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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41화 (41/300)

41화_시간 싸움(3)

“지금 뭐 하는 거야!”

문경일의 외침에 라령이를 치료하기 위해 움직이던 박지용의 손이 멈췄다.

“뭐가 말입니까?”

“뭐가 말입니까? 너 제정신이야? 그 비싼 해독 키트를 듣도 보도 못한 수상한 사람들한테 주겠다고?”

“저 아이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어이 거기 형씨 13기동대는 처음 듣는데, 사기도 적당히 쳐야지. 그리고 그렇게 흉흉한 무기 들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겠어?”

“전 정말 13기동 타격대 소속으로···”

“난 그건 모르겠고, 빨리 무장 해제부터 해야 우리가 도와줄지 말지 할 거 아냐.”

“아···!!”

나는 재빠르게 검을 집어넣고는 검집째로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문경일이 품에서 능력 억제 수갑을 뺀 후에 내게 던졌다.

내 앞에 떨어져 있는 능력 억제 수갑을 바라보고 있을 때 문경일이 말했다.

“그것부터 착용한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할까?”

순간 이들을 믿을 수 있나 고민에 빠졌다.

그때 누워있는 라령이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마니···”

라령이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고민을 털어버리고 땅에 떨어진 능력 억제 수갑을 들어서 그대로 내 손목에 채웠다.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제발 라령이를 살려주세요.”

내가 능력억제 수갑을 착용하자, 문경일이 비열하게 웃기 시작했다.

“살려주긴 뭘 살려줘? 몬스터화 된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깟 북한 거지한테 비싼 해독 키트를 주라고? 그게 말이 돼?”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문경일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다시 한번 라령이의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마니.”

라령이의 목숨에 비하면 내 자존심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앞에 있는 남성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애원했다.

“제발 부탁 드립···”

“오마니란다. 크크크 오마니가 뭐냐? 자 꼬맹아 잘 따라 해 봐. 어머니. 이게 표준어야. 뭐 이제 곧 죽을 꼬맹이한테 알려줘도 되는 건가? 크크크”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문경일에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박지용이 손을 들어서 나를 제지하고는 라령이를 바라보며 해독 키트를 다시 들었다.

나는 박지용의 행동을 이해하고, 라령이에게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문경일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놓기만 해봐.”

문경일의 협박에도 박지용은 굴하지 않고, 자세를 낮춰 해독 키트를 라령이에게 놓으려고 했다.

“삼촌한테 말해야겠군. 알지? 지금 파견 나온 파견부대장이 우리 삼촌인 거.”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문경일이 말하자, 해독 키트를 들고 있는 박지용의 손이 떨려왔다.

그 모습을 본 문경일은 자신의 협박이 먹힌다고 생각해 신이나 계속 외쳤다.

“널 제재하는 방법은 많아. 가장 기본이 명령 불복종이고. 찾아보면 더 있겠지. 그런데, 알지도 못하는 북한 거지 때문에 네 인생을 망치면 안 되잖아?”

박지용의 손은 힘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쳐다본 문경일이 씩 웃으며 다가와 박지용의 해독 키트를 빼앗았다.

“잘 생각했어. 내 라인만 잘 타면 너도 엘리트 코스야.”

박지용 자신은 남들과 다르게 권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이 다른 것을 깨닫고는 패배감에 젖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는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칼자루는 저들이 쥐고 있기에 피가 나도록 주먹을 쥐며 화를 참았다.

“권력에 흔들리는 겁니까?”

“······”

박지용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나는 그게 긍정의 신호라 생각하며, 이 일의 원흉인 문경일을 노려봤다.

“무섭게 왜 쳐다봐? 저 꼬맹이가 죽는 건 어쩔 수 없어, 원칙이라서 말이야.”

“사람 살리는데 원칙과 돈이 그렇게 중요해?”

“상황 파악 못 하네, 그건 당연한 거야.”

문경일은 유신의 말투가 달라진 것도 느끼지 못하고, 여유 있는 척하기 위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유신은 문경일의 태도에 이성의 끈이 끊어지려고 했지만, 마지막으로 참으며 말을 이었다.

“후회하기 싫으면 해독 키트 내놔.”

“후회하기 싫으면? 이게 미쳤나?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네. 말투를 보니 한국 사람 같은데 어떻게 위에서 내려온 거지? 너 누구야?”

“후우~ 침투조여서 그런다 왜?”

침투조라는 말에 뭔가를 알고 있는지 문경일이 말을 더듬거렸다.

