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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34화 (34/300)

34화_오우거(2)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유신을 바라볼 뿐이지, 아무도 도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유신은 직접 땅에 떨어진 다른 죽창을 집어서 포스와 함께 오우거에게 날렸다.

사람들은 그제야 유신이 원하는 걸 파악하고 죽창을 모아 건네줬다.

유신은 사람들이 건네준 죽창을 쉼 없이 오우거에게 던졌다.

포스가 씌어진 유신의 죽창을 도끼 면으로 막아내던 오우거는 여러 개의 죽창이 날아오자 죽창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콰콰쾅!

죽창이 하늘에서 폭발했다.

자경단원들은 못 봤지만, 나는 똑똑히 봤다.

오우거의 도끼에서 검은 무언가가 날아가 죽창과 부딪혀서 폭발했다.

나는 마저 던지려는 죽창을 내려놓고 오우거를 바라봤다.

오우거의 도끼에서 끈적하고 불길한 검은 에너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제길···”

자경 단원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내 몸은 만전이 아니다.

평소의 나는 어떤 힘든 훈련을 하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컨디션이 멀쩡해졌다.

그런데, 마계화가 진행되는 곳이라서 그런지 포스의 충만감이 덜했다.

‘이럴 때 검이라도 있으면 조금은 분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리진수의 허리에 꽤 좋아 보이는 검이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검 좀 빌려줘.”

“동무 무슨 말을 하는 겁네까?”

“말 그대로야. 네 검이 필요해.”

“동무도 검이 있지 않슴네까?”

“어제 오크들이랑 싸울 때 부러졌고, 나중에 주워서 쓰던 낡은 검도 언데드들이랑 싸울 때 부러졌어. 빨리 빌려줘!”

리진수는 내 말에 경계 어린 눈빛을 내비쳤다.

“무기 없이 오우거를 어떻게 상대해?”

내 담담한 말투에 리진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건넨다.

“미안한데, 검집도.”

콧김을 뿜어낸 리진수는 말없이 허리에서 검집째 풀어, 내 가슴에 밀어 넣듯 건네줬다.

나는 검을 받고선 조심히 반쯤 꺼내 본다.

칼날이 예리하고 단단하지만, 본인의 27번째 검인 이천이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검이었다.

“조심히 쓰고 돌려 주시라요.”

“노력해 볼게.”

검을 허리에 패용하고 목책 밖에 있는 오우거를 노려봤다.

몬스터의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하다. 방금 오우거가 비웃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오우거에게 달려들기 위해 자세를 잡으려는데, 리수진의 시동어가 들렸다.

“어스퀘이크!”

땅이 진동하면서 오우거가 서 있던 곳이 쩍 갈라졌다.

오우거는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훌쩍 점프해서 갈라진 곳을 벗어났지만, 착지하는 곳에서 날카로운 가시 모양의 돌들이 솟구쳤다.

“크어어엉!”

괴성을 지르던 오우거가 땅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쾅!!

오우거는 도끼로 바닥을 평탄하게 만들었지만, 리수진의 어스퀘이크는 쉬지 않고 오우거를 공격했다.

땅이 솟구치고, 덮치고, 갈라지고를 반복하던 어스퀘이크는 어느 순간 오우거를 감싸고는 땅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제도 느꼈지만, 리수진의 어스퀘이크는 고등 마법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다.

저건 고등 마법을 뛰어넘는 예술의 경지다.

“락 스피어!”

어스퀘이크 마법이 끝나자마자, 리수진이 또 다른 마법을 캐스팅해서 오우거가 묻혀 있을 만한 곳에 마법을 발사했다.

그렇게 리수진은 몸속 마나가 바닥날 정도로 마법을 시전해 오우거를 확인 사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마나를 소모한 리수진이 어제처럼 창백한 안색이 돼서는 비틀거렸다.

“하유신 동무 뒤를 부탁합네다.”

“??”

리수진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명상에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수진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오우거가 묻혀 있던 땅이 터져나갔다.

