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_집합(3)
유신이 유호와 대화를 하고 있어서 몰랐지만, 자신의 말에 강문을 제외한 다른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보여?”
“아니요. 지금은 안 보여요.”
“그럼 언제 보여? 아니 언제 보였어?”
“음······”
나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면서 홉고블린과 오크 전사 그리고 오우거를 떠올렸다.
“예전에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여기 북한에 올라와서는 더 자주 본 것 같아요. 마을을 지키려고 그러니까 북한에 마을이 있어서···”
“아니 사설은 필요 없고, 뭘 봤고? 어떻게 보였어?”
“흠··· 홉고블린이랑 오크 전사한테서 보였고, 오우거도 보였는데··· 아!! 오크 전사는 할버드에서 검은 빛이 이글이글 불타는 모습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오우거는 그냥 이글이글 타올랐어요.”
내 두서없는 설명이 끝나자 유호 선배는 불안하게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유호 선배 저 괜찮은 거예요?”
“아 괜찮아. 우리 막내가 봤던 건, 기운이야.”
“네? 기운이요?”
“응. 생물마다 가지고 있는 기운이지. 그리고 기운에도 종류가 있는데, 막내가 말했던 검은 빛에 이글이글 불타는 기운은 마기인 것 같아.”
“마기요? 설마 마족들이 사용하는 그 마기요?”
놀라서 반문한 내게 유호 선배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제가 마족과 싸운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 이 지구에서 일반 몬스터가 마기를 뿜어냈다는 것은 마족에게 힘을 받았다는 거야.”
“마···마족이요? 지구에 아직도 마족이 있어요?”
“눈에 보이는 바퀴벌레를 다 죽였다고, 그 집에 바퀴벌레가 없다고 보장 못 하지.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막내가 기운을 읽는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아직 제대로 쓸 수는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그렇게 기운을 읽다 보면 언젠가는 능력으로 자리 잡을 거야.”
“능력···이요?”
나는 능력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듀얼 능력자도 많고, 무언가를 반복 숙달하다 보면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노오력가]라는 능력만 받은 후, 일반인과 다름없이 지냈지만, 포스를 깨우친 후에는 듀얼 능력자가 됐다.
하지만, 언제나 ‘능력’에는 목말랐다.
유호 선배는 내가 속으로 기뻐하는 것을 몰랐기에 계속 무덤덤하게 질문을 던졌다.
“홉고블린이랑 오크 전사는 어떻게 됐어?”
“홉고블린은 도망쳤고, 오크 전사는···”
유신은 마기를 가지고 있던 오크 전사를 죽였다는 것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제가 확실히 죽였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와~ 그렇게 끈질기고 강한 녀석인지 몰랐어요. 역시 오크 전사는 괜히 전사라는 호칭을 쓰는 게 아닌가 봐요.”
내 말이 이어질수록 유호 선배를 비롯한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브로~”
언제 다가왔는지 다리우스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네 다리우스 선배님.”
“막내 브로는 본인을 어떻게 생각해?”
“네?”
“음··· 그러니까 강함의 척도를 말하는 거야 브로~”
“아직 많이 부족하죠.”
“아냐 아냐~ 막내 브로는 절대 약하지 않아.”
다리우스는 유신이 본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으라고 말했지만, 유신은 다리우스가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서 한 말로 오해했다.
“네? 네! 언젠가는 오크 전사가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도 물리치도록 하겠습니다.”
“에휴~ 브로!”
“네! 열심히 노력하는 하유신이 되겠습니다.”
말귀가 통하지 않는 유신 때문에 다리우스는 순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13기동 타격대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들어온 신입 대원인 하유신을 순간의 욱하는 마음에 죽일 수는 없었다.
몬스터도 쉽게 찢어발기는 자신의 타고난 근력으로 아직 개화하지 않는 막내를 때리면 손쉽게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막내 브로~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
“네 다리우스 선배님.”
“막내 브로는 강해!.”
“네 강해지겠습니다.”
“아니 강하다고!!”
“네 감사합니다.”
유신의 동문서답에 답답해진 다리우스는 유호를 바라봤다.
“내 한국말 이상해?”
“아니 안 이상해.”
