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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44화 (44/300)

44화_집합(1)

4기동대 조장은 혹시나 하고 그냥 물어본 말이었지만, 유신의 활기찬 대답에 반대로 당황했다.

유신은 4기동대 조장이 당황한 것도 모른 채, 아직 간이 감옥에 갇혀 있는 박지용을 가리켰다.

“저 친구 능력이 기억··· 뭐더라.”

주위에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려놓은 유신이 말을 잇지 못하자, 박지용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억 영상술입니다. 말 그대로 제가 겪은 기억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입니다.”

“소속과 이름.”

“9기동대의 박지용입니다.”

4기동대 조장은 박지용의 말을 듣고는 사건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우선 박지용을 간이 감옥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박지용의 능력으로 태블릿에 기억 영상술을 사용하게 했다.

“뭐가 말입니까?! 너 제정신이야? 그 비싼 해독 키트를 듣도 보도 못한 북한 거지한테 주겠다고?”

“삼촌한테 말해야겠군. 알지 지금 파견 나온 파견 부대장이 우리 삼촌인 거.”

“다들 미쳤어? 난 조장이고 저놈은 부조장이야! 내 명령을 들어야지!! 다들 우리 삼촌한테 말해서 징계받고 싶어!!”

첫 번째 영상에서는 문경일이 문창옥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였다.

“파견 대장 그년이 뭔데 날 찾는 거야?”

두 번째 영상에서는 문창옥이 기동대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파견 대장의 욕을 하고 있었다.

“파견 대장님. 당신이 아무리 여자라고는 하지만··· 역시 여자는 안되는군요.”

문창옥은 세 번째 영상에서 여성 비하 발언까지 했다.

“이··· 이건 전부 오해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그래 조작! 조작입니다.”

문창옥의 절규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4기동대에 압송됐다.

그리고 4기동대가 떠나기 전에 김유리 파견 대장은 작은 USB를 4기동대에 넘겨줬다.

“여기에 지금까지 문창옥의 뇌물 수수부터 시작해, 공금 횡령과 공문서위조 등의 자료가 있습니다.”

“이거 때문에 지금까지 참으셨던 겁니까?”

4기동대의 말에 김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기 전까지는 인내하고, 상대의 목에 칼을 들이밀 수 있다면, 확실히 죽이라고 누가 말했거든요.”

김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강문이 있는 쪽을 슬쩍 바라봤다.

USB를 받아든 4기동대 조장은 김유리의 시선이 닿는 곳을 슬쩍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 안에 있는 걸로만 최소 징역 20년일 겁니다.”

“대체 저자를 얼마큼 미워했던 겁니까?”

“최소 사형은 받게 하려고 했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4기동대 조장은 자신의 은빛 가면이 표정을 가리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려요. 제가 다시 복귀하기 전까지 완벽히 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문창옥 사건이 일단락됐을 때,

유신은 기동대에서 지급해주는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무기 및 장비를 점검했다.

모든 장비의 착용을 끝내고 등에 낙하산을 짊어지고 있을 때, 강문이 들어왔다.

“다 됐어?”

“이제 막 끝났습니다.”

“늦었어. 빨리 가자.”

“넵.”

유신은 대답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강문을 따라 밖으로 나오자 리수진, 리진수 남매가 서 있었고, 그 뒤로 북한 주민들이 있었다.

유신은 며칠 만에 조우하게 된 리수진, 리진수 남매가 반가워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다들 무사하지?”

“일 없슴네다.”

평소와 다름없는 리수진의 퉁명스러운 말에 유신이 작게 미소를 지었고, 리수진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려 하늘을 주시하며 말을 내뱉었다.

“고맙습네다.”

“별일이네. 그런 소리도 다 듣고.”

“일 없슴네다.”

“그래그래. 원래 내가 해야 할 일이었고, 뭐 내려가서도 적응 잘하고.”

“알겠슴네다.”

순순히 대답하는 리수진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웬일이야? 딴지도 안 걸고?”

유신이 리수진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자, 리수진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리수진의 얼굴이 조금씩 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감기 조심하고~”

리수진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유신은 리수진에게 한마디 하고 더는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렇게 그들을 떠나서 갈 길을 가려고 하는데, 유신의 발걸음을 또다시 붙잡는 존재가 나타났다.

환자복을 입은 라령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유신은 독에 중독되어 아파하던 라령이가 아니라, 처음 모습보다 살이 오른 라령이의 모습에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간 후 한쪽 무릎을 꿇고는 눈높이를 맞췄다.

“이제 몸은 괜찮아?”

“일 없슴··· 괜찮슴네다.”

라령이는 예전에 유신과 대화했을 때 싫어하는 말이 있다는 걸 상기하고 재빨리 말을 바꿨다.

“우리 라령이 누구랑은 다르게 기억력 좋네.”

라령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유신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초콜릿을 꺼내 건넸다.

“고맙습네다.”

라령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낀 유신이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때 라령이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유신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힘들 때 먹는 겁네다.”

유신은 라령이의 선물을 받아 확인해 보니, 예전에 자신이 준 레몬맛 사탕이었다.

“고마워~”

“언제까지 늦장이냐? 늦었다니까!”

“네 선배님 지금 갑니다.”

뒤늦게 강문을 쫓아 비행장으로 향한 유신은 비행기를 타기 전 뒤를 돌아봤다.

북한 주민들은 유신과 강문을 배웅하기 위해 제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신은 그들을 뒤로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취익 취이익!”

방금 ‘취이익’이라고 외쳤던 오크는 그 말이 유언이 됐다.

유신이 목을 베어냈기 때문이다.