“치···침투조? 저기 소속이···?”

“아까도 말했지만,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이다.”

“···13?··· 하~ 참나. 사기도 작작 쳐 침투조에 그딴 부대 없다니까. 이거 뭐 쌍팔년도 간첩 교육을 받았나? 그딴 팀 들어본 적도 없어.”

“이상하군. 어떻게 일반 정찰조가 침투조의 세부부대까지 알지?”

“내가 빽이 좋아서. 야 뭣들 해? 수상한 인물이다. 빨리 저놈 체포해!”

모든 사건을 지켜본 정찰대원들은 문경일의 명령을 따라야 했지만, 도의적으로 유신과 라령이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머뭇거리기만 했다.

정찰대원들까지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화가 난 문경일이 바닥을 차며 대원들을 협박했다.

“다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받고 싶어?!”

정찰대원들은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며, 유신에게 조심히 접근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문제라는 거네?”

“네가? 내가! 저 새···”

퍼억~

더는 참을 수 없어 폭발해 버린 나는 문경일에게 달려들어서 주먹을 휘둘렀다.

문경일은 쓰러지면서 해독 키트를 흘렸고, 나는 떨어진 해독 키트를 낚아챈 후에 재빨리 라령이에게 주입하려고 했다.

콰직!

그때 내 손에 들려 있던 멀쩡한 해독 키트가 산산이 부서지며 해독약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부서진 해독 키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쓰러진 문경일의 비웃음이 들렸다.

“잘 봤냐? 이게 바로 어떤 사물이라도 부시는 내 능력이다.”

“···왜 그랬지?”

“그딴 거지한테 줄 바에 그냥 없애는 게 나아! 그리고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나는 극렬한 살의를 피우며 문경일을 노려봤다.

내 눈빛에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문경일의 몸이 굳었고, 나는 지체 없이 달려들었다.

박지용이 내 앞을 가로막았지만, 나는 박지용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어서 쓰러지게 했다.

“큭!”

능력 억제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단 한 방에 박지용이 쓰러지자, 문경일이 놀란 토끼 눈을 떴다.

아무리 문경일이 8기동대라고 하지만, 박지용의 실력은 8기동대 급을 넘어서, 언제든지 현장으로 배치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였기 때문이었다.

“오···오지 마!”

겁에 질린 문경일이 어설프게 휘두른 손과 발은 유신에게 손쉽게 막혔다. 그리고 유신의 주먹질이 시작됐다.

퍽!

유신의 주먹이 인중을 가격하자, 문경일의 앞니가 옥수수처럼 부러졌다.

문경일이 피를 토하며, 치아를 뱉어냈지만, 이미 이성의 끈이 떨어져 눈이 돌아가 버린 유신의 분노는 쉴 틈 없이 문경일을 패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문경일이 능력도 사용하며, 발악도 했지만, 그저 유신의 분노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퍽퍽퍽퍽퍽퍽···

유신이 꼼꼼하게 주먹으로 문경일의 온몸을 자근자근 짓밟고 있을 때 정찰대원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뒤늦게 박지용이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그만두십시오.”

“······”

박지용의 말에 유신은 잠깐 멈칫하더니, 문경일의 오른손을 발로 짓밟아 뼈를 뭉개버렸다.

콰직!

“크아아악!”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습니다.”

박지용의 뒤늦은 명령에 정찰 대원들이 총구를 유신에게 겨눴다.

유신은 전후방 위로 자신에게 향한 빨간 레이저 빔을 흘끔 쳐다보고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문경일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쏴 봐! 쏴! 쏴 보라고!!”

20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분노한 적 없던 유신은 진심으로 우러나는 막말을 쏟아냈다.

“너희들이 그러고도 인류를 지키는 기동대야? 잘 들어! 라령이가 죽으면 너희 모두를 길동무로 만들 줄 알아!!”

유신은 호숫가에서 여기까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포스를 사용했다.

중간에 레드 몽키 외에도 수많은 몬스터를 물리치고, 도망쳐서 여기까지 왔으며, 그러는 동안 포스를 사용하지 않은 적이 손에 꼽았다.

그 정도로 유신은 지금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고, 간단히 말해서 유신은 이미 예전에 포스가 바닥난 상태였다.

거기다가 현재 유신의 양손은 능력 억제 수갑을 착용해서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웠다.

지금 유신은 탈력증으로 인해 서 있는 것도 힘든 상태에서 오직 정신력과 쥐어짠 육체적 힘으로 문경일을 두드려 패고 있는 것이었다.

