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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42화 (42/300)

42화_간이 감옥(1)

대능력시대다.

사람들은 15세를 기점으로 모두 능력을 갖게 됐고, 그런 능력자들을 제재하기 위해서 많은 물건이 발명됐다.

간이 감옥도 그중에 하나로, 말이 간이 감옥이지, 능력과 과학이 합쳐진 이 시대 최고의 발명품이다.

간이 감옥 성능 테스트에서 3천의 영웅 중 한 명이 빠져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뛰어난 발명품이었다.

간이 감옥은 네 개의 철봉 기둥이 4미터 간격을 두고 정사각형으로 땅에 박혀서, 에너지 파장으로 감옥의 막을 형성한다.

그리고, 지금 하유신이 그 안에 갇히게 됐다.

“와 신기하네.”

꿀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간이 감옥에 갇힌 하유신은 철봉 기둥과 기둥 사이에 투명한 푸른 장막을 만지며 신기해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맞습니까?”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하유신의 모습에 박지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 이런 곳에 갇혀 보겠어요. 아 맞다. 라령이는 괜찮죠?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게···”

박지용이 말을 얼버무리자, 유신의 몸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유신의 무서움을 조금이라도 겪은 박지용은 깜짝 놀라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잠깐만 잠깐만요. 라령이는 괜찮습니다.”

박지용의 다급한 말에 그제야 유신이 살기를 거두고는 헤실거리며 웃었다.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왜요?”

“그게··· 하유신씨가 현재 여기 갇혀 있어서 그렇습니다.”

유신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라령이를 보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건가요?”

“면회가 불가능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요?”

유신이 쉽게 수긍하자, 박지용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전 언제 여기서 나가나요?”

“저도 잘···”

“에휴~”

유신이 한숨을 쉬고는 질문을 바꿨다.

“그럼 박지용씨는 왜 갇힌 겁니까?”

또 다른 간이 감옥에 박지용이 갇혀 있는 채 머리를 긁적였다.

***

야전 천막 안에는 한쪽 어깨에 기동대 마크를 달고 있는 기동대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중령의 계급장을 달고 있는 여성이 있고, 그 주위로 중년 남성들이 앉았다.

그리고 박지용은 그들 앞에 바짝 군기가 선 자세로 서 있었다.

“···이상입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조장이 당했는데, 가만히 있었다고?”

각진 얼굴에 눈이 가늘고 길게 찢어진 인상의 남성이 박지용에게 화를 내자, 상석에 앉아 있는 김유리 파견 대장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문창옥 부대장은 자중하세요.”

“파견 대장님!”

“부대장!!”

김유리가 매서운 눈빛으로 문창옥을 노려봤다.

순간 기 싸움에서 진 문창옥은 이를 갈며 눈을 돌렸다.

“제가 흥분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죠. 하지만, 실수라는 것은 한 번만 허용되는 겁니다.”

“크···”

문창옥이 조용히 이를 갈며 매서운 눈빛으로 김유리를 노려봤다.

김유리는 문창옥의 반항적인 눈빛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박지용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유신이라는 침투조는 현재 어디에 있나요?”

“의무부대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의무부대? 말과는 다르게 많이 다쳤나 보군요.”

“아닙니다. 피로가 쌓여서 현재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박지용의 말에 문창옥은 분개해서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숙면?! 감히 내 조카 문경일을 그렇게 만든 놈이 지금 숙면을 취한다고!!”

“부대장!”

김유리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문창옥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문창옥을 보며 김유리가 핀잔을 날렸다.

“누가 위인지 모르겠군요.”

“언제까지 위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입니다.”

김유리는 문창옥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인내심을 발휘해 참은 후,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통신팀장은 지금 당장 기동본부로 연락해 하유신의 신분을 확인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의료팀장 아이의 상태는 어떤가요?”

“현재 회복 단계에 있습니다.”