쓰러진 오크를 뒤로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수십 마리의 오크가 무기를 들고선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젠장! 난 정말 재수가 없나? 하필 떨어져도 여기로 떨어지냐고!”

나는 불평불만을 내뱉으면서도 살기 위해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왜? 매번 낙하할 때마다 문제가 생기는 거냐고!!”

15분 전,

유신은 강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작전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문 선배 저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겠죠?”

“무슨 일?”

“저 혼자 낙오되는 일이요.”

“그럴 수도 있겠지?”

“네?”

강문은 유신이 클리셰가 넘치는 발언에 낙오 방지법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딱 소리 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뭔데요?”

“훈련도 하고, 작전도 수행하면서, 낙오도 방지하는 방법!”

“그런 게 있어요? 강문 선배 그게 뭔가요?”

“낙하 후에 내가 붉은 신호탄을 하늘로 쏠게 그러면 네가 거기로 오면 돼!”

너무나 단순하면서 명쾌한 말에 나도 모르게 허탈한 마음이 들어 웃으며 반문했다.

“선배 이건 어떠세요? 낙하 후에 제가 신호탄을 쏘고 선배가 거기로 오는··· 아얏!”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문 선배에게 딱밤을 맞았다.

“벌써 빠져가지고 선배한테 오라 가라 하네.”

“헤헤~”

이 방법은 역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는 강문 선배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최대한 헤프게 웃으며 아픈 이마를 문질렀다.

안 아픈 척하고 싶지만,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비행기 경고등이 떴다.

[와이번이 접근 중입니다. 기지로 회항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종사는 방송을 끝내자마자 비행기를 급격히 돌렸다.

갑작스러운 선회에 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전 손잡이를 잡았는데도, 몸이 휘청휘청거렸다.

강문 선배는 균형잡기도 힘든 이 상황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 조종사와 통화할 수 있는 무전기를 잡아 들었다.

“몇 마리인데?”

[······]

강문 선배의 말이 황당했는지 조종석에서는 한동안 답이 없다가 뒤늦게 답변이 들려왔다.

[3마리입니다.]

“당장 해치 열어.”

[네?]

“와이번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당장 해치 열어!”

[아···알겠습니다.]

비상 경고등과 함께 해치가 열렸고, 해치 밖에서는 3마리의 와이번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강문 선배는 어느새 총을 빼 들고선 와이번을 겨냥했다.

타앙! 타앙! 타앙!

3번의 총성과 함께 빠르게 쫓아오던 와이번들이 추락했다.

내가 놀란 눈으로 강문 선배를 바라보고 있을 때, 순식간에 와이번을 처리한 강문 선배는 열린 해치를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 정말 대단하세요!”

나는 강문 선배가 들릴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외치며 엄지를 들었다.

강문 선배는 그런 나를 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무표정하거나 무심한 표정을 짓던 강문 선배가 저렇게 웃으며 언제나 내게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왜···왜요?”

내 질문을 상큼하게 무시한 강문 선배가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불안하다.

그렇다고 강문 선배의 말에 불복종할 수 없기에 손잡이를 잡아가며 해치가 열린 곳으로 천천히 안전하게 다가갔다.

“아까 말했지?”

“네?”

“낙하하면, 제자리에서 대기하다가 신호탄 보고 와야 한다.”

“선배 낙하가 아니라 낙오하면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 선배? 선배!!”

불안은 현실이 됐다.

강문 선배가 언제 꺼냈는지 잭나이프로 내가 잡고 있는 손잡이를 잘라버려서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는 떨어지는 와중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문 선배를 바라봤다.

선배는 입술을 오물거려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오??”

조금 후에 알았지만, 강문 선배는 오크 부락이라고 말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난 오크들에게 포위되었고, 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제발 공격하지 마! 나도 더 싸우기 싫어.”

“취익 취익!”

내 외침은 오크들에게 무의미할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오크들과 대화는 통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것은 내 머리로 향하는 글레이브였다.

나는 옆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며, 글레이브를 휘두른 오크의 멱을 산뜻하게 따주었다.

오크의 피가 나를 스치며 땅에 떨어졌다.

쿵! 쿵! 쿵!

갑자기 오크들이 공격을 멈추고, 나를 포위한 채 각자의 무기로 땅을 찍었다.

오크들의 이상 행동에 숨 돌릴 틈은 생겼지만, 나는 불안감에 눈을 굴렸다.

대충 눈에 보이는 오크들만 해도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무장한 채 서 있었다.

오크들과 짧은 대치를 하고 있을 때 붉은 폭죽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미안하지만, 좀 지나갈게!”

나는 검을 더욱 꽉 쥐며 지금까지 아껴왔던 포스를 몸 밖으로 피어올렸다.

그때 내가 뚫고 가려는 방향으로 오크들이 순순히 길을 비켜줬다.

“어? 정말 말이 통하는 건가?”

대화가 통했다는 것에 놀라 끌어 올렸던 포스가 멈칫했다.

하지만 곧, 그건 나만의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크들이 열어 준 길목으로 단단히 무장한 5마리의 오크 전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취익 쿵! 취익 쿵!”

오크들은 오크 전사의 발걸음에 맞춰 자신들의 무기로 땅을 두드렸다.

나와 일정 거리 안으로 오크 전사들이 다가오자, 맨 앞에 있는 오크 전사가 글레이브를 들어 올리며 오크만의 독특한 함성을 내질렀다.

“취이이익!!”

오크 전사의 함성에 오크들이 땅을 두드리는 박자가 멈췄다.

그걸 기점으로 나와 오크 전사들이 서로 무기를 겨눴다.

며칠 전, 상황은 달랐지만, 한 마리의 오크 전사도 겨우 이겼었다.

그런데 다섯 마리의 오크 전사를 보니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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