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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75화 (75/300)

75화_환골탈태(2)

환골탈태.

모든 무인이 바라는 최종단계의 경지로, 노사만 해도 2번의 환골탈태로 반로환동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런데, 나는 영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깨달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포스를 활용해 다리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피를 돌리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포스가 폭주하게 됐다.

나는 이 진실을 노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선배님들······”

하지만, 지금 내 몸에 있는 포스가 제대로 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큭큭큭~ 그게 말이야 방구야! 남들은 환골탈태 한 번 하려고 평생을 노력하는데, 겨우 다린 저린 거 풀려고 포스를 움직였다가 환골탈태했다고? 큭큭큭.”

“푸하하하하하! 역시 유신이다. 백날 이론보다 몸으로 하는 걸 손쉽게 배우는군.”

“피식.”

“철호 선배 그냥 웃어요. 피식이 더 싫어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정말 한동안 컨테이너 사무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대체 언제쯤 웃음이 끝날까 기다렸지만, 기다린 보람도 없이 웃음은 끝이 나지 않았다.

강문 선배가 한바탕 웃더니 표정을 근엄하게 바꾸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래도 환골탈태했다고 하니 축하한다.”

“네? 아···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건 노사에게 비밀이다.”

“예? 네 그렇겠죠.”

“당연하지. 그 노친네가 얼마나 속이 좁은데.”

“설마요.”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이었다.

전세계에 있는 내공 능력자들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노사에게 직간접적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노사는 사람들에게 쉽게 가르침을 준다고 알려졌다.

거기다가 겨우 두 번 본 내게 교육까지 해주었다. 단지 내가 중간에 못 들었을 뿐이지.

“자세한 이야기는 신무한테 물어봐.”

“신무 선배요?”

나는 고개를 돌려 신무 선배에게 설명을 부탁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무 선배는 내 강렬한 눈빛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어? 신무 선배 잠깐만요.”

내 부름에 신무 선배는 잠시 멈춰서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유신 하나만 말하겠다. 강문의 말이 맞다. 그러니까 확실히 들키지 말아라.”

“네?”

더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심보인지, 신무 선배가 사무실을 나갔다.

그때, 강문 선배가 내게 어깨동무했다.

“쟤는 충분히 저럴 만하지. 됐고. 이거 하나만 알려줄게. 노친네가 널 교육하는 이유는 대장과 약속을 맺어서 그래.”

“약속이요?”

“응. 뭐 제대로 된 교육은 나중에 할 테지만, 지금은 에피타이저라고 생각하고 계속 잘 받아봐.”

“네···에? 노사가 절 계속 교육해주신다고요?”

“그래. 이번처럼 얻어걸리지 말고, 제대로 수련받아봐. 그 노인네가 가르치는 것에는 특화되어 있으니까.”

강문 선배가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기억했다.

아직 교육은 끝나지 않았다.

***

“아들 왔어?”

“네 다녀왔습니다.”

“밥은?”

“아직이요.”

“얼른 씻어 그동안 엄마가 밥 차려줄게.”

평소처럼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고, 엄마의 푸짐한 밥상을 먹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도 우리 아들이 잘생기기는 했는데, 오늘따라 더 잘생겨졌네? 왜 그러지?”

“당연히 엄마 아들이니까.”

나는 엄지를 척하니 들며 말했고, 엄마는 그 말이 듣기 좋았나 보다.

“흠···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바뀐 것 같아. 키도 좀 큰 것 같고.”

“아~ 오늘 환골탈태했어요.”

“환 뭐?”

“환골탈태. 막 사람이 새롭게 태어나는···”

“아들.”

내가 이제 막 자랑을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목소리를 낮추며 정색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변화에 생각을 해봤다.

당연히 걱정될 것이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부모님의 걱정은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임무를 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이 짧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엄마가 말을 이었다.

“엄마가 말이야. 요즘 피부가 안 좋아요. 아들 어디 피부숍 다녀? 그리고 다음부터 이 엄마랑 같이 가자. 우리 아들 완전 애기 피부야.”

“헤헤~ 네. 제가 나중에 풀코스로 모실게요.”

