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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48화 (48/300)

48화_뇌신(2)

강문 선배의 말은 허무맹랑했다.

인간이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정말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김무혁 대장이 신이 된다면, 단 하나의 신이 떠올랐다.

“뇌신······”

강문은 유신의 눈빛이 몽환적으로 변한 걸 보고 과거를 떠올렸다.

자신도 김무혁 대장을 처음 봤을 때 분명 저 눈빛이었을 것이다.

“뇌신이라? 맞아. 우리 대장은 수많은 별명 중 하나가 뇌신이거든. 어때 대장의 능력을 보니?”

“······싶습니다.”

“응? 뭐가?”

나는 지금 그 어떤 때보다 갈망했다.

영상으로 본 영웅들의 전투는 획기적이었고, 13기동 타격대 선배들의 전투는 전율적이었다.

대장의 전투는 경배할 정도다. 그리고···

우르릉 콰쾅!

김무혁 대장의 천둥소리와 함께 드디어 유신이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다짐을 외쳤다.

“지금부터 제 목표는 대장입니다.”

유신의 외침에 주위에 있던 13기동 타격대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영웅과 신화적인 인물을 봐왔다. 하지만 대장 같은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김무혁 대장뿐이었다.

대장은 천재 중의 천재였고, 최고의 능력을 타고났으며, 언제나 쉼 없이 노력하는 [노력가] 였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나 가장 위험한 곳에서 선두에 서는 존재가 대장이었다.

그래서, 13기동 타격대는 유신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천둥번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침묵 아닌 침묵을 깬 것은 철호의 호쾌한 웃음소리였다.

“크하하핫 멋지군! 사내라면 당연히 그 정도 목표와 패기는 있어야지.”

철호 선배 다음에는 유호 선배와 다리우스 선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들렸다.

“우리 막내 목표가 하늘이라니 참~”

“막내 브로~ 괜찮겠어?”

선배들의 말을 듣고 나니,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내가 잡은 목표가 허황됐다.

[노오력가]라는 무능력자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분에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 목표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좋아. 좋아. 유신이 어디 잘 해봐. 지금 저렇게 날뛰고 있는 대장처럼 우리가 강하게 만들어 줄게. 이제부터 계속 훈련이다!”

분명 강문 선배는 내가 대장처럼 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활기차게 ‘훈련’이라고 말하는 게, 내 굳건한 결심을 흔들리게 했다.

‘역시 그냥 포기할까?’

굳건한 의지가 잠깐 흔들리는 동안 김무혁 대장의 뇌전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대지에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몬스터 군단이 있던 곳에는 몬스터의 형체였던 것들이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렸다.

그렇게, 대부분의 몬스터가 전멸했고, 후위에 있던 몇몇 몬스터만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북쪽으로 도망쳤다.

콰르릉~!

하늘에 떠 있던 대장이 도망가는 몬스터를 내버려 두고, 길게 뇌성을 울리며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나는 고생한 대장을 위해 물통이라도 건네줄 요량으로 뛰어가려는데, 신무 선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왜요 선배?”

“······”

역시나 오늘도 신무 선배는 말이 없다.

나는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신무 선배 눈앞에서 흔들었다.

“고생한 대장님께 물이라도 갖다주려고요.”

나의 이 충성심에도 신무 선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켜주지 않았다.

“···위험하다.”

“네? 뭐가요?”

“···잘 봐둬라.”

번쩍

대장이 순식간에 이동하고, 대장이 있던 자리에 검은 불꽃이 꽂혔다.

“이런이런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피하셨네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람이 언제 나타났는지 하늘 위에 둥둥 떠서는 13기동 타격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똑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는 않지.”

“역시역시 대단하시군요. 평소라면 제가 이만 물러나겠지만, 오늘은 제가 여러분에게 용무가 생겨서 쉽게 물러날 수 없겠네요.”

아람의 말에 무혁이 코웃음을 쳤다.

“흥~ 그 말은 강자가 약자한테 하는 말이지.”

“역시 인간은 분수를 모르는군요. 좋습니다. 저와 내기하시겠습니까?”

“도깨비와 내기라? 어떤 내기를 하자는 거지?”

“저와 일대일 승부하는 겁니다. 제가 이기면 하람 도깨비가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우리가 이기면?”

“북한에 있는 마족의 아지트를 알려드리죠.”

아람의 말에 무혁이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직접 마족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이런이런 제가 그렇게 믿음이 안 가나 보네요.”

“도깨비의 약속은 장난 때문에 무너지지.”

“그렇다면 직접은 어렵고, 간접적으로 해드리죠.”

“······”

“싫다면 이만 가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알려주는 걸 약조해라.”

“좋습니다. 도깨비 아람의 이름과 방망이를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언제 꺼내 든 건지 아람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 검푸른 불꽃이 잠시 피어 올랐다.

“그럼 시작할까요?”

아람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검은 불꽃이 되었고, 무혁 또한 푸른 뇌전이 되어서 맞붙었다.

검은 불꽃과 푸른 뇌전은 하늘, 땅, 숲을 돌아다니면 부딪히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쾅! 쾅! 쾅!

13기동 타격대는 무혁과 아람의 대결을 흥미로운 시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유일하게 단 한 사람만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들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문 선배 저자는 누군가요?”

“배덕자 도깨비.”

“도깨비요? 그 설화에나 나오는 그 도깨비요?”

“응.”

“강문 선배 괜찮겠죠?”

“뭐가? 괜찮다는 거야? 너 설마 대장 걱정하는 거야?”

유신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럼 누굴 걱정해요?”

“대장이 우리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기는 한데, 우선 네 걱정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제 걱정이요?”

“유신이 너. 지금의 대장만큼 강해지고 싶다며.”

강문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유신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네. 그···그렇죠.”

