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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30화 (30/300)

30화_빌리지 디펜스(4)

미쳤다라? 틀린 말은 아니다.

13기동 타격대에 계속 있으려면 맨정신으로는 힘들다.

그래도 나 홀로 오크들에게 다가가는데 멘티스 때와는 달리,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자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친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미쳐보자. 크아아악!!”

나는 정말 미친놈처럼 오크들이 있는 곳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검을 양손으로 쥐고는 포스 대검을 만들며 오크들에게 달려갔다.

오크들과 내가 가까워질수록 포스 대검은 점점 덩치를 키워나갔다.

‘라이언 선배 죄송합니다. 그렇게 일점술에 대해서 알려주셨지만, 오늘은 이 무식한 포스 대검을 써야겠네요. 왜냐하면···’

포스 대검이 그 크기를 다 키우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포스 대검을 휘둘렀다.

‘기선제압에는 역시 포스 대검인 것 같네요!’

포스 대검은 겨우 다섯 정도의 오크를 튕겨냈다.

한순간에 많은 숫자가 당하면 보통 겁을 먹을 텐데, 오크들은 자신의 동료가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도 전혀 겁먹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기선제압을 하려고 포스 대검까지 사용했는데,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포스 대검의 검격에서 벗어나 있던 오크들이 내게 창을 들이밀었다.

나는 창을 피하고, 검을 휘두르며 다리우스 선배를 통해 습득한 다대일 전투에 대해 떠올렸다.

일단 포위가 되면 안 된다.

포위당하는 순간 나는 오크들의 저녁 식사가 될 것이다.

나는 식사 메뉴가 되지 않기 위해 발악하듯이 온몸을 사용해 오크들을 대적했다.

“성별전환 킥!”

“취···취이익!”

오크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방금 쓰러진 오크는 ‘비겁하다’ 말하며 쓰러진 것 같다.

나도 발에 닿는 느낌이 꽤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상황을 따져보면 전혀 비겁한 건 아니다.

놈들은 다수고, 나는 혼자다. 비겁을 논하려면, 일대일로 싸워야 했다.

오른손에 들린 검으로 오크들의 목을 베고, 왼손 주먹으로 오크들의 턱을 날렸다.

가끔 발을 사용해 ‘성별전환 킥’을 날려서 오크들을 패닉 상태로 빠지게 했다.

몇 번 반복하니 재밌는 상황이 연출됐다.

주먹에 턱이 부서지고, 검에 목이 날아가도 겁 없이 달려들던 오크들이다.

“읏차!”

그런데 방금처럼 내가 발만 살짝 움직여도 서로 몸을 뒤로 물린다.

역시, 아무리 전사라고는 하지만, 수컷의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잇차!”

“취···취이익”

“잇차!”

“취익”

내가 오른발을 살짝 들자 뒷걸음질 치는 오크도 있고, 왼발로 스텝을 밟았을 뿐인데, 기겁하는 오크도 있다.

오크들을 농락하는 시간도 재미있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최대한 빨리 오크들을 처리해야 한다.

처음 나한테 성별전환 킥을 맞은 오크가 이제 정신을 차렸는지 입가에 침을 흘리며 몽둥이를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몽둥이를 든 오크를 향해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일점술을 찔러넣었다.

푹~

일점술은 몽둥이에 구멍을 내고, 오크의 어깨를 꿰뚫었다.

어깨가 꿰뚫린 오크가 쓰러지기 전에 검을 휘둘러 목을 베어냈다.

서걱

오크의 목이 피와 함께 하늘에 떠 있는 동안, 나는 최대한 빠르게 주위에 있는 오크들에게 일점술의 묘리가 담긴 찌르기를 쏟아냈다.

오크의 목이 땅에 떨어지고, 내 주위에 있던 세 마리의 오크가 심장과 목 등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오크를 뒤로 하고, 다시 한번 한 걸음 내디디며, 일점술을 사용했다.

