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_환골탈태(1)
13기동 타격대의 훈련장 중앙에서 유신이 평소처럼 기본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세로 베기, 가로 베기, 찌르기를 각각 1천 번씩 진행한 유신은 현재의 자기 상태를 점검해 봤다.
아카데미에 다닐 때만 해도 기본기를 다 끝내고 나면 언제나 지쳤다.
하지만, 지금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모든 기본기를 끝냈다.
“체력은 이만하면 됐고.”
혼잣말을 한 유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고는 포스 호흡법을 운용했다.
포스는 유신의 몸속에서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돌더니, 점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포스 호흡법을 하던 유신이 몸속에 있는 탁기를 내뱉으며 포스 호흡법을 멈췄다.
“파~”
눈을 뜬 유신의 안광이 짧게 빛을 뿜어냈다.
유신은 훈련장이 망가지지 않게 신경을 쓰며, 포스 막, 검기, 포스 대검을 만들고 회수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유신이 나 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을 때, 훈련장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유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을 내뱉었다.
“허허~ 아침부터 열심히야.”
포스 대검을 휘두르던 유신은 포스 막을 일으키고, 경계 태세를 갖추며, 목소리가 들려온 것을 바라봤다.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노사가 뒷짐을 하고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신은 노사인 걸 확인하자, 포스를 지우고 착검했다.
“노사님!”
“노사님이라니!!”
나는 노사를 존칭해서 님을 붙였을 뿐인데, 반대로 노사는 버럭 화를 냈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우리 사이에 님은 너무 벽이 있는 것 같아.”
“네에?”
“이제부터 그냥 노사라고 부르도록 하게. 나도 자네를 유신이라고 부를 터이니.”
노사의 말에 나는 환희에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누가 감히 13명의 전설과 이렇게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
그게 바로 나다.
“네 알겠습니다. 노사.”
“허허~ 그래. 그런데 지금 뭘하고 있었나?”
나는 노사의 말에 뒷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노사는 무공의 대가로, 수십수백 가지의 무공을 알고 있는 전설적인 존재로 그 앞에서 검을 휘둘렀다는 게 그냥 알량한 재주로 보였을 것이다.
“그··· 간단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훈련이라··· 이렇게 부지런한 친구에게 내가 가만있을 수 없지.”
“네?”
“잘 보게나.”
노사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양 손바닥을 편 후, 손을 요리조리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노사가 춤을 추자 나는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분명 잘 보라고 했는데, 계속 이렇게 뻘줌하게 봐야 하나? 아니면 같이 춤을 춰야 하나?
나는 춤을 잘 추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설이 민망해하지 않게 노사와 함께 무반주 어깨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추다 보니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재미가 붙었다.
“얼쑤~”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흘끔 노사를 바라보니, 노사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신이 자네 뭐하나?”
“네?”
“왜 갑자기 춤을 추나?”
“헤헤~ 저도 모르게 흥겨워서···”
내 말에 노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춤추는 게 아니라네.”
“아···네. 죄송합니다.”
“휴~ 이번에는 정말 잘 지켜보게.”
“넵.”
나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노사는 아까 전과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을 잘 보도록 하게.”
“넵!!”
손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자, 손이 일정한 형태로 둥근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각기 손에서 하얀 기운과 검은 기운이 발산되더니, 태극의 문양을 만들었다.
태극 문양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회전하더니,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노사가 그 상태에서 양손을 번쩍 높게 들자, 태극이 공중으로 떠오른 다음, 훈련장을 덮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던 태극은 공중에서 반짝반짝 빛나다 산화되어 사라졌다.
솨라라락~
태극이 산화되는 모습이 너튜브에서 보던 아름다운 은하수와 닮아 있었다.
노사는 자신의 비장에 기술에 넋이 빠져버린 유신을 보며 아까 춤을 춘 것에 대해 용서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어떤가?”
“네. 네? 아··· 정말 아름답습니다.”
“허허~ 그렇지 이게 바로 내 최종오의 태극천하라네.”
“저···정말 최곱니다!!”
유신이 오두방정까지 떨며 자신의 기술을 칭찬하자, 노사의 기분은 더욱 올라갔다.
“한 번 배워 볼 텐가?”
“네??”
나는 노사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전설의 기술이고, 최강의 기술로 알고 있는 이 기술을 내게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했기 때문이다.
“저···정말 가르쳐 주실 건가요?”
“허허~ 나는 농을 하지 않네.”
“가···감사합니다!!”
유신은 노사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노사는 이때까지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때까지만···
***
노사가 훈련장 중앙에 서 있고, 그 앞에 유신이 무릎을 꿇고 앉아 노사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 그러면 우선 가장 기초가 되는 이론부터 알려주겠네.”
“네! 알겠습니다.”
“태극은 음과 양으로 나뉘고 이것은 빛과 어둠을 가리키네···(중략)··· 오행은 화수목금토로 화는···(중략)··· 그래서 음양오행이라하여 태극을 만들기 위해서는···(중략)···”
내가 아무리 신체를 단련했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동안 무릎 꿇고 이론 수업을 듣게 되자, 하체에 피가 통하지 않고 다리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설의 황금 같은 교육을 그냥 넘길 수 없기에 나는 남몰래 포스를 돌려 하체에 피가 돌게 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포스로 내 몸속에 있는 혈액을 움직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스란 무엇인가? 의지로 움직이는 게 바로 포스다.
‘돌아라. 돌아라. 돌아라.’
나는 포스가 내 의지로 피를 운반하는 상상을 했고, 어느 순간부터 포스가 피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피가 그렇게 빨리 돌 줄은 몰랐던 거다.
