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_간이 감옥(2)
유신은 간이 감옥에서 일주일간 명상과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대한 복기를 진행했다.
그렇게 지내면서 가끔 박지용과 이런저런 말을 했고, 기동대의 교육 과정과 구조 그리고 징계위원회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징계위원회는 위에서 정한 다음에 저희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아니 자기들이 현장에도 없었는데, 뭘 어떻게 안다고?”
“그게 원래 그렇습니다.”
“와 골 때리는 구조네. 그럼 지용씨가 보기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어··· 그러니까···”
박지용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데, 문창옥과 그 외 간부들이 간이 감옥으로 다가왔다.
간이 감옥 앞에 선 문창옥은 유신과 박지용을 비릿하게 한 번 노려본 후에 말을 내뱉었다.
“지금부터 징계위원회에서 열린 결과를 말하겠다. 9기동대 소속의 박지용 대원은 작전 중 자신의 상급자인 문경일 대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과 그로 인해 문경일 대원이 중상을 입은 것에 대해 방관하였기에, 명령불복종죄와 방조죄를 같이 적용하여, 현 시간부로 9기동대의 직위를 해지하며, 퇴소 명령을 내린다.”
“알겠습니다.”
박지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쉽게 수긍했다.
“다음으로 계약직 13기동대의 하유신 대원···”
“잠깐만요! 정정해야곘네요. 전 13기동대가 아니라 13기동 타격대입니다.”
유신의 말에 문창옥이 한껏 인상을 쓰다가 그냥 무시하고는 징계위원회 결과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13기동대의 하유신 대원은 자신의 상급자인 문경일 대원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하극상을 저질렀기에 기동 대원 자격이 의심됨으로써 기동대 직위를 박탈한다.”
명령서를 읽던 문창옥이 유신을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복귀 후 폭력 죄로 재판에 회부한다! 내가 말했지. 널 가만 안 둔다고. 이제 시작이야. 네놈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 주마.”
유신은 직위 박탈과 재판 회부라는 소리에 속으로 떨렸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 급하게 간이 감옥으로 달려왔다.
“부대장님! 파견 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파견 대장 그년이 뭔데 날 찾는 거야?”
문창옥의 욕설에 소식을 전하러 온 대원이 깜짝 놀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반문을 하고 말았다.
“네?”
평소의 문창옥은 하급자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문하면 욕부터 나갔지만, 자신이 실수한 것도 있기에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크흠. 아니. 아니야. 그래 무슨 일인데?”
“그게··· 대규모의 북한 주민들이 나타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몬스터 땅이 된 이곳에 인간이 어떻게 살 수 있다고.”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길···”
문창옥과 다른 간부들이 급히 간이 감옥을 떠났고,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유신이 박지용을 바라봤다.
“했어요?”
“네··· 그런데 정말 그 말이 사실이었군요.”
“설마 안 믿었던 거예요?”
박지용이 유신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릴 때 기동대 야영지가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가 들렸다.
“하유신 빨리 안 튀어나와!!”
강문의 목소리가 들리자, 유신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우렁차게 자신의 상황을 일러바쳤다.
“강문 선배! 저 여기 있는데, 이 사람들이 겁박해서 못 나가요!!”
유신의 고자질이 끝나자 푸른 하늘 위로 회색의 빛기둥이 솟아오르더니 간이 감옥 앞으로 떨어졌다.
쾅!!!
충격파로 인해 간이 감옥 일대가 뿌연 먼지가 일어났지만, 곧 바람이 불면서 시야 확보가 가능해졌다.
유신의 간이 감옥 앞 2미터 정도에 깊이 1미터 정도의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거기에서 검정 코트를 입고 있는 강문이 인상을 구긴 상태로 유신을 바라봤다.
“거기서 뭐 하냐?”
“헤헤~ 어쩌다 보니 갇히게 됐습니다.”
“빨리 나와.”
“그게··· 제 능력으로는···”
“가르친 보람이 없어. 넌 정말 특훈 확정이다.”
