀어서 환호했지만, 노사와 이자벨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쿵쿵쿵 쾅!

도움닫기를 하던 크리스가 높게 점프해서 단 한 번에 공중에서 불타고 있는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접근한 후, 깍지를 낀 양손으로 내리찍었다.

쿠웅!!

안드로말리우스는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그 상태에서 리암이 전력을 다해 불꽃을 뿜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이 잠잠해질 때, 크리스가 양팔을 거대하게 만들어서는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주먹으로 난타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크리스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울컥 피를 토했다.

“쿨럭!”

크리스가 한 바가지의 피를 쏟아냈는데, 자세히 보니 왼쪽 옆구리가 통으로 뜯겨있었다.

그렇게 크리스가 당한 후에 구덩이에서 불꽃이 솟구쳤다. 하지만, 불꽃은 곧 꺼지더니 멀쩡한 모습의 안드로말리우스가 서서히 걸어 나왔다.

“유희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절망에 빠져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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