보통 몸속의 포스를 몸 안에서 한 바퀴 돌리는 시간은 5분 내외였다.
그런데 포스로 피를 움직이게 하니, 1분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에 포스가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속이 메슥거리면서,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포스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포스가 내 말을 듣지 않게 됐다.
여분의 포스로 멈추게 하려고 했지만, 여분의 포스가 튕겨 나갈 뿐이었다.
통제되지 않는 포스가 내 몸속에서 무한 질주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운은 내 피와 함께 돌고 있는 포스를 쫓아갔다.
포스와 따뜻한 기운이 만나자, 따뜻한 기운은 포스를 어루만졌다.
“윽.”
순간 포스가 따뜻한 기운에 반항했고, 반항하는 순간 내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포스는 기본적으로 내 안전을 최우선하기에 반항을 멈췄다.
반항을 멈춘 순간 따뜻한 기운이 포스를 아랫배에 위치한 단전으로 인도했다.
단전으로 포스가 들어간 순간, 몸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포스까지 단전으로 달려들었다.
[거부하지 말고, 모두 포용하거라.]
머릿속으로 노사의 목소리가 들렸고, 등을 통해 따뜻한 기운을 주입하던 사람이 노사인 걸 알게 됐다.
나는 노사의 말대로 포스를 단전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포스는 단전에 자리를 잡아갔다.
노사의 내공 일부가 포스와 함께 단전에 똬리를 틀자, 노사가 내공을 주입하던 손을 뗐다.
“휴~”
나는 위험한 상황이 끝났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단전에 있던 포스가 폭주를 일으켰다.
포스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며 다시 한번 사지 백해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포스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벽을 뚫는 소리가 들렸다.
쾅!
이동하던 포스가 뒷목 부분에서 튕겨 나가자, 지금까지와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정말 최악인 것은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잃지 않았다.
이게 다 포션 때문에 고통의 내성이 생겨서 그런 거다.
바드득!
내가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갈고 있을 때, 포스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는 뒷목을 두드렸다.
쾅! 쾅! 쾅!
포스가 세 번 연속 돌파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나는 눈을 감고 포스의 움직임을 관조하고 있었지만, 내가 지금 눈을 떴다면, 분명 검은자위는 보이지 않고, 흰자만 보였을 것이다.
그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빨리 포스가 뒷목을 뚫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갑자기 일점술이 생각났다.
분명 생각만 했다.
그런데, 포스가 스스로 일점술의 묘리를 활용해 뒷목의 막힌 부분을 공격했다.
콰앙~!!
귓가에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포스는 뒷목을 뚫고 그대로 정수리까지 뚫고 지나갔다.
분명 뇌가 곤죽이 됐을 것 같은데, 오히려 아픔보다는 시원한 감각이 들면서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렇게 정수리까지 뚫은 포스가 한동안 온몸을 사정없이 회전했다.
툭툭툭
심장부터 시작해서 손끝까지 온몸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한바탕 몸속에서 놀던 포스가 흥미를 잃었는지 단전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끝났다고 안도할 때, 포스가 단전을 순식간에 포화상태로 만들더니, 자리가 좁다고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포스가 단전에서 움찔거릴 때마다, 내 아랫배는 수백수천 마리의 개미가 물어뜯는 느낌이었다.
이놈의 고통을 끝내고 포스를 얌전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무의식적으로 단전에 있는 포스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압축 압축 압축 압축 압축
속으로 계속 되뇌며 압축을 했고, 압축이 되기 싫었던 포스는 다시 사지 백해로 뻗어나가고는 뼈와 근육에 조용히 흡수됐다.
그때 아랫배부터 시작해서 무언가 역겨운 것이 내 식도를 타고 올라왔고 나는 그대로 그 역겨운 것을 뱉어냈다.
“우엑~”
눈을 뜨고 내가 뱉어낸 것을 바라보니, 이건 피도 아니고, 끈적끈적한 검은 액체였다.
저걸 뱉어낸 이후로, 포스도 조용해졌고 아픔도 사라졌다.
“허허~ 축하하네.”
나는 노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그곳에는 노사가 인자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내가 노사에게 금과 옥 같은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래서 더욱 죄송한 감정이 들었다.
“죄···죄송합니다. 교육을 하던 중에 갑자기···”
“아니네. 내 자네 같은 인재는 처음이야.”
“네?”
노사가 지금 반어법을 사용해서 나를 돌려 까는 건가?
나는 제대로 사과를 하기 위해 급하게 일어났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몸이 너무나 가벼웠다.
그리고 평소에 바라보던 시각적 높이와 지금이 조금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러니까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다.
“어?”
“허허 왜 그런가?”
“아···아닙니다.”
“겸손해할 필요 없네. 키가 조금 커졌군.”
“네?”
스무 살이 넘은 이후로 키는 커진 적도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당연한 거 아닌가? 환골탈태를 통해 최상의 육체로 바뀌었으니 키가 조금 커질 수밖에.”
“네? 환골탈태요?”
육신과 뼈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환골탈태.
그 꿈의 경지에 내가 도달했다고?
“그렇다네 환골탈태. 겨우 정론 몇 가지 알려줬는데 뿐인데, 이렇게 성장하다니, 괜히 자네가 13기동 타격대에 뽑힌 게 아니었군. 내 제자로 삼고 싶을 정도로 욕심나는 인재였어.”
“아···”
나는 노사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노사는 내게 금과 옥 같은 강의를 해주셨다.
하지만, 몇 시간 교육을 듣다가 다리가 저려서 그걸 해결하려다 환골탈태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