강문은 맨손으로 유신의 간이 감옥에 펼쳐져 있는 푸른 장막을 잡고는 그대로 찢어버렸다.
간이 감옥은 순식간에 기능을 잃었고, 유신은 간이 감옥을 빠져나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때 뒤늦게 파견 대장인 김유리와 부대장인 문창옥 그리고 다른 간부들이 간이 감옥 앞으로 달려왔다.
문창옥은 강문이 간이 감옥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모습을 보고 멈칫하지만, 곧 노발대발했다.
“다들 뭣들 하는 거야. 저 수상한 놈이랑 탈옥수를 잡아!”
강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문창옥을 돌아봤다.
“이놈은 뭐야?”
간부들과 기동 대원들이 간이 감옥을 포위하려고 할 때, 김유리가 조심히 손을 들어 제지했다.
“파견 대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빨리 탈옥수를 잡아야 합니다.”
문창옥의 외침을 김유리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홀로 강문 앞으로 걸어갔다.
김유리는 강문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는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날 아나?”
“네. 단 한 번뿐이지만, 같이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군.”
강문은 고개를 끄떡이는 걸로 간단히 수긍했다.
“그렇다면 묻겠다. 13기동 타격대원이 왜 여기에 갇혀 있지?”
“죄송합니다. 그건 제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13기동 타격대의 대원이 정찰 중인 저희 대원과 다툼이 있었습니다.”
강문이 손을 들어 김유리의 말을 막고는 고개를 돌려 유신을 바라봤다.
“이겼냐 졌냐?”
“제가 일방적으로 팼습니다.”
유신이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자, 문창옥이 그 모습에 분개해서 소리쳤다.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조카이기도 한 그 대원은 온몸의 뼈가 다 부러졌습니다.”
솔직히 손속이 과했다고 생각하던 유신은 강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변명하듯이 읊조렸다.
“그놈이 라령이에게 놓을 해독 키트를 강제로 부쉈습니다.”
“그래?”
강문은 유신에게 더는 말하지 않고 김유리를 바라봤다.
“당연한 일을 했는데, 왜 갇혀 있었지?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를 주지.”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했기에···”
“징계?”
강문의 무감정한 표정과 말투에 김유리는 소름이 돋았다.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강문은 이런 사람이었다. 여기서 실수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김유리가 어떤 말을 해야 강문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지 생각하는 동안, 문창옥은 김유리가 겁에 질려있다고 생각했는지 혀를 찼다.
“파견 대장님. 당신이 아무리 여자라고는 하지만··· 역시 여자는 안되는군요.”
갑작스러운 문창옥의 힐난에도 김유리는 강문의 눈치를 보며 조심히 말을 내뱉었다.
“저희 파견 부대장입니다.”
“저놈이군.”
김유리가 대답하지 않자, 강문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래 그 잘난 징계위원회에서 우리 막내한테 무슨 징계를 내렸지?”
13기동 타격대를 억압한 것에 대해 강문이 화가 나, 기세를 끌어올렸다.
강문의 기세에 압도된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유신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지위 해지 및 재판에 회부 된다고 하던데요.”
“그래? 명령서를 볼 수 있을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유리가 자신의 고유 능력인 순간이동을 물체에 한정시켜서 문창옥이 쥐고 있던 명령서를 강문 앞으로 이동시켰다.
명령서를 확인한 강문은 잠깐 읽어보다가 다 읽지도 않고 그대로 찢어버렸다.
“13기동대는 뭐냐?”
“그거 제가 정정해줬는데도, 저 아저씨가 끝까지 13기동대라고 하더라고요.”
강문과 유신이 대화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창옥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4기동대에 신고했으니, 10분 안에 도착할 거야. 자 다들 뭐해? 4기동 대원분들이 오기 전에 빨리 체포해!”
의기양양한 문창옥의 모습에 강문이 인상을 찡그렸다.
“더럽게 시끄럽게 하네.”
“아까부터 반말하는데 너 계급이 뭐야?”