그렇게 내가 걸어가는 순간 오크들은 제대로 인식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털썩

일점술을 사용해, 셀 수 없을 정도의 오크들을 죽이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할버드가 내게 내리꽂혔다.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늦었다. 어쩔 수 없이 할버드를 향해 일점술을 사용했다.

챙~!!

할버드를 꿰뚫을 줄 알았던 내 일점술이 튕겨 나갈 뿐만 아니라, 부딪힌 반동으로 내가 밀려났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할버드의 주인을 바라봤다.

일반 오크에 비해 머리 하나가 더 큰 오크가 할버드를 들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크 중에서 많은 전투를 치르고 치러서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에게만 내려오는 칭호가 오크 전사다.

앞에 있는 오크는 일반적인 오크가 아니라, 오크 전사인 것 같았다.

“크윽~”

나는 격통과 함께 떨려오는 오른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손으로 검을 잡으며, 애써 고통을 잊기 위해 오크 전사를 향해 미소 지으며 크게 외쳤다.

“네가 여기 짱이냐?”

미소를 짓는다고는 했지만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오크 전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오크 전사는 내가 다가오자 할버드를 내리찍었다.

할버드가 빠르기는 하지만, 할버드라는 무기가 보통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에 몸을 옆으로 비틀며 오크 전사를 스쳐 지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깡!

오크 전사의 할버드 다루는 솜씨가 일가견이었다.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상처를 줄 공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크 전사는 긴 창대를 이용해 검기를 손쉽게 막았다.

“그럼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평소라면 조용히 공격했겠지만, 오크가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에 신나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챙챙챙

거리를 두면 내가 위험하다.

나는 짧게 검을 휘둘러 할버드가 제대로 힘을 못 쓰게 했다.

하지만, 오크 전사의 무기술이 만만치 않아, 번번이 막혔다.

장병기의 특성상 근접전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도 가끔 한 번씩 무시무시한 공격이 밀려왔다.

쾅!

할버드가 땅에 닿자, 땅이 갈라졌다.

한순간이라도 검기를 유지하지 못하면, 나의 비싼 검 이천이(이천만 원짜리 검)가 부서질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오크들은 전사의 결투인 줄 아는지 우리의 전투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공방을 이어가고 있을 때 오크 전사의 틈이 보였다.

푸확~

나는 놓치지 않고, 오크 전사의 가슴을 길게 베어냈다.

오크 전사는 발악하며 할버드를 크게 휘둘렀다.

나는 가슴에 상처를 준 것만으로 만족하며 몸을 뒤로 날렸다.

꽤 깊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크 전사의 가슴에는 그렇게 많은 피가 흐르지 않았다.

“쩝~ 아깝네.”

“크응!”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오크 전사가 콧김을 뿜었다.

나는 붕대로 감긴 검을 꼼지락거리며 고쳐 잡고 있을 때 오크 전사가 알 수 없는 비음을 내뱉었다.

“취이이익!!”

지금까지 오크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지만, 방금 말은 뭔지 눈치로 알아들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오크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호흡을 정리하기 위해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오크들의 멱을 따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켁~”

“취이이···”

포스를 날카롭게 다듬어서 오크의 목을 베어내고,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옆으로 다가오는 오크들은 사지 중 하나는 떨어지게 만들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내 걸음에 맞추어 오크들은 죽어 나갔고, 내 포스는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오크들을 죽여나가고 있을 때, 한 마리의 오크가 무기도 들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푹~

내가 무심히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는데, 오크는 심장이 뚫리는 와중에도 달려들며 자신의 목숨과 심장으로 내 검을 붙들었다.

본능적으로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심장을 꿰뚫은 검을 비틀어 그어서 검을 자유롭게 만든 후에 최대 출력으로 포스 막을 일으키며 오크를 털어냈다.

유신의 임기응변은 완벽했고, 재빨랐다. 하지만, 오크를 털어냈을 때 이미 할버드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할 수도 그렇다고 검으로 막을 수도 없는 찰나의 상황에서 유신은 양손을 엑스 자로 만들어 얼굴을 가리며 전진해 타점을 약화시켰다.