다행히 엄마는 환골탈태를 내가 피부관리 받는 걸로 오해하신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상호가 잠을 자다가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서는 무드등을 켰다.

그러자 옆에서 자고 있다고 믿었던 희선이 흐느끼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여보 흑. 오늘 유신이 환골탈태했대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말했던 그거요. 몸속 노폐물이 빠지고, 이가 새로 나고, 아기 피부가 된다는 그거.”

“응? 정말?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상호의 말에 희선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더욱 울음을 참는다.

“그게 뭐가 좋아요. 텔레비전에서 그게 얼마나 고통스럽다고 했는데, 그리고 잘못되면 죽는다고 했어요. 우리 아가 환골탈태하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희선의 말에 상호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희선을 껴안아서 등을 두드려줬다.

“그래도 우리가 유신이 믿어주기로 한 거. 끝까지 믿어줍시다.”

“흐윽··· 내 새끼···”

그렇게 밤새 상호는 희선의 등을 두드려줬고, 희선은 울다 잠이 들었다.

***

유신은 밤새 부모님이 걱정한 것도 모른 채 출근했다.

언제나 반복되는 정령초 햇볕 쬐어주고, 닦기 그리고 청소를 끝내고 점심시간 전까지 남는 시간에 기본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기본 검술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없던 실력도 사라질 것 같아서 했지만, 지금은 그냥 수련을 시작하기 전의 루틴이 되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하는 게 아니었다.

기본 검술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서 수련 난이도를 상승시켰다.

그 첫 번째로 포스 막 유지.

이자벨 로메에게 당했던 것이 생각난 이후로 내 안전이 가장 최우선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라도 포스 막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는 검기 상시 발동.

포스 호흡법을 배운 이후로 오러를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포스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안일하게 있을 수 없다.

포스막과 검기를 계속 발동한다는 것은 아무리 환골탈태해서 포스의 여분이 많은 나라고 해도 부담됐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봐야 한다.

“자 하유신 할 수 있다! 아자자!!”

나는 힘찬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전혀 지치지 않은 채 기본 검술이 끝났다.

“어?”

아무리 환골탈태했다고 하지만, 검기와 포스막을 유지하고 몇 시간 동안 검을 휘둘렀다.

포스가 바닥이 나면 포스 호흡법으로 채우고 다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하고, 포스 대검을 만들어봤다.

위이이잉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1초 이상 걸리던 포스 대검이 생각과 동시에 만들어졌다.

포스 컨트롤이 확실히 늘었다.

그렇다면···

“후읍~ 하~”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한 후에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오러를 만들어봤다.

슈우우웅

순식간에 오러가 만들어졌다.

평소와 같이 포스 소모는 많았지만, 내 포스 양이 확연히 많이 늘어나서 그런지 이대로 10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좋은 분위기라면, 검에 포스 막을 씌우지 않더라도, 오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오러를 흩어지게 만든 다음, 검에 집중했다. 그리고 검에 포스 막을 형성하지 않고 내 본연의 색을 떠올리며 오러를 일으켰다.

파사삭~

성공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검이 박살 났다.

“허허~ 정기신(精氣神)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구나.”

나는 언제나처럼 불쑥 등장한 노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노사. 오셨습니까?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허허 아니다. 그래 이제 몸은 괜찮느냐?”

“네. 그런데 방금 하신 말은 뭔가요?”

“말 그대로다. 정과 기는 이미 완성되었지만, 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거다.”

“네? 신이요?”

“정신 그러니까 영혼을 말하는 거다.”

“???”

내가 물음표를 가득 띄우며 노사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은 육체를 말하는 것이고, 기는 기운을 말하는 거다. 그리고 신은 정신을 말하는 것인데, 이게 삼위일체하여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유신이 자네는 특이하게도 육체와 기운은 완벽히 갖추어졌는데, 신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어···? 그러니까 제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그게 아니네. 깨달음이 부족하다는 거지. 도대체 정기신이 일치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환골탈태를 할 수 있었는지···”

나는 차마 운으로 환골탈태를 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내 태극오행 강의를 듣고 환골탈태를 했으니, 곧 신을 갖출 수도 있겠어. 그리고 강문에게 들어보니 자네는 이론보다 실전에 강하다고 하더군. 어떤가? 이론보다 기술을 먼저 배우겠나?”