평소처럼 강문의 미소에 불안감을 느낀 유신에게 강문이 손수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면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젠 정말 목숨 걸고 훈련이다.”

훈련이라는 말 때문인지 아니면 강문의 행동 때문인지 유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신이 기겁하는 사이, 무혁과 아람의 승부가 결착이 났다.

무혁의 오른손이 아람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고, 무혁이 손을 뽑아내자, 아람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가슴이 뚫린 아람이 마른기침을 하자, 피 대신 푸른 불똥이 튀었다.

“이런이런 제가 지고 말았군요.”

“도깨비는 약속을 이행해라.”

“인정이 없으시군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런 몰골인데, 약속을 지키라니요.”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아람의 뻥 뚫린 가슴이 순식간에 아물고, 죽을 것 같던 표정이 펴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살이 아닙니다. 거기서 후속타를 당했다면, 약속도 못 지키고 재가 됐을 겁니다.”

“도깨비는 약속을 이행하라.”

“네네 알겠습니다. 그만하시죠. 한 번 더하면, 저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

“······”

아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금 나와라~ 뚝딱!”

펑!

하얀 연기가 가시자, 아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GPS 수신기만 홀로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때 사라진 아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GPS에 표시된 곳으로 가면 마족이 있을 겁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무혁은 아람이 두고 간 GPS를 들어서 작동 스위치를 눌렀다.

그때 GPS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고, 무혁이 검은 연기를 소량 흡입하더니, 비틀거리다가 검은 피를 뱉어냈다.

“우웩~!”

무혁이 검은 피를 쏟아내자, 유신이 기겁하며 달려가려고 하는데, 강문과 신무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 검은 피를 뱉어낸 무혁이 허리를 펴고선, 작은 바위가 있는 곳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무형의 기운이 날아가 작은 바위를 강타하자, 아람이 튀어나왔다.

아람의 모습은 처참했다.

왼쪽 팔이 어깨까지 사라져 있었고, 상처 부위에서는 검푸른 불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도깨비 아람. 장난이 심하군.”

“도깨비는 원래 장난꾸러기니까요. 그런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포이즌 스네이크 킹도 녹이는 독을 뱉어내시고, 도깨비 저주가··· 별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네요.”

아람의 말에 유신은 무혁이 검은 피를 뱉어낸 곳을 바라봤다.

독이 풀과 땅을 녹이며 독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장난치면 그때는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네네. 방금 저도 죽을 뻔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람은 등장했을 때와 같은 포즈로 인사를 하고선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혁은 아람이 사라진 곳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처참한 전장을 둘러봤다.

뇌전에 구워지고, 찢기고, 터져 죽은 몬스터와 파괴된 숲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휴~ 어쩔 수 없군.”

무혁이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손바닥을 땅에 마주 댔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무혁을 중심으로 땅 일대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몬스터의 사체들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몬스터의 사체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무혁이 13기동 타격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화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대기한다.”

“알겠수~ 대장.”

“대장 브로~ 저주엔 역시 바베큐 파티!! 콜?”

“콜 하시죠. 대장!?”

유신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13기동 타격대는 방금까지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전장이 아니라 가벼운 피크닉을 온 느낌이었다.

“그래 좋다. 단, 임무 중이니 술은 안된다.”

“이얏호~”

“빨리 불 피워~”

“장작부터 해와야지.”

대장의 선언에 선배들이 일사불란하게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다.

여기서 유신은 궁금증이 생겼다.

“저기 강문 선배.”

내가 바비큐 파티를 위해 급하게 움직이는 강문 선배를 불러 세웠다.

“왜?”

“저기 뒤에 있는··· 그러니까 저게 왜 저기 있어요?”

내가 가리킨 곳에는 기동대 본부에 있어야 할 13기동 타격대의 본부이자, 사무실이며, 회의장이자, 취침을 담당하는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박스가 턱 하니 자리해 있었다.

“응? 아~ 우리 기지?”

“네. 제가 헛것을 보는 건 아니죠?”

“헛것이라니··· 농담도 참.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본부니까 여기 있지.”

강문 선배의 당연하다는 말에 나는 아리송함과 함께 답답함을 느꼈다.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여기 있는 거냐고요?”

“아~ 당연한 거 아니야? 아공간이야.”

“아공간이요?”

“응 이거.”

강문 선배가 내게 보여준 것은, 나를 제외한 모든 13기동 타격대원들이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였다.

“여기에 아공간 마법도 부여돼 있거든.”

“아···아티팩트?”

“응 그렇게도 불리지.”

아티팩트.

과학, 능력, 마법 외에 수십 가지의 기술력이 들어간 마법 아이템이다.

그 중 아공간 마법이 들어간 아티팩트는 모두가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가로, 세로, 높이 1M의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 반지가 영국에서 경매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3억에 시작한 경매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쳐 127억에 낙찰됐다.

아공간 아티팩트를 산 낙찰자는 싼 가격에 사서 좋아했다고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컨테이너 박스는 컨테이너 박스 중에서 가장 큰 걸로 알고 있다.

“서···선배!!”

나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윽하게 강문 선배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았다.

강문 선배는 내 표정이 부담스러운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왜···왜?”

“전 언제 정직원이 되나요?”

내 말에 강문 선배가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내가 잡은 손을 조심히 떼어내며 예의 그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미 아공간이 가능한 목걸이 아티팩트에 빠져버린 난 강문 선배의 미소를 그냥 쉽게 넘기고 말았다.

“일단은 13기동 타격대의 비정규 대원님 고기부터 구우시죠?”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맛있게 굽겠습니다.”

호기롭게 외친 나는 최대한 맛있게 고기를 굽기 위해 노력했고, 선배들에게 칭찬도 받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선배들의 식욕은 언제나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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