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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64화 (64/300)

64화_북한에서 한국으로

유신은 지금까지 GPS 송수신기를 설치하기 위해 다른 선배들과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트롤 킹을 잡고 김무혁 대장에게 마도구를 선물 받은 이후로는 홀로 움직여 작전을 수행했다.

작전 중 유신의 주요 업무는 목표 지점까지 몬스터를 뚫고 움직여서 GPS 송수신기를 설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설치가 끝난 이후에는 강문 선배가 태블릿을 통해 유신에게 주변 몬스터를 지정해주고, 그 몬스터를 처리하면 끝난다.

띠띠띠 삐!

GPS 송수신기의 설치가 끝나자마자 유신의 태블릿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신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 넋두리를 내뱉었다.

“오늘은 또 어떤 몬스터지?”

[복귀]

평소와 다른 명령이다.

컨테이너 사무실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누군가에게 위험이 닥칠 일이 생겼다는 소리다.

이건 확실하다.

왜냐고?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읍~ 파~

나는 포스 호흡법으로 몸속의 포스에 시동을 걸었고, 최대한 빠르게 다리를 놀려 집합지로 향했다.

그렇게 유신이 급하게 움직이는 동안 유신의 유일한 마도구인 은색 팔찌가 아주 잠깐 빛을 뿜어냈다.

***

유신은 정말 본인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리고 집합지에 도착했을 때 유일하게 강문만이 자리에 있었다.

“어? 유신이 왔어?”

“다른 선배님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엥?”

“또 도깨비의 습격인가요? 아니면 아직 남은 마족이 있나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복귀 명령이 내려왔잖아요.”

내 진지한 말에 강문 선배가 깨달았는지 손뼉을 쳤다.

“아 그거. 이제 돌아가야지.”

“네? 돌아간다니 무슨 소리세요?”

“뭐긴 뭐야. 임무 끝났으니까 내려가야지. 대장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쉬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곧 오겠지.”

내 직감은 보기 좋게 틀렸다.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를 보면 강해지는 만큼 감도 좋아진다고 했는데, 난 아직 그렇게 감이 좋아지기까지는 많이 부족한가 보다.

“임무 끝났다는데 왜 싫어?”

“아뇨 그게 아니라, 이제 겨우 함경남도인데···”

“그래 유신이 네 말대로 이제 겨우 함경남도인데, 기동대랑 헌터들은 아직도 평양에 도착 못 하고, 황해북도에 진입했다고 하더라.”

“네? 황해북도요?”

“그래.”

선배들은 언제나 내게 말했다.

‘우리가 이동하는 속도가 늦은 건 네 훈련을 겸하고 있기에 느린 거라고.’

그런데,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침투조가 대부분의 몬스터를 쓸어버리고 올라가는 상황인데, 후속부대가 그렇게 늦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몬스터가 그렇게 많아요?”

“아니 우리가 가장 몬스터가 많은 곳으로 배치됐지.”

“그러면 왜 그렇게 늦은 거예요?”

“몬스터는 바퀴벌레야. 아무리 박멸했다고 해도 어딘가에 숨어서 또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지. 거기다가 북한 땅은 마계화가 약간이지만 진행되어서 정화하면서 올라오기에 늦을 거야.”

“그럼 정말 작전 종료인가요?”

“그래. 이제 진짜 돌아가야지.”

강문 선배의 확신에 찬 말에 방금까지 직감이 틀려서 다운됐던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솔직하게 말하면 1년간 선배들에게 맞으면서 교육을 받은 것보다, 여기에서 지내는 게 더욱 힘들었다.

아니 이제는 지긋지긋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우~”

“이 소식을 들으면 유신이 네가 방방 뛰며 기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무슨 한숨이야?”

“그게··· 이 땅 어딘가에는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들이 있다면, 지금도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하유신.”

“······”

강문 선배가 진지하게 나를 불렀고, 나는 강문 선배를 빤히 바라봤다.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 대원”

“···넵.”

“남을 생각하는 그 정신은 좋아. 하지만, 넌 최선을 다했고, 네가 없었다면, 그 마을 사람들도 구하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네가 그 마을 사람들을 만난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몬스터에게 죽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자, 강문 선배가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거면 충분해.”

“······”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선배···.”

“울지마 남자 놈이 우는 거 꼴 보기 싫어.”

