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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38화 (38/300)

38화_피난길(3)

한밤에 즐긴 고깃국 파티가 끝난 후, 우리는 시냇물을 따라 이동했다.

가끔 동물들이 시냇가로 와서 목을 축여서, 식량이 부족한 우리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물이라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몬스터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목을 축이기 위해 시냇가로 다가오는 몬스터들은 꽤 많았다.

“하압~!”

나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마지막 남은 놀의 머리를 베어냈다.

이걸로 오늘만 다섯 번째 몬스터 무리와 싸웠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마을을 습격했던 대규모 몬스터 무리는 나타나지 않아서 위안이면 위안이었다.

내가 검에 묻은 놀의 피를 닦고 있을 때 정찰을 나갔던 리진수가 돌아왔다.

“저 앞에 큰 호수가 있슴네다.”

“강문씨 그쪽으로 향해도 되겠슴네까?”

“호수라···”

참 복잡한 보고 단계다.

리진수가 리수진에게 보고하고, 리수진은 강문에게 또 허락을 구했다.

“그냥 지나쳐야겠군.”

“알겠슴네다.”

“안 됩네다.”

리진수가 처음으로 리수진의 말에 반박했다.

“호수에 고기 반 물 반이었슴네다.”

“그래도 강문씨가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식량을 보충해야 합네다!”

“······”

리진수의 외침에 리수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식량이 쌓여 있던 수레를 바라봤다.

처음에 출발할 때는 꽤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규모 인원이 매일 두 끼씩 먹으니 부피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강문 선배 괜찮지 않을까요?”

생각에 빠진 강문 선배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호수에는 변수가 많아.”

“변수요?”

“냇가야 겨우 목을 축이는 정도기에 소규모 몬스터 무리가 오는 거지만, 호수는 그 넓이에 맞게 대규모로 올 거야.”

“안되나요?”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었을 뿐이야.”

강문이 말에 유신을 포함해 모두가 울상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하지 않은 말이 있다.

그 운이라는 건 몬스터를 적게 만난 게 운이 아니라는 거다.

마을 사람들이 강문을 만나서 이렇게 같이 움직이는 게 마을 사람들의 행운이었다.

“그래도 가야 합네다.”

모두가 호수를 비껴가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리진수가 강하게 말했다.

그 말에 리수진이 자신의 지팡이로 땅을 찍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간나 새끼! 사람들 다 죽이고 싶네?”

“안 가도 다 죽습네다.”

리진수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

“아무리 아껴 먹어도 이틀치 식량 밖에 안 남았슴네다. 안 가면 다 굶어 죽게 생겼슴네다.”

식량 상황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했던 리수진은 현실에 직시하자 더는 화를 내지 못하고 침묵했다.

“리수진! 분명 식량이 이주치라고 하지 않았나?”

“···맞슴네다.”

“출발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왜 이틀 치 밖에 없지? 중간중간 동물로 약간의 보충도 했는데?”

“그게···”

리수진이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있을 때 리진수가 대신 대답했다.

“하루에 두 끼나 먹으니 당연한 거 아닙네까?”

“세 끼도 아니고 두 끼인데?”

내 의문에 리진수가 화를 냈다.

“우린 평소에 한 끼 먹고, 마을 잔치가 있을 때만 두 끼 먹슴네다.”

리진수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고작 한 끼를 먹고 생활한다고 한다.

삼시 세끼를 먹고 중간에 간식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현대인들과 이들의 삶이 너무 달랐다.

“그럼 왜 행군 때 두 끼를?”

“처음부터 동무들이 아침, 저녁으로 두 끼를 먹자 하지 않았슴네까?”

아··· 나는 그래도 한 끼라도 줄여서 식량 사정을 넉넉히 하자고 한 거였는데, 이들에게는 매일이 잔치였구나.

내가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강문 선배가 리수진을 불렀다.

“리수진.”

“네.”

“정확히 어떤 마법까지 가능하지?”