콰콰쾅!!

오우거가 땅속에서 걸어 나오는데, 흙먼지만 뒤집어썼을 뿐이지 상처 하나 없었다.

“크아아앙!!!”

밖으로 나온 오우거는 땅에 묻혀 있었던 것이 화가 났는지 피어를 내뱉었다.

오우거의 피어에 자경단원 일부는 기절했고, 가까스로 피어를 견뎌낸 사람들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쿨럭!”

지금 막 명상에 들어갔던 리수진은 오우거의 피어에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한 사발 뱉어냈다.

오우거의 피어 한방에 반 이상의 전력이 상실됐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오우거를 향해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앗!!”

괴성을 지를 때 포스를 내포하였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자경 단원들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나는 자경 단원들에게 씩 미소 짓고는, 오우거를 바라보며 발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나와 오우거는 서로를 향해 뛰었다.

오우거와 내가 서서히 가까워졌고, 이제 발 구름 한 번이면 검격 안에 오우거가 들어온다.

나는 마지막 발 구름에 포스를 폭발시켜 가속도와 점프력을 얻어, 오우거의 상체를 향해 발검술을 발휘했다.

콰아앙!

내 검과 오우거의 도끼가 격돌하면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검과 도끼가 맞대진 상태에서 우리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역시 오우거는 오우거다.

지이익

나는 오우거와의 힘겨루기에서 점점 뒤로 밀려났다.

아무리 포스로 육체와 검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역시나 오우거의 근력과 파괴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뿜어지던 포스가 아주 잠깐 끊겼다.

이대로 있으면 내 몸은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기에 몸을 틀면서, 검으로 오우거의 도끼를 흘렸다.

쾅!

오우거의 도끼가 땅을 찍었다.

나는 그 틈에 뒤로 물러나며 끊긴 포스를 다시 활성화하며, 검기를 가늘고 길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길게 늘어난 검기를 채찍처럼 활용하여 변칙적인 공격으로 오우거의 가슴에 상처를 냈다.

촤아악~

오우거의 가슴에 핏방울이 솟구쳤다.

나는 이 기세를 몰아 오우거의 도끼를 피하며 조금씩이지만 오우거의 외피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깊지는 않지만, 오우거의 전신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오우거는 날다람쥐처럼 자신의 공격을 피하며, 상처만 주는 인간에게 화가 났다.

흥분한 오우거는 자세가 큰 거친 공격을 가했고, 그로 인해 빈틈이 많아졌다.

빈틈이 보이자 채찍처럼 활용하던 검기로 오우거의 왼팔을 감은 다음에 나선형 모양의 상처를 줬다.

“크아아악!”

오우거는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머리에 김을 뿜으며 하늘 위로 괴성을 질러댄다.

나는 괴성을 다 지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착한 악당이 아니기에 그 틈에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 오우거에게 휘둘렀다.

콰앙!

치명상을 입힐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우거의 뛰어난 반사 신경과 도끼에서 흘러나오는 검고 칙칙한 기운이 내 회심의 일격을 막았다.

나는 서둘러 뒤로 물러났지만, 오우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피드로 도끼를 내리찍었다.

슈웅~ 쾅!!!

나는 포스 대검을 유지한 상태로 검을 머리 위로 들어 도끼를 막았다.

울컥하면서 입가에서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그때 오우거의 발차기가 내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힘들게 포스 대검을 유지하면서 도끼를 막아내고 있기에 오우거의 발차기를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쿠헥~”

나는 짓눌린 개구리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뒤로 날아갔다.

이대로 땅에 튕겨 계속 구르면, 다음에는 오우거의 도끼가 내 몸을 반으로 갈라버릴 것이다.

나는 들고 있는 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검은 길게 도랑을 만들었고, 뻥 조금 섞어서 한 마지기(약 200평)는 미끄러진 것 같았다.

