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_수호 기사 부단장(1)
실드 차지
방패를 앞세워서 직선으로 돌진하는 단순하지만 유효한 기술이다.
파훼법은 실드 차지가 다가오는 방향을 예측하고, 미리 회피하는 방법과 방패를 부숴버릴 정도로 더 강한 힘으로 맞상대하는 방법이 있다.
손목이 저릴 정도로 급격하게 포스를 때려 넣어서 실드 차지와 맞부딪혔다.
콰앙!!
철호 선배의 실드 차지를 파훼하기에는 내 포스가 부족했나 보다.
나는 한참을 날아간 후, 수미터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췄다.
굴러서일까? 아니면 실드 차지의 반탄력 때문일까? 머리가 너무나 어지러웠다.
“아흐~”
“유신! 일어나라!”
“넵.”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앞을 바라봤는데, 철호 선배가 둘로 보였다.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고 나서야, 눈에 초점이 잡혔다.
그 일련의 행위를 하면서도 검에 포스를 계속 집어넣었고, 철호 선배는 내 판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떡이며, 방패를 앞으로 세웠다.
“좋은 선택이다. 그럼 다시 가겠다. 실드 차지!”
긴 잔상을 남기고 순식간에 내게 달려든 철호 선배를 보며 나는 인상을 구겼다.
아직 포스를 원하는 만큼 모으지 못했다.
나는 급하게 두 발에 포스를 뿜어내며 왼쪽으로 회피를 시도했다.
그때, 철호 선배의 실드 차지가 직각으로 꺾이며, 내게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실드 차지가 내 몸을 가격해서, 나뒹구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다.
포스 대검을 만들기에는 부족하고, 일점술을 쓰기에는 많은 양의 포스가 내 검에 모였다.
일반적인 검기로 철호 선배의 실드 차지를 상대할 수 없기에, 조금 과하지만, 일점술의 묘를 발휘해 찔러넣었다.
콰콰쾅!!
실드 차지가 방향을 바꿔서 위력이 떨어진 것인지, 일점술의 효과인지 포스를 이용해 검을 휘두를 때보다 더욱 큰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드디어 철호 선배의 실드 차지를 멈춰 세웠다.
“드디어! 막았다!!”
나는 기쁜 나머지 지금 대련 중이라는 것도 잊어먹고 방방 뛰었다.
파사삭
그때 들고 있던 검이 쿠X다스 과자처럼 잘게 부서졌다.
“어?”
내가 부서진 검을 빤히 바라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철호 선배가 카이드 실드를 등에 착용하며 내게 다가왔다.
“내 실드 차지를 막은 걸 축하한다.”
“그런데 이게 축하할 일일까요? 아무리 지급용 검이라고 해도 부서지고 말았어요.”
“그것도 그렇군. 공격을 막을 때마다 새로운 검을 꺼내는 것도 비효율적이야.”
새로운 검을 꺼낸다?
나는 철호 선배의 말에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철호 선배 1시간 뒤에 한 번 더 대련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 열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철호 선배가 다시 카이드 실드를 꺼내며 웃었다.
“난 지금이라도 상관없다.”
“아뇨. 딱 1시간만 기다려 주세요.”
“1시간? 좋다. 나는 잠시 쉬고 있겠다.”
철호 선배가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지급용 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검들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검을 다 집어넣은 후에 검을 하나씩 소환하고, 내려놓기는 반복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가만히 서서 아공간의 물건을 소환하기 위해 집중하면, 보통 2~3초 정도 걸렸다.
가장 빨리 소환했을 때가 1초라는 시간이었다.
1초라는 시간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전투 중에는 한없이 긴 시간이다.
“어쩔 수 없나? 일단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
나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번에는 움직이면서 아공간에 있는 검을 소환했다.
처음에는 5초, 그다음에는 4초··· 점점 시간은 줄어서 1.5초까지 줄였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챙그랑~
검을 꺼낸다는 생각과 함께 아공간에서 검을 집었지만, 이동하면서 검이 소환됐고, 간혹 1미터, 길게는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무기가 소환되기도 했다.
이건 내가 아무리 집중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무기를 소환하는데 1초,
포스를 집어넣어 공격 기술을 사용하는데 1초
아무리 빨라도 2초는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탕탕
그때, 언제 왔는지 철호 선배가 카이드 실드를 꺼내서는 두드렸다.
“한 시간 지났다. 유신! 원했던 대련 시간이다.”
그래. 선배들이 내게 했던 말이 있다.