‘선배들이 그랬지. 최소 72시간 동안 쉼 없이 움직여도 여력이 남아야 한다고. 그때는 그냥 무시했는데, 이제야 알겠어.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라령이가 죽는 순간. 유신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정찰 대원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여기에 있는 무리를 죽일까 고민하던 유신에게 박지용이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모두 총 내려!”

“하지만 조장님이 당했습니다.”

“책임은 내가 진다.”

그나마 박지용이 라령이에게 해독 키트를 놓으려고 했던 걸 떠올린 유신은 잠시 정찰 대원들의 목숨을 보류시켰다.

유신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본 박지용은 마른침을 삼키고선, 겨우 말을 이었다.

“이 소녀를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지용의 말에 아직 문경일을 패고 있던 유신의 동공이 흔들렸다.

“해독 키트가 더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하십시오.”

“어···어디에 있습니까?”

유신이 말을 더듬거리며 박지용을 바라봤다.

박지용은 유신에게 잡혀있는 문경일을 가리킨 후, 모든 조원을 가리켰다.

“우리 모두 의료 키트는 종류별로 가지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유신이 급하게 문경일의 겉옷을 벌려서 의료 키트를 확인한 후에 해독 키트를 꺼냈다.

유신은 문경일을 집어 던지고선 라령이에게 비틀비틀 걸어가 고블린의 사독침에 맞은 곳에 해독 키트를 놓았다.

“다드 뭐드 하느 거야. 디금 다자 쏴! 쏴라고!!”

유신에게 풀려난 문경일은 만신창이가 되고, 치아가 부러져 제대로 된 발음을 구사하지도 못하면서 악다구니를 썼다.

정찰 대원들은 조금 늦게 문경일의 말을 이해하고 총구를 다시 유신에게 향했다.

그때 박지용이 유신과 문경일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

“야 바지요! 너 지그 뭐하느 거야!!”

문경일의 말을 무시한 박지용은 유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신분 확인을 할 수 있을까요?”

“······?”

“신분증이나 기동대 자격증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라령이의 상태를 확인하니 거칠었던 호흡이 조금씩 잦아졌다.

안도감이 든 나는 박지용의 말대로 신분증을 찾아봤다.

하지만, 수십 차례의 전투로 인해 입고 왔던 옷은 다 찢어져 있고, 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새롭게 얻은 검 한 자루와 강문 선배가 준 GPS뿐이었다.

그래도 이거라면 어떻게든 내 신분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GPS를 박지용에게 건넸다.

“신분증과 자격증은 전투 중에 잃어버렸습니다. 가지고 있는 건 이게 다입니다.”

박지용은 GPS를 받은 후 이곳저곳을 확인해 봤다.

“기동대에서 발급한 GPS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바지요 너 이새기 저노이라 가으 펴이지, 다드 뭐해! 바리 저노드 다 솨버려!!”

문경일의 명령에 다른 정찰 대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박지용이 몸을 돌려 문경일에게 걸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지요 너 그···그게 뭐야! 저···저리가~!!”

“지금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으시네요. 푹 주무십시오.”

박지용이 무언가를 문경일에게 주입했고, 문경일은 눈을 뒤집어 까며 쓰러졌다.

“지금 문경일 조장은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 진통제와 안정제가 섞인 의료 키트로 재웠다. 그리고···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이 부조장이 책임진다.”

박지용의 말에 정찰 대원들은 유신을 겨누고 있던 총구를 내렸다.

대충 상황을 종결시킨 박지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과 라령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이는 괜찮습니까?”

박지용의 말에 유신이 라령이를 껴안아서 확인하니 고열과 함께 신음을 흘리던 라령이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목숨은 건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덕분입니다.”

“죄송하지만, 신분 확인이 불가능하고, 아무리 침투조라고 해도 우리 조장을 저렇게 반병신으로 만들어 놔서 체포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대신에 라령이를 부탁드립니다.”

“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단 한 마디의 감사를 내뱉은 유신은 정신적, 육체적 한계로 인해 그대로 쓰러지며 기절했다.

갑자기 유신이 쓰러지자 박지용은 급하게 다가가 인중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유신이 미약하지만 숨을 쉬는 걸 확인한 박지용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거리를 두고 있던 정찰 대원들이 다가왔다.

“너희는 여기 하유신이라는 사람과 조장을 챙겨라.”

조원들이 유신과 문경일을 챙기는 걸 확인한 박지용은 조심히 라령이를 안아 들었다.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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