조금 전까지 내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흐를 뻔했다.

그런데, 강문 선배의 마지막 멘트에 눈가를 촉촉하게 했던 수분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그만 청승 부리고 다른 사람들 올 때까지 쉬고 있어.”

“네에···”

“아니다. 그렇게 약한데 뭘 쉬냐? 포스 호흡을 하던지, 검술이라도 훈련해라.”

“···네.”

이가 갈렸지만, 이를 갈 수는 없었다.

여기서 혹여나 이를 갈거나 반항하는 기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강문 선배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아공간에 강문 선배를 넣어보려고 했던, 그날 나는 지옥을 봤었다.

또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기에 나는 한쪽으로 물러나 검술 기본기를 연마하기 위해 검을 뽑았다.

“열심히 해라~ 농땡이 피우지 말고.”

“···넵.”

이제 막 훈련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벌써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

나는 1년이 넘도록 선배들의 멘탈 공격을 당했고, 아직 멘탈이 많이 털리지만, 그래도 회복력 하나만큼은 빨라졌다.

나는 훈련을 하기 전에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다.

“강문 선배.”

“왜?”

“복귀는 어떻게 하나요?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데리러 오나요? 아니면 걸어서 복귀해요?”

“전부 아닌데?”

“그럼 어떻게요?”

“음. 너한테는 색다르고 신비할 거야.”

강문 선배의 아리송하게 대답했고, 다리우스 선배가 온 후에 그 재미에 대해서 알게 됐다.

***

13기동 타격대가 북한으로 떠나기 전까지 사용했던 훈련장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보통 기동대의 훈련장은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

개방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신청만 한다면 기동대원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게 훈련장이었다.

하지만, 13기동 타격대가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운 이 훈련장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에 오는 것 자체가 기동대 고위 간부들은 무서웠다.

그때,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던 곳에 마법진이 그려지면서 밝은 빛을 뿜어냈다.

콰콰쾅!

엄청난 소음과 함께 빛이 사라졌고, 그곳에 13기동 타격대의 전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욱~ 욱~”

“막내 브로~ 괜찮아.”

“네 괜찮··· 욱~”

유신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훈련장 구석에 비치되어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막내 브로~ 텔레포트가 처음인가?”

“처음일걸?”

“에이~ 강문 브로~ 설마.”

“마도구도 몰랐는데, 텔레포트를 어디 한 번이라도 해봤겠어?”

“그런가? 그러면 좀 안정적이게 마법진을 그릴걸.”

“됐어. 막내말고 누가 또···”

강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갑자기 무혁이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대장 브로까지? 아~ 그래서 북한 갈 때 대장이 비행기 타고 가자고 했구나.”

“다리우스 네 텔레포트가 좀 심하기 심했다.”

“그래. 아무리 내가 다리우스 네 편이라도 대장까지 멀미할 정도면 심하기는 했나 보다.”

강문과 유호가 다리우스를 타박할 때, 라이언이 열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화장실을 바라봤다.

“드디어 대장의 약점을 알게 됐군.”

라이언의 말에 강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면 이길 수 있고?”

“훗~ 그건 불가능하지.”

13기동 타격대의 인원들이 시답잖은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유신과 무혁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막내 브로~ 괜찮아?”

“헤헤 괜찮습니다.”

“처음이라서 그럴 거야. 자주 하면 익숙해져.”

“자주 하면요?”

“응 브로~”

“하하하.”

유신은 다리우스의 말에 가식적이면서 딱딱하게 웃으며, 다음에 또 텔레포트를 하게 되면 멀미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강문이 훈련장 한쪽에 예전처럼 컨테이너 사무실을 아공간에서 빼서 배치했다.

“본부 설치 완료! 대장~ 오랜만에 회식 어떠세요?”

“다음에 하도록 하지. 난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먹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뭐라고~ 알겠습니다.”

무혁이 몸을 돌려 훈련장을 나서려다가 유신을 바라봤다.

“하유신.”

“네. 대장님.”

“한동안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이번 임무를 통해 제가 부족한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거기다 절 위해 힘써 주신 대장님과 다른 선배들께서 더 고생하셨고, 정말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학의 정석이 있다면, 사회 생활의 정석도 있을 것이다.

