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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31화 (31/300)

31화_빌리지 디펜스(5)

“정신 차렸습니다!!”

오크 전사의 일격에 기절했던 나는 아직 몽롱한 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앞에는 오크들이 서 있고, 뒤에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취이이익!!”

그때 오크 전사의 외침에 빠르게 상황 파악이 됐다.

“커험!”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오크 전사를 쏘아봤다.

기절 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오크 전사의 할버드에서 검은 기운이 이글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까 홉고블린 때도 그렇고, 이상하다고 느끼며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자 검은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탁탁탁

나는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통통 튕겼다.

잠깐 기절을 했을 뿐인데, 몸이 가볍다.

무슨 이유로 몸이 가벼워진 건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나는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오늘 다 죽었어~ 풋돼X 새X들아!”

남들이 보기에 오크 전사에게 된통 당해 내가 흥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까보다 지금이 더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패착은 당연했다.

어느 순간부터 오크들과의 간격을 조절하지 않았다.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전투의 흥분에 빠져버린 것이다.

뼈다귀들과의 전투에서 그렇게 맞아가면서 몸으로 익혔는데, 쉽게 까먹은 것이다.

다시 기억해야 한다.

다대일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위되지 않게 간격을 유지하는 거다.

“선빵필승!!”

나는 오크들과 부딪히기 전에 탄검기를 날려 앞 열에 있는 오크들의 상하체를 나눠버렸다.

그 과정에서 오크들의 전열이 무너졌고, 나는 검을 휘둘러 한 마리씩 오크들을 사냥하며, 계속 자리를 옮겼다.

아까보다 오크들을 처치하는 속도는 줄었지만, 내 등 뒤로 오크들을 두게 하지 않았다.

나를 저지하기 위해 오크 전사가 앞으로 다가오면, 최대한 줄행랑을 쳐서 다른 오크를 상대했다.

그렇게 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오크 전사에게 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때는 오크 전사에게 오크를 던져서 방패막이로 썼다.

“취···이익~”

오크들을 방패막이로 계속 사용하니 단순 무식하고, 용맹하다는 오크들이 이제 내가 다가가면 도망쳤다.

그렇게 오크가 나를 피하고, 내가 오크 전사를 피하는 술래잡기를 이어갔다.

오크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전열을 뭉개고 있을 때 오크 전사가 포기했는지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나도 막간을 이용해 두 발로 서있는 오크들의 숫자를 세봤다.

“크응! 취이익!”

화가 나 콧김을 뿜는 오크 전사 한 마리와 겁에 질린 오크 스물한 마리만 남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이번 전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크 전사에게 썩소를 날리고 있는데, 오크 전사가 괴성을 내질렀다.

“취이익!! 취이이이익~!!”

오크 전사의 외침에 겁에 질려있던 오크들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취이익!”

오크의 언어는 알아먹지 못했지만, 대충 눈치를 보니 알 것 같았다.

오크들이 나를 무시하고 마을로 바로 진격할 생각이다.

‘젠장! 이대로라면 학살극이 벌어진다.’

나 외의 유일한 전력이었던 수진도 전투 불능인 지금.

오크를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오크 무리가 마을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크들에게 탄검기를 날렸다.

챙!

날아가던 검기는 오크 전사의 할버드에 막혀 소멸하고 말았다.

오크 전사를 피해 재차 오크 무리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마을로 달려가던 오크 중 절반이 몸을 돌려 내 앞을 가로막았다.

“취이이익!”

앞은 오크들이, 뒤는 오크 전사가 나를 포위했다.

“설마 외통수?!”

시간만 있다면 오크 무리와 오크 전사를 쓰러트릴 자신은 있다.

하지만 지금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십여 마리의 오크 중 단 한 마리라도 나보다 먼저 마을에 도착하면 어마어마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거다.

나는 검을 더욱 꽉 쥐고 곱씹듯 외치며,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도망쳐!!”

체력과 포스를 안배하며 차근차근 오크를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젠 그럴 때가 아니다.

나는 검에 포스를 쑤셔 박듯이 밀어 넣으며, 포스 대검을 만들었다.

“취이익!”

그때 내 뒤에 있는 오크 전사의 외침이 들렸다.

나는 최대한 빨리 앞에 서 있는 오크 무리를 정리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들었다.

검격 안에 오크 무리가 들어오자 포스 대검을 휘두르는데, 한 마리의 오크가 몸을 던지듯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오크 무리가 뒤로 몸을 피했다.

촤아아악!

쿠궁!

포스 대검으로 한 마리의 오크를 무참히 뭉개버렸지만, 오크의 희생으로 나머지 오크들이 무사히 포스 대검을 회피했다.

“제길!”

오크 놈들은 목적을 위해 희생까지 자처했다.

생김새는 게으른 돼지처럼 생긴 오크들이 하는 짓은 여우다.

여우 같은 오크들을 저지하지 못하면 마을 사람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다.

나는 꺼져가는 포스 대검을 날카롭게 버려서, 탄검기를 오크 무리에게 날렸다.

채애앵~!

이번에는 오크들을 끝장내고 오크 무리를 뒤쫓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크들이 무기를 앞세워 탄검기에 대항했다.

검기는 끝끝내 세 마리의 오크만 베어내고 힘을 잃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나는 말을 곱씹으며 오크들에게 뛰어들려고 하는데, 목 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급하게 몸을 틀자, 오크 전사가 할버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채앵

급하게 검을 들어서 오크 전사의 할버드를 막아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뒤에 있는 오크들은 전투에 끼어들지 않고 마을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취이이익!!”

“자꾸 뭐라는 거야!! 빨리 비키라고!!”