“잘 보살펴줘요. 정말로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확실해질 수 있는 근거니까요. 그리고 문경일 대원의 상태 확인 후에 본부로 호송 준비하세요. 지원팀장이 도와주고요.”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김유리의 명령에 통신팀장, 의료팀장, 지원팀장이 차례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하유신의 건강 상태도 같이 확인하고 하유신은··· 일단 간이 감옥에 가둬두세요. 신분 확인 후 처분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창옥은 김유리가 하유신의 처분을 보류하자, 또다시 화를 참지 못하고 발끈했다.

“김유리 파견 대장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수상한 놈을 가두기만 하다니요. 바로 즉결처분해야 합니다.”

“문창옥 부대장.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사사로운 감정이라니요? 저는 단지···”

“됐어요. 더는 토 달지 마세요. 그리고 박지용 대원.”

박지용은 갑자기 김유리가 자신을 호출하자, 풀어졌던 자세를 다시 곧추세웠다.

“네 대장님.”

“박지용 대원에게는 차후에 징계위원회가 열릴 겁니다. 그때까지 대기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 나가서 일들 보세요.”

김유리의 말에 문창옥이 인상을 구기며 반항하듯이 거칠게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문창옥이 떠나자 박지용과 다른 간부들은 김유리 파견 대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천막을 떠났다.

모두가 떠난 천막 안에서 김유리는 인상을 쓰며,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정말 13기동 타격대라면··· 그분이 올 수도 있겠어.”

***

박지용의 말을 들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제 옆에 갇혀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죠?”

“문창옥 부대장님의 권한으로 여기에 있게 된 겁니다. 죄명은 명령 불복종 및 방조죄고요. 그래도 정식 징계위원회는 일주일 뒤에 열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갇히기 전에 라령이 상태는 확인했습니다.”

정말 라령이는 괜찮은 걸까?

솔직히 박지용이라는 사람이 내게 그렇게 믿음을 주지는 않았다.

“정말 라령이가 괜찮은 거 맞습니까?”

“네. 정말 괜찮습니다. 의료팀장님이 해독 판결 내리셨고, 눈 뜨고 죽 먹는 모습까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믿어야죠.”

박지용이 저렇게까지 확답을 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믿지 않더라도 지금은 따로 방법도 없다.

이러나저러나 지금 나는 간이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령이에 상태는 내가 감옥을 나간 후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간이 감옥이라고 해서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무슨 감옥이 전기가 흐르든가 해야지. 무슨 이런 얇은 장막만 생성하면··· 바로 찢어지겠어요. 땅에도 아무런 조치가 안 돼 있고요. 땅 파서 도망가면 그냥 탈옥인데요.”

“혹시나 그런 생각이라면 버리세요.”

“네 뭘요?”

“탈옥이요. 저 4개의 기둥에는 각기 전기, 불, 얼음, 바람 속성이 부여돼서 만지면 속성 공격이 들어와요.”

나는 박지용의 말에 기둥을 만지려고 했던 손을 슬그머니 치웠다.

“그리고 이 푸른 장막은 보기에 그냥 막 같지만, 공격하면 반탄이 돼서 돌아와요.”

포스를 이용해 푸른 장막을 치려고 했다가 다시 주먹에 힘을 뺐다.

“그리고 일정 이상의 땅을 파면, 감옥 안에 대폭발이 일어납니다. 그냥 즉사에요.”

“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땅을 파기 위해 오므렸던 손을 쫙 폈다.

‘박지용 이 사람은 어떻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다 파악하고 있지?’

“그러니까 그냥 가만히 계세요.”

“제가 뭘 했나요.”

이것저것 실험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쉬는 게 맞는 것 같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제야 박지용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런데 밥은 언제 주나요?”

간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천하태평인 유신을 보자 박지용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그렇게 유신과 박지용이 대화를 나눴고, 대화가 지겨워질 때쯤 문창옥 부대장이 홀로 간이 감옥을 찾아왔다.

박지용은 문창옥을 발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고, 유신은 그대로 바닥에 앉아서 멀뚱멀뚱 문창옥을 바라봤다.