“근데 막내 브로는 왜 내 말을 못 알아듣지?”
유호가 침울해하는 다리우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을 때, 강문이 수신호를 보내 우리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전투 준비!”
강문 선배의 말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갖췄다.
철호 선배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방패를 착용하며, 맨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창을 빼든 신무 선배가 서 있고, 유호 선배가 손가락을 풀며 신무 선배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강문 선배는 총을 빼 들고, 다리우스 선배는 팔을 걷었다.
어디로 갔는지 라이언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 선배가 보이지 않습니다.”
“막내 브로~ 라이언 걱정하지 말고, 본인 몸 잘 챙겨!”
“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마지막으로 내가 검을 뽑아 들고, 전투 준비를 하자,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우끼 우끼끼끽”
“취익~ 취익!”
나무 위에는 레드 몽키 무리가 나타났고, 땅에는 오크들이 나타났다.
“크어어엉”
오크들 사이사이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든 트롤들이 간간이 보이고, 하늘 위에는 멘티스가 날아다녔다.
“쿵! 쿵! 쿵!”
“음머어어어어!”
나무들이 차례차례 쓰러지며 우리를 향해 콧김을 내뱉는 미노타우로스 무리가 돌격해 왔다.
미노타우로스가 13기동 타격대를 짓밟기 위해 다가올 때 철호 선배가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철호 선배의 방패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 하는 방패가 만들어졌다.
쿠콰쾅!
미노타우로스와 철호 선배의 방패가 부딪치자, 일반적인 소리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철호 선배는 카이드 실드 하나로 미노타우로스 무리의 전진을 막았다.
자신들의 앞을 막은 한 명의 인간 때문에 미노타우로스는 화가나 콧김을 뿜어낼 때 신무 선배가 미노타우로스 무리로 뛰어들며 창을 찔러넣었다.
“에이~ 이러면 오크가 내 몫인가?”
유호 선배는 입맛을 다시며 오크에게 검집을 휘둘렀다.
신무 선배가 창을 한 번 찔러 넣을 때마다 미노타우로스의 몸에 구멍이 뚫렸고, 유호 선배가 검집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우끼끼끽”
레드 몽키 무리가 돌멩이를 던지려고 할 때, 갑자기 한 마리의 레드 몽키가 목에서 피를 뿜으며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걸 시작으로 초당 2~3마리씩 레드 몽키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타앙! 타앙! 타앙!
강문 선배의 총알은 하늘에 있는 멘티스들을 추락시켰다.
“크하하핫 역시 트롤이 찢는 맛이 좋군.”
방금까지 내 옆에 있던 다리우스 선배가 언제 뛰어들었는지, 힘으로 트롤들의 목을 몸과 분리시키고 있었다.
반대로 철호 선배는 또 언제 다가왔는지 방패를 등에 차며 내게 말했다.
“어떠냐?”
“대···대단합니다.”
“대단할 것 없다. 이게 바로 13기동 타격대다.”
아카데미 교육을 받다 보면 이론 수업으로 시청각 수업을 할 때가 있다.
각 헌터 길드 또는 기동대에서 만든 영상으로, 몬스터와 인간의 전투 장면으로, 대부분의 영상은 5대력을 활용한 전투로 언제나 화려하게 몬스터들을 물리쳤다.
일반 검술로 그리고 힘으로 몬스터와 싸우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원소력과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학살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꽈악!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언젠가는 나도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처럼 저렇게 강해질 예감이 들었다.
“철호 선배! 저도 선배들처럼 강해질 수 있겠죠?”
내 말에 철호 선배는 씩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게 되어 있다!”
잠깐의 생각과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은 벌써 몬스터들을 전멸시켰다.
몬스터와의 전투가 채 10분이 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저 베고, 찌르고, 쏘고, 찢고, 부셔서 수백의 몬스터를 전멸시켰다.
제일 먼저 멘티스를 처리한 강문 선배가 탄창을 정리하면 주위를 둘러봤다.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네? 근처에 뭐가요?”
“뭐긴 뭐야. 마족이지.”
“아. 네. 네에?!”
강문 선배가 마족이라는 단어를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족이 왜 있어요?”