나는 거칠게 검을 휘둘러 할버드를 튕겨내고 오크 전사의 품에 파고들며 검을 찔러넣었다.

검이 오크 전사의 가슴을 파고들려고 하는데, 오크 전사가 상체를 뒤로 눕히며 발차기로 내 턱을 가격했다.

퍽!

오크 전사는 내 턱을 가격한 후에 뒤로 넘어지게 됐고, 나는 아픔을 참고 쓰러진 오크 전사에게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때 세상이 빙글 돌며,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제길··· 럭키 킥이라니···”

유신은 살짝 풀린 눈동자로 오크 전사를 바라봤다.

오크 전사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을 향해 할버드를 내리찍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유신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대신해 상체를 비틀어서 할버드를 피해내고는 땅을 굴렀다.

“취이익!”

오크 전사는 자신의 할버드를 피한 유신을 놀람 반, 짜증 반 섞인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땅에 박힌 할버드를 회수해서는 유신에게 휘둘렀다.

유신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실감하며, 포스 막을 전개해서 오크 전사의 할버드 공격에 대한 충격을 대비했다.

쾅!!

오크 전사는 할버드로 유신의 상하체를 나누려고 했지만, 일차로 이천이(이천만 원짜리 검)가 할버드를 막아 힘을 떨어트리고, 이차로 포스 막이 할버드의 날카로움을 막아줬다.

콰직!

텅~ 텅텅텅~

이천이의 검신은 부러지고, 물리적인 충격까지 막을 수 없었던 나는 정신없이 뒤로 날아갔다.

검은 부러졌지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튕겨 나가는 상황에서 오크 무리를 스쳐 지나갔다.

할버드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려고 했지만, 최대한 정신을 붙잡으며 땅을 굴렀다.

그리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땅을 구르다가 그 반동을 이용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로 달렸다.

“취···취이이익!”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오크 전사는 남은 오크들과 함께 유신을 뒤쫓아갔다.

유신은 포스로 육체를 강화하는 동시에 발바닥으로 포스를 모아서 터트려 순간 가속을 높였다.

포스의 폭발로 인해 유신의 전투화가 터져나갔지만, 오크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신은 흐릿한 시각으로 앞을 바라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오크 무리가 마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오크들이 나보다 먼저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악!!”

내 괴성이 효과가 있었는지 앞서 달리는 오크 무리가 멈칫했다.

그때 겁에 질려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할 마을 사람들이 언제 모였는지 목책 뒤로 죽창을 들고 서 있었다.

“준비!”

“근력 강화”

“다중 조준”

“다중 명중”

“발사!!”

마을 사람들이 오크들에게 죽창을 던졌다.

죽창은 오크들에게 미미한 피해밖에 주지 못했지만, 오크들의 발걸음은 확실히 붙잡았다.

“쉬지 말라우~ 계속 던지라우!”

리진수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은 정말 쉬지 않고 죽창을 던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지자, 몸속에 돌고 있는 포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며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리를 쉬지 않으면서 포스를 사용해 부러진 이천이를 감고 있는 붕대를 뜯어냈다. 그리고 이천이에게 밀어 넣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의 포스를 집어넣었다.

부러진 이천이가 자신의 최후를 알고는 부르르 떨었다.

위이이잉!

라이언 선배가 알려준 일점술은 한 점에 포스를 중첩하여 포스의 낭비를 줄이고, 관통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대일 싸움이고, 급박하다.

나는 중첩하는 포스에 틈을 만들어 불안정하게 만들고는 그대로 오크 무리에 던졌다.

순식간에 날아간 반푼이 이천이는 선두에 있던 오크를 뚫고 땅에 박힌 후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쾅!!

폭발과 함께 먼지구름이 일어나 시야 확보가 어려워졌다.

나는 먼지구름 안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르기에 무작정 먼지구름에 뛰어들며 마을로 달려갔다.

눈도 뜨기 힘든 상황에서 포스로 감각을 극대화해 생명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먼지구름 속에서 실눈을 뜨자 바로 앞에 목책이 보였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오크를 찾는데, 오크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오크보다 먼저 마을에 도착한 것 같다.

나는 멀뚱히 서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급박하게 외쳤다.

“더는 죽창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

“빨리들 숨으세요. 제가 그동안 어떻게든 막고 있겠습니다.”

“······”

마을 사람들은 내 다급한 외침에도 넋이 나간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뭣들 하세요? 어서요!!”

내가 계속 재촉하자 리진수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는 이상 행동을 했다.

사람의 심리가 누군가 한 명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쳐다보게 되면 같이 쳐다보게 된다.

나는 리진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내가 이천이를 던진 곳으로 처참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세상에···”

십여 마리의 오크가 있던 곳에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함께 오크라고 불렸던 초록색 살점들이 덕지덕지 떨어져 있었다.

크레이터 뒤편으로는 화가 난 표정의 오크 전사와 벌벌 떨고 있는 오크들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만든 저 흔적을 보니 나도 많이 발전했다고 뿌듯함을 느끼지만, 지금은 목숨이 오가는 전투 중이다.

나는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땅에 떨어져 있는 죽창을 들어 아까처럼 불안정한 포스를 중첩해 오크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쾅! 쾅! 쾅! 쾅! 콰쾅!!

일점술은 포스의 소비를 최소화하는데, 지금 내가 던지는 죽창들은 일점술의 발전인지 도태인지 모르겠지만, 한 방 한 방이 어마어마한 포스를 잡아먹었다.

“하아~ 하악~”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포스를 사용해 본 적은 처음이다.

몸속의 포스가 순식간에 증발하자,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피곤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게 아니다.

극대화한 내 감각은 먼지구름 속에서 단 하나의 생명체가 살아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장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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