“기술···이요?”

“허허~ 별건 아니고 이화접목(移花接木)이라고 들어봤나? 바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거라네.”

“네. 꼭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또 생각 없이 질러버리고 말았지만, 노사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렇게 노사는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어린아이 주먹만 한 고무공을 꺼내 내게 던졌다.

“그 공을 양 손바닥 사이에 넣고, 떨어뜨리지 않고 손을 태극 모양으로 움직이면 되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도록 하지.”

노사는 그 말을 하고선 새로운 고무공을 꺼내 손바닥 사이에 넣고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무공과 손이 계속 맞닿아 있었다.

그러다가 손동작이 빨라지고, 손이 공과 접촉해 있지도 않았는데, 공이 노사의 가슴 높이에서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회전했다.

노사가 손을 뗀 이후에도 공은 한동안 회전을 하더니, 조금 있다가 땅에 떨어졌다.

“잘 봤는가?”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간단한 잔기술이네. 우선 이것부터 하도록 하게.”

“넵!!”

처음에는 손을 움직이는 것만 해도 공이 땅에 떨어졌다.

사흘 후에는 공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노사와 같은 묘기를 부리진 못했다.

그러다가 포스를 이용해 공을 회전시켜봤다.

공은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사흘이 된 후에 약 3cm 정도 공을 공중에 띄우고 한동안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허허~ 출람지재(出藍之才)라더니, 빙생어수한우수(氷生於水寒于水)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 이구나.”

노사가 어려운 한시를 내뱉자, 나는 손 들고 질문을 던졌다.

“저기 노사.”

“왜 그런가?”

“출람 뭐시기 그러니까 빙 뭐 있잖아요. 그거 무슨 뜻이에요?”

내 말에 노사는 깊은 한숨을 쉰 다음에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는 내 질문에 답해줬다.

“스승보다 제자가 더 뛰어나다는 말이란다. 그러니 유신이 너는 그 말대로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갈고 닦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칭찬이라는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아져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갔는데, 처음으로 훈련을 위해 훈련장에 기계가 들어왔다.

“노사 이게 뭔가요?”

내 질문에 노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테니스 볼머신인데 처음 보나?”

“아뇨···TV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게 왜 필요한지?”

“잘 보게.”

오늘도 역시 노사는 시범을 보였다.

볼머신에서 테니스 공이 발사됐고, 노사는 손놀림으로 날아오는 테니스 공을 조정해 새롭게 날아오는 테니스 공과 부딪히게 했다.

“알겠나?”

“이거 혹시···”

“그렇다네 이게 바로 이···”

“쿵X팬X2 실사판 리메이크 버젼에서 나왔던 포오에 마지막 그 기술 맞나요?”

노사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화접목이 애니메이션에 뒤처졌다는 게 화가 났다.

하지만, 유신을 생각하니 어떻게 또 이해가 갔다.

유신은 정기신 중에 신이 가장 부족하고, 어떤 식으로든 깨달음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네.”

“우와~ 대박~!!”

노사는 다시 한번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애가 어린 나이에 환골탈태했는지 말이다.

약간은 반쯤 포기했던 노사에 비해, 유신은 속으로 빙긋 웃었다.

내가 과장된 건 있지만, 노사의 입가가 씰룩 씰룩 자꾸 위로 올라갔다.

강문 선배의 말대로라면 노사는 자신을 띄워주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사를 띄워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내가 생각한 방법은 나를 완전 바닥으로 낮추는 거였다.

‘출람지재, 비록 제자일지라도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노사에게는 멍청해 보일 정도로 말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노사의 경계심을 지우고 많은 걸 배워서 꼭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내가 노사와 훈련을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기운들이 훈련장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야 다시 한번 붙어!!”

한 달 만에 쟌 아르칸시스와 이자벨 로메가 13기동 타격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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