유신은 사회 생활의 정석이자, 표본이 되는 답변으로 13기동 타격대의 김무혁 대장과 그 외 선배들을 몇 마디 말로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인해 유신에게 포상이 떨어졌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군.”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좋다. 일주일간 휴가를 줄 테니 푹 쉬고 와라.”

“네?”

“나는 이만 바빠서 먼저 가도록 하지.”

무혁이 훈련장을 떠나자, 유호와 다리우스가 유신에게 다가와 축하의 말을 건넸다.

“우리 막내 휴가도 받고 좋겠다.”

“막내 브로~ 이번에는 꼭 클럽 가~”

“······”

유호와 다리우스가 유신에게 다가와 휴가를 축하해줬지만, 유신은 생각에 빠졌다.

“브로~ 갑자기 왜 말이 없어?”

“저 그게 선배님.”

“응? 브로~ 왜?”

아랫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유신은 결심이 섰는지 조심히 질문을 던졌다.

“제 휴가···”

“응 브로 휴가~”

“그래 막내 휴가 일주일이잖아.”

“그러니까··· 제 휴가가 오늘부터 일주일인가요? 아니면 내일부터 시작인가요?”

유신의 질문에 13기동 타격대에서 가장 말 많고, 장난끼 넘치는 유호와 다리우스의 입이 닫혔다.

“휴~ 유신아.”

“네. 강문 선배.”

“내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할 테니까. 빨리 사라져!”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일주일 뒤에 뵙겠습니다.”

자신의 궁금증과 희망사항이 해결된 유신은 재빨리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미련 없이 훈련장을 떠났다.

“강문 브로~ 막내 브로 호구라고 했잖아.”

“맞아! 우리 막내 호구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니잖아.”

다리우스와 유호의 질문에 머리가 아파진 강문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유신이는 그냥 호구가 아니야. 선택적 호구야. 아오~ 머리야.”

***

일주일이라는 휴가를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정겨운 집으로 돌아가던 유신은 이제 막 기동대 본부에서 벗어날 때였다.

평소에는 맡으라고 해도 맡을 수 없었던 아주 정크하면서 패스트한 음식 냄새가 유신의 코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킁. 킁. 이···이건!”

유신이 냄새를 따라 이동한 곳에는 지하철역 앞에 있는 햄버거 가게였다.

고소해 보이는 빵에 튼실한 패티, 영양소를 생각한 채소가 들어간 햄버거와, 이제 막 튀긴 감자튀김 사진이 걸린 포스터를 보니 꿀꺽 침이 넘어갔다.

포스터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햄버거를 먹는 상상을 했다.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 물고, 그 상태에서 입안 가득 감자튀김을 욱여넣은 후에, 목이 멜 때 얼음이 가득 들어간 시원한 콜라를 들이켜면!!

지하철로 향하던 몸이 햄버거 가게로 선회하게 됐다.

“네. 어서···오세요. 뭘 드릴까요?”

점원은 흙먼지로 뒤덮인 내 꼴을 보고 살짝 당황한 것 같았지만,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서 무사히 안내 멘트를 끝냈다.

나는 오늘 이 가게에서 제대로 매상을 올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햄버거 세트로 종류별로 다 주세요.”

“네?”

“종류별로 다요.”

“아네. 알겠습니다. 손님. 그런데 드시고 가실 건가요? 아니면 포장하실 건가요?”

“어~? 먹고 갈게요.”

“네 잠시만요. 그런데 손님··· 계산은?”

내가 시킨 메뉴를 입력하던 점원이 계산을 물어봤다.

“당연히 카드죠. 잠시만요.”

나는 당당히 말하고는 지갑을 찾아봤지만, 내 몸 어디에도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카드 맞으신가요?”

“네? 네. 잠시만요. 정말 잠시만요.”

내가 카드를 찾는 동안 점원의 친절함 미소는 점점 굳어졌다.

“아 죄송해요. 잠시만요. 어디에 있지?”

그때 생각났다.

북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기 죄송한데, 외상 안 될까요?”

“네 죄송하지만, 외상은 안 됩니다.”

“아···”

당연히 외상이 안 될 걸 알고 물어봤지만, 거절당하자 나는 상처를 받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점원이 다시 한번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기 손님?”

“네?”

“잠시 비켜주시겠어요? 뒤에 기다리고 계시는 다른 손님들이 계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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