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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67화 (67/300)

67화_스카우트가 된 이유(3)

13기동 타격대의 내 첫 소감은 이곳에 있어도 되나? 였다.

그다음에는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도망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처음으로 날 인정해주고 무능력자가 아니라, 동료로서 그리고 후배로서 날 대우해준 사람들이 13기동 타격대의 대장과 선배들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이대로 말하면, 분명 여기에 있는 선배 중에서 몇 명은 날 놀릴 게 분명하기에 그냥 과거는 버리고 지금을 말하기로 했다.

“저는 13기동 타격대의 생활이 좋습니다. 아니 과분할 정도로 행복합니다.”

“너 변태냐?”

“네??”

‘아니! 강문 선배는 본인이 진지하게 물어봐서 내가 분위기 잡고 열심히 대답했는데, 변태라니!!’

“왜 틀려?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그렇게 맞았으면서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다니 이건 뭐 변태 맞잖아.”

“강문 선배! 논리가 왜 그렇게 돼요.”

강문 선배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모든 선배가 웃기 시작했다.

“그럼 뭐가 과분할 정도로 행복한데?”

그나마 강문 선배는 내게 질문을 던지면서 웃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주고 있었기에 나도 더는 화를 내지는 못하겠다.

“다요···”

“변태 맞네.”

“아니 그게 아니라 휴~ 그냥 선배들이 [노오력가]라는 무능력자인 절 무능력자가 아니라 한 명의 동료로 그리고 후배로 봐주는 게 너무 좋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이 말까지 하려니 솔직히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작게, 아주 작게 내뱉었다.

“강문 선배가 절 13기동 타격대에 왜? 스카웃했는지 아직도 모르지만, 이건 알고 있어요. 제가 여기 13기동 타격대에 들어와서 얼마나 강해졌는지···”

다른 말도 아니라 강해졌다는 표현을 선배들 앞에서 쓰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

이런 먼치킨인 선배들 앞에서 스스로가 강해졌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모를 거다.

이건 뭐 이제 막 네발로 기어가기 시작했는데, ‘저 이제 기어 다녀요.’ 라고 뛰어다니는 사람한테 자랑··· 아니 날아다니는 사람한테 자랑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우리한테 원하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아부하려고 햄버거도 사 오고 했잖아.”

역시 강문 선배는 예리하다.

“빨리 말해. 마음 바뀌기 전에.”

“제가 원하는 건···훈련입니다.”

“훈련?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을 텐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문 선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부족하다 느끼고 있습니다.”

“부족하다? 대체 그렇게 강해져서 뭐 하려고?”

“딱히 없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강해지려고 하는 건데?”

“가족을 지킨다. 몬스터와 싸워서 이긴다.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보다. 그저 강해져서 이 모든 걸 손쉽게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선배님들.”

말을 끝낸 나는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

한동안 13기동 타격대 컨테이너 사무실은 감자튀김 먹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막내 브로~ 부족해.”

“네. 아직 전 부족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브로~ 훈련을 시켜주려고 뇌물로 햄버거는 부족하다고, 더더더 오케이? 안 그래 유호?”

“맞아. 이런 배만 채우는 감자튀김 말고, 햄버거 개인당 100개 아니 너무 많나? 50개 정도씩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 와야지.”

“이런 먹을 것만 알고 있는 것들··· 유신. 나는 네가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을 만들 때부터 알아봤다. 남자의 그 열정과 네이밍 센스는 언제나 우리를 부족하게···”

라이언 선배의 말이 길어지자, 철호 선배가 손을 들어 라이언 선배의 입을 막았다.

“라이언!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유신! 너의 의지도 알겠다. 내가 아니 우리가 도와주도록 하지.”

다리우스, 유호, 라이언 선배에다가 철호 선배까지 말을 한 다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신무 선배를 바라봤다.

신무 선배는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자,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난 처음부터 도와주고 있었다.”

신무 선배의 말이 끝나자, 강문 선배가 지금까지 한 번씩 지었던 불길한 미소가 아니라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유신아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지?”

“네. 감사합니다. 강문 선배.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나는 일일이 선배들에게 12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자 강문 선배가 말을 이었다.

“유신아, 내가 널 스카웃 한 건···”

강문 선배가 갑자기 날 스카웃한 이유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강문 선배를 빤히 바라봤다.

“네 능력 때문이야.”

“제 능력이요?”

“그래 [노력가]도 아닌 [노오력가]라는 능력.”

“무능력 때문에 스카웃 했다고요?”

“그래. 네 능력은 가이아가 개입한 능력이야.”

그게 무슨 소리인가?

엉터리 능력, 무능력자, 남들과는 다르게 고생하는 능력이라고만 알고 있던 내 능력이 지구의 신 가이아가 개입한 능력이라고?

“네가 일반적인 [노력가]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네가 아무리 잘나고 20대 초반에 포스를 깨우쳤어도 널 스카웃 하지 않았을 거야. 노와 력가 사이에 오가 붙어있기 때문에 널 스카웃한 거지.”

“오라는 한 글자 때문에요? 대체 뭐가 다른데요?”

“가이아가 능력 이름에 장난을 쳤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가이아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거야.”

“···사랑이요?”

솔직히 강문 선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니. 대체 왜 가이아는 나를 사랑한다면서 무능력을 준 거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

“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가이아를 만나면 이해할 거야.”

“가···이아를요? 저 죽나요?”

“죽긴 왜 죽어. 강해져야지.”

“네 알겠습니다. 휴가도 반납하고 오늘부터 훈련에 돌입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소리로 대답했다.

***

현대식으로 잘 꾸며진 회의실 안에 동그란 회의 테이블과 함께 13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홀로그램 영사기가 빛을 뿜어내더니 다섯 개의 자리에서 사람이 솟구쳤다.

