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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56화 (56/300)

56화_트윈 헤드 오우거(1)

‘우끼끼끼’는 원숭이의 울음소리고, 북한에는 원숭이가 없으니, 분명 몬스터인 레드 몽키의 울음소리다.

불안함을 느낀 나는 곧장 무장하기 위해 옷가지와 검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 짐이 있는 곳에는 이미 레드 몽키가 선점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레드 몽키가 아니었다.

거대한 크기에 원숭이 모습이 아닌, 고릴라의 외형인 레드 몽키였다.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저 모습의 레드 몽키를 이렇게 표현했다.

“레드 몽키 킹···”

레드 몽키 킹은 오우거와 비견되는 몬스터다.

내가 완벽한 무장에 만전인 상태에서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나는 지금 홀딱 벗고 있고, 무기는 레드 몽키 킹의 발밑에 있다.

거기다가 하루종일 쉬지 않고 전투를 이어오며 행군을 하다 보니 몸은 지쳐있고, 포스도 20프로 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다.

최소한 여기 오기 전에 포스 호흡법이라도 한 번 했다면, 아니 몸을 씻고 빨리 빨래하고 갔다면 레드 몽키 킹을 만나지는 않았을 거다.

쿵.쿵.쿵.쿵···

레드 몽키 킹이 고릴라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금까지 시원하게 느껴지던 호수 물이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몸에 한기가 들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레드 몽키 킹에게 죽고 말 거야.’

나는 두 눈을 부릅떠서 레드 몽키 킹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며 포스 호흡법을 하기 시작했다.

레드 몽키 킹과 싸우기 전에 아주 조금이라도 포스를 회복해야 한다.

“후읍! 파하아~”

포스를 회복하면서 몬스터 백과사전에 명시된 레드 몽키 킹의 특징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 특징으로는 미노타우로스만큼 힘이 쎄다.

두 번째는 내구력이 좋아서 5대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죽도 뚫을 수 없다.

세 번째는 레드 몽키들의 고유 특성인 투척술의 제구력이 좋다는 것이다.

원숭이답지 않게 생고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물이라고 했다.

물!

그렇다. 레드 몽키 킹이 내게 오지 못한 이유는 내가 지금 호수에 있기 때문이었다.

선배들이 나를 찾으러 올 수도 있지만, 그건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우선 포스 호흡법으로 소모된 포스를 보충하기로 했다.

“우끼 우끼 우끼끼.”

쿵! 쿵! 쿵!

내가 호수에서 나오지 않자, 레드 몽키 킹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화를 냈다.

‘그래 그렇게 화를 내도 난 지금 나갈 생각이 없어.’

그때 레드 몽키 킹이 호숫가 근처에 있는 어린아이 머리만 한 돌을 들어서는 내게 집어 던졌다.

풍덩!

다행인 것은 돌이 크게 빗나갔다.

그때 레드 몽키 킹의 세 번째 특징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투척 제구력이 좋다.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고유 특성이라고 명시된 것에 비해 레드 몽키 킹의 투척술은 별로였다.

풍덩! 풍덩! 풍덩!

레드 몽키 킹이 연달아 돌을 내게 던지는데, 점점 제구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때 한 돌이 내 머리를 향해 정확히 떨어졌다.

나는 포스 호흡을 멈추고는 주먹에 포스를 담아 힘껏 내질렀다.

쾅!

돌이 가루가 되어서 부서졌지만, 레드 몽키 킹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끼끼끼끽!”

드디어 내가 반응하자, 레드 몽키 킹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주위에 떨어져 있는 돌을 자신의 발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레드 몽키 킹의 경계가 살짝 허술해진 틈을 타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내가 있는 곳은 호수 한가운데였다.

도망을 가더라도 땅 위에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아니 혹시 모르니 시도라도 해보면 어떨까?

그러니까 수영을 할 때 포스로 물을 치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레드 몽키 킹이 식탁 높이만큼 쌓아놨던 돌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돌의 무게는 제각각인데, 레드 몽키 킹이 투척한 돌의 열 중 아홉은 내게 정확히 떨어졌다.

