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55화 (55/300)

55화_듀라한(2)

대결이 끝난 후 나는 듀라한의 머리와 박치기한 내 이마를 문질렀다.

늦게나마 포스 막을 운영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며, 지금 다리우스 선배 옆에서 걷고 있는 듀라한이 한 마리가 아니라 나까지 해서 두 마리가 될 뻔했다.

“아오오~”

아직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무리 그래도 단 한 방에 기절할 줄은 몰랐다.

최근에 기절한 적이 없어서 기절이라는 특수 효과를 간과했나 보다.

나는 다리우스 선배 옆에서 걷는 듀라한을 몰래 쏘아보며 대결을 생각했다.

검기는 그저 듀라한의 검을 막기 위해서만 사용됐고, 탄검기는 듀라한에 머리에 손쉽게 막혔다.

일점술은 듀라한을 뚫지 못했고, 자칭 필살기인 블레이드 샷까지 막히니, 어떻게 이겨야 할지 고민만 깊어졌다.

그나마 듀라한을 뒤로 물러나게 했던 기술은 포스 대검이었다.

무지막지한 기술인 것은 나도 알고 있지만, 연속으로 사용하기에는 포스 부담이 심했다.

“유신아 뭐하냐? 몬스터 나타났다?”

“네?”

어떻게 하면 듀라한을 이길까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강문 선배의 말에 전방을 바라봤다.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콧김을 뿜어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문 선배 제가 듀라한이란 대결하면서 포스 소비가 심해서요.”

“엄살 피우지 말고, 빨리 앞에 나서.”

“···네···.”

기절한 상태에서 나를 깨우기 위해 다리우스 선배의 일렉트릭 쇼크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나는 미노타우로스와 대치했다.

강문 선배가 특훈이라고 했을 때, 힘들더라도 좀 멋진 훈련일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내 예상은 빗나갔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행군할 때는 내가 모든 몬스터를 도맡아서 처치해야 했다.

뭐 이거야. 저번에도 했기에 그나마 할만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음머어어~”

미노타우로스가 뒷발을 굴리며 돌진할 준비를 했다.

나는 저 미노타우로스를 10분 안에 잡아야 한다.

미노타우로스뿐만이 아니라 어떤 몬스터든 무조건 10분 안에 잡아야 했다.

오크 한 마리도 10분 안에, 오크 백 마리도 10분 안이라는, 10분의 공평설을 강문 선배가 주창했다.

“크흥~ 크흥~”

드디어 미노타우로스가 발 구르기를 끝내고 머리를 앞세워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돌진했다.

나는 포스 대검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의 뿔과 부딪혔다.

콰앙!

미노타우로스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라이언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역시 포스 대검은 크기만 컸지, 날카로움이 없다.

“!!!”

깨달음은 갑자기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포스 대검을 더욱 응축시켜서 날카롭게 다듬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나는 미노타우로스와의 공방을 이어나가는 한편 포스 대검을 다듬었다.

우선 포스 대검에 흐르는 포스를 응축시켰다.

우우우웅

피시식~

전투 중이라서 그런지 응축을 시키려고 했던 포스 대검이 응축되지 않고, 그저 새어 나갈 뿐이었다.

이미 분출이 된 포스가 내 뜻대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서 포스 대검에 일점술의 묘리가 담긴 포스를 흘러 넣었다.

대량의 포스가 들어간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일점술의 포스와 포스 대검의 포스는 내 포스이면서 서로 앙숙인 것처럼 서로 잡아먹으며 싸우기 시작했다.

포스 운영에 정신이 팔려서 미노타우로스를 간과했다.

미노타우로스가 들고 있던 몽둥이가 내 머리를 노렸다.

쿵!

간발의 차이로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피했다.

아무리 실전을 통해 발전한다고 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더는 실험 정신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발전, 새로운 기술을 위해서는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미노타우로스의 두꺼운 팔뚝을 밟아 높게 점프했다.

검에 남아 있는 포스의 힘을 믿으며, 미노타우로스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쑤욱!

검은 손쉽게 미노타우로스의 가죽을 꿰뚫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갑자기 이질적인 검이 자신의 몸에 들어오자, 두꺼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무릎을 꿇었다.

“음ㅁ······”

내 검이 미노타우로스의 성대를 손상 시켰는지, 놈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연신 피를 토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지만,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미노타우로스에게 꽂혀 있는 검을 순식간에 뽑아내고는 몸을 회전해서 일격에 머리를 잘라냈다.