문창옥은 자신이 왔는데도 가만히 있는 유신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침투조라도 상하관계는 있을 텐데, 가만히 있는 걸 보니 역시 다 거짓말이었군.”

“아저씨 누구세요?”

“아저씨!!!?”

유신의 말에 문창옥이 뒷목을 잡다가 최대한 안정을 취한 후에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잘 들어라. 난 이번 작전의 부대장인 문창옥이다.”

“네 그래서요?”

“출신도 확실하지 않으면서 위아래도 없고··· 개판인 부대에 속해 있었나 보군.”

쾅!

갑작스럽게 유신의 공격으로 푸른 장막이 흔들리자, 문창옥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유신은 푸른 장막의 반발력에 입가에서 피를 흘렸지만, 끝까지 문창옥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잘 들어! 당신이 뭘 하는 사람이고 직책과 직위가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 모르지만, 한 번만 더 내가 소속된 13기동 타격대와 선배들을 욕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

“이···이!!”

문창옥은 유신의 행동력에 놀라 넘어졌지만, 간이 감옥의 견고함을 믿고는 또다시 비아냥거렸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은 모르겠지만, 일주일 후 군사재판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

“아저씨 내가 뭘 잘못했길래 군사재판이야?”

“이런 무지한 놈을 봤나! 네놈은 상관을 폭행했고!”

“잠깐!”

유신이 손을 들며 문창옥의 말을 끊었다.

“난 상관을 폭행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무슨 상관 폭행죄를 적용하는 거지?”

“네 놈 때문에 지금 긴급 호송이 된 문경일이 상관이지!”

“문경일? 우리 13기동 타격대에 그런 이름은 없는데···”

유신은 생각에 빠져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문창옥은 기가 막히는지, 화도 못 내고 있을 때, 박지용이 작게 소곤거렸다.

“저희 조장이요.”

“조장?”

“네. 하유신씨께서 좀 많이 때리신 그분···”

“아!! 그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도 부족한 놈!”

“네 이놈!!”

문창옥이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질렀다.

갑작스럽게 문창옥의 괴성에도 유신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편안하게 귀를 후벼팠다.

“무슨 기차 홧통을 삶아 먹었어요? 왜 이렇게 목청이 커요.”

“네놈은 반성의 기미도 없구나.”

“아저씨 자꾸 왜 그래요? 그놈이 제 상사도 아니고 내 선배도 아닌데, 왜 상사 폭행죄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리고 기동대가 사람을 살려야지. 죽이려고 하는 것 보니 기동대 정신도 어긋난 놈 같던데, 그런 놈 패줬으면 벌이 아니라 상을 줘야지.”

“이···이!!”

유신의 말에 문창옥은 다시 한번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부대장님 참으십시오.”

박지용은 이대로 두면 무슨 사달이 날 것 같기에 급하게 문창옥을 말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창옥의 분노는 유신이 아니라 박지용에게 넘어갔다.

“네 놈도 각오해라. 내가 옷만 벗기는 걸로 끝내지 않을 테니.”

문창옥의 말에 박지용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문창옥은 이제야 자신의 위엄을 되찾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유신은 웃고 있는 문창옥을 보니 괜히 속이 뒤틀려 한껏 비아냥거렸다.

“변태처럼 웃지 마요!”

문창옥은 유신의 그 모습에 화를 내려고 하다가, 여기에 더 있으면 복장이 터져 죽을 것 같기에 몸을 돌렸다.

떠나는 문창옥을 향해 유신이 마지막 카운터를 날렸다.

“근데 아저씨! 여기 밥은 언제 줘요?”

유신의 말에 문창옥은 쿵쾅거리며 간이 감옥에서 멀어졌다.

멀어져 가는 문창옥을 보지도 않고 유신은 멍하니 푸른 하늘을 쳐다봤다.

“밥은 둘째치고, 이렇게 뻥 뚫려 있는데, 화장실은 어떻게 해?”

유신의 질문에 박지용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이제야 그 문제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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