문창옥이 계급을 운운하자, 김유리의 표정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때 은빛 가면을 쓴 5명의 4기동 대원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4기동 대원을 본 문창옥은 유신과 강문을 가리키며 신나게 외쳤다.
“저놈들입니다!”
4기동 대원들은 본연의 업무를 하기 위해 강문과 유신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때 조장 격으로 보이는 4기동 대원이 다른 대원들을 막아섰다.
“정지!”
조장의 명령에 다른 조원들이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췄고, 조장은 강문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13기동 타격대의 사신을 뵙습니다.”
“어 그래.”
강문의 무심함에 4기동대의 조장이 잠깐 몸을 부르르 떨더니 조심히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어나 봅니다.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4기동대의 처음 보는 약한 모습에 문창옥이 놀라 소리쳤다.
“아니 4기동대가 뭐 하는 거야! 빨리 저놈들을 잡아야지!! 너희 계급이 뭐야?!”
말이 끝나자마자 4기동 대원들의 칼이 문창옥의 목젖에 닿았다.
갑자기 자신을 위협하는 4기동 대원들의 모습에 문창옥의 두 눈이 흔들리며, 불안에 떨었다.
“저··· 왜 그러···”
“우리가 우스워? 감히 계급을 논해?”
“아니 그···그게 아니라··· 말버릇이어서···”
문창옥이 자신의 목젖에 놓여있는 검을 흘끔 보고는 눈알을 굴렸다.
그때 4기동 조장이 조용히 눈짓하자, 문창옥의 왼편에 서 있던 4기동 대원이 칼을 내려그었다.
털썩
자신의 왼팔이 어깻죽지부터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문창옥은 뒤늦게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문창옥은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서도 4기동 조장의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감히 우리 앞에서 능력을 사용하려고 해?”
“크으윽~ 아···아닙니다.”
“변명은 필요 없다.”
문창옥과 4기동대의 행동을 보고, 유신이 슬쩍 강문 옆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선배 저거 과잉진압 아니에요?”
“뭔 소리야?”
“아니 왼팔을 자르잖아요.”
유신의 말에 강문과 문창옥의 팔을 자른 4기동 대원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 왜요?”
“저게 보였어?”
“네?”
유신이 강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두 눈을 비비고는 다시 문창옥을 바라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창옥은 입에 거품을 물고 부들부들 떨고 있지만, 왼팔은 멀쩡히 붙어 있었다.
“요즘 왜 이러지?”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이상한 환각이 가끔 보이더라고요.”
“또 뭐가 있었어?”
강문의 말에 유신은 자신에게 무슨 병이 생겼나, 살짝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번에 홉고블린이랑 오크 전사를 상대하기 전에 이상한 환각을 봤어요. 유호 선배한테도 악귀 같은 모습을 봤고요··· 지금도 저 아저씨 멀쩡히 붙어 있는 왼팔을 자르는 모습을 봤고요.”
유신의 걱정과는 다르게 강문이 무표정을 깨고는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
“많이 발전했네.”
“네??”
“나중에 유호랑 다리우스한테 물어봐.”
“아니 선배!!”
유신은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강문에게 엉겨 붙으려고 할 때, 4기동대의 조장이 소리소문없이 다가왔다.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바쁠 텐데 빨리 가봐~”
“배려 감사합니다.”
4기동대라고 하면 모든 기동대가 겁을 먹는 존재이지만, 유신은 호기심에 4기동대를 멈춰 세웠다.
“저기 그런데요.”
“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저 아저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유신이 가리키는 곳에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문창옥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간단한 조사 후, 약간의 징계만 받을 겁니다.”
“징계요?”
“네. 감봉 또는 한직 발령이 전부일 겁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하극상의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유신의 말에 4기동대 조장은 가면 속 눈을 빛냈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근거 하에 하극상은 경중에 따라서 지위 해지 및 방출입니다. 더한 경우에는 처벌의 강도도 올라가고요. 혹시 증거가 있으십니까?”
“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