‘유신이 넌 실전을 통해 성장하는 타입이야.’
틀린 말 하나 없다. 백날 생각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나는 몸으로 부딪쳐 보기로 다짐하며, 검을 철호 선배에게 겨냥했다.
“이번에는 봐주지 않겠다.”
“바라던 바입니다.”
“좋다. 그럼 가도록 하마.”
나는 철호 선배의 말에 마른침을 삼키면서, 포스 호흡법을 활용해 포스를 움직였다.
“이제부터는 봐주는 거 없이 제대로 가겠다. 당연히 우리의 전투 슈트는 입고 있겠지?”
전투 슈트? 그것도 우리의?
철호 선배는 유호 선배랑 다리우스 선배와는 다르게 날 방심시키고 공격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전투 슈트요?”
“그렇다. 대장이 준 전투 슈트 말이다.”
“받은 적이 없는데요?”
“무슨 소리야? 저번에 아공간에서 꺼내지 않았나?”
“예?”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아공간 마도구를 처음 받았을 때, 아공간에 있던 물건 중 제일 처음 꺼냈던 것이 검은색 타이즈 였다.
나는 아공간에서 검은색 타이즈를 꺼내 철호 선배에게 보여줬다.
“설마 이건가요?”
“맞다. 빨리 입도록.”
“아···”
당연하게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검은색 타이즈는 남자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겨우 이 얇은 게 전투 슈트라고?
“철호 선배 꼭 입어야 하나요?”
“날 위한 게 아니다. 유신이 널 위해서 입어야 한다.”
“이 얇은 게 그렇게 방어력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좋겠군.”
철호 선배는 내 손에 들려있는 타이즈를 건네받은 후 내 앞에 쫙 펼쳤다.
“포스를 담아서 한번 공격해봐라.”
“포스요? 그냥 맨 검에도 잘릴 것 같은데요?”
“빨리.”
나는 철호 선배의 재촉에 억지로 검에 포스를 집어넣어 검기를 일으킨 후, 검정 타이즈를 겨냥하고 휘둘렀다.
깡!
깡? 검기와 옷이 부딪혔는데 왜 청명한 소리가 들리지?
“어? 분명 검기를 사용했는데··· 아닌가?”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다시 한번 검에 포스를 집어넣고는 일점술을 사용했다.
까깡!
일점술로 검정 타이즈를 꿰뚫으려고 했지만, 내 검이 튕겨 나갔다.
내가 황당해하는 사이 철호 선배가 타이즈를 내게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이 옷은 현대 과학과 능력이 결합한 최고의 전투복이자, 마도구다.”
“네엑?!! 마도구요?”
나는 내 오른쪽 손목에 걸려있는 은색 팔찌와 왼손에 걸쳐져 있는 검정색 타이즈를 번갈아 바라봤다.
마법 도구만 해도 아무리 싼 게 억 단위인데, 마법 도구의 완성판이 마도구라고 했다.
이렇게 비싸고 구하기 힘든 물건을 손쉽게 선물하는 대장의 능력이 신기했다.
“이···이건 다시 돌려드려야겠네요.”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선배 말대로 이 타이즈가 마도구라고 하면, 저보다 다른 선배들이 착용하는 게 더 효용가치가 있으니까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철호 선배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넥밴드를 제쳐서 내가 들고 있는 검정색 타이즈와 같은 옷을 보여줬다.
“우리 모두 착용하고 있다.”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다.
아니 전부터 들었던 궁금증이었다.
대체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러고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비싼 물건을 손쉽게 나눠주는 걸까?
“선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두 개 물어봐도 된다.”
나는 철호 선배의 말에 선뜻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제가 소속된 13기동 타격대는 무슨 일을 하나요?”
“내가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군. 그럼 반대로 유신이 보기에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것 같나?”
“흠···”
내가 바라본 13기동 타격대는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먼치킨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정부에서 확실히 밀어준다는 소리인데···
“인류를 수호하는 비밀집단? 또는 비밀단체? 맞나요?”
“수호라···”
내 말에 철호 선배가 생각에 빠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허공을 바라봤다.
나는 철호 선배가 바라보는 허공에 무언가 있나? 라는 생각에 똑같은 방향의 허공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유신! 지금 뭐 하는 거냐?”
“선배가 바라보는 곳에 뭐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네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만 훈련을 재개하지. 빨리 입고 와라.”
“넵. 근데 하나 더 질문해도 될까요?”