“그럼 몬스터들은 왜 사이좋게 우리를 습격하냐?”
나는 뒤늦게 강문 선배의 말을 이해했다.
몬스터들의 세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이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먹이를 구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전투에서 몬스터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손발은 맞지 않지만, 협력해서 우리를 공격했다.
단지, 선배들이 너무나 강해서 공격다운 공격도 하지 못하고 전멸했을 뿐이었다.
“크어어엉!”
갑자기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리고, 미노타우로스가 만든 길목을 통해 녹색 피부의 오우거가 나타났다.
오우거!
직립보행을 하는 몬스터 중에서 지상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다.
그런 오우거가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가 나타났다.
오우거는 단독행동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다가오는 놈들은 사이좋게 걸어오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오우거가 다가오지만 걱정되지는 않았다.
강문 선배는 단 한 발로 오우거의 미간을 꿰뚫어 죽음을 선사했고, 다리우스 선배는 트롤도 힘으로 찢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믿음직스러운 우리 선배들을 바라보자, 강문 선배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뭐하냐?”
“네?”
“빨리 없애.”
“네?! 제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농담인가?
“강문 선배 그게 무슨 소리세요?”
“무슨 소리긴 선배들이 잡몹 처리했으니 네가 마무리 지어야지.”
“제가 무슨 수로요?”
“이것도 다 훈련이야.”
“저 그러다가 죽어요.”
“걱정하지 마. 안 죽어. 겨우 오우거 3마리야.”
지상 최강의 오우거를 ‘겨우’라고 했다.
나는 다른 선배들을 바라보며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신무 선배와 라이언 선배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고, 나를 많이 아껴주던 유호 선배와 다리우스 선배는 한 발 떨어져서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긴 것처럼 웃고 있었다.
선배들의 모습에 약간의 배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철호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훈련 거리야. 자 하유신 대원. 자네는 할 수 있어!”
나는 죽을 수도 있는 곳으로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마지막으로 강문 선배를 바라봤다.
“정말 위험하면 구해주실 거죠?”
“그렇다니까! 포스도 깨우쳤는데, 힘만 쎈 오우거가 별거냐?”
포스!
그래. 내게는 포스가 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에 놀고 있는 포스를 천천히 깨웠다.
그때 강문 선배의 조언(?)이 들렸다.
“아 맞다. 혹시 오우거한테 맞을 수도 있으니까 몸에 포스 잘 두르고. 안 그럼 한 방에 죽는다.”
조언이 맞을까?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이 더 커졌다.
“후우~”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발검 자세를 취하고선 다가오는 오우거를 바라봤다.
오우거는 내가 목숨을 포기한 줄 알고 천천히 손을 뻗어와 나를 잡으려고 했다.
나는 몸속의 포스를 활성화한 후에 검에 포스를 때려 박아 넣었고, 오우거의 손이 나를 잡으려고 할 때, 검을 휘둘렀다.
서걱!
푸른 빛이 번쩍였고, 오우거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갔다.
“크어어엉!”
오우거는 화가 났는지 아니면 아파서 내는 소리인지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뒤에 서 있던 다른 오우거들은 내 검에 동료 오우거가 당하자, 더는 방심하지 않고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쾅!
나는 오우거의 주먹들을 앞으로 한발 걸어서 회피했다.
평소의 나라면 좌우로 다가오는 오우거의 주먹을 보고 뒤로 물러났을 거다.
그게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지 않고 싸우는 나만의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처음과 다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내 포스가 오우거에게 유효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몸속의 포스도 자신감을 얻었는지, 빨리 움직이라 재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현실을 무시할 순 없다. 아직은 3:1의 불리한 상황이다.
상처 입은 오우거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일점술!
검 끝에 맺힌 포스의 힘이 폭발하듯 앞으로 뻗어나갔다.
극쾌의 찌르기가 손가락을 잃은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었다.
심장이 뚫린 오우거는 큰 눈을 끔벅끔벅거리다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쿠웅!
“크어어엉!”
“크아앙!”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고, 동료를 죽인 인간을 향해 오우거가 피어를 발산했다.
나는 오우거들의 피어에 맞대응하기 위해 똑같이 악을 질렀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