“···땅 속성 마법은 6서클까지 전부 가능하고, 다른 속성은 4~5 서클까지 가능합네다.”

“좋아. 지금부터 최대한 많이 어스 월 메모라이즈 해놔.”

“어스 월은 알겠는데, 메모라이즈는 뭡네까?”

나는 강문 선배와 리수진의 대화를 들으며 한 끼에 이어 또 다른 충격에 빠졌다.

일부 속성이지만, 6서클 마법까지 가능한 사람이 메모라이즈를 모른다고 했다.

“저기 수진씨···”

“이름으로만 부르지 마시라요.”

“아 네··· 리수진씨 혹시 마법은 어떻게 배웠나요?”

“······책 보고 배웠슴네다.”

충격의 연속이다.

국가고시 만점자가 교재만 보고 공부했다는 거와 뭐가 다른가?

“어스 월을 펼치면 하루에 몇 번 정도 가능하지?”

“높이와 길이에 따라 다릅네다.”

나만 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강문 선배는 담담한 어투로 계속 리수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높이 3M, 길이 5M, 두께 50cm로 잡고.”

강문 선배의 디테일한 요구에 리수진은 금방 계산을 끝냈다.

“연속으로 대략 10번 정도 가능하고, 무리를 하면 한두 번 정도 더 가능합네다.”

“서클에 비해 마나 통이 작군. 마법은 언제부터 배웠지?”

“3년 됐슴네다.”

나는 아직도 더 놀랄 게 남았는지 강문 선배와 리수진의 말에 껴들었다.

“잠깐만요! 3년이요? 3년 만에 6서클 어스퀘이크를 쓴다고요?”

“그게 그렇게 놀랄 일 입네까?”

“네! 대체 리수진씨 나이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열여덟입네다.”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고요?”

“잠깐! 어스퀘이크를 쓴다고?”

“네 강문 선배 어스퀘이크를 쓰더라고요. 그것도 어스퀘이크가 끝나갈 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지로 만들더라고요.”

“정말이야?”

내 말에 강문 선배가 리수진을 똑바로 바라봤다.

리수진은 강문 선배가 자신을 바라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였다.

“작은 재주입네다.”

“좋아! 호수로 향한다. 거기서 식량을 보충한다.”

“넵.”

강문 선배의 외침에 리수진이 가장 크게 대답했다.

저번부터 느끼는 거지만 이 박탈감은 뭐지?

***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수에 도착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고 있을 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마니 저게 바다라는 겁네까?”

“사람들이 호수라고 하더구나.”

“호수? 정말 물이 많슴네다.”

아이들은 호수를 처음 보는지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평생을 한마을에서 살았을 테니 당연히 호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맞을 거다.

“흐흡~”

첨벙~!

내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진한 물냄새를 맡고 있을 때, 호숫가에서 몇 마리의 물고기들이 뛰어올랐다.

물고기가 튼실해 보이는 게 꽤 오랫동안 이 물가에서 지내 온 것 같았다.

“어스퀘이크!”

내가 탁 트인 호숫가에서 숨을 돌리는 동안 리수진은 쉬지도 못하고 캐스팅을 했는지 시동어와 함께 땅이 진동했다.

땅이 파이고 솟아올라 숲과 우리 사이에 방벽을 만들어 갔다.

“취이이익!”

“키키키킥!”

“크르르르~”

어스퀘이크가 만든 소음이 호숫가에 터를 잡은 몬스터 무리를 자극했다.

오크, 고블린, 실버 울프 등이 우리 존재를 눈치채고 다가왔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나는 검병을 매만지며, 언제든 몬스터 무리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가라~ 포스몬!”

강문 선배의 외침에 힘이 빠졌다.

“아 쫌 선배!!”

나는 강문 선배에게 비명을 지르듯 외치고는 리수진의 어스퀘이크 방벽을 밟고 뛰어오르며 몬스터들에게 탄검기를 날렸다.

여기 오기 전에 강문 선배는 여러 지시를 내렸다.