“훈련 시간이 지체된다. 빨리해라.”
“왜 대장은 북한으로 가기 전에 이 전투 슈트를 안 주고, 임무가 다 끝난 다음에 주는 걸까요?”
“그건 대답해 줄 수 없다.”
무엇이든지 알려줄 것 같은 철호 선배가 의외로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네? 왜요?”
“대장의 마음을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 빨리 옷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내가 탈의실을 향해 달려갈 때 철호 선배에게서 의미심장한 말이 들렸다.
“속옷 하나 남기지 말고 다 벗고 입도록!”
순간 스텝이 꼬였지만, 애써 아닌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옷을 다 벗고 전투 슈트를 입자, 나에게는 약간 컸는지 전투 슈트가 헐렁했다.
그 상태에서 다른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전투 슈트가 빛을 뿜어내더니, 내 몸에 맞게 줄어들었다.
전투 슈트가 줄어들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착용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번에는 기필코 철호 선배를 당황(?) 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유신! 이제 준비됐나?”
“네. 끝났습니다.”
“그럼 가도록 하지.”
“넵.”
철호 선배가 카이드 실드를 꽉 쥐자, 나는 재빨리 포스를 검에 주입해서는 일점술을 준비했다.
“실드 차지!!”
평소에 몇 합을 겨루다가 실드 차지를 하던 철호 선배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실드 차지로 덮쳐왔다.
“일점술!”
나는 준비해둔 일점술로 철호 선배의 실드 차지를 무력화시켰다.
쾅!
파사삭
역시나 내 검은 잘게 쪼개졌고, 나는 일점술을 쏘아붙인 순간부터 소환에 집중했다.
1초.
검이 소환된 시간이다.
나는 새로운 검을 꽉 쥐고는 포스를 집어넣어 검기를 활용해 철호 선배의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역시나 철호 선배는 당연하다는 듯이 방패를 들어, 내 공격을 손쉽게 막았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쥐고 있던 카이드 실드를 왼손에 들고는 오른손 손목에 착용한 손방패를 내게 찔러넣었다.
회피하기에는 늦었다.
나는 철호 선배의 손방패가 내 복부를 향해 다가오자, 포스를 집중해서 다중 포스 막을 만들었다.
쾅!
“어?”
밀려날 줄은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평소처럼 나뒹굴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우 1m 정도 밀려났고, 아프기는 하지만 평소보다 버틸만 했다.
“우리가 착용한 전투 슈트는 오직 방어력에만 올인한 마도구다. 특히, 피격을 당할 부위에 5대력을 집중하면, 방금처럼 더욱 높은 방어력을 얻을 수 있다.”
“이···이건 정말 신세계입니다.”
“하지만 이건 방어구일 뿐이다. 너무 믿지는 말도록.”
“네에~”
나는 철호 선배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새로운 전투 슈트에 대해 기뻐하고 있을 때, 철호 선배가 급작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방금 아공간을 이용해서 검을 교체한 건가?”
“넵. 제 무기 스왑 속도 어떠세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조금 더 속도를 빨리해야 하겠군.”
“이게 최대 속도인 것 같아요.”
“아니. 유신이 네가 집중한다면 더 빨리할 수도 있다.”
철호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그렇지만, 전투에 관해서는 모두가 스페셜 리스트다.
그렇기 때문에 철호 선배가 빨리할 수 있다면 빨리할 수 있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가겠다.”
***
유신이 철호와 훈련을 하는 동안 프랑스의 전설 이자벨과 그의 제자 쟌이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검사이자, 수호 영웅 이자벨이 비행기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쟌이 자신의 바구니에 있는 쿠키를 다 먹은 후 이자벨을 바라봤다.
“단장님. 왜 세계평화 컨퍼런스가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장소가 바뀌었나요?”
“쟌, 단둘이 있을 때는 스승님으로 부르거라.”
“네 스승님. 그런데 정말 왜 바뀌었나요?”
“그건··· 허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장소를 바꾼 거란다.”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같은 사람을 보기 위해서지만, 내 경우에는 우리 수호기사단의 첫 번째 부단장이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란다.”
“그 말씀 하셨던 동양계 기사 말인가요?”
“그래. 이름은 박철호.”
이자벨은 자신의 이마를 덮은 보랏빛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과거를 떠올렸다.
쟌은 자신의 스승인 이자벨을 바라보고, 같은 여자가 봐도 저렇게 아름다운 자신의 스승을 걷어찬 박철호란 인물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