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61화 (61/300)

61화_패배 후의 훈련(2)

피해의식이라면 피해의식일 수도 있었다.

매번 맞으면서 교육을 받다 보니 내게 교육은 대련이었고, 대련은 두들겨 맞는 걸로 연결됐다.

나는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신무 선배가 데리고 간 공터에 섰다.

신무 선배가 등 뒤에 착용하고 있던 무기 중 검을 뽑았다.

검술 대련이라고 생각한 나도 검을 뽑으려고 하는데, 신무 선배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오러가 뭐라고 생각하지?”

“오러요?”

“한 번에 이해 못 했나?”

“아···아닙니다.”

나는 신무 선배의 질문에 재빠르게 오러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정리해서 말했다.

“절삭력과 파괴력의 결정체이자, 내공의 검강과 비견되는 게 오러입니다.”

“맞다. 그러면 유신이 네가 쓰는 오러는 어떻게 만들지?”

내가 만든 오러라?

“검을 매개체로 포스 막 위에 무지막지하게 포스를 쏟아붓고, 압축해서 만든 게 제 오러입니다.”

“그렇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오러 생성 방법일까?”

“네?”

올바른 오러 생성 방식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잘 봐라.”

신무 선배는 검을 내게 향하더니 순식간에 오러를 생성했다.

1초? 아니다. 손전등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정말 찰나에 생성됐다.

“네가 만든 오러와 내가 만든 오러의 차이점을 알겠나?”

“······”

솔직하게 말하면 모르겠다.

내가 만든 오러와 신무 선배의 오러 둘 다 검을 매개체로 하고 있으며, 새하얗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잘···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러를 만들어 봐라.”

나는 신무 선배의 말에 검을 뽑고는 집중했다.

포스막을 형성하고, 쏟아붓고, 압축하고··· 순식간에 만들어진 신무 선배의 오러와는 다르게 내 오러는 검 끝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검을 덮어갔다.

위이이잉

그렇게 내가 오러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4초였다.

하지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지하는 거였다.

내가 오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보통 10초 정도일 뿐이었다.

난 그 10초 동안 최대한 내 오러와 신무 선배의 오러를 비교했다.

‘대체 뭐가 다르지?’

나는 비질땀을 흘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오러를 유지하며 비교해봤지만, 다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아~ 하악”

“알겠나?”

“하악~ 하악~ 죄송합니다. 하악~ 모르겠습니다.”

“역시 보여준다고 다 아는 건 아니군.”

“헥헥~ 네?”

일 분 넘게 오러를 뿜어내던 신무 선배가 오러를 거두었다.

나와는 다르게 신무 선배는 지친 기색 없이 멀쩡한 신색이었다.

“자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오러였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나의 오러다.”

위이이잉

신무 선배의 검에서 순식간에 붉은빛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새하얀 색이 아닌 붉은 빛의 오러였다.

“포스라는 것은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고, 오러는 열망의 결정체다. 이 결정체를 얻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동반되어야 한다.”

“깨달음이요?”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깨달음이 신검합일의 경지다.”

“신검합일이요? 그 검과 하나가 된다는 그 경지요?”

“그렇다.”

신무 선배가 자신의 오러를 거두고는 등 뒤에 있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신검합일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타깝지만, 유신이 너의 재능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네? 그럼 전··· 불가능한가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는 안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이렇게 오러를 사용하면 되는 건가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적이요?”

“그렇다. 유신! 너와 내 오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색이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무 선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네 방법은 포스 소모가 너무 심각하다는 거다.”

“포스 소모요?”

“그래. 같은 포스라고 해도 나는 너에 10분의 1도 되지 않는 포스로 오러를 만들고 있다.”

신무 선배의 말대로 오러를 만든다면, 내 오러의 시간 제약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차이는 나는 검을 통해 오러를 발산하고, 너는 검 위에 오러를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압축을 하다 보면 검이 부서지던데요.”

“그래서 신검합일의 경지가 가장 최소의 깨달음이다.”

내 재능으로는 신검합일까지 올라갈 수 없다는 소리에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무 선배는 또 불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이해를 못 하고 있을 때 신무 선배가 다시 검을 뽑았다.

“유신이 너는 뜬구름 잡는 이론보다 직접 몸으로 겪는 게 더 빠르게 습득하더군. 지금부터 실전이라는 경험을 통해 신검합일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네 알겠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완벽한 오러를 만들기 위해, 대련이 시작됐다.

나는 시작과 동시에 신무 선배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검이 신무 선배의 얼굴을 꿰뚫을 것 같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신무 선배는 얼굴을 살짝 트는 것만으로 내 검을 피했다.

“그냥 무작정 휘두르지 말고, 검에 집중하고, 기운을 집어넣어라.”

“넵.”

잠시 뒤로 물러선 나는 검을 바라보며 포스를 검 자체에 넣기 시작했고, 검기가 피어올랐다.

“무작정 포스를 넣는 게 아니다. 네가 검기를 피우는 게 아니라, 검이 스스로 검기를 피어오르게 해야 한다.”

검이 스스로 검기를 피어올려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잠시 대련을 멈추고, 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집중했다.

쓰윽~ 퍽!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신무 선배의 손날치기에 뒷목을 가격당한 나는 두 눈이 풀리며 정신을 잃었다.

“대련 중에 누가 딴짓이냐?”

그렇다.