쾅!

유신은 할버드의 강격에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하늘을 날아 땅에 떨어진 유신은 한참을 굴렀다.

유신은 마을과 오크들 사이에 있는 평지까지 날아간 후에야 멈춰 섰다.

오크들은 자신들을 학살하던 인간이 오크 전사에게 당하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취이이이익~!!”

***

오크는 고블린과 코볼트들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리수진은 유신이 홀로 오크 무리에 다가갈 때만 해도 유신이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홀로 수십 마리의 오크 무리에게 가는 것은 자만이요, 오만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겁에 질려 정신을 놓은 거였다.

리수진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유신이 포스 대검을 만들어서 오크들을 날려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압~!!”

유신이 쓰는 기술은 원소력도, 차크라도, 내공도 아니며, 더더욱 마나도 아니었다.

저것은 스승님이 말했던, 극악의 확률로 개화하고, 개화하더라도 원소력보다 더 키우기 힘들다는 포스라는 힘이었다.

지금까지 전투에서 유신이 무슨 스킬을 쓰는 것인지 보기는 했지만, 그저 본인의 능력인 줄 알았다.

하지만, 능력이 아니라 포스를 이용한 기술이었다.

“윽~”

지금 외지인인 유신이 포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다.

오늘 하루 정말 많은 마법을 발휘했고, 텅 빈 마나로 인해 심장이 아려왔고, 어지러웠다.

내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고 하자 언제 다가왔는지 동생인 진수가 부축했다.

“고조 그만 쉬시라오.”

나는 진수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리를 위해 홀로 전투를 벌이는 유신을 바라봤다.

“성전···킥!”

너무 거리가 멀어서일까? 아니면 내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런지 유신이 외치는 기술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유신의 발차기에 오크들이 픽픽 쓰러지니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내래 저 동무가 쌘 줄은 알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줄은 몰랐슴네다.”

진수가 얼굴을 붉히며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그런 동생을 쳐다보며 전투에 대한 환상을 일깨워주기로 했다.

“고조 목숨을 건 싸움이야. 당연한 방법이레, 잘 쳐다보라우, 저게 포스 사용법이라우~”

“저게 포스 사용법이면 내래 포스를 포기할 겁네다.”

나는 아직 철이 덜 든 동생을 돌아보며 고개를 젓고는, 유신이 싸우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오크 중에서 머리 하나는 큰 오크 전사가 종횡무진하던 유신의 앞길을 할버드로 막아냈다.

순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신이 걱정됐다.

유신도 사람이다. 고블린과 코볼트와 싸운 후에 제대로 쉬지 못했고, 오크들과 싸우면서 오크 전사와 부딪혔다.

하지만 유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전사를 물러나게 했고, 다른 오크들은 오크 전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휴~”

“누나가 걱정을 했슴네까?”

“일 없다.”

쾅~!!

동생과 실없는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유신이 피를 뿌리며, 한참을 날아가 쓰러졌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던 유신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제길!”

진수의 읊조림에 정신이 또렷해졌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웃들이, 동지들이 희망을 잃은 채 겁에 질렸다.

우리가 남에게 아니 외지인에게 의지한 건 스승님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 위기를 넘겨야만 한다.

스승님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에게 또다시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희생을 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몸을 관조했다.

심장에 새겨진 다섯 개의 서클이 은은하게 빛을 바라고 있었다.

이제 이 서클을 비틀어 깨부수면, 아주 잠깐이지만, 초월적인 마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뭐 하는 겁네까!?”

동생 진수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눈치를 챈 것인지 팔목을 잡아서 집중력을 깨트렸다.

“내래 이 방법밖에 없다야.”

“기래면 누나는 죽는다.”

나보다 5분 늦게 태어난 동생을 바라봤다.

“이래 안 하면 다 죽는다. 내래 너라도 살려야겠으.”

진수의 팔목을 풀려고 하는데, 진수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신 차렸습니다!!”

리수진, 리진수 남매가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죽은 줄 알았던 유신이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헐레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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