털썩

미노타우로스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고, 내가 낸 상처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나는 미노타우로스의 피로 젖었다.

“10분 25초”

“네?”

“실험 정신은 좋은데, 그 실험만 안 했으면 진즉에 끝낼 수 있었어. 25초 초과다. 규칙 알지?”

“아니 강문 선배 잠시만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강문 선배를 붙잡으려고 했는데, 듀라한이 내 앞길을 막았다.

강문 선배는 나와 일정 거리를 뒀고, 듀라한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규칙은 규칙. 자! 유신아 복수의 시간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듀라한은 처음부터 내게 전력으로 검과 머리를 휘둘렀다.

“복수가 아니라, 제가 먼저 죽을 것 같아요!!”

유신은 앓는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착실하게 듀라한의 검격을 받아갔다.

그렇게 듀라한과 재대결로 인해 유신이 정신없는 상황에서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유신의 대결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호 브로~ 방금 유신 브로가 뭘 하려고 했던 거야?”

“응? 뭐가?”

“아니. 갑자기 검에서 포스가 그냥 풀풀 빠져나가던데?”

“아~ 그건 나도 모르지. 강문이 너는 뭔지 알겠어?”

“포스 안에 새로운 포스를 집어넣더군.”

“?? 왜 그런 무식한 짓을? 무~ 너는 알겠어.”

“···날 그렇게 부르지 말아라.”

“무는 참 부끄럼쟁이야.”

신무는 유호의 말에 자신의 손이 무기를 잡으려고 하는 걸 최대한의 인내심을 부려서 참았다.

“무~ 다음부터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도 돼.”

“······방법은 잘못됐지만, 포스 대검을 날카롭게 다듬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유신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우리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건 인정인데, 상상력이 부족해? 그러면 유신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은? 저 나이에 저런 기술을 짧은 시간에 만든다는 건 쉬운 게 아니잖아.”

“그래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거다. 스···아니 블레이드 샷은 오직 폭발만 하기 때문이다.”

“으흠···”

이해하지 못한 유호가 자신의 애검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무는 검밖에 모르는 유호를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휴~”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원소력이 아닌 이상 포스가 폭발하게 되면,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포스는 폭발하는 순간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간다. 포스는 폭발보다는 포스 그 자체의 기운을 사용하는 게 가장 효용성이 높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무~ 이해가 안 돼. 유신의 스카이 블루 블레이드 샷이 저번에는 몬스터들을 마구 학살했잖아.”

“지구에 있는 일반 몬스터들에게는 폭발하는 포스에 큰 파괴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이 일반 몬스터는 아니니 다른 형식으로 포스를 운용하는 게 더 좋을 거다.”

“뭐야 간단히 말해서. 지구의 몬스터들한테만 통한다는 거야?”

“그렇다.”

“그냥 전반적으로 힘이 달린다는 거잖아. 무는 왜 어렵게 말하는 거야?”

신무는 유호의 말에 십팔반병기를 움켜잡으려는 손을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았다.

쿠다다탕~

유호의 의문이 해결되고, 신무가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을 때, 유신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유신은 듀라한의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재빨리 일어났지만, 듀라한의 공격이 더 빨랐다.

쿵!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를 휘둘러 유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유신은 머리 쪽에 포스 막을 두껍게 만들었지만, 듀라한의 머리 공격에 충격을 받고, 눈의 흰자위를 뒤집어 까며 기절했다.

“크어어엉”

듀라한은 자신의 승리에 함성을 질렀고, 강문은 어깨를 으쓱이며 유신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1분은 더 싸웠네. 다리우스.”

강문이 다리우스를 부르며 바라보자, 다리우스가 듀라한을 뒤로 물러나게 하며, 캐스팅한 마법을 유신에게 발사했다.

“알았어 브로~ 일렉트릭 쇼크”

손가락만 한 전기 마법이 유신에게 쏘아졌다.

기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신은 전기 마법에 감전이 돼서 부들부들 떨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흐~ 대체 절 뭘로 깨우시는 거예요? 일어날 때마다 온몸이 다 쩌릿쩌릿해요.”

“막내 브로~ 차차 적응될 거야.”

“후~ 이번에도 졌네요.”

“처음에는 다 그런 거야. 막내 브로~ 너무 연연하지 마.”

“······”

다리우스는 의기소침해진 유신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어깨를 두드렸다.