홀로그램 영사기를 통해 나타난 사람은 중국의 살아있는 전설 노사, 프랑스의 구세주 이자벨, 미국의 쌍두마차 리암과 벨라 남매, 호주의 거인 크리스였다.

아무리 홀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마왕에게서 지구를 구한 영웅 중 다섯 명이나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허허 다들 오랜만이군.”

노사가 웃으면서 다른 전설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고, 다른 빈자리의 홀로그램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쯧쯧 그렇게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을 거네. 다들 바쁘거든.”

노사의 말에 크리스는 같은 전설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호칭을 내뱉었다.

“할아범 그게 무슨 소리지?”

충분히 화를 낼만 한 상황에서도 노사는 웃으며 답변했다.

“자네만 모를 뿐이지. 그가 복귀했네.”

“설마 그 녀석이 지금 지구에 있다고?”

“그렇다네.”

“다른 녀석들은 그렇다고 쳐도 왜 지구에 있으면서 나타나지 않는 거지?”

“뭐··· 싫어서 나오지 않는 게 아닐까 싶네.”

“그저 얼굴이나 보여주는 게 그렇게 어렵다는 건가?”

“친목 도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 보더군.”

“제길!”

크리스가 화를 내는 상황에서 벨라가 노사의 말에 힌트를 얻고는 질문을 던졌다.

“노사 그게 무슨 소리죠?”

“뭐가 말인가?”

“더 중요한 거요. 그게 뭐죠?”

“요즘 우리 중국이 미국에게 무역으로 당한 게 많아서 말이야. 맨입으로는 조금 그렇군. 어떤가? 서로 조금씩 양보만 하면 되는데···”

벨라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거래를 받아들일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 이자벨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며, 표정을 굳혔다.

쾅!

“그만하시죠. 여긴 말 그대로 친목 도모로 만든 자리입니다. 국가간의 외교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허허~ 원래 친목 도모를 하면서 서로의 사업이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겠나?”

“아니요. 그리고 규칙이 막 만들어졌을 때 노사도 찬성하시지 않았습니까?”

“허허~ 그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알겠네. 외교는 이번 세계평화 컨퍼런스 때 진행하도록 하지.”

노사가 한발 물러나자, 그제야 이자벨이 표정을 풀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갑자기 모이자고 한 거죠?”

“이번 세계평화컨퍼런스를 한국 지부에서 진행하자고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네.”

“원래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한국이죠?”

“크리스만 빼고 모두 알다시피 무혁이 돌아온 건 알고 있을 테지. 그런데 무혁이 고국인 한국에 있네.”

“뇌신이 한국에 있다고요?”

뇌신

마왕과의 싸운 결사대는 총 300명이었고, 그중 287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뇌신은 287명에 속했고, 이름도 생김새도 밝혀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김무혁을 죽었다고 알려진 뇌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왜 나보다 더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나.”

“할아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떤가? 뇌신을 만날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 세계평화 컨퍼런스를 한국 지부에서 개최하는 데 다들 불만이 없지?”

“난 무조건 찬성이야. 할아범 진작에 이 말부터 했어야지. 뇌신이 오랜만에 지구에 돌아왔는데.”

크리스가 그 커다란 덩치로 방방 뛰며 찬성표를 던졌다.

“저도 찬성입니다.”

“벨라 자네는 찬성할 줄 알았지. 리암 자네는 어떤가?”

“드디어 지구 최강자를 가릴 때가 됐군요.”

“허허~ 젊은 게 좋군.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게 벨라.”

“걱정하지 마시죠.”

“전 반대입니다.”

모두가 찬성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이자벨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허허 왜 그런가?”

“세계평화 컨퍼런스까지 이제 3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한국으로 바꾸면 한국 지부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고, 싱가포르 지부에서 준비했던 것이 그냥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뭐야? 돈 문제 때문에 그래? 그건 내가 처리해주지.”

“허허~ 이자벨. 크리스가 처리해준다고 하는군.”

“아니요 그래도···”

이자벨이 계속 반대를 던지자, 노사는 한숨을 쉬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새로운 정보를 꺼낸다.

“내 자네들한테만 말하는 건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대원도 함께 복귀한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죠? 대부분이요?”

“그렇네. 대부분이네. 그리고 그 대부분 안에는 전 수호 기사 부단장도 있다네.”

노사가 ‘수호 기사 부단장’이라는 말을 꺼내자, 이자벨의 표정이 굳어지며, 입을 떼지 못했다.

“어떤가 이자벨 자네도 찬성인가?”

“······네.”

대답하는 이자벨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물기와 함께 먹먹함이 느껴졌다.

“뭐 다른 사람들은 원래 오지도 않으니 이번 세계평화 컨퍼런스는 만장일치로 한국에서 진행하는 걸로 알겠네. 벨라 어떻게 세계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3개월 뒤에는 홀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세.”

그 말을 남기고 제일 먼저 노사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노사를 시작으로 미국의 리암과 벨라 남매가 사라지고, 크리스는 다른 사람들이 말없이 사라지자 뒷머리를 긁적이며, 홀로그램을 껐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이자벨이었다.

이자벨은 노사가 말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한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

“유신!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철호 선배!”

“자 다시!!”

“넵!!”

유신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철호의 방패를 검면으로 막으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달려들며, 포스를 채찍으로 바꿔서 철호의 하단을 공격했다.

철호는 귀찮게 달라붙는 포스 채찍을 회피하려다가 그냥 방패를 더욱 꽉 잡으며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실드 차지!”

유신은 철호의 실드 차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에 살아남기 위해 검에 포스를 때려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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