나 홀로 대련을 멈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평소에 선배들이 절대 내게 그런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다시 깨달았다.

***

작전 지역에 들어선 이후로 낮에는 최선두에서 길을 뚫고, 저녁에는 쉬거나, 홀로 수련을 했다.

그런 내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길을 뚫는 작업을 그대로 하지만, 해가 지면,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내게 교육을 해줬다.

그래서 오늘 내 교육 담당자는 유호 선배였다.

“그래 우리 막내, 무가 오러를 제대로 만들려면 뭘 해야 한다고 했어?”

“신검합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에이~ 다 개소리야~”

“네??”

검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검합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검을 사랑하는 유호 선배라면, 신검합일에 대한 힌트를 던져줄지 알았는데, 반대로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다.

이 말은 하루종일 신검합일에 대해 생각하고, 전전긍긍했던 나를 허무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유호 선배 그게 무슨 말이세요?”

“왜 굳이 검과 하나가 되려고 해? 그냥 검 그 자체를 사랑하고 내가 검이 되면 되지.”

“네?”

두들겨 맞다 보면 신검합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신무 선배의 말보다 더욱 아리송했다.

“유호 선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역시 강문 말대로 우리 막내는 이론에는 영 꽝이구나.”

내가 졸업한 아카데미에서 나는 역사상 첫 이론 만점자였다.

그런 내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어 그러니까··· 선배들의 말이 정답은 없고, 그냥 뜬구름 잡는 느낌이에요.”

“응 맞아!”

“에엑? 맞다니요?”

“잘 봐.”

수우우웅

유호 선배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보랏빛의 검강을 피어올렸다.

“검강과 오러는 사용하는 기운만 다를 뿐이지. 생성하는 방법은 같다고 보면 돼.”

“소···손에서 검강이 나온 거예요?”

“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기운을 모아서 뿜어낸다. 어때? 참 쉽지?”

그렇게 쉽다면 나도 진즉에 검강을 뿜어냈을 거다.

“손에서 검강이 나왔다는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색!”

“색이요?”

“무의 오러와 내 검강의 색이 어때?”

“신무 선배의 검강은 불꽃처럼 붉은색이었고, 유호 선배의 검강은 매혹적인 보라색이네요.”

“그래 바로 그거야!”

오러의 색이 다른 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 겉보기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진정한 검강과 오러는 발현하는 사람의 깨달음이 녹아있기 때문에 각자의 색을 띠고 있어.”

“각자의 색이요?”

“그래! 새하얀 오러는 그저 에너지를 모아서 만든 거뿐이야. 진정한 오러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막내도 색을 가진 오러를 피어올려야 해.”

색이라.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색은 무엇일까?

나는 그날 처음으로 대련이 없는 순수한 이론 수업을 들었다.

평소라면 육체가 편해서 좋아할 법도 했지만, 지금은 더욱 생각이 깊어졌다.

***

척 착 탁

벌써 세 번째로 GPS 송수신기를 설치하자, 처음과는 다르게 아주 빠르게 설치가 끝났다.

띠띠띠띠 삐~

GPS 송수신기에 전원을 켜자, 불빛이 들어오면서 작동을 시작했다.

“강문 선배. 끝났습니다.”

“그래?”

내 말에 강문 선배가 태블릿을 꺼내 GPS 송수신기의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주위에 분포되어 있는 몬스터를 분류하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같은 패턴을 보이는 강문 선배의 저 미소···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불안했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이 나오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쳐야 한다.

“유신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사랑합니다.”

“난 이름밖에 안 불렀다.”

“네 그러니까요. 강문 선배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여기서 뭘 더하면 진짜 죽어요.”

“아니야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어.”

“제발요···”

내 애원이 통했을까? 강문 선배가 태블릿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뭐.”

“감사합니다.”

“요즘 고생한 것 같아서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으렇게 임무를 하고 싶다니 선배로서 어떻게 너에 열정을 막을 수 있겠니.”

“네? 선배! 그게 아니라.”

“여기서 북서쪽으로 2km 정도 가면 몬스터들이 있을 거야. 오늘 중으로 다 처리하고 오면 돼. 그럼 수고해.”

강문 선배는 자신의 할 말만 하고선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강문 선배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강문 선배!! 그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답변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강문 선배에게 당했다.

“그래. 차라리 빨리 처리하고 복귀하자.”

이러나저러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든 나는 북서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2km는 일반 평지에서도 꽤 긴 거리다.

그런데 내가 가는 2km는 평지가 아니라 길이 없는 산길이었다.

나는 목적지를 향해 걸으면서 자꾸 방향이 틀어져 간이 GPS를 확인하며 걸어갔다.

나 홀로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부담감은 더욱 쌓여만 갔다.

후읍~ 파~

나는 쌓여만 가는 정신적 피로도를 날리기 위해, 포스 호흡법을 운용하며 걸었다.

처음에는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 줄 몰라 긴장된 채 걸었지만, 절반 이상 걸어와도 몬스터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떤 몬스터이길래 이렇게 영역이 큰 거지?”

GPS를 통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몬스터의 발걸음 소리가 나를 맞이해 줬다.

쿵쿵쿵

‘땅을 울리는 진동으로 보아 최소 중형 몬스터 이상이고··· 한 마리가 아니다.’

“크아아아앙~”

나무를 헤치고 다섯 마리의 트롤이 나타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