“나도 처음에 듀라한이랑 싸울 때 고생했어.”

“···다리우스 선배님도 저처럼요?”

“에이~ 그건 아니다 브로~ 난 듀라한이 꽤 단단해서 주먹으로 머리를 깨는 게 오래 걸렸어. 막내 브로도 언젠가는 나처럼 그렇게 될 거야.”

“······네.”

유신은 다리우스에게서 자괴감에 빠질 수 있는 위로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형의 선두에 선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선배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유신이 출발했다.

갑자기 달라진 유신의 모습에 다리우스가 어깨를 으쓱일 때, 강문이 다리우스를 지나치며 말했다.

“네가 너무 했다.”

“왓?”

다리우스가 자신이 행동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할 때 유호가 지나치며 말했다.

“다리우스 정말 너무 했네.”

그걸 시작으로 신무, 철호, 라이언이 다리우스를 스쳐 가며 한마디씩 한다.

“잔인하군.”

“괜찮다. 유신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누가 흑마법사 아닐까 봐. 말도 시꺼멓게 하네.”

“왓더?”

다리우스가 어리둥절해하자 김무혁 대장이 정리를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다리우스 넌 나만큼 강해질 수 있나?”

“대장 브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방금 유신도 같은 심정이었을 거다.”

김무혁 대장의 말에 다리우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뒤늦게 유신을 쫓아갔다.

“막내 브로~ 헤이! 같이 가~”

***

어스름한 해질녘

평야 한가운데서 스무 마리 정도 되는 놀 무리의 시체가 있고, 그 중앙에 몬스터의 피로 온몸이 젖은 유신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먼지 하나 묻지 않는 깨끗한 몸으로 유신의 전투를 바라만 봤다.

정말 바라만 봤다.

“허억 허억~”

유신은 오늘 하루 동안 총 5번의 몬스터들과 조우했다.

미노타우로스를 시작으로 트롤을 물리치며 앞으로 전진했고, 고블린 무리, 그레이트 울프 무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시체가 된 놀 무리와 싸우며 전진했다.

대부분 10분 안에 몬스터를 퇴치할 수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실수로 25초 늦었지만, 그레이트 울프의 경우에는 놈들의 경계심과 눈치를 보고 도망치는 바람에 10분이 넘어 버렸다.

듀라한과의 3차 대결은 역시나 내 기절로 끝났다.

그런데 다른 건 어떻게 넘어가겠는데, 듀라한 이놈이 꼭 막타를 자신의 머리로 내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로 인해 아직도 머리가 멍하고, 지끈지끈 아팠다.

정수리를 만져보니 완벽한 내 두상에 혹이 볼록 솟아나 있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듀라한을 째려볼 때였다.

“오늘은 여기서 쉰다.”

김무혁 대장의 휴식이라는 소리에 듀라한과의 원한을 잠시 접어두고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이제 곧 쉴 수 있다.

내 예상대로 강문 선배가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사무실을 꺼내는 것을 시작으로 야영(?) 준비가 진행됐다.

나는 빨리 편안한(?)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가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힘차게 저녁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강문 선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설마 본부에 들어가려고?”

“왜요, 선배? 안되나요?”

“그 꼴로?”

강문 선배의 말에 내 몸을 훑어봤다.

몬스터의 피와 땀으로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그 위로 먼지까지 뒤집어썼다.

“유신아 씻고 와라.”

“네? 어디서요?”

“저기 왼쪽으로 한 500m가면 호숫가가 있을 거야?”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다 들려.”

많이 미심쩍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봐온 강문 선배는 오감이 예민하고, 장난을 칠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강문 선배 정말 피곤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그냥···”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청소는 막내가.”

“···네.”

이러나저러나 청소는 내가 해야 했다.

나는 강문 선배가 알려준 호숫가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

강문 선배가 알려준 곳에는 저수지 크기의 호수가 있었다.

나는 앞뒤 생각도 하지 않고 옷을 입은 채 호수로 들어갔다.

달빛에 비친 차가운 호수의 물이 전투로 인해 뜨겁게 달궈진 내 몸을 식혀주었다.

내 주위의 물이 몬스터의 피로 순식간에 더러워졌고, 나는 다시 물가로 나와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은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서 몬스터의 피와 먼지로 더러워진 옷을 빨았다.

그렇게 모든 빨래를 끝내고 그 상태 그대로 다시 호수로 들어가 밤 호수의 차가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우끼끼끽”

익숙하면서도 불안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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