그중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몬스터들에게 공포심을 심는 거다.

공포심이라는 건 별거 없다.

우리가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확실한 실력 차를 보여주면 된다.

“하압!!”

나는 포스로 기선제압을 한 후,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 그대로 오크들에게 휘둘렀다.

“취이이···”

“취익 취익!”

한 번에 다섯 마리의 오크를 베어내자, 오크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때, 우측에서 나를 무시하고 방벽으로 달려드는 실버 울프에게 포스 폭발을 날렸다.

콰콰쾅!

“깨깽깽”

앞서 달리던 실버 울프들이 폭발과 함께 육편으로 변했다.

나는 이번에는 좌측에서 나타난 고블린 무리에 시선을 돌리자, 이미 고블린 무리는 도망치고 있었다.

평소라면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놔두지 않을 테지만, 지금은 고블린에게만 신경 쓸 수 없었다.

오크와 실버 울프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나 하유신의 영역이야!!”

유신은 스스로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유신의 강함보다 그 미소에 섬뜩함을 느끼고 뒷걸음질 쳤다.

이번 전투로 인해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나온 몬스터의 특징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고블린은 영약하고, 실버 울프는 본능에 충실하다.

오크는 역시나 단순 무식했다.

그래서 고블린과 실버 울프가 도망가는 동안, 오크는 끝까지 저항했다.

“하아 하악~”

유신도 쉽게 전투를 끝낸 건 아니었다.

실버 울프 무리의 절반을 없애고, 오크 무리를 전멸 시킨 동안 단 하나의 상처도 없었지만, 포스를 모두 사용하고 말았다.

평소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히 포스를 사용해 한 마리씩 몬스터를 없앴을 거다.

하지만, 강문의 말에 따라 몬스터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과감히 포스를 사용했다.

포스 낭비인 줄 알면서 포스를 몸 밖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르게 만들고, 포스 대검과 포스 폭발 등 화려하면서 포스 낭비가 심한 기술 위주로 사용했다.

아껴서 사용하면 몇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포스를 이 짧은 시간에 모두 사용했다.

그렇게 단기간에 포스를 사용하니 체력적인 문제보다, 포스의 공백에서 오는 탈력감이 유신을 지치게 했다.

“포스몬 수고했어. 이제 돌아와.”

강문 선배가 방 벽 위에서 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며 외쳤다.

나는 후배의 설움을 느끼며 방 벽을 향해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쯧쯧쯧.”

강문 선배가 혀를 차며 방 벽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탈력감에 겨우 눈을 뜨며 다가오는 강문 선배를 바라봤다.

강문 선배의 눈동자가 휘어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비쳤다.

“서···선배 절대 하지 마요.”

“뭘?”

“제발···제발 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걸을 수 있겠어?”

유신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몸에 힘을 줬다.

일어나려고 하지만, 손을 헛디디며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거봐 일어날 힘도 없잖아.”

“제발 부탁드려요. 하지 마세요.”

“고생한 우리 포스몬을 위해 내가 힘 좀 써야지.”

내가 쓰러질 때마다 다리우스 선배가 했던 대로, 강문 선배가 공주님 안기로 나를 안아 들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공주님 안기를 당하면 정말 창피했다.

특히, 오늘은 백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었다.

“겨우 그거 싸웠다고 쓰러지면 어떡하냐?”

“선배가 포스를 아낌없이 사용하라고 했잖아요.”

“걸을 힘은 없으면서 주둥이 나불거릴 힘은 있네.”

“······”

그게 나도 신비했다.

몸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데, 입은 쉼 없이 움직였다.

“역시 포스가 부족해.”

강문 선배의 혼잣말이 내 귀에 내리꽂혔다.

“설마··· 예전처럼 포스 강화 훈련을 다시 해야 하나요?”

내 말에 강문 선배는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무슨 소리야 예전처럼 포스 강화 훈련은 이제 안 먹혀.”

“휴우~”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강문 선배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더 강화된 포스 강화 훈련으로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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