그렇게 멈추자마자 고개를 들어 오우거의 공격에 대비하려고 했는데, 오우거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나를 비웃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온몸에 힘을 주더니, 지금까지 내가 힘들게 낸 상처들이 근육에 파묻히며 출혈이 멈췄다.

“지금 날 농락하는 거야!!”

오우거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도, 내가 분노했다는 건 파악했는지, 징그러운 미소 지었다.

화가 난다.

나는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우거에게 달려가며 탄검기를 날렸다.

오우거는 내 포스 공격에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냥 제자리에서 도끼를 휘둘렀다.

휘이이잉~

콰앙!

내 포스와 오우거의 도끼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공중에서 섞이다가 폭발을 일으켰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내 포스 공격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해졌다. 그렇다고 다른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포스 말고는 오우거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단이 없었다.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나는 쉼 없이 검을 휘둘러 포스를 오우거에게 날렸다.

오우거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마주 도끼를 휘둘렀다.

나와 오우거 사이의 공간에 푸른 빛과 검은 빛이 조용히 기운을 흡수하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뒤로 물러나 폭발의 여파에서 벗어난 다음 오우거를 공격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다시는 승기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양발을 땅에 박아 넣은 다음 포스 막을 앞세워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발은 가라앉았고, 나는 오우거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나는 땅에 발을 박아 넣어서 겨우 버텼는데, 오우거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죽창을 이용한 포스 폭발도, 포스를 이용한 검기도, 포스 대검과, 원거리 공격인 탄검기를 포함해 포스로 하는 모든 공격이 오우거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크르르륵~”

오우거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지금까지 사용한 포스에다가 폭발을 버티기 위해 포스 막까지 운용해서 벌써 포스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자제했어야 했는데, 포스 소비가 높은 탄검기를 너무 막무가내로 사용했다.

천천히 다가오던 오우거가 점점 속도를 내며 내게 달려왔다.

나는 오우거를 막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는데, 땅에 박힌 발이 빠지지 않았다.

빠르게 접근한 오우거가 내게 도끼를 내리찍었다.

나는 겨우 검기를 일으켜 오우거의 도끼를 막았다.

“쿨럭!”

도끼는 막았지만, 내상은 피하지 못했고, 내 몸은 더욱 땅에 박혔다.

오우거가 다시 한번 도끼를 들어 나를 향해 내리찍으려고 한다.

나는 무의미하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오우거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도끼를 내린 후, 우악스러운 손으로 내 오른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땅에 박혀 있는 나를 뽑아냈다.

나는 오우거의 악력에 뭉개진 오른 손목과 다리가 땅에서 뽑혀 나가면서 생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악!!”

내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오우거는 그런 나를 흥미롭게 구경했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아서 고통 속에서도 짜증이 솟아났다.

나는 고통을 참으며 최후를 준비했다.

씨익

오우거에게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내가 미소를 지었다.

내 미소를 본 오우거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게 흥미를 잃은 아이처럼 눈가를 씰룩이다가 이내 나를 향해 입을 쩌억 벌렸다.

내 머리통이 오우거의 입에 들어가려는 그때 조약돌이 날아와 오우거의 관자놀이에 부딪혔다.

“탁!”

나는 돌아가지 않는 목을 최대한 돌려서 조약돌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내가 마을에서 막 정신을 차렸을 때 나를 간호해준 북한 소녀 라령이가 양손에 조약돌을 들고는 오우거에게 던지고 있었다.

“동무를 놓으라우~”

오우거는 아프지 않지만, 조약돌에 맞은 게 기분이 나쁜지 나를 나뭇가지 던지듯 던지고는 라령이에게 걸어갔다.

라령이는 오우거가 다가오자, 공포에 질려 들고 있던 조약돌도 놓치고, 그대로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앙~”

라령이를 구해야 한다.

나를 구하기 위해 라령이가 목숨을 걸고 조약돌을 던져 듯이 나도 목숨을 걸고 라령이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내 모든 공격은 통하지··· 아니 하나 남았다.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제대로 익히지 못했지만, 오크를 잡으면서 감을 잡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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