포스를 이용해 내게 떨어지는 돌을 쳐내기만 했는데, 호수에서 모은 포스를 벌써 거의 소모했다.

한동안 여기에 가만히 서서 돌을 쳐 낼만큼 포스는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때를 기다리다가 레드 몽키 킹이 열 중 하나의 실수를 하자 타이밍에 맞게 호수로 잠수했다.

그 상태에서 발바닥과 손바닥에 포스를 뿜어내며 호수 반대편으로 잠영(잠수 수영)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내 주위로 돌이 떨어졌다.

다행인 것은 물속이기에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반대편 호숫가에 가까워지자, 레드 몽키 킹의 투척이 멈췄다.

“하악 하아~”

수심이 얇아졌기에 더는 수영을 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레드 몽키 킹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욕지꺼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호숫가를 따라 레드 몽키 킹이 네 발로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레드 몽키 킹이 다가오는 호숫가의 반대편을 향해 땅을 박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망쳤다.

최소한 내 검만 회수하면 최악은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급박하게 도망을 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이런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도 선배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덜렁거리는 이런 꼴을 보이지 않아서 안도감이 들기는 했다.

호수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반대편 호숫가까지 가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단지,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질 뿐이었다.

저기 검이 보인다.

내 검은 레드 몽키 킹이 쌓아놨던 돌무더기 밑에 깔려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아껴왔던 포스를 주먹에 싣고는 돌무더기를 향해 그대로 내질렀다.

쾅~!

내 포스가 담긴 주먹에 돌무더기는 부서지고 무너졌다. 그렇게 나는 검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곧바로 검을 뽑아 든 나는 검에 포스를 실어서 지척까지 다가온 레드 몽키 킹을 향해 검기를 휘둘렀다.

서걱

내 검기가 레드 몽키 킹의 왼팔을 절반 정도 잘라냈다.

두 번째 특성이 내구력인데, 특성과는 다르게 너무 손쉽게 이루어진 일이라서 반대로 내가 더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나는 레드 몽키 킹에게 한 발 더 다가가며, 검기를 발산했다.

위이이잉~

처음에 했던 걱정과는 다르게 금방 레드 몽키 킹을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자, 레드 몽키 킹의 발악으로 전투는 길어졌다.

녀석은 내 검기에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피를 많이 흘린 레드 몽키 킹의 동작이 점점 느려졌다.

나는 녀석의 손톱을 피한 후, 기회를 포착하고 검기를 일점술로 바꿔서 녀석의 미간을 꿰뚫었다.

털썩

그렇게 다량의 피를 흘리고도 죽지 않던 레드 몽키 킹이 머리에 구멍이 뚫리자,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나마 손쉬운 전투였다고는 하지만, 전투라는 건 언제나 피로를 동반한다.

나는 또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전투로 인해 먼지로 뒤덮인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아까 빨래를 한 게 무색하게도 나는 거지꼴이 되었고, 이대로 돌아가면 선배들의 시선도 무서웠다.

나는 급하게 호수로 들어가 대충 옷과 몸을 닦아내고는 야영지를 향해 뛰어갔다.

옷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던 물이 마르기도 전에 야영지로 도착한 나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선배들은 나 빼고 이미 식사를 끝냈고, 이제는 쉬기 위해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너는 왜 이렇게 오래 씻냐? 빨리 밥 먹고 자.”

“막내 브로~ 빨리 자~ 그래야 내일 우리 (듀)라한이랑 또 대련하지. 크크크”

강문 선배와 다리우스 선배 그리고 다른 선배들에게 내가 있었던 일을 설명해봤자, 놀리거나 10분 전투만 운운할 게 뻔했다.

나는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투 식량의 발열 끈을 잡아당겼다.

***

오크들은 무리 생활을 하고, 매번 사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한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주식은 육류였고, 특별한 요리 문화가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큼직한 어금니를 사용해 생으로 고기 뜯는 것을 즐겼다.

오크들이 식량으로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동족을 포함해 동물이든, 몬스터든 구분을 짓지 않았다.

동물이야 대부분 독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몬스터들은 요리를 하든 하지 않든 약간의 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크들은 약간이기는 하지만 독에 대한 내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북한의 한 지역에 있던 오크 무리가 소수로 움직이는 고블린 무리를 발견하고 이제 막 사냥을 끝냈다.

오크들은 전사의 의식인 고블린의 살점을 자신들의 큼직한 어금니로 한 입 뜯어 먹을 때였다.

부스럭부스럭

약간의 소음과 함께 풀숲이 움직이자, 전사의 의식을 치르려고 했던 오크들이 고블린을 내려놓고는 각자의 무기를 챙겼다.

그때 풀숲이 갈라지며, 피로에 절은 유신이 오크들 앞에 나타났다.

“취이익 취이이익!”

오크들은 오 년이라는 짧은 생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인간)을 보고 경계심을 피어올렸다.

유신은 오크들이 경계하던 말던 주위를 둘러봤다.

고블린들이 죽어있고, 오크들이 베어 먹었는지 살점이 조금씩 없었다.

거기다가 오크들의 입가에 고블린의 피로 추정되는 게 묻어 있었다.

“아~ 미안 식사 중이었어? 그럼 갈게.”

유신은 오크들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가긴 어딜 가? 빨리 끝내.”

풀숲에서 강문이 나와 유신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았다.

“강문 선배 그래도 식사할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요?”

“개는 물어서 안 건들고.”

“오크는 개보다 더하잖아요.”

“그렇다고 네가 물릴 놈이야? 시간 지나간다.”

“에휴~ 알았어요.”

오크들은 오크 인생치고는 그나마 좀 살았다는(오 년) 자신들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대화하는 식량들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

“취익 취이익!!”

가장 기분이 나빠진 대장 오크의 신호에 오크들이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열 마리도 안 되는 오크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무심히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탄검기가 쉽게 쏘아졌고, 단 일검에 모든 오크의 상, 하체가 따로 나누어졌다.

“강문 선배 끝났습니다.”

유신의 무심한듯한 모습에 강문이 기가 찬 듯 혀를 찼다.

“쯧쯧쯧 오크 따위한테 탄검기씩이나 쓰는 거야?”

“빨리 끝나잖아요.”

“너 며칠 전이랑 다르게 포스를 안 아낀다?”

“괜찮아요. 움직이면서도 상시 포스 호흡법으로 숨 쉬고 있거든요.”

강문은 유신의 무식한 말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안 힘드냐?”

“적응되니까 괜찮아요. 강문 선배 저기에 GPS 설치하면 돼죠?”

“그래. 저기가 목표 지점이다.”

유신은 강문의 허락이 떨어지자, 등에 메고 있던 배낭을 열어서 GPS 송수신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열흘간 유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몬스터와 싸웠고, 근처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그리고 기동대가 따라오기 편하게 GPS 송수신기를 설치했다.

띠.띠.띠.띠 삐~

GPS 송수신기의 설치가 끝나자, 강문 선배가 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어디 보자. 이 근처에는 뭐가 있나? 1km 근방에 작은 오크 마을이 있고, 고블린이랑···어?!”

“왜요 강문 선배?”

갑자기 강문 선배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유신아.”

“······”

“어허 하늘 같은 선배가 말하는데 대답해야지.”

“···네.”

“네가 이놈만 잡으면 특훈 종료인데 해볼래?”

솔직하게 말하면, 강문 선배의 말에 흔들렸다. 하지만 저 미소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은 굳건해졌다.

“괜찮습니다.”

“정말?”

“···네.”

“진짜지? 알았어. 이놈 잡으러 갈 때까지 좀 쉬고 그러라고 하려고 했는데···”

“······해보겠습니다.”

이건 절대 강문 선배가 잠시라도 쉴 수 있다고 말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래 특훈 종료다.

지금 나도 많이 지쳤고, 예민하다. 빨리 이 훈련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강문 선배 그런데 제가 뭘 잡아야 하나요?”

“트윈 헤드 오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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